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93
193
193. 시체 팔이 잡으러 간다 (3)그곳은 어느 한 거대한 동굴이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이 동굴을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돌뿐이었고. 그 이외에 보이는 것이라고는-끼리리리리릭-!
피.
콰지지직!
-벽 주변에 붙어 있는 알록달록한 혈흔과 시체와 아직 그 형체를 유지하고 한 여자에게 달려들고 있는 괴이들뿐이었다.
툭, 투툭!
그녀의 손아귀 힘에 완전히 목이 부서진 천수관음이 힘을 잃고 바닥을 향해 쓰러지고, 그 뒤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벼른 축생귀가 달려든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미령.
분명 기수식을 취하고 있던 그녀의 몸이 허리를 비틂과 함께 앞으로 튀어나가 축생귀의 머리와 명치를 후려친다.
뻐엉-!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명치가 훤히 뚫린 축생귀가 먼지와 함께 소멸한다.
허나 그럼에도 끝없이 미령을 향해 달려드는 괴이들.
미령의 몸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움직이며 달려드는 괴이들을 후려친다.
뒤를 노리는 우산귀의 머리를 발로 차 터트리고 그와 동시에 움직여 아래쪽으로 튀어나오는 토굴귀를 때려죽인다.
이때다 싶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어둑새는 두 날개를 찢어버리는 것으로 생을 마감시키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오니의 명치에 그녀는 스승에게 배운 패왕권을 먹인다.
미령의 귓가에서는 파육음이 멈추지 않고.
괴이들의 몸에서는 파육음이 멈추지 않는다.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미령의 손은 달려드는 괴이들을 부서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
미령의 끝없는 살육은 그를 가로막는 거대한 손 하나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손.
미령은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피할 것 없다는 듯 거대한 손의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고-
“케흑!?”
오히려 그곳에서 튕겨져 나온 것은 미령이었다.
콰가가강!
순식간에 튕겨 나와 벽에 처박힌 미령.
그 주변으로 아직 남은 괴이들이 달려들기 시작하고, 그 순간에-
“유감이구나-”
-괴이들은 사라졌다.
벽을 장식하던 형형색색의 혈흔들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지고, 미령을 공격하던 괴이들도 마찬가지로 사라진다.
마치 이곳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사라지는 괴이들.
그 속에서-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조금 전까지 벽에 처박힌 미령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야수와도 같은 비명을 질렀고.
그녀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바라봤다.
“……왜……왜!”
화가 난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부끄러운 것인지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 괴력난신을 바라보는 미령.
그의 모습에 괴력난신은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 흐흥- 하는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역시 대단하구나. 지금껏 중간까지밖에 못 왔는데, 그거 한번 했다고 여기까지 오다니. 역시 분노의 힘은…….”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라! 왜 그랬나!”
그에 괴력난신은 가볍게 대답하려는 듯 어깨를 으쓱였으나 이내 무척이나 굳어 있는 미령을 보며 이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이야. 네가 사과하라 하도 성화를 부려서 해주긴 했다만, 그게 그리 못 잡아먹어 안달일 정도로 잘못한 일이더냐?”
“뭐……뭐라고!?”
“기왕 같이 쓰는 몸이니 유지보수 좀 거들어준 것뿐이니라. 매일 밤마다 그리 신호를 보내니 이젠 내가 다 몸이 달아서…….”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렁찬 사자후로 그녀의 목소리를 날려 버리는 미령.
괴력난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가여운지고.”
“스……스승님이다! 스승님이라고!”
“그래도 좋아하지 않느냐?”
“그래도 스승님이!”
“사랑하지 않느냐?”
“스승-!”
“밤마다 신-”
“제발 좀 닥쳐! 제발!”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미령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자 괴력난신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더니 대답했다.
“아이야. 부끄러운 건 알겠지만, 그리 용써봐야 너만 피곤할 뿐이니라.”
“…….”
고집 많은 얼굴로 입을 다문 미령.
괴력난신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쯧, 정 끝까지 고집을 부리겠다면야 내 더 참견하진 않으마.”
그 대신-
“그렇다면 내 큰 맘 먹고 알려주려 했던 ‘필살기’도 쓸모가 없겠구나.”
“……필살기?”
“뭐, 적이 아니라 수컷의 이성에 일발필중하는 필살기인데…… 보아하니 알려줘도 써먹지도 못할 것 같고. 잊어버려라.”
