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40)
〈 340화 〉 악신 토벌전 (7)
한쪽엔 끝없는 광명이, 다른 한쪽엔 끝없는 공허가 펼쳐져 있다.
얼음 조각들이 부서지며 경쾌한 소리를 내고, 불씨들이 타닥대며 갓 터진 화산처럼 튀어 오른다.
나와 악신 네피드가 가만히 허공에 떠서 마력을 부딧히는 것만으로 그 충격이 폭발처럼 번져나갔다.
콰아아아앙!!!
온갖 폭음의 연속. 세계멸망급 마법을 몇 번이고 맞부딪혔다.
[얼음달]로 시간을 멈추고 접근해 얼음 마법을 퍼붓고, 원옥마수-디아칸이 냉기 마력을 머금어 입으로 쏘아내고, [한빙지옥]을 수차례나 쏟아 내도… 악신의 광범위한 불꽃을 상쇄하는 게 고작이었다.이미 초월자의 격을 경험해봤기에 뼈저리게 통감하고 만다.
나는 신격에 도달하지 못한 인간.
반면에 악신은 이미 신격에 도달한 자.
‘더럽게 강하네…’
별의 요정 스텔라의 이야기대로, 지금의 악신과 >메르헨의 마법 기사>의 악신 사이에는 지나치게 큰 간극이 있었다.
악신이 손가락만 휘둘러도 처참히 패배했던 1화차와는 비교할 바 못 되지만, 여전히 내 실력은 악신에 미치지 못했다.
오즈마가 남겨둔 회심의 힘, 그러니까 게임 느낌으로 표현해 내 [대 종족 전투력]을 1.5배로 늘려주는 그 힘을 사용해도 악신을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해도 그 힘은 내 계획 아래, 비장의 수로 남겨둬야만 했다.
악신은 무조건 대처 방안을 찾아낼 테니.
승리가 확실시되진 않는 상황에서 내 패를 아낌없이 드러내 버리면 그때야말로 희망은 모두 무너지고 말 터.
최고위 마법의 연산을 반복하며, 마력 회로를 나도는 마력을 치열하게 회전시키며, 매 순간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화르르르륵!!!
“끄으윽!!”
격렬히 타오르는 소멸의 불꽃에 거센 냉기로 대항하며 날아올랐다.
시야가 명멸했다. 서로 재앙과 재앙을 맞부딪히고 있으니 오죽할까.
기껏 카야가 회복시켜 주었으나, 벌써 전신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카야…’
지금쯤 카야는 기절해 있을까.
악신을 잠깐이나마 무력화하기 위해 [위그드라실]을 드높게 뻗어 올렸으니, 필시 생명력을 소모했을 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카야는 목걸이처럼 달고 다니는 위그드라실의 씨앗을 촉매제로 식물 마법 [위그드라실]을 사용한다. 그녀가 지불한 생명력의 빈자리는 그 씨앗에 담긴 생명력이 대체했을 것이다.
카야가 [위그드라실]을 사용한 순간부터 그녀 자신과 씨앗의 융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기껏 그녀가 바친 생명력도 본래대로 되돌아왔으리라.
아쉬운 점은, 이제 카야의 뛰어난 회복 마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이미 녀석도 체력이 한계일 테니까.
즉, 이제부터 쓰러지면 정말로 끝이었다.
여기서 악신을 몰아넣어야만 했다.
숱한 폭음 속,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눈에 스며들려 하자 냉큼 손으로 피를 닦았다.
몇 번이고 위력적인 수증기 폭발에 휩싸였던 탓에 이미 전신은 피 철갑이다. 가까스로 신체 결손을 피한 것이 용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춤하지 않았다. 지친 기색도 내보이지 않으려 했다.
화르르르륵!!
맞닿는 모든 것을 차별 없이 태워 버리는 대량의 불꽃이 소나기처럼, 그러나 위력적으로 쏟아졌다.
잇다라 공간을 잡아먹어 허무로 물들이는 검은 구체가 몇 개고 소리 없이 날아들었다. 허무 마법이었다.
하나하나 재앙인 공격이 오로지 나만을 노렸다.
스치기한 해도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콰아아아아앙!!
이를 악물고 [한빙지옥]을 날리자 냉기 충격파가 사방을 뒤덮였다.
