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25)
나의 악당들 125화
34. 그라두일 산⑴
어둡고 적막한 피시방.
“또 튕겼어?”
“어.”
옆자리에 앉은 종서는 어이가 없다 는 듯 낄낄거렸다.
“그 콤보만 쓰면 무조건 튕기는 거 야? 완전 망겜이네. 무슨 그런 버그 가 다 있냐.”
“그러게. 한 번만 더해보고 이번에 도 튕기면 그냥 때려치우려고.”
새로 서버를 연 뒤, 창백한 인상에 기이한 화장을 한 사내를 선택했다.
“뭐야, 얘도 하드코어였어?”
“어.”
“실험용 캐릭터라며?”
“나 원래 노멀 모드 안 하잖아.”
“그래도 그렇지, 실험용까지 하드 코어를 켰다고? 진짜 미친놈이다, 너.”
하루 이틀도 아닌데, 종서가 혀를 내두른다. 그러곤 이어서 혀를 차더 니, “에휴, 안타까운 놈.”
“••••••뭐가.”
“기껏 휴가 나와서 한다는 게 다크 월드 빌드 개발이잖아. 여자친구라도 계속 만났으면……. 아니, 아니다.”
화면 속의 사내는 커다란 석판을 들고 기이한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이것도 은근 재밌어.”
“이게 재밌는 게 아니라 포럼에다 공략 쓰는 게 재밌는 거 아니냐?”
“그게 그거지.”
종서는 포럼을 접속하더니 공략 탭 에 들어갔다.
“야, 네가 쓴 거 어떻게 보냐?”
“‘혈장’이라고 검색해 봐.”
“혈장……. 이야, 많이도 썼네.”
한편 화면 속에서는 석판을 든 사 내가 주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간 이 꽤 필요하겠지. 나는 알트 탭을 눌러 별로 흥미롭지 않은 웹툰을 스 크롤 했다.
화면을 훑어보던 종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석 빌드, PvP 빌드, 탱킹 빌드, 소용돌이 빌드……. 혈기사 빌드는 다 네가 썼네?”
“당연하지.”
“혈법사 빌드? 이건 왜 이렇게 별 점이 낮아?”
“이것저것 까다로운 빌드라서 그런 지 다들 싫어하더라. 비효율적이라 고.”
“하여간, 김치 게이머 새끼들. 게임 을 즐길 줄 모른다니까?”
종서의 수다 사이로 땡, 알림음이 울리더니 SNS 메신저가 깜빡거린 다.
문정혁 병장님. 마우스 커서가 머 뭇거린다…….
“쌍칼 빌드, 이건 재밌어 보이네. 라면버서커랑 비슷한 거냐?”
“그거보다 낫지. 언제 적 빌드냐, 라면 버서 커가.”
“검객은 또 뭐야? 원래 이런 게 있었나?”
“확장팩에서 나온 거야.”
“생긴 건 내 취향인데……. 법확찢 에, 반갈죽에, 빌드 이름이 다 왜 이래?” 알트 탭. 게임 화면이 SNS 메시지 와 웹툰을 덮어버렸다. 석판을 든 사내의 주문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우우웅, 옆에서 진동이 울려 퍼졌 다. 짧은 통화 후, 종서가 말한다.
“애들 거의 다 왔대. 나가자.”
“잠깐만. 이것만 해보고.”
석판을 든 사내가 고함을 지르자, 사방에 모여든 영혼이 그의 몸에 빨 려든다. 그리고 이어진 ‘파멸’.
쨍그랑, 세상이 조각났다.
난 지금껏 네 명의 서브 캐릭터를 만났다.
원소마법사 엘렌, 강령술사 루크, 광전사 우테콰이, 비전사냥꾼 아탈 란테. 이들 중 둘은 동료가 되었고, 하나는 적이 되었으며, 하나는 아직 애매했다.
엘렌과 우테콰이가 동료가 된 경우 였고, 난 둘의 캐릭터 시트를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캐릭터 시트가 곧 신뢰의 증거인 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밤에 떠오른 네 번째 캐릭터 시트는 날 혼란스럽
게 만들었다.
이름 : 무명
레벨 : 23
클래스 : 검객
능력치 : 남은 보너스 – 0
근력 – 15(20) 민첩 — 38(92)
건강 — 14(18) 마력 – 10(10)
스킬 :
습(襲) 5pt, 은(隱) 5pt,
독(毒) 2pt, 탈(脫) Ipt 소 = 3pt, 당(違) lpt, 연(燕) lpt 참(所) 3pt, 쾌(快) lpt
꿈에서 보이는 화면에 새로운 탭이 떴길래 난 당연히 아탈란테의 시트 일 줄 알았다. 그녀와 신뢰가 쌓였 는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 애당 초 다른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새로운 시트는 아탈란테의 것 이 아니었다. 아예 일면식도 없는 검객의 것이 추가된 것이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시트 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는 쉽게 짐 작이 갔다.
