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83)
ⓒ 애모르
화르륵-
하준은 집 앞에 가만히 서서 집이 화르륵- 타오르는 순간과 그리고 협회 소속 마법사와 영웅이 와서 불을 끄는 과정까지 그 모든 과정을 묵묵하게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솔직히 하준은 협회장이 집을 사준다는 말에 나름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불이 꺼진 이후 집의 형태를 보니 나름 마음에··········아니, 평생 한 번 살아볼까 말까 할 정도로 어머어머한 집으로 보였으니까. 당연히 들어가 보지도 않았지만 이미 정겨움을 느끼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저렇게 불에 타고 재만 남은 집을 보니 마음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때 하준과 똑같이 당황한 얼굴을 한 협회장이 조심스럽게 하준을 불렀다.
“하, 하준 생도님.”
“예?”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일단 조사 중이니 조사가 끝나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단 차에 타시죠. 다시 아카데미에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하··········, 예.”
그 말에 피곤한 한숨으 내쉬는 하준.
일단 하준은 협회장과 함께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고 협회장은 그대로 차를 운전하며 자신이 생각한 결론을 하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정보가 새어나간 거 같습니다.”
“예, 그래 보이네요.”
“이번 사항에 관해서는 극비였습니다. 저를 포함해 5명밖에 모르는 기밀인데 말이죠.”
“그러니까 지금 협회에 빌런이 잠입했다 이 말이죠?”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만,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확실히 협회에 빌런이 잠입했을 가능성도 있는 사건이었다.
다만, 하준의 기억상 협회에 빌런이 잠입했다는 에피소드는 없었기에 조금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 대형 에피소드에서는 협회의 빌런이 잠입한 것이 아닌 배신이라는 형태였기에 아직도 이번 사건에 대해 긴가민가한 상황이었다.
“혹시 짐작 가는 빌런이 있으신지?”
협회장의 물음에 하준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 짓거리를 저지른 짐작 가는 빌런이라··········.
어디일까? 빌런 연합? 제단? 빌란트? 아니면 중국?
당연히 짐작 가는 놈이야 너무 많았다.
문제는 너무 많아서 특정할 수 없는 게 문제지만.
“하··········, 잘 모르겠네요.”
“일단 저희 협회에서는 최선을 다해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은 그저 멍하니 창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띠리링-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함께 협회장 김정용은 차를 운전하는 동시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그의 눈이 번뜩 뜨이며 어벙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왠지 모를 당황스러운 얼굴로 하준에게 입을 열었다.
“저··········, 하준 생도님?”
“예?”
“그게 범인을 잡았답니다.”
“··········?”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하준이었다.
* * *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온 하준은 협회장의 연락을 통해 이번 사건의 범인을 알 수 있었다.
나이 24세의 인근의 평범하게 살고 있던 남자.
직업은 딱히 없는 백수.
그게 이번 사건의 범인이었다.
“··········.”
-허, 참··········.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있다니··········.
하준은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었고 협회장 또한 어이가 없는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자신의 집에 불을 저지른 범인이 초인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었다.
“정말로요?”
-인근에 설치된 CCTV로 확인하여 파악했습니다.
“허··········.”
하준의 입에서 어이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막상 하준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범인을 어떻게 찾고 응징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범인이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하니 허무했다.
“그래서 불은 왜 질렀데요?”
-그게··········,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만, 계속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더군요.
취재 과정에서 떡하니 CCTV영상을 보여줬음에도 범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태였다.
당연히 불 지른 이유도 말하지 않았고.
-확실히 CCTV에 찍힌 건 자신이 맞다고 하지만 불을 지르지는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뭐, 기억을 못 하는 거에요?”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렇게 보입니다만, 문제가 있다면 협회의 거짓말 탐지 능력자를 이용해 확인해본 결과 사실로 나왔습니다.
“··········.”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야 할 사건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 하준.
영상 속에 나온 건 자신이 맞다고 하지만 불을 지르지는 않았다라··········.
‘세뇌일 리는 없는데··········.’
첫 번째로 생각나는 범인은 제단의 세뇌 능력자 제하르였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놈은 죽었으니까.
‘그럼 설마 그놈인가?’
이번 안나의 클럽 활동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빌런.
솔직히 정황을 보면 그놈 밖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예, 일단 알겠어요.”
-자세한 건 더 조사한 다음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런 이만.
뚝-
그 말과 함께 전화 끊은 협회장.
하준은 침대에 누워 이번 범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이번에 안나가 겪을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페널티로 인해 개입하려고 했던 에피소드.
‘분명 다음주 금요일이었나?’
[안나 에피소드 1-2 : 망령 ‘도플갱어’]협회에서 과거 사망했다고 알려진 A급 빌런 ‘도플갱어’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하준은 놈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 * *
이후 4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금요일 오후 5시.
“흐흐흥~”
안나는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가방 안에 가득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오늘은 다름 아닌 여행 클럽 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기분 전환으로 여행을 가는 거만큼 기쁜 일은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여행 가는 곳 또한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유명한 온천 중 한 곳에 여행 간다고 했나?
이번 기회에 몸의 피로를 확 풀 생각이었다.
