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43
143
143. 등반자를 잡았다고?(1)
호주를 주 무대로 삼고 활동하는 대형 길드인 ‘사우스’ 길드.
-끼에에에에엑!-
아티팩트의 파밍을 위해 미궁 18계층에 들어선 그들은 현재 기묘한 상황을 보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죠……?”
길드원의 멍한 물음, 그에 사우스 길드의 길드장이자 S등급 세계랭킹 23위라는 순위를 가지고 있는 남자 할리오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나도 잘 모르겠군…….”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지극히 기묘한 현상이었다.
-크에에에에엑!
몬스터가 길드 쪽으로 몰려온다.
물론, 그것은 기묘한 현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미궁에 진입할 때부터 층계를 이동할 때면 거의 모든 몬스터들은 미궁에 진입한 길드원들을 배제하기 위해 달려든다.
그렇기에 몬스터가 사우스 길드 쪽으로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오가, 아니- 사우스 길드원 전체가 이 상황을 기묘하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길드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 무리 때문이었다.
사우스 길드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들은 ‘레드 스킨’들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린 스킨과는 다르게 조금 더 상위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흉포함이 그린스킨과는 남다르게 강하다.
거기에 덤으로 레드 트롤이나 레드 오우거는 일반적인 그린 스킨의 트롤, 오우거보다 몇 배 정도는 강하기에 상대하기도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들 중 하나였다.
분명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봐도 저건, 겁먹은 표정이지……?”
“네, 아마…….”
할리오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리자 그 옆에 있는 길드원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기묘함을 느끼는 이유.
그것은 바로 수많은 레드 트롤들이 겁을 먹은 표정으로 그들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할리오는 달려오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 대형 명령을 내리면서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사고를 이어나갔다.
그가 탑에서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헌터일을 시작한지도 7년 째.
‘하지만 몬스터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 몬스터들은 이지를 상실하고 오로지 파괴를 일삼는 괴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할리오는 이 상황을 신기해하면서도 기이함을 느꼈다.
겁을 먹은 채로 그들의 주 무기인 거대한 몽둥이도 버려둔 채, 얼굴과 그 눈빛에는 확연한 공포의 눈빛을 띄우며 다가오는 트롤들을,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마법사들은 캐스팅을 준비한다, 플랜은 C-1으로!”
허나 사고를 이어가는 중에도 할리오의 입은 끊임없이 길드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고 길드원들도 그런 할리오의 말에 따라 대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무투계 헌터들이 앞으로 나와 진형을 맞추고, 그 뒤를 따라 마법계열 헌터와 원거리 계역 헌터가 기준을 맞춰 스킬을 준비한다.
그리고, 겁먹은 트롤들이 그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
“공-!”
꽈아아앙!
-할리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껙!
그것은 사우스 길드에 어느 정도 접근했던 트롤들이, 그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들에게로 달려오던 트롤들의 심장에, 길쭉한 무엇인가가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할리오가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도 전에-
“커져라, 여의-”
뿌득! 뿌드드득! 파드드드드득!!!!
트롤의 심장을 뚫었던 그것은 순식간에 그 몸집을 불려나가며 미궁의 입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길드원들의 앞에 펼쳐지는 그로테스크한 광경.
트롤들의 몸이 산채로 뚜드득 뜯어지는 모습에 경악하는 것도 잠시, 달려오던 트롤들을 모조리 박살 내 버린 거대한 무엇인가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다시 크기를 줄이기 시작했고.
“?”
할리오는, 저 앞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이 미궁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추리닝을 입은 채 아까 전 보았던 봉을 만지작거리며 걸어오는 남자.
“어……?”
그는 김현우였다.
할리오의 멍한 탄성에 김현우는 시선을 돌리다 이내 할리오의 모습을 보며 놀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 뭐야?”
그와 함께 일어난 잠시간의 정적.
그 뒤, 김현우는 어쩌다 보니 미궁에서 만난 할리오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탑에 계속 있다가 올라가는 중이신겁니까?”
할리오의 정중한 말투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김현우의 심플한 대답에 그는 할리오는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고인물이 이 미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할리오가 그 소식을 들은 지는 이제 2주가 훨씬 넘었기에 그는 분명히 김현우가 미궁에서 볼 일을 마치고 빠져나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있다고?’
할리오는 그의 차림새를 다시 바라보았다.
역시 아까와 달라진 게 없는 복장.
여전히 그는 검은색 추리닝을 입고, 그저 한쪽 손에 아까 전 그가 트롤을 사용할 때 잡았던 봉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추리닝이 좀 많이 더러워진 것만 빼면 도저히 이 상급 미궁 안에서 2주를 버틴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행색은 깨끗했다.
‘그런데, 도대체 2주 동안 이 안에서 뭘 한 거지?’
할리오가 그에 대해 사고를 이어나갈 무렵.
“저기, 지금 몇 계층이에요?”
“아, 지금 이 기점이 18계층일겁니다.”
할리오는 김현우의 물음에 생각을 끊고 대답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 내려가실 거죠?”
“네, 저희는 23계층 이상까지는 내려갈 생각입니다.”
“그럼 여기서 헤어지죠. 저는 이미 이 미궁에 볼일이 끝나서요.”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더니 곧 가벼운 표정으로 인사를 한 채 그들을 지나치기 시작했고.
사우스 길드는 완전히 개박살이 난 트롤들의 시체와 자신들의 뒤를 스쳐 지나가는 김현우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별개로 김현우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맹인의 나침반을 흔들며 걷고 있었다.
‘드디어 거의 다 와 가네.’
