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19)
* * *
화아아아아!!
아이작은 극저온의 냉기를 뿜어냈다.
나지막이 송영하는 영창을 따라 그의 등 뒤로 대량의 연푸른빛 마법진이 톱니바퀴 이어지듯 차곡차곡 구축되어 갔다.
그렇게 마법진이 위로, 위로 쌓여나가고.
마침내 그 수많은 마법진을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 냈다.
“아앗!”
앨리스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이작의 마력을 버티지 못한 무형의 바닥이 무너져 버린 까닭이었다.
그대로 아이작과 앨리스는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아이작은 앨리스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자 앨리스는 고개를 흠칫 떨었다. 아이작이 했던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 ‘그래도 죽지 마.’
앨리스는 그 손을 맞잡았고, 아이작은 그녀를 끌어당겨 제 품에 안았다. [빙결 차단막]이 그들을 한꺼번에 품었다.
잇달아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이 아이작을 뒤따랐다.
차라라락!!
아이작은 [빙제]의 냉기 날개 세 쌍을 펼치고 부유하며 칠흑의 거인을 노려보았다.
휘우우우우우!!!!
아이작이 뻗은 오른손 위로 연푸른빛 냉기가 나선형으로 몰아치며 뭉치고 뭉쳐 거대한 냉기 태양을 형성했다. 시전자조차 벌레처럼 작아 보이는 수준의 강대한 원소 마법이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앨리스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 ‘그리고! 내 옆에서 속죄하면서 살아. 얼마나 위험한 게 쳐들어오든, 내가 다 막아 낼 거니까.’
9성급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이 아이작의 오른손에 쥐어졌다.
오로지 이야기로만 들어본 세계멸망급 마법을 앨리스는 생애 처음으로 두 눈에 담아냈다.
한편, 무수히 많은 사람 머리 형상들이 진보랏빛 마력 덩어리를 입에 머금었다. 그 마력은 서서히 응축되어 고밀도의 구체를 일구었다.
동시에 칠흑의 거인은 제 주위로 거대한 어둠 마법진 6개를 전개했다. 각각의 마법진은 삐죽삐죽 가시 돋치듯이 일렁이는 사나운 어둠의 구체를 뽑아냈다.
영혼조차 사멸시키는 공허의 힘.
저마다 제르베르 황국을 아우르는 대륙보다도 크기가 컸다. 하물며 그 크기조차도 마력이 압축되고 압축된 것. 전부 위험한 재앙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그에 반발하듯 아이작의 오른손 위로 이글거리는 냉기 태양이 강렬한 광채를 발했다.
칠흑의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던 세상이 점차 밝게 변해 갔다.
끼이이이익!
저 멀리 거대한 철문이 열리며, 절대영도의 냉기가 퍼져 나와 무저갱을 덮쳤다.
철문 안에 존재하는 건 생사와 섭리에 구애 받지 않는 초월적인 얼음 마수.
처음 소환되었을 때는 명계의 섭리가 공격하여 힘이 억제되었으나, 여기선 그럴 일이 없었다. 이곳은 무저갱이 구축한 독단적인 공간, 영원의 감옥에 불과했으니까.
즉,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철문 안에서 검은 괴물이 여러 개의 눈으로 붉은 안광을 번뜩이더니, 열린 철문을 짚고 그 압도적으로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아!!!]아이작의 하수인, 빙결의 원옥마수-디아칸이 입을 찢으며 내지른 포효 소리가 무저갱에 울려 퍼졌다.
앨리스의 두 눈이 떨렸다. 아이작은 대체 뭘 하수인으로 부리고 있었단 말인가.
애초에 저런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앨리스는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이작과 원옥마수-디아칸이 흘려내는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공간조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칠흑의 거인은 큭큭, 하고 기괴하게 웃으며 호쾌하게 소리쳤다.
[훌륭하다! 먼 하늘을 방황할 때조차 네놈 같은 적수는 만나 보지 못했으니!]무저갱에 있어, 영겁처럼 느껴지는 지나온 삶은 돌아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는 그저 허무에 불과했으므로.
자신은 지나치게 강했다. 그렇기에 악신 네피드가 부활하는 날까지 자기 자신을 봉인하기로 하고, 메피스토에게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깨어나자마자 이런 인간을 만난 것이었다.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먼 옛적부터, 무저갱은 만고불멸의 생명력을 가진 자신조차 목숨에 위협을 느낄 만큼 최고의 강자와 맞붙어보길 원했다.
그 바람이 지금 이루어졌으니.
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거쳐 느껴보는 고양감인가. 이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어떻게 주체할 수 있겠는가.
[내 이름은 옴!]그렇기에 무저갱은 이 기분을 안겨 준 고마운 존재의 이름을 알기 원했다.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아이작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작.”