그렇게 안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클럽 활동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아카데미의 정문으로 향했다.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는 2학년 선배인 김영준 선배와 이소라라는 여선배 그리고 유설아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 안나 왔구나. 그럼 이제 우리 부원은 다 모인 거네?”
그 말과 함께 다정한 미소를 짓는 김영준.
“자, 그럼 얘들아. 미리 윙 버스에 탑승하고 있어.”
“··········? 아직 올 사람이 더 있나요?”
김영준의 말에 유설아가 물었다.
그녀가 알기에는 여행 클럽의 부원 중 3학년 선배들은 졸업 대비와 훈련으로 바빠 클럽에 참여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말에 무안한 웃음을 지으며 김영준이 설명했다.
“그게 다른 클럽이 우연히 우리가 가는 목적지와 겹쳐서 말이야.”
“아, 혹시 어떤 클럽인가요?”
“너희도 잘 아는 클럽일 걸. 아! 저기 온다.”
그 말과 함께 손짓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김영준.
그 순간 안나와 유설아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윙 버스를 향해 다가오는 소년과 소녀를 바라봤다.
“헤헷, 이번 여행 기대된다.”
“그러게.”
천진난만하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이주아.
그리고 그 옆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주아와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김하준.
“아··········.”
* * *
참고로 훈련 때 이후로 안나는 한 번도 하준과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냉전 사태라고 해야 하나?
그로 인해 버스 내부에서는 조용했고 분위기가 차가웠다.
당연히 하준과 안나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 혹시 쟤네 둘 무슨 일 있었니?”
당연히 영문을 모를 김영준은 고개를 돌려 유설아에게 물었다.
다만, 유설아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뭐, 저희가 관여하면 안 될 상황이긴 해요.”
“음··········.”
그 말에 조금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이영한.
그렇게 버스는 계속 운행되며 곧이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근에 산으로 둘러싸인 장소에 우두커니 높게 솟아 있는 건물과 인근의 온천 특유의 향이 퍼져 있는 장소.
숙소 내부에 개인 온천실이 있어 유명해진 한국의 유명 온천 호텔이었다.
“자, 그럼 들어가자.”
그 말과 함께 호텔 내부로 들어가는 아이들.
김영준과 아이들은 카운터에서 숙소의 키를 받은 뒤,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저녁 7시까지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는 걸로 하자. 7시에 한 숙소에 모여서 밥 먹는 걸로 어때? 혹시 너희도 괜찮니? 뭐, 따로 정한 일정이 있는 건 아니고?”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알겠어, 그럼 나중에 같이 저녁을 먹는 걸로 하고 지금은 해산. 충분히 즐겨 얘들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김영준은 이소라와 함께 어딘가를 향했고 남은 아이들 유설아와 안나 그리고 하준과 이주아는 잠시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한데 신기하게도 유명 호텔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내부는 조용했다.
물론 하준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하준은 슬쩍 고개를 돌려 유설아를 바라봤다.
곧이어 시선을 느낀 유설아 또한 살짝 고개를 돌려 하준을 바라봤고 유설아는 그저 씨익- 미소 지을 뿐이었다.
곧이어 천천히 하준을 향해 다가오는 유설아.
유설아는 조용히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안나도 있으니까 혹시 몰라 호텔 전체를 빌렸거든요. 그래도 나름 쉬려고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신경 쓰이잖아요.”
“대단하네.”
“뭐, 저도 호텔과 관련해서 일해본 사람이라 이런 쪽에서는 인맥이 많거든요. 그것보다 계속 이 상태로 있을 거에요?”
“뭐가?”
그 말과 함께 슬쩍 안나를 바라보는 유설아.
솔직히 말해 일주일 간 대화를 안 한 것도 있지만 왜 아직도 안나가 저러고 있는지 하준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당시 생도 훈련 때 카르톤을 언급하며 도발한 이후로 저러는 거 같은데.
그리고 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도발을 한 이유 따위야 이미 알고 있을 거다.
“솔직히 왜 아직도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네.”
그렇기에 솔직하게 말한 하준이었다.
그 말에 반대로 의아해한 유설아.
유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안나는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안나도 하준씨가 그 말을 한 이유를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럼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뭐, 그건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대화라··········.
그러고 보니 대화를 안 한 지 좀 오래되기는 했네.
하준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싱긋 웃은 유설아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나중에 서로 대화해보세요. 어차피 하준씨도 휴일 동안 여기 머물 생각이죠?”
“뭐, 그렇지?”
“편하게 쉬세요. 여기도 나름 즐길 게 많거든요.”
“어, 그래. 뭐.”
일단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빌런을 잡으러 오긴 했는데 온 김에 편하게 쉬어도 되겠지. 더구나 같이 온 이주아도 엄청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고.
“와··········, 나 이런데 처음 와봐.”
마침 옆에 있던 이주아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다정한 미소를 지은 유설아가 이주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주아양 저와 같이 다니실래요?”
“아, 정말요?”
“물론이죠, 제가 여기 호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 하준씨 이따 봐요.”
그 말과 함께 유설아를 따라 어딘가로 향한 이주아.
그렇게 결국 안나와 하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흠-”
그때 안나가 헛기침을 하며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안나는 잠시 하준을 바라보다 무안하게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럼 저희도 일단 가볼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