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38)
〈 238화 〉 사령왕 토벌전 (2)
* * *
한 남자가 먼저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아이작은 거한의 손에 꽂은 단검을 놓고 검격을 피하더니, 검을 휘두른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일순 남자의 얼굴이 함몰되고.
콰직!!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가 나며 남자의 몸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콰당탕. 날아간 남자의 몸이 테이블 수 개를 뒤엎으며 지면을 튕기다 외벽에 쾅 부딪혔다. 남자는 이미 기절해 있었다.
잠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저런 막강한 무력은 이런 시골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당은 금세 전의를 가다듬었다. 아이작의 강함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가늠할 줄 몰랐으므로, 자기들의 덩치를 믿고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었다.
곧 아이작이 지면을 박찼다.
몇 분간 술집에선 온갖 소음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목재 테이블이나 의자가 박살 나는 소리, 유리병 깨지는 소리, 기합 소리. 그러나 으뜸은 단연 고통에 찬 비명이었다.
술집 밖으로 누가 도망치면 앨리스가 막아설 계획이었으나, 그럴 일은 없었다.
잠시 뒤 잠잠해진 술집 안으로 앨리스가 들어섰다.
“애기야, 끝났니?”
“아직.”
엉망진창이 된 술집엔 얼음으로 전신이 포박된 인신매매 업자들이 나뒹굴었다. 모두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피를 잔뜩 쏟는 등 몸 성한 데가 없었다.
하물며 얼음 구속구가 흘려내는 냉기가 전신을 파고드는 탓에 일당은 저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야만 했다.
아이작은 손에 단검이 꽂힌 거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한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 잘못했어…! 잘못했어! 제발, 이제 그만…!”
아이작은 단호하게 거한의 손에 꽂힌 단검을 확 비틀었다.
“끄아아악!!”
거한은 울음기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대답, 아직 못 들었어.”
아이작은 안경을 한번 들쳤다. 냉담한 소년의 모습이 거한에게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
“예, 예순다섯 명…! 4일 전에 봤던 거야! 내가 눈대중으로 본 것과 기록에 따르면, 그 정도…!”
“사람을 며칠 간격으로, 몇 명 운송하는데?”
“5일 마다…! 몇 명이든 상관없어. 많을수록 돈을 더 준다고 했으니까…!”
상당히 진척돼 있었구나. 아직 제물의 수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가만히 방치해뒀다면 2주 안에 아이작은 돌연사했을 것이었다.
아이작은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앨리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사람들 오면 통제해주고.”
“다녀오렴.”
아이작은 얼음 구속구를 만들어 거한을 구속한 뒤 술집 지하실로 향했다. [천리안]으로 이미 루트는 파악해 두었다.
음산한 지하실엔 수 개의 감옥이 있었다. 수감된 자는 성인 일곱 명과 소년 소녀 다섯 명뿐이었다.
피폐해진 몰골의 성인들이 아이작을 보자마자 밝은 눈총을 보냈다. 그들은 뭐든지 다 할 테니 구해 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콰앙!
아이작은 미약한 위력의 [빙결 폭발]로 감옥 문을 박살 냈고, 수감자들을 묶은 구속구 또한 같은 방법으로 깨부쉈다.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다급히 지하실을 벗어났다.
이어, 아이작은 아이들이 갇힌 감옥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흠칫 놀라 몸을 덜덜 떨었다.
아이작은 선한 미소를 짓고 상체를 숙였다.
“괜찮아, 돌아가자.”
겁에 질렸던 아이들의 얼굴에 안도감과 의구심이 번졌다. 아이작은 가능한 한 아이들을 안심시켜 주려 했다.
이제 여기 있을 필요 없으니 위에 예쁜 누나한테 가면 된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이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일단 감옥을 뛰쳐나가 지하실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한 소녀만은 발이 지면에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감옥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소녀였다. 나이를 많게 보면 10대 중반 쯤으로 보였으니까.
“…….”
“…….”
