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77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77화
Capri Watch Cup – 빅 슬레이어 (9)
(애나벨 크로프트) – Eurosport 프레젠터
“그럼, 이제부터 챌린저 레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쇼를 지켜봐 오신 분이라면, 챌린저에 관한 이야기가 다뤄진다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순간입니다. 아니, 두근두근한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현재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카프리 와치 컵이라는 투어가 열리고 있습니다. ATP 챌린저 90레벨의 투어로, 총우승 상금이 42,500유로에 불과한 소규모의 투어입니다. 보통이라면, 소수의 관중과 그런 무관심 속에서 랭킹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떠올리겠죠. 하지만, 조금 흥미롭습니다. 우선, 이 장면을 보시죠.”
(에디슨 홉킨스) – Eurosport 펀디츠
“와우. 만원 관중이네요.”
(애나벨 크로프트)
“이건 한 테니스 팬이 본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영상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빈 좌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객석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참고로, 이건 16강전 경기라 하는군요.”
(에디슨 홉킨스)
“몇 명이나 수용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마스터스 투어도 16강전을 관객들로 가득 채우긴 쉽지 않습니다.”
(애나벨 크로프트)
“지금 들으신 대롭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입니다. 이젠, 중계방송 화면을 보시죠. 한국의 JTBS 라는 방송사가 중계하는 화면입니다.”
[뛰어오른 신우주] [포핸드 위너] [환호하는 관객들](에디슨 홉킨스)
“훌륭한 위너네요. 대체 저 남자는 누군가요?”
(애나벨 크로프트)
“놀라지 마십시오, 여러분. 불과 15세밖에 되지 않은 소년입니다. 이름은 그의 모국 방식대로 신우주입니다. ATP 랭킹은 572위. 주목할만한 순위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성과입니다. 무엇보다 더 놀라운 건, 아직 패배가 없습니다. 심지어 세트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완전무결한 전승 기록을 유지 중입니다.”
(에디슨 홉킨스)
“믿을 수 없네요.”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로](애나벨 크로프트)
“바로 이 소년 때문입니다. 이 소년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만들어진 거죠, 테니스에 흥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에디슨. 당신도 쉽게 대답할 것 같고요. 그럼 제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역대 ATP 투어에서 우승한 가장 어린 선수는 누구일까요?”
(에디슨 홉킨스)
“쉽네요. 마이클 창입니다.”
(애나벨 크로프트)
“정답입니다. 1987년, 마이클 창은 만 15세 7개월의 나이로 라스베이거스 챌린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연소 챌린저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신우주란 소년은 겨우 만 15세 3개월입니다. 무엇보다 역대 최연소 챌린저 우승자들이 모두 그들의 홈그라운드에서 우승한 데에 반해, 이 소년은 그의 모국과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테니스란 스포츠를 잘 아시는 분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이해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에디슨 홉킨스)
“가족도 없고, 사방은 낯섦투성이죠.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투어는 최소 일주일은 이어집니다.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15살밖에 안 된 선수가 정신력을 최고 상태로 유지한 상태로 결승전까지 올랐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 * *
#. 2016년 4월 10일, 오전 08시 17분
#-1. 이탈리아, 나폴리
#-2. 나폴리 테니스 클럽, 연습용 코트
“으아!”
탕!
“으아!”
탕!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카프리 와치 컵’.
그 결승전의 날이 밝았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
“두 가지 이유 때문이죠.”
“?”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데니스 포포비치에게, 안드레이 시미치는 미소를 띠며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게 됐죠.”
“……확실히 신나 보였지.”
“그에 반해 당신은 조금 우울해졌고요, 데니스.”
“흥. 내가 질투 같은 걸 한단 말인가?”
“본인에게 물어보시죠.”
“…….”
안드레이는 침묵하는 포포비치가 신우주의 부모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리 고마워도 후원자는 후원자다.
부모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밤새 생각해 봤네.”
“뭘 말이죠?”
“타이밍 말이야.”
