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04
204
204.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4)고풍스러운 도서관.
바닥에는 붉은색의 카펫이 깔려 있고, 그 주변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장이 밝게 빛나는 샹들리에를 기점으로 열을 맞춰 들어서 있다.
그 외에도 보이는 것은 오롯이 책장뿐이다.
벽을 봐도 책장.
천장을 봐도 책장.
그 어디를 보아도 보이는 것은 책과 책장뿐이었다.
어딘가로 통하는 출입구도 없이, 오롯이 책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그 공간 안에서-
“후…….”
그녀, 하나린은 서 있었다.
슬쩍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책장이 아닌 의자에 앉아 있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말했다.
“시작해.”
가벼운 한마디.
허나 그런 하나린의 한마디와 함께, 그 공간에서는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둑!
하나린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책장에서 책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하나린의 머리 위뿐만이 아니라, 이 공간 전체에 수많은 양의 책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종이를 날리며 떨어지기 시작하는 책들.
하나린은 시선을 위로 올려 자신에게로 떨어지는 책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그리고 그렇게 해서 가장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 책이 하나린의 머리 위에 도달했을 때-
“[멈춰]”
-하나린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던 책이 멈췄다.
마치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듯, 하나린의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리고 있는 책이 멈춰서고, 그와 함께 이 공간 전체에 떨어지고 있던 책들이 멈춰서기 시작했다.
멈추고,
멈추고,
멈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책들이 멈춘다.
마치 이 공간에 중력의 법칙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하나린의 말 한마디에 멈춰 버린 책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하나린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제자리로 돌아가.]”
그녀의 한마디.
분명 평범한 말일 텐데도 불구하고 불가사의한 힘이 느껴지는 하나린의 한마디에 줄곧 허공에 멈춰 있던 책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웅웅거리던 책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해 이번에는 중력의 법칙을 반대로 적용한 듯 서서히 되올라가기 시작했고, 떨어져 내린 책들은 하늘에 있는 빈 책장들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마치 정리를 하는 것처럼 깔끔하게 꽂히기 시작하는 책들.
그러나-
“읏.”
하나린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신음성과 함께, 책장에 정리되고 있던 책들은 갑작스레 그 힘을 잃고 다시금 허공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빡!
“꺅!?”
하나린은 자신의 머리에 떨어져 내린 책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공간 전체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책들은 순식간에 붉은 카펫이 깔려 있던 바닥을 없애기 시작했고.
[사라져라-]떨어져 내린 책들이 공간을 완전하게 덮을 무렵 들려온 ‘언령의 서’의 목소리에-
“…….”
-바닥을 덮고 있던 책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떨어져 내린 책들은 없었다는 듯 완전히 사라져 버린 책들.
비정상적인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난 그 공간 안에 무거운 정적이 들이차고, 줄곧 하나린의 옆에 있는 책상위에 펼쳐져 있던 언령의 서는 입을 열었으나- [역시 4단계는 아직 좀 버거운 것 같군. 하지만 너무 걱정 마라, ‘공간 제압’을 이렇게 빨리 습득한 건 너밖- 끄악!?]
-곧, 언령의 서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터트렸다.
이유는.
“왜 바로 안 없앴어?”
바로 하나린이 언령의 서를 반으로 찢어버리겠다는 듯 양쪽으로 집어 당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무슨 소리인가!]“왜 내가 책을 머리에 맞고 나서야 없앴냐니까?”
[무……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난 전혀 너를 엿 먹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그럼 뭔데?”
[떨어지는 그 순간에 공간 장악이 조금 더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잠깐 찢지 마! 찢지 말라고!]언령의 서의 비명에 책을 집고 있던 하나린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언령의 서를 책상에 던져두었고, 이내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이게 도움이 되긴 해?”