아이작은 남은 소녀도 감옥에서 나가길 기다렸으나, 그 소녀는 아이작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아이작은 그 소녀에게서 아무런 두려움도 읽어낼 수 없었다.
현실 감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소녀는 자신이 무슨 처지에 놓인 건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단지 두려움을 못 느낄 뿐.
“안 나가고 뭐 해?”
소녀는 아이작을 가리켰다.
“동화 속 왕자님이네.”
소녀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신을 구하러 온 아이작을 동화책에서 보았던 왕자님의 모습에 빗대었다.
아이작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자신을 왕자님이라고 여겨 준다면 이번 일이 가져다줄지도 모를 트라우마가 완화될 수도 있을 테니까.
소녀는 빨간 망토를 뒤집어썼고 단아한 용모를 갖추었다. 다만, 외모와는 달리 복장엔 조금의 귀티도 묻어 나지 않았다.
이런 데 붙잡혀 왔다면 신분이 높거나 돈이 많은 집안의 자제는 아닐 것이었다.
아이작이 물었다.
“너, 엄마는?”
“죽었어.”
“아빠는?”
“죽었어.”
“…이 마을 사람이야?”
“아니.”
“이 마을엔 어떻게 왔어?”
“마수 타고 왔어.”
“그 마수는?”
“죽었어.”
소녀는 이 상황이 즐거운지 내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소녀의 마음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아이작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부모님 안부를 물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소녀는 “왜 미안한데?”라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아이작은 대답 없이 소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일단 나가자.”
“왕자님, 손 커.”
아이작은 소녀와 함께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 * *
“수고하셨습니다, 빙제님.”
“잘 부탁드릴게요.”
“맡겨주세요.”
술집을 아지트로 삼았던 일당과 지하실에서 구출해낸 사람들의 신변은, 멀리서 뒤따라온 헬리제 교단의 신자들에게 넘겼다.
동료가 되길 자처한 성녀가 가장 믿음직한 신자들을 내게 붙여준 것이었다. 그 신자들은 모두 아카데미 교회에 소속되어 있었다.
성국 바르디오는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기 위해 건국된 곳일 뿐, 황국 국민을 책임져야 할 위치인 건 황국과 매한가지였다. 즉, 황국 국민의 신변 문제는 성국 바르디오를 이루는 헬리제 교단에 맡기는 편이 나았다.
그들은 내가 알려준 여러 지부로 각각 퍼져 있었다. 내 하수인들이 지부를 습격하면 헬리제 교단이 뒤처리하기로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로펜하임 남작가로 곧장 향하면 될 것이다. 나는 앨리스와 함께 마차에 올라타려 했다.
그때, 빨간 망토 소녀가 내게 다가왔다.
“왕자님은 이름 뭐야?”
헤어지기 전에 인사라도 나누려는 모양이었다.
“아이작.”
“난 ‘미첼’이야. 아이작 오빠, 하나 선물해도 돼?”
바로 오빠, 라고 부르는 게 참…. 거리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데?”
소녀, 미첼이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뜻일까.
상체를 숙여 미첼과 눈높이를 맞추자 그 소녀는 내 이마에 살포시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화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그리 나지막이 읊조리더니 다시 눈을 뜨는 미첼.
딱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뭐한 거야?”
“오빠를 위해 기도했어.”
미첼은 미소를 머금었다.
레벨도, 속성도, 모두 평범한 소녀였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 있는 탓에 심리만 이상하게 읽힐 뿐.
뭐, 좋은 뜻으로 생각하자.
“고맙다.”
“고마우면 나중에 나랑 결혼하자.”
“……?”
웬 급발진이냐…?
“첫눈에 반했어.”
오늘 처음 본 남자한테 다짜고짜 자기 미래를 맡기려는 기세가 꽤 거침없었다.
다만, 특유의 순수함이 느껴져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미첼, 결혼은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게 아닌….”
“애기야.”
갑자기 앨리스가 옆으로 다가와 양손으로 내 손을 잡고, 내 팔에 자기 큰 흉부를 들이밀었다.
