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27)
한편 수라 길드에서는.
“넘겨준다고?”
-예, 그렇습니다.
한국 영웅 협회에서 장 찌오둥을 때려눕힌 초인을 넘겨준다는 말에 길드장 위호안은 미간을 좁혔다.
솔직히 한국 영웅 협회에서 타국의 치안 활동 때문에라도 그놈의 신상 정보를 순순히 넘겨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리 길드원 몇 명을 한국에 풀어놓은 상태였으니까.
한데, 순순히 협조해주겠다고 말에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본인이 직접 오겠다 말했다니.
어지간히 간땡이가 부은 놈이 아닌 이상 그따위 짓을 할 리가 없는데.
“만만하게 보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설령, 그놈이 한국의 유명한 길드의 손자든 최상급 영웅의 아들이든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놈은 수라 길드가 점 찍어 놓은 유망주를 아니, 정확히 수라 길드를 건든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아, 방금 게이트를 타고 넘어왔습니다.
“그놈 바로 길드장실로 올려보내!”
-예, 알겠습니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감히 수라 길드를 건드려 놓고 당당히 찾아온다는 건 길드 자체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렇게 몇 분 뒤.
복도 너머에서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길드장실의 문에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들어-”
벌컥-
그러나 들어오라고 말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순간 위호안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막상 문을 벌컥- 열어젖힌 놈은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보이는 소년이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해 그놈은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와 제집마냥 털썩- 소파에 몸을 맡기듯 앉았다. 살다 살다 저리 당당한 또X이는 처음 보는 위호안이었다.
“이런 미친 또X이를 봤나.”
결국 참을 수 없던 위호안이 마력을 뿜어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의 위압적인 마력이 공간을 메우더니 책상이 파사삭- 반으로 갈리며 그의 등 뒤에 있던 큰 창문들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소년이 말한 것은
“오랜만이네.”
“······?”
그리고 소년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좁혀진 미간으로 소년을 바라보던 그는 잠시 익숙한 목소리에 소년을 향해 다가가던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
순간 그의 머릿속의 기억 중 한 소년이 스쳐 지나갔다.
붉으락푸르락 붉게 물든 얼굴이 점차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목소리를.
“서, 설마······.”
그의 안색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리해졌다.
그의 온몸에 털이 쭈뼛- 쭈뼛- 솟아올랐다.
불과 몇 초 만에 그의 안색이 변하며 식은땀이 홍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 소년이 누군지 알고 있다.
아니, 모를 수가 있나.
그 끔찍한 짓거리를 하고 유유히 떠난 괴물인데.
그 당시에는 모자이크로 얼굴이 가려져 알아볼 수 없었지만, 저 목소리를 잊을 수는 없었다.
머릿속에 그 당시의 지옥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길드 자체를 없앨 줄 알아.
차갑게 읊조린 경고.
그때의 그 무자비한 폭력 앞에 자신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을 되새긴다.
당시의 기억을 생각하니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온몸을 옮아 매기 시작했다.
죽음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거 같은 기분이었다.
“이게 미쳤나!”
“감히 길드장님 앞에서!”
“아, 아니야 그, 그만.”
곧이어 하준을 데려온 두 길드원이 눈을 부라리며 하준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막상 그 모습에 위호안은 힘없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손을 뻗으며 말리려 했으나 이미 상황은 늦은 후였다.
투캉!! 후웅!! 쾅!! 콰쾅!!
상황은 동시에 일어났다.
소년의 손에 황금의 망치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길드원 중 한 명이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으며 나머지 한 명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몸을 꿈틀꿈틀 움직일 뿐이었다.
“아, 아아!”
그 모습에 겁을 먹은 위호안이 신음을 흘린 순간, 하준은 다시 소파에 앉아 권태로운 눈으로 놈을 바라볼 뿐이었다.
쿵!
“앉아.”
하준이 마하라즈를 바닥에 내리찍으며 턱짓으로 반대편 소파를 가리켰다.
위호안은 순순히 몸을 떨며 하준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준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공포에 절어져 고개를 푹 숙인 위호안이었다.