효과는 잠시뿐 화염의 소나기가 폭발의 여파를 뚫고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어디로 도망치든 죽는다. 저 공격을 전부 막아 건 내 역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얼음달]은 마력 소모가 크다. 피할 수 있는 건 피해야만 할 터.냉기 날개의 기세를 더하고, 악신인 퍼붓는 공격을 피해 가며 전속력으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정신을 집중했다. 못 피할 공격은 마력을 끌어올려 7성금 얼음 마법 [황천 빙하]를 최대 출력으로 퍼부어 막아냈다. 내 기술 중 공격 무력화에 최적화된 마법이었다.
척박한 대기 속, 악신 주위로 마법진을 대규모로 전개해 얼음 결정체로 이루어진 창, [얼음 창]을 수백 발 쏘아내고 냉기로 뒤덮인 바위 덩어리, [겨울 운석]을 떨구었다.
공간을 양단하는 서리낙의 고유 마도 [절대영도]마저 사용했다.
그러나 악신은 교묘히 소멸의 불꽃을 퍼뜨리고 회전시키며 내 원고리 공격을 모두 집어삼켰다.
차근차근 대처해 온다.
‘역시 내 패턴, 파훼하고 있네…’
지랄 맞게도, 악신은 전투가 길어질수록 내 전투 패턴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만 했을 때와 실제로 겪었을 때 느끼는 감덩은 차원이 다르다.
눈앞에 마주하는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희망은 보였다. 악신의 드레스를 포함해, 그 마족의 몸체를 이루는 불꽃의 기세가 처음보다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악신은 나를 향해 수많은 눈을 부라렸다. 저놈도 나와 비슷한 심정일까.
기쁜 일이었다. 지금 내 기분은 아주 더러웠으니.
허공을 질주하며, 궤도를 틀어가며, 불꽃의 소나기를 아슬아슬하게 뚫으며 계속 나아갔다.
허무의 구체는 모두 피했다.
마침내 악신에게 이르렀을 때, 최고위 얼음 마법과 화염 마법이 가까이서 격돌하며 서로를 향해 파멸을 부르짖었다.
콰아아아아앙!!!!
또다시 맹렬한 폭발이 터져 나갔다. 시야가 섬광으로 뒤덮였다. 고막이 터져 삐-, 거리는 이명이 들렸다.
서로가 영역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세계가 파괴되었을 위력이었다.
우리는 폭발에 휩쓸렸다. [황천 빌하]를 휘감은 얼음 보호막을 전개했으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충격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내 몸은 뒤로 날아갔고, 악신도 내 반대련으로 날아갔다.
우리는 서로 날개를 뻗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하아, 하아…”
숨을 가다듬었다.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전신에 울리는 격렬한 통증과 우르르 쏟아지는 핏물을 보아하니 썩 멀쩡한 상태는 아닌 듯했다.
화르르륵!!
악신은 화염 돌풍을 퍼뜨려 폭발의 여파를 강제로 밀어냈다.
다시 살피니, 그 마족의 검은 화염 드레스 밑단이 꽤 줄어들어 있었다.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몰아넣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으려고 마력을 끌어모을 때였다.
악신이 오른팔을 옆으로 뻗었다.
휘이이!
그 손끝에서 아공간으로 이어지는 틈새가 형성되었다.
“……!”
악신의 속셈은 단번에 알아챘다.
나는 다시 악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 * *
휘이이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섬 위, 상공에서 아공간으로 이어지는 틈새가 나타났다.
그 틈새에서 소멸의 불꽃을 휘감은 거대한 팔이 형상을 드러냈다.
기다란 여섯 개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며 검은 불씨를 튀겼다.
쿠우우우!!
돌연 화염의 팔이 지상을 향해 뻗어나가며 끝없이 길어졌다.
격한 파공음 속 화염의 팔이 노리는 표적은 지면에 누운 채 기절해 있는 한 명의 여학생, 카야 아스트레앙이었다.
“온다!”
카야를 지키던 마법사 군단이 소리치며 일제히 결계를 전개했다.
그러나 화염의 팔은 결계를 불태우며 쉴 새 없이 나아갔다.
콰아아아아앙!!
차라라랑!!
이미 상처투성이인 원왕들이 화염의 팔을 향해 강력한 원소 마법을 퍼부었다.
동시에 도로시 또한 날아들며 화염의 팔을 향해 전력으로 별빛 마력을 터뜨렸다.
마력 밀도가 드높은 원소 협공과 8성습 별빛 마법 [신성 폭발]이 형형한 폭발을 일으키며 수평선을 밝히고, 화염의 팔을 덮치며 거센 굉음을 일으켰다.