[도움이 되긴 하냐니, 뭘 당연한 걸 묻는 건가?]언령의 서의 꼬운 말투에 하나린이 팍 인상을 찌푸리자- [흠……흠, 전에도 말했지만, 언령의 단계 중 4단계인 ‘공간 장악’은 지금 네가 배우는 언령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봤자 결국 마력으로 공간을 장악하는 거잖아? 그거라면 너를 만나기 전에도 그런 식으로 언령을 사용했는데. 게다가 너도 우선은 그렇게 하라며?”
하나린은 며칠 전, 그녀가 막 ‘언령’으로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3단계를 마쳤을 때 그가 했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선은 마력으로 이 공간 전체를 장악해 보라고.”
그녀의 물음에 언령의 서는 곧바로 대답했다.
[맞다.] [……그럼 내가 원래 사용하던 거랑 뭐가 다른 건데?] [우선 첫 번째로 지금 네가 훈련하고 있는 것은 네가 이전에 언령을 사용했던 방법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이다음에 배울 것이 다른 거지.]“……이다음에 배울 것?”
하나린의 되물음에 언령의 서는- [그래, 지금 내가 시키는 대로 해서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법을 알게 되면-]
그렇게-
[그다음에는 공간 안에 있는 인지를 장악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니까.]말했다.
xxxx
자신에게 깝죽거리던 슈텐을 단 한 방으로 보내버리고 노아흐가 만들어 놓은 방으로 걸음을 옮긴 김현우.
——
제작자의 위치이동 장치
등급: ??
보정: 없음
스킬: 위치이동
-정보 권한-
노아의 방주의 주인이자 이 탑을 만들어 낸 제작자가 만든 위치이동장치.
그가 처음 이 탑을 만들기 위해 초기 제작했던 위치이동장치는 제작자가 만들어 낸 공간 안이라면, 그리고 그가 지정해 놓은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위치이동장치는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한번 사용할 때마다 제작자의 마력을 채워 넣지 않는 이상 총 24시간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진다.
허나 제작자가 마력을 일정이상 집어넣었을 때는 제작자가 마력을 집어넣은 양에 비례해 재사용 대기시간을 1%부터 10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현재 상태: 사용 가능.
——
그는 자신의 눈 위로 떠오르는 로그의 마지막 부분을 확인한 뒤 이내 위치이동을 사용했다.
파직- 파지지직!
입을 염과 동시에 파직 거리기 시작하는 위치이동 장치.
그리고-
화아아아악!
위치이동 장치에서 터져 나오는 새하얀 빛에 잠깐 눈을 감았던 김현우는-
“…….”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바로 김현우가 처음 위치이동 장치를 썼던 저택 내의 풍경.
“후…….”
멍하니 바뀌지 않은 저택 내의 풍경을 한번 바라본 김현우는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며 빈 소파에 늘어지듯 몸을 뉘였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피로감.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제천대성과 청룡이 말했다.
[갑자기 사오정처럼 변했네.] [뭐, 우선은 쉬어 두는 게 좋을 것 같군. 며칠간 제대로 쉬지도 못한데다가 그 괴물을 상대하느라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으니.]확실히 청룡의 말대로 김현우의 몸은 상당히 피로를 느끼는 중이었다.
그는 지하계층으로 내려간 뒤로는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고, 여왕을 상대한 뒤에도 짧은 휴식 없이 곧바로 9계층에 올라왔다.
휴식 없는 강행군.
그렇기에 김현우는 들리는 청룡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리곤-
“맞아,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곧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김현우는 곧바로 노아의 방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벌써 온 건가?”
“왜?”
“아니, 내 생각보다도 빨리 온 것 같아서 말일세.”
“뭐, 그냥 빨리빨리 끝내고 왔지.”
노아의 방주에 들어오자마자 살짝 놀라며 입을 여는 노아흐의 말에 대꾸한 김현우는 그의 앞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녀- 그러니까 조율자는 어떻게 됐나?”
노아흐의 물음.
