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나 진짜 죽었냐? (2)
“고작 이딴 걸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노네임의 일갈.
헤르메스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전혀요. 제가 만든 이런 방어막 따위는 그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노네임은 거침없이 자신의 손을 움직였고, 그가 한번 손을 움직이자 앞을 막고 있던 방어막들이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했다.
쨍그랑! 카르르르륵!!
유리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방어막.
헤르메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20초 정도는 번 것 같군요.”
“네 녀석!”
그의 말에 노네임은 분노를 표출하며 사방으로 마력을 뿜어냈다.
당장 마력을 뿜어내는 것만으로도 이곳 전체를 박살 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지하 공동에 몰아친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공동 전체를 밀어버리면 당신이 지금까지 모은 업도 전부 허사가 돼버릴 텐데요?”
헤르메스의 말.
확실히 그의 말대로 노네임이 이곳에서 모든 마력을 운용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앞에 있는 방어막 따위는 순식간에 부실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네임의 앞에 깔려 있는 것은 일개 방어막 따위가 아니었다.
‘……폭발진.’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지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폭발진이 지금 노네임의 앞을 막고 있는 것의 정체였다.
물론 폭발진이 아무리 터진다고 해도 노네임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폭발진에서 나오는 화력을 헤르메스에게 돌려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섣불리 폭발진을 터트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공간 때문이었다.
“쯧.”
폭발진이 단 하나라도 터진다면 이곳은 통째로 날아간다.
그리고 이 공간이 통째로 날아간다는 소리는 다르게 말해서 노네임이 그동안 쌓아왔던 업도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 되었다.
카르르르륵!
그렇기에 노네임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겹쳐있는 폭발진을 하나씩 제거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너무 느리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느리게 걸어오셨다간 당신의 자식이 그동안 모은 업을 전부 먹어 치울 것 같은데 말입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노네임은 인상을 찌푸리며 탐왕을 바라봤다.
정신을 잃은 채 사슬에 묶여 있는 탐왕은 노네임이 모아놓은 업이 들어 있는 그 공간 안에서 거의 무한정하게 업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노네임은 헤르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히 네가 나를 배신하다니.”
“배신이라뇨? 말을 참 섭섭하게 하시는군요.”
“뭐?”
“애초에…… 저와 당신은 서로 팀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이 개새끼야.”
실눈을 뜨고 있던 헤르메스의 눈가가 한순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내가 정말로 네 팀이라고 생각한 거야? 정말로?”
“감당할 수 있겠나?”
노네임의 차가운 경고.
헤르메스는 지금까지 보여왔던 정중한 태도는 처음부터 거짓말이라는 듯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그를 바라봤다.
“감당은 이 개새끼야! 이미 네가 그때 내 동료들을 죽이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은 이미 넘어섰어, 알아?”
헤르메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주 짧은 찰나로 과거를 회상했다.
자신의 동료이자 아버지였던, 그리고 누나와 형들, 또한 동생과도 같았던 그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해했던 노네임의 모습을.
헤르메스는 자신의 입가를 혀로 문지르며 손을 움직였고.
우우우우웅-!!!!
이내 헤르메스의 앞에 조금 전까지 없었던 폭발진이 새롭게 겹쳐지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문 노네임은 급하게 손을 들어 올려 헤르메스의 마력을 빼앗았다.
아니, 빼앗았다기보다는 ‘없앴다’.
애초에 ‘마력’ 그 자체인 노네임에게 있어서 마력은 당연히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씨익-
“……!”
노네임은 헤르메스의 몸에서 자신의 마력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에 겹겹이 만들어지는 폭발진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눈을 떴다.
“내가 설마 대비도 안 해뒀을 것 같아?”
헤르메스의 말에 곧 인상을 찌푸리며 폭발진을 해제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노네임.
“도대체 언제부터 일을 꾸민 거지?”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자 헤르메스는 비웃음을 지우곤 이야기했다.
“당연한 것 아니야? 처음부터다.”
“…….”
“너한테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그때부터 나는 줄곧 이때를 꿈꾸고 있었어, 너를 이 두 손으로 직접 죽여버릴 지금 이 순간을 말이야……!”
“김현우를 관리기관에 떨어트린 것도 네 녀석의 짓인가.”
“그렇다면?”
“쓸데없는 짓을 했군.”
“쓸데없는 짓이라니? 그 녀석 덕분에 이렇게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내 입장에서는 감사를 몇 번이나 해도 모자랄 정도지. 자기의 목숨을 희생해서 네 시간을 끌어주었으니 말이야.”
“멍청한 놈. 나를 정말로 밀어내고 싶었으면 김현우를 은밀하게 돕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군.”
“그 생각도 이미 해 봤지. 그런데 말이야. 애초에 복수라는 건 내 손으로 직접 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
게다가-
“김현우가 네가 찾던 그 녀석을 데려올 때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 같더라고?”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노네임의 추측에 헤르메스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답했다.
“적어도 이곳에서 내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어…… 뭐, 그 녀석이 있던 51번 탑은 보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아무튼-
“네가 모르는 것 정도는, 전부 알고 있었지.”
헤르메스의 말.
