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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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다구리는 이렇게 치는 거다 (1)시스템 룸의 방 안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김현우가 올 때만 해도 땅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게임팩 때문에 발 디딜 곳이 없었던 아브의 시스템 룸은 신기하게도 매우 깨끗해져 있었다.
물론 벽장에 박혀 있는 게임팩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벽 한쪽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게임팩들이 쌓여 있었으나 정리를 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깨끗해 보이는 시스템 룸의 풍경은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의 한가운데에는-
“……이 구조 만드느라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개고생을 했는데.”
-시스템 룸 안쪽에서 하나린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자 하나린의 주변에 둥둥 떠 있는 수많은 책이 그녀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좌우로 촤르르륵 넘어가고.
“음…… 그래도 좋게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그런 하나린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아브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자 하나린은 불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좋게 생각하라고요?”
“네. 사실 저와 당신이 이렇게 노력하면서까지 정복자를 막으려고 한 것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지게 된 거니까 오히려 좋은 게 아닐까요?”
아브의 말에 하나린은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기는 하네요.”
3일 전, 하나린은 김현우에게서 하나의 명령을 하달받았다.
그것은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아브와 함께 9계층으로 들어오려는 정복자를 막으라는 명령.
그렇기에 하나린은 아브를 도와 ‘언령’이 아닌 자신의 서고의 능력을 이용해 아브와 함께 9계층의 출구를 막아 놓았으나-
“그냥 놔두면 되지.”
“……뭐,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 않을까요?”
-하나린과 아브가 3일에 걸쳐 ‘서고’의 도움까지 얻어가며 만들었던 철저한 시스템상의 봉인은 몇 시간 전, 갑작스레 찾아온 제천대성과 노아흐에 의해 얼마 써먹지도 못하고 폐기했다.
하나린은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아브를 한번 바라보곤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한번 펼쳤고.
촤르르르륵!
분명 하나린의 근처로 넓게 퍼져 있던 책들은 마치 환상이라도 된 듯 하나린이 옆에 메고 있는 책을 향해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아브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정말 도움이 됐어요. 역시 ‘서고의 주인’이 있으면 일이 편하다니까요?”
“……그런가요? 제가 한 일은 당신이 말하는 적당한 책을 소환해서 그 능력을 사용한 것밖에는 없는데.”
하나린의 기본적인 능력은 언령의 서에서 배운 언령이긴 했으나 그녀는 서고의 주인으로서 서고 안에 있는 책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문제는 하나린도 그 넓은 서고에 정확히 무슨 책이 있는지 전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하나린이 그렇게 말하자 아브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어요. 마력 없이 룰의 구동을 일시적으로 멈추려면 그 능력들이 꼭 필요했으니까요.”
아브의 말에 하나린은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아까 전에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 뭐 하나요. 결국 저는 사부님한테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네?”
“맞잖아요? 힘들게 만들긴 했어도 결국 사용하지는 못했으니까요.”
하나린이 묘하게 우울해 있는 이유.
아브는 조금 전까지 그녀가 우울해 하는 이유가 분명 3일 동안 제대로 된 잠도 자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것에서 비롯한 우울함인 줄 알았으나.
“…….”
그녀는 곧 하나린이 우울해 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닌 가디언- 그러니까 김현우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에서 흘러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아브는 하나린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움이 되지 않은 게 저렇게 우울할 일인가?’
적어도 아브의 머릿속 알고리즘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하나린의 모습.
그도 그럴게 아브도 당장 열심히 구축해 놓은 것들이 쓸모없게 된 것에 대해서는 살짝 짜증이 날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우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나린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 아브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으나,
“후…….”
“…….”
이내 하나린의 얼굴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곤 그녀를 위로하기로 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결국 지금 저희가 만든 물건은, 사용할 수 없게 되긴 했어도 결국 저희들이 안정성을 담당한 건 맞으니까요.”
“안정성……?”
“네, 만약-”
그 뒤로 아브는 대충 우리들이 김현우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괜스레 길게 늘여 하나린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물론 김현우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이게 뭔 소리야? 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성이 부족한 내용이었으나-
“……정말로 그럴까요?”
“그럼요! 게다가 이건 애초에 저희 잘못이 아니라고요. 애초에 갑자기 저희에게 찾아와서 문을 열라고 했던 제천대성과 제작자 탓이죠!”
-아브는 객관성 없는 사실과 더불어 조금 전에 찾아온 제천대성과 노아흐를 떠올렸다.
밖에 당장에 네 명의 정복자가 도착해 있는 것을 알고서도 그냥 문을 열어달라고 청하던 제천대성.
사실 거기까지만 해도 도대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가 싶어서 아브는 그의 청을 거절했겠지만, 그 부탁을 한 것은 제천대성뿐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노아흐, 그는 제천대성과 함께 시스템 룸에 들어와 아브에게 문을 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뭐 결국 노아흐의 말에 힘들게 씌워놨던 것을 다시 풀어놓기는 했지만.’
물론 그도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 아니었고, 실질적으로 아브는 노아흐와 제천대성에게 현재 9계층에 내려온 사천(四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듣고 나서 봉인을 푼 거긴 하지만.
