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62)
〈 262화 〉 왕위 즉위식 (4)
* * *
퍼져나가는 얼음 결정.
형형하고 막강한 얼음 마력의 폭발이 제2군단장 카리우스의 단단한 얼음 보호막을 깨부수고 그를 집어삼켰다.
아이작은 카리우스를 제압할 수준으로만 [빙결 폭발]을 시전했기에, 카리우스는 내장에 타격을 입고선 공처럼 날아가 벽면에 처박혔다.
폭발과 함께 삽시간에 생겨난 빙괴는 곧바로 마력의 가루가 되어 공기 중에 녹아들었다.
“크헉!”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카리우스.
‘방심…하지 않았어.’
방심하지 않고서도 당했다.
아이작의 움직임은 예측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회의감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신체 강화 계열의 마법인가? 아니, 그런 부류의 마법이었다면 마력을 감지하고 곧바로 대처했으리라. 즉, 빙제의 순수한 능력이 분명했다.
하물며 카리우스가 자신하던 방어책은 유리창처럼 쉽게 부서진 상황.
고작 한 합만에 이 지경이라니. 이토록 수준이 차이 나면 자존심이 상한다기보단 경외심이 들고 만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고 부술 수도 없는 단단한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 탓에 신체 활동이 크게 둔화되고 격한 통증이 일었다. 의식마저도 멀어지려 했으나, 카리우스는 애써 정신을 붙들었다.
결투에서, 그것도 고작 한 합만에 쓰러지는 건 그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리 고개를 든, 그때였다.
“느리구나, 일어서는 것조차.”
“……!”
이미 아이작은 카리우스에게 이르러 있었다.
‘이 거리를, 벌써…?’
카리우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아이작은 물리 법칙마저도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전이었으면 넌 이미 죽었을 거야.”
콰악!!
무감정한 한마디를 내뱉고서, 아이작은 카리우스의 머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위력적이고 날렵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짧은 풍압이 일며 카리우스의 몸이 펑 날아가 버렸다.
그대로 카리우스는 지면을 구르다 널브러지곤 정신을 잃고 말았다.
“…대련 종료. 주군의 승리입니다.”
대련이 끝났다.
승부가 되지도 않았다.
제1군단장 도르한과 제3군단장 아자벨은 식은땀을 흘렸다. 카리우스의 강함을 알았기에 이 허무하리만치 짧은 대련이 굉장히 극적으로 느껴졌다.
제4군단장 에리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저런…?”
탄식하는 아자벨.
아이작의 움직임을 읽은 건 발을 움직인 것 말곤 없었다. 흡사 순간 이동에 버금갔다.
순간 이동 부류의 마법을 쓸 줄 알았어도 놀라웠겠지만.
오히려 순간 이동이 아니었기에 더욱 놀라웠고 매력적이었다.
원왕이면서 주특기인 얼음 마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강함까지 갖추다니. 방금 전의 그 한 합은 완벽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어찌 저리도 세련되게 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저 무지막지한 강함은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그야말로 ‘빙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강자였다. 아이작의 영웅담과 방금 전의 대련을 상기하며, 아자벨은 감동까지 느꼈다.
그녀의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 * *
“치료해줘.”
놀란 얼굴로 카리우스를 바라보던 도르한에게 지시했다. 카리우스 쪽으로 턱짓하면서.
“알겠습니다. 치료를.”
“예!”
도르한은 대기 중이던 신하들에게 내 지시를 전달했고.
신하들은 카리우스에게 다가가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또 볼일 있는 사람?”
나머지 군단장들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회포는 한 방에 다 풀고 가야지.
이내, 제3군단장 아자벨은 눈을 반짝이며 냉큼 내게 달려왔다.
“주구우우운!”
“어?”
아자벨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굽혔다. 굽실거림에도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아자벨은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내게 반짝이는 눈빛을 발사했다.
얘 왜 이래?
“그야말로 완벽한 한 합이었습니다! 가히 제가 모시기에 합당한 분! 주군을 모시게 되어 이렇게 영광일 수가 없습니다!”
엄청 흥분했네.
“그, 진정해….”
“제3군단장 아자벨, 주군의 강함에 매료되었사오니! 이 한 목숨 바쳐 평생 주군만을 섬길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아자벨 실버울프. 군단장 4명 중 가장 막무가내인 근육 뇌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믿음직한 녀석이기도 했다.
방금 전, 카리우스를 줘팬 내 모습에 감동이라도 받은 모양이었다. 제랄드가 가르쳐준 섬보나, 섬세한 [빙결 폭발]이나.
범인(凡人)이 보기에도 놀라울 만한 스킬들을 썼으니, 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아자벨에겐 오죽할까.
‘기분은 좋네.’
얜 1순위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쪼잔해 보이지만, 나도 사람이다. 처음부터 내게 잘 보이려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자벨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자 신체 접촉조차 영광이라는 듯 그녀는 기뻐했다.