“타이밍?”
“그래.”
성실한 곳에서 매니지먼트를 받는 선수들은 대부분 일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투어가 끝나는 즉시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투어에 관한 자료를 받아들고, 가장 낫다고 판단되는 것을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투어가 끝나고 난 뒤라는 것.
이번에 신우주는 그렇지 않았다.
“왜 하필 8강전이 끝났을 때, 우주에게 다음 일정을 알렸냐는 생각이 들었지. 이내 뭔가가 떠오르더군.”
“들어보죠.”
“하나는 확실치는 않네. 아마도 기분이겠지.”
한국의 투어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연이은 고된 매치에 지쳤을 수도 있는 신우주의 정신력을 새롭게 했다.
이것이 포포비치의 결론이었다.
안드레는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정답입니다.”
“흠- 역시 그랬군.”
“그럼, 다른 하나는 뭐죠?”
“……우승을 확신한 거지.”
“왜…… 그런 생각을?”
“말했지 않나, 타이밍이라고.”
“설명이 부족해요.”
“…….”
“…….”
두 사람이 침묵하는 동안에도, 연습용 코트에서 땀 흘리는 신우주의 훈련은 계속된다.
길게 떨어지는 문 볼(Moon Ball)을 처리하는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훈련이다.
탕!
볼이 멀리 벗어나고, 살짝 좌절하는 신우주에게 에이스 조이스가 자세의 교정부터 시작한 팁을 전달한다.
소년은 그것을 매우 진지하게 들었다.
“우주는 너무 빨리 달리고 있지.”
“……네.”
“꼭 아우토반을 달리는 페라리 같아. 앞서가던 차들을 쌩쌩 추월해 나가고 있어. 패배는커녕, 세트 패배조차 없네. 지금까지 저런 경우가 또 있었던가?”
“아뇨. 없어요.”
“역시 그랬군.”
ATP 마스터스 레벨 아래 단계로 향하는 관심은 전체적인 테니스의 인기에 한참 못 미친다.
사실 인기의 99%가 마스터스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신우주의 기록은 조명되고 있지 않다.
역대 최장 데뷔 연승.
역대 최장 세트 방어.
앞으로도 과연 깨질까 싶은 기록을 이미 만들어낸 신우주였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미디어는 어디에도 없다.
슬프지만 이게, 테니스의 현실이다.
“언젠간 이런 기록들이 조명받게 될 날이 올 거야. 그건 아마도 내일이 되겠지.”
“그렇겠죠.”
“그리고 또…….”
“우주가 처음으로 패배할 때.”
“바로 그거야.”
단 2초 만에 매치의 흐름이 뒤바뀌듯, 하루 만에 테니스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
밝고 긍정적이었던 이가.
누구보다 부정적이게 된다.
그리고 이를 부추김 하는 게 바로 미디어다.
물론,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것뿐이다.
“만약 이번 우승이 우주를 잠시 멈추게 하면, 패배의 순간은 빠르게 다가오겠지. 하지만 그걸 좀 더 길게 이어지게 해서 선수가 스스로 이쯤이면 됐다고 먼저 인정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기록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걸세.”
“놀랍군요, 데니스. 정말 놀라워요.”
“흥. 날 도대체 뭘로 본 건가?”
“하하. 글쎄요. 그렇지만, 당신이 했던 말이 전부 옳아요. 맞아요, 데니스. 저는 우주가 이번 챌린저 우승이 아닌 5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집중해 주길 바랐어요.”
생에 첫 챌린저 우승은 분명 감격스러울 것이다.
안드레이는 그 감정을 빼앗을 생각이 없다.
다만, 빠르게 털어내도록 만들 수는 있다.
역대 수많은 테니스 선수들이 챌린저 대회 첫 우승의 기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방황하다, 결국엔 그저 그런 챌린저/퓨처스 레벨의 선수로 커리어를 끝낸다.
