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6)
사흘 뒤에 반 배정 평가가 있다.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과 히로인 중 한 명, 루체 엘타니아가 엮이는 파트다.
왜 엮이느냐면, 마족이 나타나서 그렇다.
이안과 루체가 싸우기 직전, 마족이 튀어나온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마족과 싸우게 되고, 이안이 루체를 한번 지켜 주게 된다.
이안이 지 혼자 멋대로 루체가 방심했다고 착각하고 지켜 주는 것뿐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마족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반 배정 평가가 끝난 이후, 루체는 지켜졌던 기억 탓에 이안을 신경 쓰게 된다.
그녀는 지켜지는 상황에 마음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썸을 타게 되는 거지.
‘물론 이안이 또 시작부터 쳐발리면 상관없는 얘기겠지만.’
애당초 이안이 굳이 루체를 지켜 줄 필요는 없다.
루체는 정실 루트를 안 타게 되면 그냥 개썅마이웨이로 살다가 얼떨결에 이안을 도와주게 되는 조연이 된다. 딱히 안 지켜줘도 스토리에 별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마족을 쓰러뜨리면 될 뿐.
참고로 이안이 쓰러지고 루체 혼자 남게 되더라도, 그녀는 마족을 쓰러뜨릴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배드 엔딩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마족을 잡아서 배드 엔딩을 막는 게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반 배정 평가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하고, 마족은 하필 오후 7시는 돼야 나타난다.
게다가 반 배정 평가는 서바이벌 룰. 나 빼고 전부 적이다. 그 배틀 로얄에서 나는 마족이 나타날 때까지 5시간 동안 최약체의 몸으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우선 체력 단련, 그 다음은 마법 단련, 그리고 기초마법개론, 얼음 원소학 공부···.’
나는 미리 짜놨던 단련 계획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시각. 도착한 곳은 나비 정원 구석이었다.
탁 트인 공간. 으스름한 저녁 하늘 아래서, 나는 풀 내음 나는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역시 부지가 넓어서 그런지, 인적이 드문 곳은 찾기 쉬웠다.
“후우.”
이제부터 나는 1성급 마법 [얼음 생성]을 미친 듯이 쓸 작정이다.
기초 원소 마법은 활용도가 아주 높은 데다가, 모든 마법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마스터할 필요가 있었다.
‘[얼음 생성].’
허공을 향해 팔을 뻗고, 얼음 마나를 흘려보냈다.
「얼음 생성 (얼음 속성, ★1)」
축구공 크기의 얼음덩이들을 마구 생산하고, 빙결 해제로 없애길 반복.
마력을 거의 다 소모하고 나면, 마력이 회복되길 기다렸다가 다시 반복.
서늘한 날씨임에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피로가 몰려오고, 기운이 빠져나가고, 코피까지 흐른다.
마나를 마구잡이로 써대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그러고 2시간 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체력 단련실 일곱 곳 중 한 곳으로 향했다.
마법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마법사를 목표로 삼고 있어서, 체력 단련실에 올 일이 거의 없다.
근육을 단련할 시간에 마법 이론을 더 공부하거나, 마법 숙련도를 높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운동은 컨디션 조절과 건강을 위해서 적당히 하는 편이 베스트인 것이다.
이 세계의 정석대로라면 나도 그러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좋은 체력은 여러모로 큰 이득이 됐었지. 성장에 있어서도, 시나리오 진행에 있어서도. 즉, 체력 단련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필수 코스였인 셈이었다.
“오오.”
체력 단련실에 도착하자, 열심히 운동 중인 운동복 차림의 기사학부 학생들이 보였다.
사나이들의 쇠질 향연. 테스토스테론에 흠뻑 취할 것만 같다.
‘마법학부는 없지?’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마법학부로 추정되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있었으면 ‘마력량 E급 평민 주제에 마법 단련은 안 하고 생뚱맞게 운동이나 하네, 주제도 몰라’ 따위의 비난을 당했을 게 뻔하니까.
괜히 운동할 맛 사라지지 않겠는가.
“흐읍.”
시작은 벤치 프레스였다.
쇠덩어리 좌우 합 20kg. 쇠막대기 20kg. 총 합 40kg.
건강한 몸을 지닌 기사학부 학생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평범한 몸매의 마법학부 학생이 쇠질을 하려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무시하자.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읍···!”
하아아아압···!
이를 악물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쇠를 들어 올렸다.
“하아.”
가까스로 5회까지 쇠를 들었다 올린 뒤, 쉬고.
한 번 더 5회. 쉬고.
또 한 번 더 5회. 쉬고.
“끄어어억···.”
그대로 축 늘어졌다. 벌써 팔 근육을 완전히 혹사시킨 기분이다. 이게 내 한계인가···.
그렇게 잠깐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4명의 근육질 남학생들이 내게로 몰려들었다.
“혹시 마법학부 학생이십니까?”
오우, 씨. 헬창들이 몰리니까 위압적이다.