[얼음의 왕, 아이작. 이 싸움의 끝에 그 이름을 영원토록 기억하리라!]아이작과 9성급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 초월적인 얼음 마수인 원옥마수-디아칸이 흘려내는 절대영도의 냉기가 무저갱을 메워간다.
무저갱은 영원의 감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마족 또한 어디까지나 한계를 지닌 살아 있는 생명체.
단지 이제껏 아무도 무저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기에 그는 ‘영원’으로 남아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무저갱을 쓰러뜨리려면, 그의 권능을 뛰어넘고 섭리조차 비틀 수 있는 거센 화력을 쏟아부으면 되는 일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칠흑의 거인과 사람 머리 기둥이 공허의 힘을 지닌 진보랏빛 마력을 일제히 광선처럼 쏘아냈다.
“나도…, 널 기억하마.”
아이작은 피할 곳 없이 시야를 가득 메워가는 무저갱의 공격을 바라보며 그리 입술을 달싹이곤, 오른손을 휘둘러 냉기 태양 [한빙지옥]을 날렸다.
동시에 원옥마수-디아칸은 입에 머금은 극한의 얼음 마력을 쏘아냈다.
그 모든 공격이 충돌한 순간.
아이작의 냉기가 소리조차 집어삼키고 모든 걸 몰아내며, 칠흑의 거인은 잔잔한 고요 속에서 어마어마한 광색에 휩싸였다.
극심한 추위와 죽어 가는 감각을 느끼면서도, 칠흑의 거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흘렀다.
영영 죽지 못하리라고 여겼던 자신이 얼음의 왕에게 전력을 쏟아붓고 패배하여 얻어낸 성취였으니.
[이 얼마나 멋진 죽음인가…!]무저갱은 사라져가고.
그가 옭아맸던 수많은 영혼은 자유를 되찾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저갱의 몸 곳곳이 뚫리며 그 틈새로 차가운 햇볕이 쏟아졌다.
잇달아 천지에 울려 퍼지는 폭음과 함께 웅대한 냉기 폭발이 별하늘을 뒤덮었다.
온화하게 퍼져나가는 섬뜩한 한기.
그리고.
하늘을 뒤덮은 휘황찬란한 폭발을 등지고, 연금발의 여성을 안아 든 채 추락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광경을 목도했다.
가까운 영지에서 황실 마법사의 도움으로 메르헨 아카데미를 관측하던 카를로스 황제도.
대피했던 학생들, 교직원들, 스노우화이트와 호위 기사들도.
메르헨 아카데미를 가로지르던 토벌대도.
성녀 비앙카와 호위 신자 사일론도.
메르헨 아카데미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끼이익! 쿠웅!
이미 거의 닫혔던 철문이 굳건하게 닫히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렸다.
냉기 폭발 너머에 있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철문이었다.
그 철문 너머에 원옥마수가 기거하고 있음을 황제와 원왕들은 알아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느꼈다. 동시에 경이감과 공포감이 그들에게 몰려왔다.
확실한 건 저 거대한 철문이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청은발 소년의 힘이라는 것이었다.
철문이 하늘 위로 멀어지며 신기루가 사라지듯 자취를 감추어 갔고, 그제야 진정한 밤하늘이 그 풍경을 드러냈다.
섬을 지키던 얼음 마수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듯 포효했다.
뒤펜도르프의 군대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예를 표했다.
[보라.]뒤펜도르프의 기사단장은 냉기가 서린 은빛 검을 하늘을 향해 뻗으며 기사단에 전했다.
[밤하늘의 마족을 물리치고 광명을 몰고 온 저 위대한 자의 모습을.]검은 괴물이란 이명을 거쳐, 이름 없는 영웅이라 불리며.
서리군주이자 얼음의 원왕으로 거듭난 존재.
[저분이, 우리의 새로운 왕이시다.]빙제, 아이작.
그가 무저갱을 쓰러뜨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아이작…?”
“아이작 님!!”
크게 놀란 루체와 환희에 젖은 카야의 외침.
아이작은 메르헨 아카데미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서리불꽃]을 추진력 삼아 그쪽으로 낙하 지점을 조절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방금 전에 무저갱을 쓰러뜨리며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었기 때문이었다.“앨리스, 저기 광장에 떨어지게 해줘.”
“응….”
아이작 품 안에 안긴 앨리스는 여전히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으나, 곧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 대단한 남자다. 경외심이 들 정도로. 그런 감상만 들 뿐이었다.
앨리스가 입은 아이작의 마법 위장 복식이 펄럭이며 옷자락이 꼬리처럼 뒤따랐다. 앨리스의 염동력 덕분에 그들은 아카데미 광장 한가운데로 무사히 낙하했다.