분명 그들의 목표는 그랜드슬램 우승이었을 건데, 작은 성취에 만족하는 베짱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베짱이가 되었다가도 결국엔 극복하여 마스터스 레벨로 올라선 선수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ATP Top 10에 진입해 있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이 챌린저 우승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고 빠르게 다음 단계로 올라서려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우주라면 틀림없이 톱 랭커들과 같은 길을 갈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무엇보다, 아직 겨우 15살이었다.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는 나이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바로 롤랑가로스니까요. 그런 뒤에는 윔블던, U.S 오픈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데니스. 마스터스 이하는 늘 3월부터 5월까지가 힘들어요.”
매년 시즌을 마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겐, ‘호주 오픈’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존재한다.
그 여운은 2월로 이어진다.
그러다 ‘호주 오픈’의 감정이 사라지는 3월이 되면, 마스터스 1000 대회 중 손꼽히는 ‘인디언 웰스’와 ‘마이애미 오픈’이 기다린다.
이후 찾아오는 4월.
클레이코트 시즌.
본격적인 전쟁의 개막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스터스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순위권 내 선수들의 이야기일 뿐, 챌린저 선수들은 같은 기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열심히 챌린저 투어에 참가하나 오히려 마스터스 레벨의 선수들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매주 확인하는 랭킹은 거의 위로 오르지 않는다.
정체(停滯).
챌린저 이하 레벨의 테니스 선수들에게 봄은 매우 잔혹한 계절이다.
“우주에게 한국은 가장 큰 동기부여죠.”
“영리하군. 네마냐인가?”
“네.”
“역시. 그럴 줄 알았네.”
다양한 부정적인 요인을 한꺼번에 차단할 생각으로, 안드레이 시미치는 8강전이 끝났을 때 한국행 사실을 알렸다.
교묘하면서도 훌륭한 매니지먼트였다.
이를 알아챈 포포비치도 대단했다.
현시점 세르비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란 수식어는 괜히 붙여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결승은 누군가?”
“아- 말씀드리죠.”
결승전 상대에 관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포포비치.
신우주의 훈련도 어느덧, 종반부로 진입했다.
“으아!”
탕!
* * *
#. 매치 시작 01분 전
#-1. 나폴리 테니스 클럽. 코트 카를로 디’아발로스
▷ MATCH READY
0 0 : 신우주
0 0 : 조제프 코발리크
매치 전은 늘 두근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꼭 이기고 싶다.
결승전까지 와서 패하긴 싫다.
오늘은 내 매치다.
상대를 꺾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바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것에 발맞춰, 난 코트로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서자 큰 함성이 들려왔다.
“우승 가자아-!!”
“우주 왕자! 잘해!”
“신우주 파이티잉-!!”
“신!우!주!”
“신!우!주!”
.
(송민희) – JTBS 캐스터
“드디어 신우주 선수가 입장합니다.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운동선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대 최연소 ATP 챌린저 우승.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 테니스 선수 중 여덟 번째로 ATP 챌린저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형택) – JTBS 특별 해설위원
“집에서 지금까지 경기들을 쭉 지켜봤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제가 15살일 때보다 최소 열 배는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송민희)
“이번 대회 명물이 된 대한민국 응원단의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도 이런 열기는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김정배)
“그렇습니다. 신우주 선수가 잘해서 결승전까지 올라온 거겠지만, 저런 팬들의 응원도 아주 큰 힘이 되었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집중해야죠. 이제, 한 걸음만 남았어요.”
.
코트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코치석을 돌아봤다.
코치님들은 내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곤 계속 걸음을 옮기며, 데니스 삼촌을 찾았다.
바로 저 앞에서 손뼉을 두들기고 계셨다.
그게 너무 좋아, 미소가 지어졌다.
“우주! 아주 박살 내버리렴!”
가방을 내려둔 뒤엔, 자리에 앉아 코트로 손을 뻗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져, 바닥은 조금 뜨거웠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것을 좋아한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양 선수는 이리로 오세요!”
