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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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등반자를 잡았다고?(2)
“제발! 살려주세요! 저 진짜 아무런 힘도 없다니까요!? 영기구슬 없으면 저 진짜 아무것도 못해요!”
“…….”
“진짜요! 정말이에요! 저 그냥 지금은 그냥 꼬리 아홉 개에다가 그냥 도술만 조금 쓸 줄 아는 여우라고요!”
“…….”
“제발! 살려주세요!”
“…….”
“살─려───줘──!!!!!”
“…….”
생존의 욕구가 눈앞까지 훅훅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거?”
“죽일까요?”
“살려주세요! 저 잘해요!”
“지금 당장 죽일게요.”
구미호의 말에 순식간에 몸을 돌린 미령과 하나린이 구미호를 향해 다가가려 했으나 김현우는 그 둘을 말리곤 그녀를 바라봤다.
애처로운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는 구미호.
그 생존의 욕구가 명확하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김현우는 또 한번 물었다.
“그래서, 쟤는 왜 살려둔 거냐니까?”
“살──려─!!”
“한 번 더 소리 지르면 당장 여우탕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한 번만 더 소리 질러라?”
“히익!”
김현우의 말에 소름이 끼친다는 듯 깜짝 놀란 구미호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아래로 수그렸고, 그는 하나린을 보며 대답을 촉구했다.
그 모습에 하나린은 대답했다.
“사저가 죽이는 걸 막았습니다.”
“무슨 소리! 네가 막았잖아!”
“어머? 분명히 제가 죽이려고 했는데 사저가 그 발로 저를 차버리지 않았나요?”
“그전 이야기는 왜 안 하지? 이 개─ 아니, 분명 너는 그전에 나한테 언령을 걸었을 텐데?”
“그건 그냥 사저님 편하게 쉬시라고 한 거였죠.”
시작된 말싸움.
김현우는 그 대화를 듣고 짧게 추리한 뒤에 답했다.
“그러니까, 둘이서 자기가 먼저 죽이겠다고 하다 결국 못 죽인 거야?”
“…….”
“…….”
또 다시 슬쩍 김현우의 눈을 피하는 그 둘.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두 명을 바라보았다.
‘얘들 분명히…… 나름 좀 대단한 애들이었던 것 같은데…….’
미령은 중국 전체를 손아귀에 집어넣은 패도 길드의 길드장이었고.
하나린은 멕시코시티로 심시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세계의 ‘뒤’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 조직의 보스였다.
“너희들은 어째 하는 짓이 어린애 같냐…….”
김현우의 탄식에 그녀들은 면목이 없는 듯 푹 고개를 숙였고, 김현우는 그 둘의 모습을 번갈아 본 뒤 이내 구미호를 봤다.
생존 욕구가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의 바라보는 구미호를 보며 김현우는 웃음을 지었다.
그 둘이 서로 싸우다가 등반자를 죽이지 않았다는 탄식 어린 사실과는 별개로 등반자가 생존 욕구가 가득한 채 살아 있다는 것은-
‘정보를 뽑아먹을 수 있다는 소리니까.’
‘물론 지금에 와서는 아브에게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쓸모 있는 정보를 얻을 수는 있긴 하지만.’
등반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살고 싶냐?”
그의 물음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구미호.
그에 김현우는 입가의 미소를 진하게 지으며 물었다.
“그럼 정보 좀 불어봐.”
“……네?”
“정보 말이야 정보. 몰라?”
“아니, 그러니까 알기는 아는데…….”
“아는데?”
“……무슨 정보를 말해야……?”
슬슬 김현우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구미호의 모습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탑에 관한 거라면 전부, 네가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해봐.”
“그, 탑에 대한 정보라고 하시면 너무 방대해서 정확히 어느 것을 말해야 할지…….”
김현우의 말에 구미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듯 말을 우물거리자 김현우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왜 대답하기 싫어? 그럼 죽어야지.”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대답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네! 네! 알겠습니다 그냥 제가 아는 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씀드릴게요! 네! 전부요! 전부 말할게요!”
구미호의 비명 어린 긍정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그는 구미호에게서 그녀가 알고 있는 탑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녀가 입 밖으로 내뱉는 이야기 중에는 김현우가 이미 아는 내용도 있었으나 그가 모르고 있던 다른 정보들도 있었다.
“이 정도가…… 우선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의 전부인데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구미호는 한참이나 입을 열다 곧 입을 다물었고, 김현우는 물었다.
“그걸로 정말 끝이야?”
“정말이에요! 더 아는 거 없어요!”
“……그래?”
“네! 정말 이게 끝이에요!”
진실이라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구미호를 본 김현우는 이내 그녀에게서 들은 내용을 정리했다.
‘대략 알고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좌(座)’에 대해서인가.’
그 밖에 다른 이야기도 듣긴 했지만, 김현우가 명확하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등반자들이 탑을 오르는 정확한 이유.
물론 그들이 좌(座)를 위해 탑을 오르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허나 그들이 어째서 좌(座)를 얻으려 하는지, 김현우는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뭔가가 있겠구나, 하고 넘어갔을 뿐.
김현우는 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등반자들이 탑을 오르는 이유는, 업적을 받기 위해서라는 말이야?”
“네! 맞아요. 탑에 올라 주인의 인정을 받고 좌(座)에 앉은 이들은 그 무엇이던, 하나의 업적을 손에 넣을 수 있거든요.”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물었다.