다른 군단장들도 내게 놀란 눈치였다.
내가 군단장을 가뿐히 제압할 수준이 된다고 증명됐으니, 경외심을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에리히.”
“네에.”
내 부름에 제4군단장 에리히는 천진난만하게 웃으 대답했다.
“아까 카리우스에게 동조했지? 나한테 불만 있으면 여기서 풀자.”
“기대 이상이신걸요. 너무 왕벽하셔서 이젠 아무 불만 없으요.”
술기운 탓에 뭉개지는 말투였지만 에리히는 진심이었다.
“그러냐.”
얘네는 내 부하이고, 초면이다. 내 실력을 직접 보기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나쁘지 않은 처사였다.
이제 불필요하게 힘 뺄 필요는 없었다.
“그럼 다행이고.”
나는 다시 안경을 썼다.
“용무는 끝이야. 해산해.”
나는 대련장을 떠나갔다.
뒤에서 옷 소리나 갑옷 소리 따위가 들렸다. 군단장들이 내게 경례해서 난 소리였다.
……
“저으언하아!”
“네가 대행주구나.”
“예에! 23대 대행주, 리샤드 매튜스라고 하옵니다!”
“어, 그래….”
응접실에서 호들갑스러운 대행주를 만났다. 머리칼과 수염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으로, 눈가에 깔린 눈그늘이 돋보였다.
나는 의자에, 대행주 리샤드 매튜스는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신하들을 포함해 앨리스 캐럴, 인간형인 빙설룡-힐드가 멀찍이 떨어져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힐드. 대행주가 뭐니?”
[내 기억으론 빙제를 대신하는 직책이다. 빙제의 직무를 대신해서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 전 주인이 그렇게 정해 뒀다.]“그렇구나.”
앨리스와 힐드의 대화가 얼핏 들려왔다. 힐드는 천 년 전 일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
대행주란 건 내 전생의 나라로 치자면 국무총리와 비슷한 역할이었다.
“크흡, 제가 살아있을 때 빙제님을 모시게 되다니…! 일평생 이런 영광을 누리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시울을 붉히는 대행주 리샤드.
가식이 너무 심하지 않냐.
‘그냥 짬 때릴 수 있어서 기쁘단 거잖아.’
드디어 일이 덜어진다는 기쁨이 큰 것 같았다. 뭐, 얘가 하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긴 하니까. 짬 때린다고 하는 것도 어폐가 있나.
아마도, 처음에 태초의 빙제는 짬 때릴 생각으로 대행주란 직책을 만든 걸지도 몰랐다.
‘그래도 인간적이네.’
굉장히 인간적인 심리라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람이 책임감 갖고 열심히 일해 왔다는 거잖아. 권력의 맛도 좋긴 했겠지만.
그래도 도덕적으로 좋은 평판이 자자한 사람이기도 하니, 오히려 호감이 느껴졌다. [심리 간파]로 봐도 나쁜 마음은 없는 것 같고.
“근데 나, 황국에 다시 갔다가 나중에 돌아올 계획인 건 들었지?”
“예, 물론이옵니다.”
“미안하게 됐다.”
“아니옵니다. 전하께서 이루셔야 할 뜻이 있다면, 그 뜻을 이루실 때까지 기다리며 이 나라를 지탱하는 게 바로 제 역할이니까요.”
대행주 리샤드는 아쉬워할 뿐,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1년 정도만 더 고생하면 되겠다는 심정이었기에 어쨌든 이득이라 여기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나마 긍정적이라 다행이네.
“즉위식은 내일 모레이니, 그때까지 푹 쉬시지요. 하늘 같으신 전하를 위하여 이 한 목숨 걸고 극진히 모시겠사옵니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부담스러웠다.
“어…, 고맙다, 리샤드.”
“아니옵니다, 저언하! …헌데 말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는지요?”
“응. 뭔데?”
리샤드는 앨리스와 힐드 쪽으로 곁눈질하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주군께서 데려오신 귀빈 중 어느 분이 본처 되실 분이신지…?”
도로시, 앨리스, 힐드를 두고 묻는 건가.
그중 도로시는 지금 경치 좋은데서 명상하며 요정의 마력을 가다듬고 있어서 이 자리엔 없었다.
아무튼 세 명 다 내가 데려온 귀빈들이다. 왕궁에선 누구든 똑같이 잘 대해주긴 할 거다.
하지만 본처 될 사람이 누군지 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신경 쓸 수 있겠지. 납득이 가는 의문이었다.
앨리스의 머리카락이 쭈뼛쭈뼛거렸다. 그녀의 어깨가 잠깐 부들거리는 걸 눈치챘다. 누가 보아도 신경이 바짝 곤두선 모습.
반면에 사역마이자 논외일 수밖에 없는 힐드는 무미건조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