네트 앞쪽에 선 심판분이 우리를 불렀다.
라켓을 챙겨 앞으로 걸어간다.
“잠시 두 선수 팔을 좀 확인하죠. 좋아요. 라켓도요. 좋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규칙은 전부 잘 알겠죠? 3판 2선승의 매치고, 챌린지는 없어요. 그렇지만, 심판들을 믿으세요.”
알다시피, 클레이코트는 챌린지가 없다.
흙의 파인 정도로 낙구 지점을 알 수 있어서다.
하지만 판정 문제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나도 32강과 16강에선 판정 때문에 힘들었고, 8강과 4강에선 괜찮아서 오늘도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중이다.
“아무튼. 바로 시작하죠. 누가 앞을 할래요?”
“저는 상관없어요.”
“그럼 제가 앞을 할게요.”
“좋아요. 이쪽이 앞입니다.”
팅-
동전이 튕겨 오르고, 바닥에 떨어진 부분을 확인한 심판분이 상대에게 서비스 선택 권한을 줬다.
자세히는 못 봤는데, 뒷면이 나온 것 같다.
상대는 서브를 먼저 가져가겠다고 했다.
“좋아요. 이제부턴 연습 시간을 5분 드리죠.”
곧바로 코트 양쪽으로 갈라진 우리는 가볍게 스트로크를 주고받으면서 마지막 웜업을 했다.
오늘 상대에 관해선 어제 전부 들었다.
집요한 테니스를 하는 선수다.
평균 서브 속도는 170㎞/h 대 후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그라운드 스트로크의 완성도는 높다.
주의할 것은 좌우로 보내는 포핸드다.
백핸드는 조금 평범하다고 했다.
슬라이스도 주의해야 할 무기다.
어프로치(Approach)보다 득점을 직접 노리는 짧은 슬라이스가 많은 만큼, 그걸 늘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타앙-!
타앙-!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보내며 마무리하고 있을 즈음, 심판분이 웜업의 종료를 알렸다.
그래서 난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몸은 적당히 알맞게 뜨거워졌다.
.
(이형택)
“ATP 홈페이지에 나온 공식 신장이 6피트 2인치(약 188㎝)더라고요. 아- 부럽네요. 저는 겨우 177㎝인데.”
(송민희)
“테니스에서 신장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형택)
“중요하죠. 너무 큰 것도 좋지 않지만, 193㎝까지는 테니스를 하기 이상적인 신장으로 분류됩니다. 너무 커지지만 않으면, 지금 저기에서 3㎝ 정도는 더 컸으면 하네요.”
(송민희)
“만 15세라서 더 클 것 같기도 한데요. 앞으로 그 부분도 흥미롭게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매치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먼저 서비스를 가져간 조제프 코발리크. 2016 카프리 와치 컵 결승전 첫 번째 세트입니다.”
.
【“서브, 코발리크. 레디, 플레이.”】
통.
통.
지금까지 만난 챌린저 레벨의 선수들은 각자 가진 개성이 엄청 뚜렷했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가졌다.
과연 오늘은 무엇일까?
“위이-!”
타앙-!
첫 번째 서브는 정석대로 왔다.
센터 서비스라인 백핸드 방향.
얼른 발을 옮겨 받아쳤다.
탕!
자연스럽게 랠리가 시작된다.
탕!
리턴을 포핸드 크로스샷으로.
그래서 나도 똑같이 했다.
그렇게 두 번.
코치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상대는 크로스를 더 이어가지 않고 센터마크 쪽으로 볼을 보내어 왔다.
탕!
똑같이 해달라는 걸까?
그러고 싶지 않은데.
포핸드로 좌우 깊이 찔러 넣는 샷을 즐기는 선수가 굳이 애매하게 센터마크로 볼을 보냈다.
실수가 아니라면, 의도가 있는 샷이다.
보였다.
포핸드 랠리를 백핸드로 바꾸고, 적당히 때를 노려 기습적인 드롭샷을 집어넣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상대 딴에는 무기를 감출 생각인 것 같았지만,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다.