“……나한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지 마라!”
순간적으로 버퍼링이 걸린 미령의 대답에 괴력난신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과연 헛소리일까?”
“……뭣?”
“아이야. 내가 대체 몇 해를 살아왔다고 생각하느냐?”
“그게 무슨…….”
“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긴. 내 남자 경험이 과연 얼마나 될까?”
“……!”
분명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해놓고, 지금 당장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나 그 눈빛만은 흥미로운 무언가를 찾은 것 같은 눈빛을 보내고 있는 미령을 보며 괴력난신은 피식 웃었다.
그런 웃음에 미령은 뒤늦게 아차 한 표정을 짓고 대답했다.
“그, 그딴 헛소리에 내가 속을까 보냐!”
“한 방.”
“뭐가 한 방이냐?!”
“한 방에 넘어올 수 있다. 네 스승.”
“뭣……?!”
미령이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자 괴력난신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이야. 대체 무엇을 그리 의심하느냐? 내 장담하는데 하늘 아래 나만한 요녀가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꼬셔온 남자들이 얼마나 굉장한지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느냐?”
“꼬, 꼬셔…….”
“고매한 고승도 내 웃음 한번에 평생 수행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온 땅을 호령한 제국도 내 몸짓에 홀려서 무너졌다. 그야말로 경국지색! 여자의 무기는 잘만 다루면 100만 대군에도 필적하는 법이니라.”
“100만 대군…… 100만…….”
“물론 네 스승이 무뚝뚝하기가 목석같아 보기 드문 난적이긴 하나, 사지 건강한 사내가 여인의 유혹에 아주 무덤덤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법. 요는.”
음흉하게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괴력난신이 속삭였다.
“내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한 방에 함락이란 것이다!”
“오, 오오……!”
“아이야. 복 받은 줄 알거라. 남녀상열지사에 애태워 목메는 청춘들의 사연이 천하를 가득 메울진대, 이리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인연인 줄 아느냐? 심지어 그 스승이 수천 년 묵은 요녀라니. 기연도 이런 기연이 따로 없을 것이다.”
“기연…… 음. 기연, 기연…… 핫?!”
괴력난신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것도 잊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하던 미령은 또 한번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그래봤자 사술이겠지!”
“난 사술 같은 사특한 방법은 모른다. 그런 건 자기 매력에 자신 없는 사기꾼들이나 쓰는 잡기술!”
“……!”
“물론 알려달라면야 못 알려줄 건 없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건 아무래도 네 자존심이 허락 못할 것 같고…… 어쩌겠느냐?”
미령이 눈을 크게 뜨자 괴력난신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대답이 늦는 걸 보니 필요 없다는 뜻이렷다?”
“읏……나……나는 그런 건 필요 없……!”
인내와 망설임이 뒤섞인 표정으로 입을 여는 미령의 모습.
괴력난신은 그런 미령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은 뒤 말했다.
“아, 그래도 네가 내 업을 온전히 익힌 뒤에는 그 필살기에 대해서 이야기는 해주도록 하마. 뭐, 순수하게 궁금할 수도 있으니까.”
“!”
눈을 뜨는 휘둥그레 뜨는 미령.
“뭐, 말했듯이 네가 내 업을 얻기 위해 백귀야행(百鬼夜行)을 모두 처리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녀의 말에 미령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xxxx
탑의 1계층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바닥에는 탑을 상징하는 거대한 문양이 그려져 있고, 그 가운데에는 한 남자, 아니 한 늑대 수인이 묵묵히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월랑.
그는 1계층의 주인이자, 탑을 오르는 등반자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내려와 있는 늑대 수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너……너는 뭐냐?”
“뭐긴 뭐야, 열쇠 내놓으라니까?”
갑작스레 탑 위에서 떨어져 내린 김현우를 보며 당황 어린 말을 내뱉었다.
“열쇠……? 설마 지하계층으로 통하는 열쇠를-”
“그래, 말 잘 알아들어서 기분 좋다 야 나 빨리 지하계층으로 내려가 봐야 하는데 빨리 좀 줘.”
월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밀며 귀찮다는 듯 열쇠를 내놓으라고 말하는 김현우의 모습에 월랑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헛소리하지 마라. 내가 출처도 제대로 모르는 놈한테 지하 계층으로 갈 수 있는 열쇠를 내줄 것 같나?”