─’제가 어느 정도 악신을 몰아넣는 데 송공한다면, 아마 놈은 카야를 노릴 겁니다. 카야는 생명의 축복을 타고난 애예요. 악신은 카야를 자신의 새로운 그릇으로 삼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까… 맡길게요. 총력을 쏟아서라도 카야를 지켜주세요.’
아이작이 작전 회의 때 했던 이야기다. 1회차 도로시가 남겼던 정보를 토대로 강조했던 내용이었다.
막강한 마법 폭격에 화염의 팔의 궤도가 심히 뒤틀렸다. 그러나 그 팔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카야를 향해 나아갔다.
토벌대 전력이 일제히 화염의 팔을 요격했다. 점차 그 거대한 팔을 휘감은 불꽃의 기세가 약화되어 갔다.
그 크기가 줄어들고 줄어들며, 결국 카야를 어찌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투욱!
화염의 팔은 염동력으로 카야의 목걸이를 끌어당겨 그 손에 거머쥐었다.
“뭐야?”
“저 자식, 설마…?”
위그드라실의 씨앗.
카야에게 식물 마력을 감응시킨 실피아의 선물.
이젠 카야와 융화돤 [위그드라실]의 촉매제.
화염의 팔이 약화되니 악신의 목표가 바뀐 것이었다.
파아아아앗!!
“으으!”
화염의 팔이 청록빛 마력을 발산하며 돌풀을 일으켰다.
허공을 휘저으며 화염의 팔을 공격하던 도로시와 원왕들은 그대로 돌풍에 휩쓸려 건물이나 지면에 처박히고 크레이터를 남겼다.
화염의 팔이 사그라니고, 아공간의 틈새가 닫혔다.
“식물 마력의 씨앗을 가져갔어,,,”
아공간의 틈새가 닫힌 곳을 바라보며, 한 황실 마법사가 겁에 질린 얼굴로 목소리를 떨었다.
최악은 면했지만, 차악은 면하지 못했다.
* * *
차라라락!!
[무궁빙설경] 내부.냉기를 퍼부어 아공간의 틈생를 필사적으로 얼리며 막아내려 했으나,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씨앗을…?”
화아아아!!
“끄윽!!”
악신이 위그드라실의 씨앗이라는 새로운 힘을 거머쥐자 마력의 파동이 아우성치며 퍼져나갔다.
허공을 가로지르던 중, 다급히 그 자리에서 멈추며 두 팔로 얼굴을 막고 파동을 견뎌냈다.
곧 파멸적인 존재와는 어울리지 않는 청록빛 마력을 목도했다.
생명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악신을 품었고, 파멸을 불러오는 불꽃과 한껏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카야가 악신의 그릇이 될 수 있다고 한 건 생명의 힘 때문.
위그드라실의 씨앗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건… 위험하다.
화르르르르륵!!!
검붉은 화염에 은은한 청록빛이 휘감겼다.
점차 악신을 품은 구체가 사그라지고, 한 명의 여성형 마족이 눈에 들어왔다.
마족의 머리 뒤를 따르는, 생명의 힘이 담긴 청록빛 고리들.
열 개의 식물 속성 마법진과, 그 마법진으로부터 뻗어 나온 화염과 생명의 날개.
마치 악의 화신 같기도, 성스러운 여신 같기도 한 그 이질적인 모습은… 내 전신을 짓누르는 압도감을 뿜어냈다.
생명과 파멸.
두 힘이 악신 네피드의 손에 쥐여졌다.
[……]악신은 오른팔을 위로 뻗었다.
아름다운 청록빛 궤적이 상공에 새겨진다,
그 위로 거대한 성목이 솟구치고, 영원의 영역을 뒤덮을 기세로 검붉은 화염의 잎사귀들이 크고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웅대한 광경.
타오르는 [위그드라실].
그 나무는 나뭇가지마다 종말이 진행 중인 아홉 가지의 차원을 내비쳤다.
“어…?”
머릿속이 진동했다. 주변들 돌아보니 사방을 물들이는 검붉은 마력이 내보였다.
정신계 공격이다. 파멸의 [위그드라실]이 내 정신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저런 힘을 감당할 수 있는 면역이 없었다.
다급히 [한빙지옥] 3구를 구축해 불타오르는 [위그드라실]을 향해 날렸으나, 악신 또한 3구의 검은 태양을 쏘아내며 맞대응했다.
콰아아아아앙!!!!
악신의 마법 또한 위력이 높아졌다.