그렇게, 아이작과 앨리스는 도로시와 루체, 카야 곁에 착지했다.
무저갱은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연푸른빛 마력의 잔흔이 가루눈처럼 살랑살랑 쏟아졌다. 워낙 고밀도의 마력이었기에 잔흔조차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토록 많은 마력의 잔흔이 아름답게 떨어지는 광경을 아카데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았다.
루체는 정말로 별하늘의 마족을 해치우고 돌아온 아이작을 보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목이 메여올 뿐이었다.
카야는 아이작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그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이작이 무사히 돌아와서 안심한 것이었다.
도로시는 아이작의 뒷모습이 시야에 담기자 두 눈을 크게 떴다. 격한 안도감이 찾아오면서 별빛 마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
“어…?”
누군가 자기 손을 끌고 가는 듯했던 환각이 사라졌다. 손을 놓아 버린 듯이.
도로시는 [천라만상]의 힘으로 아이작의 본질 속에 숨어 있는 눈 많은 미지의 존재를 확인했고, 그것이 으르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차라랑….
폭주하던 별빛 마력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아이작 안에 있는 미지의 존재가 해결해준 것임이 틀림없다고 도로시는 판단했다.
어떻게? 그보다 어째서? 알 수 없었다.
도로시 주위에 떠 있던 팔라딘 4명은 모두 지면에 툭 떨어져 쓰러졌고, 목을 잡고 괴로워하면서 산소를 만끽했다.
“대체 무슨 일이…?”
원왕 4명, 황실 기사단, 뇌신조-갈리아, 교장 엘레나, 교직원들, 헤겔 마탑주 아리아, 그리고… 어느덧 아카데미 광장에 도착해 잠깐 동안 별빛 마력의 폭주를 목격했던 황국 최고의 전력인 토벌대는 모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아이작의 등장과 동시에, 주변 지형을 마구잡이로 어그러뜨리던 별빛 마력이 사그라졌기 때문이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도로시의 마력 폭주를 아이작이 알 수 없는 힘으로 순식간에 해결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
광장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음에도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아이작은 도로시와 루체, 카야의 얼굴을 보고 헛숨을 집어삼켰다.
그녀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아이작은 가슴속이 옥죄어 오는 통증을 느꼈다.
아이작은 제 품에서 앨리스를 조심스레 내린 뒤, 서리처럼 차가운 눈매로 주위를 훑었다.
별빛 마력으로 찌그러진 많은 구조물. 여러 개의 크레이터.
도로시와 루체, 카야를 상대로 대치 중이던 원왕 4명과 황실 기사단.
무슨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그림은 추론할 수 있었다.
분명히 이렇게 된 합당한 이유가 있었겠지. 아이작은 그리 이해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참기 힘든 화기가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세계의 강자들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 하고 있었으니.
“너희들은… 뭐냐?”
아이작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물었다.
그러나 냉소적인 뉘앙스에 아카데미 광장이 얼어붙을 듯했다.
섬의 외곽에선 재해급 얼음 마수들이 제 주인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광장에 모인 자들에게 경계심을 내비쳤다.
어느새 뒤펜도르프의 군대 일부가 광장을 에워쌌고, 단장급 병력이 아이작 뒤로 대열을 이루었다. 그들은 스산한 냉기를 흘렸다.
뒤펜도르프 병력의 움직임은 예상 밖이었으나, 아이작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부턴 위세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토벌대, 황실 기사단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이작이 내비친 감정이 적개심처럼 보였으니. 여기까지 하라고, 여기서 선을 넘는 자가 있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하늘을 에워쌌던 강대한 마족을 해치우고 돌아온 저 청은발의 소년, 빙제에게는… 섣불리 대적할 수 없으리라. 그가 손가락만 휘둘러도 이 일대는 순식간에 폐허가 될 수도 있을 테니.
그 정도로 불합리한 힘의 격차가 빙제와 자신들 사이에 있다고, 토벌대와 황실 기사단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여전히 침묵이 흐르자 아이작은 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올랐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어디에 서서 누굴 가장 경계해야 할지도 대번에 이해한 까닭이었다.
번개의 원왕. 뇌제, 자울 드래고니악은 예리한 눈매로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화염의 원왕. 염제, 안데르센 베르산도는 엄숙하게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물의 원왕. 도제, 세이렌 실리비안은 히죽거리며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바람의 원왕. 풍제, 에린 캠벨은 무감정하게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그 모든 원왕을 뛰어넘는 얼음의 원왕. 빙제, 아이작은 이윽고 멈춰 서서, 냉담한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아이작을 중심에 두고 아카데미 광장엔 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