월랑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톱을 꺼내들었다.
날카롭게 벼려져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벨 수 있을 것 같은 손톱.
김현우는 뚱한 표정으로 월랑을 바라보았다.
“진짜 안 줄 거야?”
“네가 누군지 알고?”
“진짜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재미있다는 듯 피식 거리는 김현우의 말에 늑대는 순간 묘하게 당황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내가 모르는 위쪽 사람인가?’
갑작스레 월랑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평소라면 이런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겠으나 김현우의 당당한 말투에 월랑은 저도 모르게 위축되어 조심스러운 말투를 물었다.
“그, 혹시…….”
“뭐?”
“위쪽……분이십니까?”
갑작스레 공손해진 월랑의 태도.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그렇다고 이야기하려 했으나.
[그만 놀리고 빨리 가자. 여기서 시간 끌 필요 없지.]제천대성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니?”
“그럼-”
“뭐…….”
월랑이 제대로 말하기도 전에 김현우는 순식간에 그의 앞쪽으로 이동했다.
적어도 그저 이 탑을 오를 수 있는 최소의 자질만을 평가 하는 월랑에게는 눈으로 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김현우의 움직임.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그의 배에 주먹을 가져다 댔다.
“이런 소리지-”
꽈아아아앙!
그와 함께 월랑의 몸이 튕겨져 나가 1계층의 벽에 처박혔다.
1계층의 벽에 거대한 거미줄을 만든 채 바닥에 쓰러져 리타이어 된 월랑.
“뭐야 엄청 약하네?”
의외라는 듯 김현우가 말하자 제천대성은 대답했다.
[당연하지, 저 녀석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자질을 테스트 하는 녀석이니까. 그보다 빨리 저 녀석에게 가 봐라.]“그래야지.”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가볍게 대답하며 차가운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월랑에게로 다가갔고, 이내 그의 몸을 뒤집었다.
눈을 하얗게 까뒤집은 채 개거품을 물고 있는 월랑.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그의 가슴을 향해 손을 집어넣었고.
“……진짜네.”
곧 털로 수북한 월랑의 가슴 속에서, 김현우는 하나의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하나의 열쇠를.
마치 중세시대에서나 볼 수 있던 간단한 모양의 열쇠를 바라보던 김현우는 이내 늑대의 품 사이에 있던 열쇠를 줍고는 월랑에게서 몸을 돌렸다.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김현우.
그는 곧 이 넓은 공동의 동쪽 벽에 섰다.
마녀가 지팡이를 들고 웃고 있는 형상이 그려져 있는 벽 앞.
김현우는 자신이 쥔 열쇠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생각했다.
‘고깔모자 중심에 박혀 있는 보석에 틈이 있다고 했지?’
그는 곧바로 고깔모자 형상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고, 곧 그 모자 사이에 있는 흠을 찾을 수 있었다.
김현우가 들고 있는 열쇠가 들어 갈 수 있을 정도의 틈.
그는 망설임 없이 열쇠를 집어넣었고-쿠그그그그그그긍────!
열쇠를 집어넣자마자 벽화는 곧바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지팡이를 들고 웃고 있던 마녀는 문의 잠금장치가 풀림과 함께 기괴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곧 기괴한 표정을 짓던 마녀가 반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터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대신 심연처럼 어두워 보이는 터널.
“여기가 입구인가.”
김현우는 청룡의 말을 들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잠시 보다 이내 그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시각이 어둠에 잡아먹히고. 김현우의 발걸음 소리만이 조용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김현우가 걸음을 옮긴 지 얼마나 지났을까?
척 척-
김현우의 걸음이 질척거리는 소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점점 그 안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더 질척거리기 시작하는 땅.
그는 내심 인상을 찌푸렸으나 내색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또 걸음을 옮긴 지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을 때 김현우는 그 어둠 속에서 은은한 붉은빛을 볼 수 있었다.
‘저곳인가?’
어둠 속에서 급작스레 보이기 시작한 붉은 빛을 본 김현우는 이내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질퍽- 질퍽-
곧 그의 바짓단이 질퍽한 무언가로 인해 젖어가기 시작할 때쯤-
“-도착했다.”
-김현우는 온 세계가 붉게 물들어 있는 지하세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