그런 위호안을 향해 하준이 말했다.
“오라 해서 왔는데. 할 말은 없나?”
“······.”
“내가 분명 두 번째는 길드를 없앤다고 했는데······.”
그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아니, 정말 현실적으로 말이 안 돼 그는 하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위호안이 말했다.
“혹시 장 찌오둥을 그렇게 만든 생도가 이레귤러님이 맞으십니까?”
“그래.”
“아, 아니······, 대체 왜······.”
당신 정도나 되는 분이 왜 생도를 아니, 애를 그렇게 만들었냐는 물음이었다.
그 말에 하준은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놈이 내 여동생을 건들고, 주제넘게 나에게 대련을 신청하더라고.”
이런 개 미X 새끼가!
아니, 이레귤러의 여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 그 방탕한 놈이 설마 이레귤러의 여동생을 건들 줄이야.
이건 어딜 보나 그놈의 잘못이 맞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그놈을 그렇게 만든 범인을 잡겠다고 이 난리를 떨었으니 이레귤러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다시 말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번 사건에 대해 조금 더 면밀히 조사해보는 건데.
“죄, 죄송합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미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레귤러의 무력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중국 순위 2위 길드라도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과에 하준은 잠시 가만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고요한 침묵에 마음이 급해진 위호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 찌오둥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 그러니 제발······.”
유망하다고 알려진 생도 하나 때문에 길드 자체가 망하게 생겼다.
그의 결단은 당연했으나 아직 하준의 입에서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긴장되는 침묵 속에서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곧이어 하준의 담담한 시선이 그를 향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길드를 없애는 건 봐줄게.”
“가, 감사합니다.”
다만, 하준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황금의 망치를 든 채 말이다.
그대로 허공에 손을 뻗었고 그 순간 소년의 손에서 붉은색 액체가 들어간 병 하나가 나타났다.
“어······, 저기.”
“그래도 대가는 치러야지.”
단순히 중국 2위 길드를 없앨 방법을 생각하니 귀찮았다.
무력만으로는 당연히 안 되고 뒷공작을 펼쳐야 하니, 그러려면 또 헤르메스 길드에 의뢰를 넣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포함해 하준이 몸을 움직여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일을 더 만들기 귀찮았다.
그냥 이놈이 총대를 메고 몸으로 때우라고 하는 수밖에.
하준은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놈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떨려왔다.
“어, 저, 저기 자, 잠깐.”
쾅! 쾅! 쾅!
총 세 번의 울림이 이어졌다.
놈의 머리가 길드장실의 바닥에 박힌 채 사지의 뼈가 으스러진 상태였다.
“으윽······.”
그래도 나름 최상급 영웅인지라 기절은 안 한 모양이다.
하준은 놈의 몸에 포션의 뚜껑을 열어 뿌려준 뒤, 그대로 한 마디를 남긴 채 길드장실의 문을 열었다.
“다음에는 없어. 기억해.”
“으으윽······.”
이 경고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놈의 태도를 보아하니 이번 일로 더 이상 귀찮게 할 일은 없을 거다.
하준은 그대로 길드장실을 나왔다.
뭐, 치료는 해뒀으니 알아서 일어나겠지.
* * *
하준이 수라 길드의 본부를 다녀온 이후, 태평하게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방학 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며 동시에 생도 부문의 국제 교류전의 본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와······, 사람이 엄청 많아.”
교류전의 본 경기는 콜로세움 형태로 이루어진 경기장에서 이루어졌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 상태였다.
“으······.”
그리고 하르나는 눈앞에 바글바글한 인파를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
참고로 하르나는 일레인의 한국어 공부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계속 옆에 둔 상태였다. 오죽하면 자고 가라고 하준의 집 2층 방을 내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일어나는 하르나의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면 별수 없는 조치였다.
습격이 일어나는 시기가 이번 대회에서 발생한다고 하지만 언제 또 페널티로 인해 미래가 바뀔지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대회가 열리는 날 동안 철저히 옆에 두긴 했다만, 크게 놈들의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았다. 뭐, 내가 옆에 붙어 있어서 섣불리 안 움직인 걸 수도 있겠지만.