그래서 얼른 발을 움직였다.
포핸드 포지션.
난 다시 크로스를 쳤다.
탕!
이전보다 좀 더 센터마크 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상대가 움찔하며 도로 본래 위치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그렇게 다시 한번 크로스가 왔다.
그리고 나도 또다시.
탕!
백핸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에 내가 어울려주지 않자, 상대는 빠르게 태도를 바꾸어 포핸드 직선 샷을 보내왔다.
아예 노골적으로 바꾸겠단 것이었다.
하지만.
탁.
짝짝짝짝짝.
상대의 스트레이트 샷은 네트에 걸렸다.
결국은 내 의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원치 않는 싸움으로 끌고 간 게 좋았다.
.
(이형택)
“지금은 아주 영리한 랠리였습니다. 가끔은 저렇게 우직하게 같은 지점을 공략할 필요도 있습니다. 코발리크 선수가 불편해하는 게 보였어요. 아- 역시 두뇌가 상당히 좋은 것이 느껴집니다.”
(송민희)
“영리하게 득점해 낸 신우주. 조제프 코발리크의 두 번째 서브가 이어집니다.”
.
통.
통.
“위이-!”
타앙-!
특유의 그런팅(Grunting)과 함께, 상대의 두 번째 서비스가 이어졌다.
백핸드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포핸드 방향이다.
당황하지 않고 볼을 받아친다.
탕.
이런.
조금 높다.
길게 보고 슬라이스로 처리한다는 게 그만 임팩트가 좋지 못했고, 그래서 볼은 두둥실 떠올랐다.
하지만 다행히도 서비스라인 뒤쪽이다.
실수긴 해도, 치명적이진 않다.
베이스라인과 서비스라인 사이로 뛰어든 상대는 볼이 머리 높이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려, 강한 포핸드 샷을 애드(Ad)코트 깊숙한 곳으로 밀어 보내왔다.
탕!
임팩트가 이뤄지기 직전에, 난 옆으로 뛰었다.
이미 실수를 범했고,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으나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줬다.
그래서 난 도박을 해야 했다.
선택은 확률이 가장 높은 쪽.
오픈 코트로 달리는 거였다.
다행히도, 내 판단은 옳았다.
상대는 위너(Winner)를 노리고 강하게 샷을 쳤지만, 거리가 조금 있었던 탓에 충분한 힘을 전하지는 못했다.
어렵지만, 따라붙을 수 있다.
탁, 탁, 탁, 탁.
앞쪽에 떨어지며 튕겨 오르는 테니스공을 봄과 동시에, 나는 달리던 것을 멈추면서 미끄러졌다.
촤아악-
뜨겁게 달궈져 수분기가 많이 날아간 코트.
더 긴 거리를 미끄러지게 해준다.
코어는 제대로 고정됐다.
남은 건 라켓을 휘두르는 것뿐.
어디로 샷을 보낼지는 정해뒀다.
앵글샷.
탕!
다시 한번 크로스로 받아친 테니스공은 강력했던 포핸드 이후 네트 앞으로 달려 나왔던 상대의 앞을 스쳐 지난다.
대각선으로 빠져나간 볼은 코트에 맞고 그대로 포인트가 되었고, 그 순간 관중석에선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브라보오!!”
“벨리시모!”
나도 짜릿한 느낌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각대로 테니스가 풀리고 있다.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정숙. 정숙하세요.”】
“…….”
“…….”
웅성거렸던 관중석이 다시 잠잠해지고, 조용해진 뒤에 상대가 듀스(Deuce)코트에서 볼을 띄워 올린다.
1시에서 12시.
그리고.
“위이-!”
타앙-!
다시 백핸드로 날아오는 서브를 보며, 난 단단히 두 발을 고정해 둔 채 양손을 휘둘렀다.
탕!
.
.
▷ SET 1
0 : 조제프 코발리크
1 : 신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