“멍청하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결국 그 좋은 패를 버림패로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가?”
노네임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에 헤르메스는 슬쩍 얼굴을 굳힐 뻔했으나 곧바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는 이야기했다.
“복수는 직접 해야지, 안 그래? 너도 내 형제들을 직접 죽였으니까.”
“과연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럼, 이만큼의 시간이 있었는데, 못할 거라고 생각해?”
헤르메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속에서 자그마한 스위치를 하나 꺼내 들고는 망설임 없이 눌렀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생성되는 포탈.
노네임은 본능적으로 형성되는 포탈을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어, ‘물건’에 담긴 업은 빼앗지도 못하잖아?”
헤르메스의 말과 함께, 노네임은 포탈에서 떨어져 쏟아져 내리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그것들은 무기였다.
어느 것은 닿기만 해도 온몸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것 같은 전류를 내뿜고 있었고.
또 어느 것은 청명한 기운을 주변에 뿌려대고 있었다.
또 다른 것은 죽음의 기운을 사방에다 흩뿌려 닿는 모든 것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었고.
마지막에 포탈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목걸이는 포탈에서 빠져나온 무기들을 하나둘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노네임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탑을 만들 때 같이 처분하려고 했던 것을 빼돌렸나.”
“정답. 멍청이 같이 모든 전권을 내게 맡기는 통에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었지.”
헤르메스의 말에 노네임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멍청한 놈. 내가 네게 전권을 맡긴 이유는 그것들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너 같은 놈이 그것을 다시 주워 사용한다고 해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
노네임은 그렇게 말하며 폭발진을 더더욱 빠르게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겹겹이 쌓여 있던 폭발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식간에 사라져 나가고, 그와 함께 헤르메스의 주변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하늘에 떠 있던 무기들의 주변에, 형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릿한 안개로 만들어진 그 형상은 노네임이 폭발진을 깨면 깰수록 그 형상을 온전하게 잡아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노네임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폭발진을 완전히 없앴을 때.
“그럼 어디 한번 실험해 보면 되겠네?”
노네임의 앞을 막고 있었던 것은,
“어디 한번 뚫어봐.”
헤르메스가 아닌 그리스의 신들이었다.
xxxx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단 하나의 오두막만 있는 그 백야에서.
“끄아아아악!”
조금 전까지 죽은 데블랑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던 베드로는 하얀 모래에 얼굴을 처박고는 자신의 떨어져 나간 오른팔을 붙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허나 그런 베드로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컥!”
-그는 곧 자신을 압박하는 마력에 의해 하얀 모랫바닥에 처박혀 헛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런 베드로의 앞에 걸어오는 한 인영.
“똑바로 말하거라.”
야차는 소름끼칠 정도의 무표정으로 모랫바닥에 처박힌 베드로의 머리를 짓밟으며 이야기했다.
뿌드드득!
“끄아아아아악!!!!!”
골통이 깨져나가는 소리에 비명을 지르는 베드로.
그러나 야차는 밟는 힘을 줄이지 않고 말했다.
“김현우는, 어디로 갔느냐?”
“끅…… 끄으윽”
“설마 말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게냐?”
“그, 그는…… 관리…… 관리기관에 갔소.”
베드로의 힘겨운 말.
그에 야차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그가 거기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거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그건?”
망설이는 베드로.
그에 야차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머리통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었다.
꾸드드드득-!
나뭇조각이 한계에 달한 듯 터져나가는 소리.
베드로는 비명을 지르듯 입을 열었다.
“어…… 어쩔 수 없었소!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업이……!”
“……대업?”
“큭…….”
베드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는 듯 입을 다물었으나, 이내 결심했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이야기할-
“대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소. 그 남자를 죽이기 위해서 김현우, 그의 희생은 어쩔 수 없었다는 말-끄허어어억!!”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입을 열고 있었던 베드로의 얼굴은 그대로 모랫바닥에 처박혀 버렸으니까.
야차는 제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에 처박힌 베드로의 얼굴을 꺼내 들었다.
“으으으-”
안 그래도 나무껍질이 마구잡이로 자라있는 모습에 흉측했던 베드로의 얼굴은 그 주변을 가리고 있던 껍질 깨지면서 더더욱 흉측하게 변했으나 야차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내 지아비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것이더냐?”
야차의 눈에서 느껴지는 살기.
아니, 그것은 살기 같은 단어로 정정할 수 있는 그런 단위의 감정이 아니었다.
“……!!”
야차가 뿌리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 베드로.
그러나 그는 덜덜 떨면서도 입을 열었다.
“마, 맞소.”
베드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다음으로 올 고통에 대비해 눈을 꾹 감았으나,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고, 이내 조심스레 다시 눈을 뜬 그곳에서, 베드로는 볼 수 있었다.
“…….”
야차가, 지금 당장 자기를 죽여 버리고 싶어 하는 것을 억제하는 그 모습을.
베드로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고.
한참동안이나 베드로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자신의 손에 피를 터트리던 야차는 이내 덜덜 떨리는 숨을 쉬며 자신을 타이르듯 몇 번이고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내 지아비가 간 곳으로 안내해라. 지금 당장.”
야차는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