그들이 내가 마법학부란 사실을 알아채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남색 운동복이 마법학부용이니까.
그런데 기사학부 학생들이 나한테 무슨 용건일까.
“예, 그런데요···?”
“운동은 어째서···? 마법 기사 지망생이신지···?”
몸이 노곤해서 딱히 별생각이 안 들었다. 그래서 그냥 숨을 가다듬으며 떠오르는 대로 대답했다.
“그냥 강해지고 싶어서요···.”
“……!!”
기사학부 남학생들의 눈이 번쩍였다.
어째··· 감명 받은 분위기인데···?
“그 마음, 아주 잘 압니다···!”
“마법학부에 이런 훌륭한 마인드를 지닌 자가 있다니···! 그렇죠! 마법이든 뭐든 강해지려면 쇠질은 필수 아니겠습니까!”
“운동하는 법, 저희가 좀 알려드려도 되겠습니까?”
뭐···?
지금 개인 PT를 시켜 주겠다는 건가?
헬스장에 다닌 적은 있었다. 개인 PT 받아보면 효과가 좋다던데,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기억이 난다.
눈앞에 보이는 기사학부 학생들은 내가 다녔던 헬스장 관장보다 더 훌륭한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부탁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
나는 그 말을 후회했다.
······
온몸의 근육이 아우성친다.
걷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으그그극···.”
기사학부 학생들의 PT는 매우 빡셌다. ‘잘하고 있어! 좋습니다! 훌륭합니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하면서 억지로 쇠를 들어 올리게 하는데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한 것 같았다.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질러 대고 있으니.
내일 또 보자는데, 그분들은 내게 운동을 가르치는 데 재미가 들린 모양이었다.
[ 상 태 ]이름 : 아이작
Lv : 25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신입생
마력량 : 250 / 320
– 마력 회복 속도(D-)
– 체력(D-)
– 근력(D)
– 지력(D)
– 정신력(B)
잠재력 >>상세>>
당장에 체력과 근력에 변화는 없었다. 근육 세포가 새로 생성되는 과정에서 오르려나.
‘아으악···.’
육체가 한계에 치달았다.
진짜···, 만취한 사람처럼 기어가듯 겨우겨우 기숙사에 도착했다.
이제 공부해야 하는데···.
체력이 받쳐주질 않았다···.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뻗어 버렸고.
침대에 오르기도 전에 바닥에서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
[ 상 태 ]이름 : 아이작
Lv : 26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신입생
마력량 : 340 / 340
– 마력 회복 속도(D)
– 체력(D)
– 근력(D+)
– 지력(D+)
– 정신력(B)
잠재력 >>상세>>
[ 전투 능력 ]원소 계열 1 : 얼음
– 원소 화력(D)
– 원소 효율(D+)
– 원소 시너지(C)
원소 계열 2 (잠김)
고작 3일로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래도 성장하긴 했다.
단련하면서 경험치가 찔끔찔끔 올랐는지 레벨이 1 올랐다. 새로 얻은 스탯 2는 [마법 단련 효율]에 투자했다. 덕분에 [마법 단련 효율]이 C-급에서 C급으로 올라갔다.
능력치도 상승했다. 마력량은 20 올랐고.
[마력 회복 속도], [체력], [근력], [지력], [원소 화력], [원소 효율]도 각각 한 단계씩 올랐다.‘게임할 때만큼의 성장세는 안 나오네.’
내 몸으론 이안으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처럼 레벨을 팍팍 올리는 게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아이작 자체의 잠재력 문제인 듯했다. 하긴, 괜히 E급 최약체겠나.
하지만 [신체 단련 효율]과 [마법 단련 효율]을 계속 올리다 보면 나중엔 성장세가 급등할 것이다.
‘준비물은···.’
반 배정 평가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물을 챙겼다.
새총 10개와 마법 주머니, 마도구 몇 개, 마법 위장복이었다.
새총은 잡화점에서, 마도구는 마도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다만, 마도구는 가격대가 조금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마법 위장복은 비밀 루트로 가야 나오는 비밀 상점에서 샀다. 평범한 상점에선 인식 저해 안경 정도만 팔기 때문이다.
인식 저해 안경은 얼굴만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지, 체격이나 목소리는 감추지 못한다.
반면에 마법 위장복은 체격이나 목소리까지도 바꿀 수 있다. 착의자를 아예 다른 존재처럼 보이게 한다.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착시 마법이 걸려 있는 까닭이다.
이 옷만 입으면 루체의 예리한 눈썰미와 사진기억술 앞에서도 내 모습을 감출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 정체를 깨달으면 학사 측에 보고할 테고, 이는 학생회장 귀에 들어갈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개비싸···.’
비밀 상점답게 마법 위장복은 몹시 비쌌다. 무려 3000겔이었다.
식사를 빨리하려고 하루 한 끼는 10겔짜리 빵으로 해결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사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전 재산이 털렸다···.
반 배정 평가 결과에 따라 겔이 벌릴 텐데, 어느 정도 괜찮은 성적이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다.