“그 하나의 업적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건데?”
“어……그러니까. 제가 아까 설명해 드렸잖아요? 이 탑의 ‘등반자’들은 모두 업적을 인정받음으로써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그래 들었지.”
그건 이미 예전, 천마에게 들어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해석해서 말씀드리면 탑에 오른 등반자들은 무엇이던 원하는 힘을 하나 가질 수 있다 이거죠.”
“힘을 하나 얻을 수 있다……라.”
‘알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좀 미묘하게 이해가 안 되네.’
우선 확실하게 이해는 했다.
이 탑에서 탑을 오르는 등반자들은 기본적으로 ‘업적’이 ‘힘’인 녀석들이고, 그들이 탑을 오르는 이유도 결국 ‘업적’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거기에서 김현우가 이해하지 못한 건.
“굳이?”
“예……?”
“아니, 그러니까 말 그대로의 질문이야. 왜 굳이 업적, 그러니까 힘 하나를 얻자고 그 개고생을 하면서 탑을 오르는 건데?”
김현우의 물음에 구미호는 곧바로 답했다.
“제가 쉽게 표현해서 살짝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업적’은 그렇게 단순한 힘이 아니에요.”
“뭐?”
“업적은 사기적인 소원과도 같은 거라고 할까…… 불가능을 이뤄주는……?”
그녀는 약간 예로 들 만한 것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 하는 느낌으로 박수를 치고 입을 열었다.
“고블린은 아시죠?”
“뭐, 알지.”
고블린은 그린스킨 중에서도 제일 약한 하급 몬스터다.
F등급 헌터 혼자서 20마리는 넘는 고블린을 혼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몬스터.
구미호는 입을 열었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고블린’이 탑을 올라 좌(座)에 앉아 ‘검신(劍神)’의 업적을 얻게 되면-”
“검신(劍神)의 능력을 쓸 수 있다?”
김현우의 말에 구미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정도가 아니에요.”
“그럼?”
“검신(劍神)의 업적을 가져온다는 것은 그의 모든 것을 가져온다는 것과 다름없어요.”
구미호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었다.
“검신의 능력부터 시작해서, 그의 태생, 그의 생각, 그의 습관, 그가 걸어온 모든 기억들과 모든 인연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받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 고블린은 그저 ‘힘’을 얻은 고블린이 아닌, 진짜 검신(劍神)이 되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확실히 그렇게 듣고 보니. ‘업적’을 얻는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김현우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천마의 힘을 그냥 업적을 통해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면…….’
김현우는 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김현우는 천마의 뇌령신공을 깨닫기까지 약 100년이라는 시간을 그 허수 공간 안에서 보냈다.
그냥 보내기만 했는가?
김현우는 그곳에서 계속해서 죽었다.
죽고.
죽고.
또 죽었다.
일만 번이 넘는 끔찍한 죽음 속에서, 김현우는 겨우 그의 발자취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천마의 업적을 얻을 수 있다면?
김현우의 100년이라는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업적을 받는 그 행위 하나만으로, 업적을 받은 누군가는 천마의 모든 것을 받을 테니까.
그의 무공부터 시작해서, 그가 걸어왔던 모든 발자취와 기억들을.
오히려 김현우가 100년을 투자해 따라잡은 것보다도 훨씬 완벽하고도 선명하게.
김현우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와 함께 침묵이 시작되었다.
구미호는 슬쩍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어-기.”
“왜?”
“그래서…… 저는 그, 사실대로 전부 말했는데…….”
“그래서?”
“그…… 저 좀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이제는 어색하게 눈치를 보며 미소를 흘리는 구미호.
김현우는 그제야 떠올렸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그랬지?”
그의 새삼스러운 감탄사에 구미호는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히고는 최대한 비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저는 분명히 다 말했거든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나쁜 짓 하나도 안했다니까요…….”
애처롭게 중얼거리는 구미호를 보며, 김현우는 어쩔까 하는 고민의 제스쳐를 취하다-
“우선은 보류.”
“네……?”
“우선은 보류라고,”
김현우의 어중간한 대답에 구미호는 실망했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왜? 그냥 편하게 죽여줄까?”
“아뇨! 너무 좋아요! 와! 살아 있는 건 아름다워!”
김현우의 살벌한 한마디에 눈물을 머금으며 웃음을 지었다.
***
“그래?”
거대한 공동.
몇 십 명이라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형체 없는 자는 남자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
“예. 아마 곧 그가 진실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은색 후드를 쓴 남자의 대답.
남자는 심각한 듯 얼굴을 굳히고 있었으나 형체 없는 자는 오히려 목소리에 여유를 담아 말했다.
“흐음, 그것 참 흥미롭군.”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이레귤러에 대해서입니다. 아마 이대로 가면 그는 정말 탑을 오르게 될 겁니다.”
남자의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가죽 의자를 툭툭 치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그것에 문제가 있는가?”
“예? 하지만 등반자가 아닌 이레귤러가 탑을 올라봤자 저희는-”
남자는 그렇게 입을 열다 문득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알면 됐네. 그보다 뭐…… 그 의견도 딱히 이상한 의견은 아니야. 이레귤러가 올라와 봤자 딱히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원래라면 그 ‘이레귤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역시 어쩔 수 없지.
형체 없는 자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곤-
“한 명.”
“예.”
“정복자를 내려 보내라.”
이내 남자에게, 그렇게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