김현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노아흐에게 저장소의 열쇠를 내밀었고, 노아흐는 그가 내민 흑색의 보석을 받아들이며 물었다.
“이건?”
“조율자가 가지고 있던 열쇠야. 근데, 그 녀석 진짜 조율자 맞아?”
“……그게 무슨 소리인가?”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자신이 지하계층에 내려가서 보았던 조율자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치 키메라처럼 자신의 몸에 다른 종족의 몸을 붙여 놓은 그녀의 모습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거대한 지네로 변해 자신을 공격했던 그녀의 모습까지.
김현우의 이야기를 잠시간 듣고 있던 노아흐는 혀를 쯧쯧 차며 대답했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더니, 결국 그 사단을 내고 말았군.”
“무슨 욕심?”
그의 물음에 노아흐는 대답했다.
“저번에도 내가 말했듯이 자네도 알고 있는 내용이네만, 이 탑을 만든 다섯 중 세 명, 그러니까 ‘설계자’와 ‘기술자’, 그리고 ‘조율자’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우리를 이용했네.”
그리고-
“그중에서도 조율자의 욕심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업을 만드는 것이었네”
“……전지전능?”
“그래, 그 무엇이든 알 수 있고,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지전능에 다다르는 게 바로 그녀의 욕심이었네- 뭐, 자네가 해준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그녀는 딱히 자네가 손대지 않았더라도 자멸했을 것 같군.”
제작자의 말에 김현우는 물었다.
“자멸했다고? 왜?”
“말 그대로의 이야기일세, 그녀처럼 등반자의 몸을 기워 붙여 신체 자체에 남아 있는 ‘업(業)’을 특수한 방법으로 끌어 쓴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계가 있지.”
아마 그녀가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의 개수를 늘려 전지전능을 노렸다면-
“아마 전지전능에 도달하기 전에, 그녀는 자신이 모은 업을 버티지 못하고 몸이 부서졌을 걸세. 아무리 특수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말일세.”
“……몸이 부서진다고?”
“그래, 아무리 몸을 기워 붙인다고 해도 그 육체에 들어 있는 미약한 업은 엄연히 남의 것,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은 업은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지.”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넘겨받은 보석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 무엇인가가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왜 그러나?”
“그렇게 말했었잖아? 조율자를 처리하면 뭔가 얻는 게 있을 거라고, 그게 그거야?”
김현우가 노아흐의 손 위에 있는 열쇠를 가리키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네,”
“그게 뭐길래?”
그의 물음에 보석을 관찰하고 있던 노아흐는 이내 김현우에게 그것을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자네도 아티팩트의 로그를 읽어서 알 것 같네만 그것은 바로 그녀의 저장고일세. 그러니까- 음…….”
노아흐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역시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자네가 한번 들어갔다가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편할 것 같군.”
“한번 들어갔다 나오라고?”
김현우는 노아흐의 말에 대답하며 시선을 내려 저장소의 열쇠를 바라봤다.
“그래, 자네가 한번 들어갔다 나온 뒤에 설명하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으니 말일세.”
“그래? 그렇다면야…….”
‘사실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
저장소의 열쇠
등급: Ss+
보정: ??
스킬: 출입(出入)
재사용 대기시간: 0
[사용 가능]——
그는 하루가 지나서인지 지하계층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초기화되어 있는 재사용 대기 시간을 보며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출입.”
부르르르르-!
김현우의 입이 열리자마자 그의 손안에서 부르르 떨기 시작한 보석.
그는 짐짓 손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로 부르르 거리는 보석을 꾹 쥐었고, 이내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
김현우는 자신의 눈앞이 새카맣게 변해가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어쩌지도 못한 그 순간에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한 그의 시야.
처음 접하는 상황에 김현우는 일순 동요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고.
곧 그의 시야가 검게 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현우는 새카맣게 물들었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
김현우는 그곳에서-
“이게……뭐야?”
군단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