“이제 가자꾸나. 시간이 많지 않단다?”
“……?”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다. “그래, 가자.”하고 나는 등을 돌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미첼이라고 했니? 이런 애가 어쩌다…. 많이 무서웠겠구나. 이제 괜찮을 테니 안심하렴. 미첼은 어리니까 사람들이 잘 챙겨줄 거란다.”
앨리스는 미첼의 빨간 망토에 덮인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상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훑었다. 앨리스는 상냥하게 미소 지었고, 미첼은 서늘한 실소를 내뱉었다.
나는 열린 마차 문 틈으로 미첼을 바라보며 “조심히 돌아가. 원하는 거 있으면 교단에 말하고.”하고 인사했다. 앨리스도 마차에 올라타자 문이 닫혔다.
곧 우리를 태운 마차가 출발했고.
한동안 미첼은 떠나가는 마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 * *
“이게, 무슨…?”
마차가 뒤집히고 바퀴가 공회전했다. 헬리제 교단의 신자들은 제압 당해 의식을 잃었고, 주위론 새빨간 선혈이 낭자했다.
단 한 명의 신자만이 빠르게 의식을 되찾았다. 뒷목에 느껴지는 격한 통증을 참아내며 주위를 살폈다.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주변 상황은 명확했다.
아이작이 인계한 사람들을 짐마차에 싣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마부를 습격해 의식을 날려 보내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큰 사고를 터뜨린 것이었다.
어느새 인신매매를 자행했던 일당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공포감 어린 신음이 들렸다. 교단의 신자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소녀가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피 웅덩이를 걸어 나갔다. 그녀의 양손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기이한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팔 하나를 잃은 근육질 사내가 소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바닥을 기었다. 그러나 소녀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빨간 망토 소녀, 미첼의 금안이 안광을 내비쳤다.
“사, 살려…! 살려줘…!”
“빌지 마.”
미첼은 무뚝뚝하게 고개를 가로젓고서 도끼를 들었다.
“너희는 멍청한 늑대와 다를 게 없잖아.”
콰작.
미첼은 섬광처럼 도끼를 휘둘렀고.
도끼 날은 남자의 목을 가르고 그의 몸을 깊숙이 찍어냈다. 남자는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얼마 안 가 목숨을 잃었다.
미첼이 휘날리는 망토는 피의 색이다. 그 빨간 망토에 담긴 것은 눌어붙은 어두운 기억과 굳은 맹세였다.
미첼은 얼굴에 묻은 핏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했기에, 그녀는 몹시 태평했다.
이놈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늑대들이다. 미첼이 일부러 이 늑대들에게 붙잡힌 건 이들의 통솔자에게 이르기 위함이었다. 전부 처단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이작, 그 남자가 미첼이 하려던 일을 대신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겠다고 미첼은 판단했다. 갇힌 와중에도 그가 강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일은 별거 없었다.
곁가지만 쳐 내면 될 뿐.
미첼의 도끼가 마력의 형태가 되어 그녀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의식을 되찾은 교단의 신자와 눈을 마주쳤다.
신자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공포감을 애써 집어삼키며 “주신이시여, 부디 우매한 저를 보호하소서….”하고 나직하게 기도를 올렸다.
미첼은 그 신자를 무시했고, 빨간 망토를 갈무리하고는 그곳을 떠나갔다.
……
깊은 밤, 로펜하임 남작가 저택 출입문을 누군가 연신 두들겼다.
시종은 이 밤 중에 누가 감히, 라고 투덜대며 저택 문을 열고 나갔다.
문앞에 서 있는 자는 청은발 사내, 아이작이었다. 어디서 본 듯한 외형에 시종은 위화감을 느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아드리안 로펜하임 남작님 계십니까?”
아이작이 웃는 얼굴로 정중하게 물었다.
위화감과는 별개로, 시종은 한밤 중에 로펜하임 남작을 찾는 아이작에게 불만스러운 낯빛을 내비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