······
“지금부터 반 배정 평가를 시작하겠다.”
어느덧 반 배정 평가 당일.
대낮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마법학부 임시 3반은 메르헨 아카데미 서쪽에 있는 ‘델핀 숲’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었다.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임시 3반을 향해, 페르난도 교수가 말했다.
“룰은 간단하다. 이 ‘델핀 숲’ 곳곳에 숨겨져 있는 마나 알갱이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면 된다. 너희에게 준 손목시계를 마나 알갱이에 가까이 갖다 대면 알아서 달라붙을 거다. 한번 붙은 마나 알갱이는 뗄 수 없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수행평가나 시험 내용은 매년 바뀌며, 전부 당일에 공개된다. 즉,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반 배정 평가의 내용을 듣게 된 것이다.
나는 왼쪽 손목에 채워져 있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시침, 분침은 현재 시각인 오후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손목시계 밴드엔 마력이 담긴 문자로 내 이름, ‘아이작’이 새겨져 있었다. 이걸 마나 알갱이에 갖다 대면 된다.
마나 알갱이는 미약한 마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감지하기 어려운 편이다. 즉, 이 반 배정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마나 감지력인 셈.
참고로 마나는 발산 중인 것만 감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무리 마나 감지력이 뛰어난 사람이래도 평범한 일상생활 중인 루체 엘타니아에게서 마나를 감지할 순 없다.
그걸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마나 감지력은 대마법사의 영역이다.
“마나 감지? 그거야 쉽지.”
“간단하네.”
“난 자신 있어.”
학생들이 시험 내용을 듣고 어깨를 으쓱하며 떠들어댄다.
이제 곧 이어질 페르난도 교수의 설명을 듣고 기겁할 녀석들이다.
“또한 이유 불문, 시계가 손목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즉시 우리에게 신호가 전달되고, 해당 학생은 탈락하게 된다. 다른 학생의 시계를 빼앗는 것도 가능하다. 시계를 빼앗는 데 성공한 학생은, 상대방의 마력량 등급만큼 가산점을 차등 부여받는다. 한 마디로 ‘서바이벌’ 룰이지. 수단은 자유. 마법학부 1학년 전원이 참가하는 시험이니 신중하게 임하거라.”
학생들이 놀라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서바이벌 룰이었어?! 어떡해? 나 약한데···.”
“루체 엘타니아 같은 애한테 걸리면 그냥 망한단 거 아냐? 완전 운빨이네···.”
“반대로 아이작 같은 E급이 걸리면 행운이지.”
“아니지. 그래 봤자 E급이라 가산점도 얼마 못 받아.”
마력량 A+급인 루체 엘타니아나 B+급인 카야 아스트레앙을 잡으면 어마어마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좋은 반에 가는 건 물론이요, 겔도 많이 벌게 되겠지. 물론 그럴 위인은 없겠지만.
반면에 마력량 E급인 나나 이안 페어리테일은 소소한 포인트 벌이용이 될 것이다. 잡아봤자 미미한 가산점밖에 못 받는다고 해도, 뭐 다다익선이니까···.
이안은 E급이라는 이유로 많은 학생의 표적이 될 예정이다. 하물며 나는 어떠할까.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적어도 이안은 싸움 실력과 신체 능력만큼은 탁월해서 쉽게 안 죽는다. 마족이 나타나는 오후 7시까지 그가 버틸 수 있는 이유다.
반면에 나는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교수님, 만약 시험 도중에 외부인이 침입하면 어떡하죠? 숲속이라 괜히 이상한 사람 만날까 봐 겁나는데···.”
한 여학생이 페르난도 교수에게 물었다.
“학생들이 전부 숲에 들어가면 결계가 쳐진다. 시험 도중엔 아무도 안에 못 들어갈 테니 외부의 위협은 걱정하지 마라.”
맞다. 외부의 위협로부터는 안전하다.
마족이 숲 내부에서 튀어나온다는 게 문제지.
게다가, 한번 탈락해서 숲을 빠져나오면 시험시간 동안 다시 안으로 못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고.
이후로 ‘화장실은 어쩌죠?’란 질문도 나왔는데, 페르난도 교수는 ‘알아서 해라’라고 간단히 답변했다.
“그럼 번호 순으로 입장하겠다. 우선 1번부터.”
1번 학생이 먼저 들어가고, 시간차를 둬가며 학생들 전부 델핀 숲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임시 반 학생들도 델핀 숲 다른 방면에서 이렇게 입장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내 25번, 나도 델핀 숲으로 들어갔다.
반 배정 평가가 시작되는 시각은 오후 2시.
마족이 나타나는 시각은 오후 7시.
‘해 보자···.’
나보다 강한 녀석들뿐인 서바이벌 게임에서 5시간 동안 버텨야 한다.
그 사실을 상기하며, 나는 숨을 죽이고 긴장감을 유지했다.
어느덧 델핀 숲에 결계가 쳐지고, 하늘에 폭죽 하나가 터지며.
반 배정 평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