‘……그럴 거면 좀 빨리 말해주지,’
아브는 슬쩍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노아흐가 두고 간 수신용 통신 구슬을 바라봤다.
***
온 천지가 거대한 산과 숲으로 도배되어 있는 중국의 한 산지에서, 제천대성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천의 모습을 쭉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쪽에서 왕 놀이를 가장한 개새끼 놀이는 잘 즐기고 있나?”
9계층의 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들리는 제천대성의 비아냥거림에 귀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야? 이제 보니까 옛날에 자기 업을 되찾겠다고 내려간 모지리 원숭이 아니야?”
귀는 이미 9계층에 제천대성이 있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오로지 그의 성질을 긁기 위해 그런 식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귀의 예상과는 달리 제천대성은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너처럼 그 새끼 뒤나 빨고 있는 놈보다는 낫지 않을까? 응?”
제천대성의 말에 귀는 씩 웃고는 말했다.
“역시 원숭이라 그런지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무슨 상황? 설마 지금 이 상황 말하고 있는 거야? 지금 너와 내가 대치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 그럼 오히려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은 네가 더 떨어지는 것 같은데?”
“뭐?”
‘갑자기 열리지 않는 문이 열려서 들어와 봤더니 제천대성과 만났다.’
딱 이 한 줄만 객관적으로 봐도 대충 감이 오지 않아?”
-아, 멍청해서 그것도 잘 모르려나?
제천대성의 대답에 귀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하려 했으나 그는 곧 옆에 서 있던 비 덕분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9계층 문에 걸려 있던 봉인을 푼 겁니까?”
“역시 저 멍청한 새끼 빼고 몇 명은 상황 파악을 빨리빨리 하네.”
낄낄 거리며 웃음을 짓는 제천대성.
그녀는 개의치 않고 물었다.
“혹시나의 가정입니다만, 저희에게 협력할 생각은 있-”
“조금 전에 했던 말 취소할게, 이제 보니까 쟤도 쟤지만 너도 멀쩡한 건 아니네.”
제천대성의 말에 비는 귀와 마찬가지로 슬쩍 인상을 찌푸리곤 대답했다.
“당신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희를 9계층으로 인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도 아실 텐데요?”
“뭘?”
“저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요.”
비의 말에 제천대성은 피식 하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네?”
“그래서 어쩌라고.”
“그게 무슨.”
“그러니까 어쩌라고? 너희들이 만만치 않고 지금 나랑 싸워봤자 결과는 뻔하니까 너희들이 찾는 김현우나 내놔라- 뭐 이런 거야?”
제천대성의 말에 백은 대답했다.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군.”
“지랄하고 있네, 너는 아가리 털 자격도 없어 머저리 같은 새끼야, 네 친구들 뒤통수치고 혼자 거기서 꼬리 살랑거리고 있으니까 기분 좋냐?”
-이 개새끼야.
그러나 백은 곧 제천대성의 말 덕분에 열었던 입가를 굳게 닫을 수밖에 없었다.
“어이구 표정 굳은 거 봐라? 진실 좀 말하니까 바로 표정 변하네.”
“……제천대성, 말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지금 네 녀석이 우리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아질 게 있다고 생각하나?”
백의 말에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던 제천대성은-
“심기? 시이임기!?”
-이내 미친 듯이 웃으며 백을 노골적으로 조롱했다.
미친 듯이 웃는 제천대성과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 네 명의 정복자.
백의 시선이 점점 찌푸려질 무렵.
“야,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뱀대가리?”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군.”
갑작스레 질문한 제천대성의 물음에,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사천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곧 그곳에서-
“……청룡!”
“오랜만이구나, 백호.”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청룡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몸체가 새하얀 구름 사이를 떠다니고, 청룡의 거대한 얼굴이 아래에 있는 정복자들을 바라본다.
그 압도적인 모습.
허나 그 거대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백호는 곧 이상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느껴지는 기운은 두 개뿐.’
백호는 이곳에 느껴지는 기운이 두 개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가 느끼고 있는 기운은 바로 앞에 있는 제천대성과 청룡의 기운뿐이었고, 다른 기운은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둘이서 우리를 막으려고 드는 건가?’
백호의 사고가 일순 어지럽게 회전하며 여러 가지의 변수를 만들었다 지우기를 반복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들만으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본인들도 충분히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대체-‘
“원숭이 새끼가 나대기는 오지게 나대고 있네?”
계속해서 생각하던 백호.
허나 그런 그의 생각을 끊은 것은 바로 귀의 목소리였다.
“…….”
그는 굉장히 짜증이 나 있는 듯 어느새 자신의 몸 근처에 검은색의 기운을 두른 채 제천대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원숭아, 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팟!
분명 비의 옆에 서 있던 귀의 신형이 한순간 제천대성의 앞으로 이동하고.
“우선 좀 맞자 이 원숭이 새끼야!”
귀의 거대한 주먹이 제천대성의 얼굴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리고-
“지랄하네 병신이.”
“!!!”
귀는, 제천대성의 몸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기운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