김현우가 다시 미궁에 진입하고 6일째.
처음 미궁에 들어갈 때는 8계층으로 내려갈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으나 진실의 구를 얻고 난 뒤.
그는 진실의 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통해 미궁 안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제야 침대에서 자겠구나.’
김현우는 이전까지 피곤하면 딱딱한 돌에 자빠져 잤던 것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불편했던 미궁행을 떠올리며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는 자야 하는데 딱딱해서 자기가 힘들었고, 음식을 먹기는 먹는데 너무 똑같은 것만 가방에 욱여넣다보니 금세 질렸다.
거기에 덤으로 이 미궁의 파란빛이 침침하다보니까 시력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어떨 때는 맹인의 나침반을 계속 흔들어서 빛을 만들어내기도 했었다.
뭐, 그래도 굳이 괜찮았던 점을 억지로 뽑아보자면 끊임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들 덕분에 여의봉을 조금 더 익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
뭐, 그래 봤자 봉술을 익혔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저 여의봉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기는 했다.
……아무튼, 장점보다는 그 이외의 불편한 점들이 더 많았기에, 김현우는 9계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굉장히 달가웠기에.
‘빨리 가서 쉬자.’
이전보다도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미궁을 오르기 시작했다.
***
하남의 장원은 개판이었던 2주 전과 다르게 완벽하게 복구되어 있었다.
미령의 발차기 한 방에 폭삭 무너졌던 집들은 어느새 전부 멀쩡하게 재건되어 있었고, 하나린이 구덩이를 만들어냈던 바닥들도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었다.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장원.
그 장원의 중심부에서, 김현우는 굉장히 오묘한 표정으로 한 아티팩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
구미호(九尾狐)의 영기 구슬
등급: S+
보정: 없음
스킬: 강화 파생 흡수 방출 심화 교환 회복(약)
-정보 권한-
1800년 동안을 수련을 반복한 영물(靈物), 구미호(九尾狐)가 자신의 힘을 담아낸 구슬. 그 안에는 그녀가 줄곧 1800년을 모아온 영기를 보관하고 있다.
영물인 구미호는 도술을 수련하기 위해 자신의 영기를 배제해 놓는 도중에 영기 구슬을 만들게 되며, 이 영기구슬은 구미호가 모든 수행을 마치고 나면 각 개체의 반신이 된다.
그렇기에 구미호는 자신의 영기구슬을 잊어버리면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리게 되며 각 개체는 영기 구슬을 목숨보다 소중히 한다.
구미호의 영기 구슬은 사용자가 굳이 시전 하지 않아도 몸에 이로운 보정을 걸어주고 추가적으로 구슬이 손상되지 않는 한 영구적인 반 회복능력을 얻게 된다.
——
“…….”
더 정확히 말하면, 김현우의 손에 들려 있는 영기구슬 앞에, 온몸이 무엇인가에 칭칭 감긴 채 처량한 표정으로 잡혀 있는 구미호(九尾狐)를 보았다.
“그러니까.”
“예, 스승님.”
“저게 등반자라 이거지?”
“네 사부님, 제가 직접 잡았-”
“어머, 사매님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분명 붙잡은 건 저 같은데……?”
“…….”
“…….”
찌릿.
김현우를 사이에 두고 벌써부터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미령과 하나린을 보며 김현우는 멍한 표정으로 정수와 구미호를 바라봤다.
영롱한 보랏빛으로 빛나는 영기구슬.
그 앞에서 도대체 뭔지 모르는 검은 사슬에 온몸이 칭칭 묶여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구미호.
잔뜩 위축된 탓인지 숙여져 있는 귀와 푹 죽어 있는 아홉 개의 꼬리가 굉장히 특징적이었다.
“……어떻게 잡았어?”
“그러니까!”
“제가!”
김현우의 물음에, 서로를 째려보고 있던 미령과 하나린이 동시에 말했고,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미령이 말해봐. 등반자를 만나게 된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김현우의 말에 하나린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미령은 승자의 미소를 지은 채로 김현우가 없을 때 벌어졌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한동안 미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국제 헌터협회에서 미리 등반자가 나타난 걸 알아채고 도움 요청을 보냈고, 너희 둘이 가서 등반자를 잡았다?”
“예, 그 와중에서 조금 피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
미령의 말에 김현우는 간만에 잡아보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인터넷을 켰고, 검색을 하자마자 나오는 뉴스를 헤드라인을 읽어 나갔다.
[패룡, 말레이시아에서 행패?] [패룡과 미궁 앞에서 싸움을 벌였던 헌터, ‘암중비약’으로 밝혀져] [패도길드中“그건 어디까지나 등반자를 잡기 위한 조치. 못 믿겠다면 길드 앞으로 와라, 물론 아무 일도 없을 것.]
“…….”
뉴스의 헤드라인만 읽어도 말레이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김현우는 스마트폰을 끄고 그들을 돌아봤다.
“…….”
“…….”
김현우가 돌아보자 슬쩍 시선을 돌리는 그녀들.
“쩝…….”
김현우는 그녀들에게 뭐라고 말하려다 이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줄였다.
‘뭐, 결국 별 피해 없었으면 됐지…….’
그렇게 생각하며 괜히 복잡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를 넘겨버린 김현우는 이내 물었다.
“그래서,”
“예.”
“쟤는 왜 살려뒀어?”
“아, 그건-”
김현우의 물음에 하나린이 곧바로 입을 열며 대답하려 하자.
“제발 살려주세요!!!”
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구미호는 불현듯 시선을 올리고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