내 몸은 폭발에 휩쓸려 무력하게 날아가 [무궁빙설경]의 한복판을 한참이나 둥굴었다.
“으윽… 디아칸!!”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내질렀다.
원옥무수-디아칸은 얼음 마력을 끌어모아 입으로 쏟아내려 했다. 그러나 나보다도 [위그드라실]의 정신 공격에 먼저 잠식 당한 디아칸은 이내, 눈을 감았다.
이대로 가면 끝이다.
주먹으로 머리를 몇 번이고 가격해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며 의식이 멀어져 갔다.
마치 혐오스러운 팔이 내 다리를 붙잡고 늪 속으로 끌어내리려는 느낌이 들었다.
화르르륵!!
악신이 다시 검은 태양을 구축했다.
시공간마저 어그러뜨리며 크기를 키워나가는 그 태양은 내게 내려진 사형 선고처럼 보였다.
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성이 제대로 된 마법 연산을 해내지 못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피로 물든 이를 악물고, 꾸역꾸역 마력을 끌어올리며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었다.
…그때였다.
“……!”
영역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단 하나, 저 파멸의 나무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이제 왔냐…”
화아아아아아!!!
나와 악신이 충돌시킨 지매 영역 속, 눈 깜짝할 새에 지면이 새하얀 섬광으로 뒤덮였다.
악신의 수많은 눈이 번뜩였다.
지면이 눈부신 광채를 퍼뜨리기 시작하고, 내 등 뒤로 새하랸 기둥이 하나둘씩 솟아올며 하나의 신전이 구축되었다.
빛의 지배 영역.
검은 태양이 사그라지며 흑염 마력이 흩어졌다.
악신은 처음으로 [끄으윽…!]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반가운 놈의 숨소리가 들렸다.
내가 [무궁빙설경] 입장을 허용한 사내가 엉망진창인 몸을 이끌고 비치적비치적 내 옆으로 다가왔다.
“늦어서 미안해…”
콰악! 그 녀석은 창명검을 지면에 내리꽂았다.
창명검은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빛의 영역의 맥으로 작용했다.
이안 페어리테일.
그가 앙그라마이뉴마저 쓰러뜨리고 이곳에 도달했다.
“…와줘서 고맙다.”
“아이작. 마지막… 맡긴다.”
눈 뜰 힘도 없어 보이는 이안은 나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짓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한계를 맞이한 것이었다.
그리 이안은 기절했다.
“정말로 고맙다…”
보호를 위해 이안에게 [빙결 차단막]과 얼음 보호막을 겹겹이 씌워두었다.
어차피 신성력을 타고난 이 녀석은 금방 회복하고 제정신을 되찾을 것이었다.
다시 악신을 쳐다보았다.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영역 지배, [빛의 신전].
창명검이 [무궁빙설경]에 꽂혀 있는 이상, 신성력으로 뒤덮인 빛의 영역은 유지될 터.
파멸의 [위그드라실]이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빛의 신전]의 방해 탓이었다.
내 시야를 물들이던 붉은 빛이 사라지고,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의식이 또렷해졌다.
여전히 악신이 나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자명했으나, 절로 입가에 흘러나오는 미소를 참기 어려웠다.
입안에 울컥거리는 피를 퉤, 뱉어내고 입을 열었다.
“그거 아냐?”
마법으로 악신의 머릿속에 내 목소리를 전했다.
악신은 대답 대신 날 향한 분노와 악의로 화답했다.
그 마족의 핏발 선 눈이 오로지 나를 노려보았다.
썩 유쾌한 광경이었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 잡겠다고 얼마나 별별 짓거리를 다 해왔는지.”
차라락.
오른손 위로 얼음 마력을 피어 올렸다.
얼음 결정이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그래서 지금, 정말로 기쁘다. 드디어 너 조질 수 있게 됐으니까.”
흐릿한 시야 속, 검붉은 불꽃으로 뒤덮인 악신의 모습에서 얼핏 누군가가 비쳐 보인다.
내 외형을 쏙 빼닮은, 한때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여행길에 올랐던 한 명의 엑스트라다.
그는 결국 좌절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가 죽을 힘을 다해 달려온 여정은 끝내 메르헨 아카데미에 이르러 내게로 이어졌다.
아이작, 네 노력은 조금도 헛되지 않았다.
네가 달려온 모든 여정엔 천금과도 같은 가치가 있었다.
“…간다.”
지켜봐라.
네가 이어준 이 여정의 마무리를 지을 테니.
그러니… 푹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