“귀찮아······.”
귀찮으며 피곤한 표정을 짓는 하르나의 말이었다.
떠들썩할 정도로 인파가 많은 곳을 극도로 싫어하고, 또 움직이기를 하준과 비슷할 정도로 귀찮아하는 그녀의 성향을 생각하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당연했다.
뭐, 원래 에피소드에서도 경기장에 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혼자 있다가 습격을 당하지만.
“TV로 봐도 되는데······.”
“자, 그러지 말고 빨리 가봐요.”
일레인의 말에 별수 없이 끌려다니는 하르나였다.
원래는 하준도 하르나의 생각과 똑같이 그냥 집에 틀어박혀 TV로 구경할 생각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그냥 나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놈들이 내가 떡하니 있는데 섣불리 습격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이 인파 속에서 놈들이 습격해올지는 알 수 없지만,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하르나를 혼자 둬서 상황을 유도해볼 생각이다.
이번 하르나 에피소드에는 제단의 기둥 중 한 명이 등장하니 말이다.
“아! 저기 딱 세 자리 비어 있다!”
그 말과 함께 하준과 일레인 하르나는 비워진 세 자리에 앉았다.
물론 구경만 하면 입이 심심하니, 치킨이나 콜라 등 각종 먹을 걸 사서 말이다.
자리의 바로 앞에 테이블이 있으니 올려둔 상태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사람들의 활기찬 환성이 하준과 하르나에게 있어 시끄러운 함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본 경기에서는 대련 때와 다르게 실력을 숨기지 않은 채 온 힘을 발휘하니 나름 볼만했다.
그 액션 영화에서 볼법한 장면이 드문드문 나오니 말이다.
그렇게 몇 차례의 경기가 끝나고 관람석의 한쪽 벽에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에서 익숙한 얼굴의 소년 소녀가 나왔다.
한국 대표팀의 한시영과 중국 대표팀의 리첸이었다.
‘음······ 분명, 이 경기였나?’
중국 패왕 길드의 길드장 딸 리첸.
그녀의 초인으로서의 힘과 기술을 생각하면 한시영과 맞먹을 정도다.
게임에서 보았던 그녀와 한시영의 전투는 나름 치열했으니 말이다.
삐! 삐! 삐! 삐이이!
곧이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둘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여 검을 맞댔고 마력의 충돌로 인해 두 아이의 주위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시영은 전력을 다했음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리첸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그런 한시영을 향해 리첸은 씨익-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하준의 예상대로 경기는 조금 길게 그리고 치열하게 이어졌다.
서로의 힘이 동등하여 아주 조금도 한 쪽이 밀리는 경우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경기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리첸이 어빌리티를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저, 어빌리티는!”
“허······, 저런 희귀한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었군.”
관중석의 몇 명이 그녀의 어빌리티에 경악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능력으로 따지면 세상에 몇 없는 물리가 통하지 않는 능력이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과거 제단의 기둥 중 한 명인 몸을 액체화 시키는 제하르와 비슷한 능력이었다.
물론 그녀의 어빌리티를 보아하니 제하르보다 상위호환의 능력으로 보이지만.
리첸의 어빌리티는 ‘흑암’이라 불리는 어빌리티였다.
말 그대로 몸을 안개처럼 변하여 어떠한 물리 공격도 통하지 않는 세상에 몇 없는 희귀한 어빌리티였으니 말이다.
“저런 어빌리티를 가지고 한시영과 대등하게 승부를 겨루다니, 대단하군.”
물론 경기의 양상을 보자면 한시영이 불리해 보일 것이다.
아무리 검왕의 제자인 한시영이라도 안개를 벨 수는 없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거기다 둘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맞붙었으니 체력의 한계에 도달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하준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기에 크게 긴장감은 느끼지 못했다.
‘슬슬 각성하려나.’
이번 교류전 에피소드에서 한시영의 각성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시영의 패배를 짐작하고 있을 때.
한시영은 어빌리티의 힘을 각성할 것이다.
곧이어 하준의 예상대로 경기장에서 눈을 부시게 만들 거대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