다크월드에서는 능력치가 높아질수 록 올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능력치가 한 자릿수일 때는 보너스 를 1만 부어도 1점이 오르지만, 능 력치가 10대일 때는 보너스를 2만 큼 부어야 1점이 오르고, 20대일 때 는 보너스를 3만큼 부어야 1점이 오르는 식이었다.
그래서 한 능력치만 집중적으로 올 리는 것보다는 여러 능력치를 골고 루 올리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새롭게 떠오른 검객의 시트 를 보면, 민첩이 ‘38(92)’로 표기되 어 있었다. 무려 92의 보너스를 투 자하여 38의 실질 점수를 만들었다 는 뜻이다.
거기에 더해, ‘습’, ‘은’, ‘독’, ‘탈’ 같은 인술(忍術) 계열 위주로 스킬 을 찍었다는 건…….
“포이닉스, 자.”
“ 음?”
상념을 깨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빡빡이 스티드먼이 나무그릇 을 내밀었다. 돼지고기와 콩, 토마토 를 넣고 끓인 스튜였다.
“맛이 좋아. 부니가 이런 요리를 꽤 잘하거든.”
“그래, 잘 먹을게.”
“엘렌 님도 잡숴보시겠습니까?”
평평한 바위에 로브를 깔고 앉은 엘렌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 덕 거렸다.
“음, 조금만 줘.”
“옙, 잠시만 기다리십쇼.”
스티드먼은 짧은 다리를 재게 놀려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언덕 아래엔 우테콰이와 아미아스 패거리가 조그만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것저것 굽고 있었다. 그 중심에선 멀대 부니가 무쇠 스킬멧으로 무언 가를 열심히 볶아대고 있었다.
모닥불 근처에는 마법사 둘과 드루 이드, 검사가 둘러앉아 있었다. 시렌 라오의 일행이다.
건너편엔 팔베개를 한 채 드러누운 아탈란테와 빵덩이를 씹고 있는 전 사 비토리오가 보였다.
썩 평화로운 풍경.
근처 바위 언덕에서 활을 쥔 채 경계를 하고 있는 궁수 콜과 전사 아고스가 아니었더라면 소풍을 나왔 다고 해도 믿을 풍경이었다.
난 천천히 주변을 일별한 뒤 엘렌 을 돌아보았다.
“근데 너, 요즘 꽤 잘 먹는다?”
“••••••내가?”
“응. 너 그거 두 개째 아니냐?”
엘렌은 먹고 있던 샌드위치를 내려 다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왜?”
“평소엔 그거 반도 안 먹었잖아.”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그 정도였어.”
내 단언에 엘렌은 잠시 멈칫거렸 다. 그러곤 슬며시 샌드위치를 내려 놓곤 제 배며 허벅지, 팔뚝을 만져 보는 것이었다.
“혹시, 나 좀 무거워졌어?”
“……뭐?”
“나 안을 때, 좀 무거워진 것 같 아?”
그렇게 묻는 엘렌의 얼굴엔 한국의 여고생들이 야식을 먹고 보이곤 하 는 그런 시시한 걱정이 담겨 있었 다.
“푸하하학!”
괜히 우스워서 웃음을 터뜨리자 엘 렌이 얼굴을 구겼다.
“뭐가 웃겨?”
“어? *하흐* 음, 그냥. 너도 *크 음* 그런 걸 신경 쓰는구나, 싶어 서.”
“……그런 거‘?”
“어. 살찌고 그런 거 말이야.”
내 말에 엘렌의 표정이 조금 굳어 졌다.
“그래서, 내가 살이 쪘다는 거야?”
“어? 아니? 그건 아닌데.”
“솔직히 말해.”
“야, 하나도 안 쪘어. 그리고, 넌 좀 쪄도 돼.”
손사래를 치던 나는 문득 이주쯤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렸다.
“맞아, 혹시 너 키 크느라고 더 먹 는 거 아냐?”
“……키?”
“어. 얼마 전에 너 키 컸잖아. 야, 한 번 일어나 봐.”
“아잇, 밥 먹다 말고……
내가 나무그릇을 내려놓으며 채근 하자, 엘렌은 못 이긴 척 날개장식 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잠깐만, 땅에 발 붙이고.”
“그 정돈 혼자 할 수 있어.”
발을 잡아주려던 나를 만류한 녀석 이 굳게 땅을 딛고 섰다.
“ O 으” —
“•…”컸어?”
“잠시만.”
난 녀석의 정수리에 손날을 대어 신중히 키를 재어보았다.
……그대로 같은데. 아무리 봐도 안 큰 것 같아.
하지만 눈을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 는 엘렌을 보니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어- 좀 컸나?”
“정말?”
“음. 그래, 컸네. 엄청 미세한데, 크긴 컸어.”
내 말에, 녀석의 얼굴에 화색이 들 더니 두어 뼘쯤 부응, 날아올랐다.
“사실, 요즘 자꾸만 입맛이 돌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아- 그래?”
“그게 키가 크려는 전조였구나. 그 러고 보니 잘 때마다 무릎이 좀 땅 겼던 것 같기도 하고.”
녀석은 그렇게 조잘거리더니 스티 드먼이 가져온 스튜 한 그릇을 깨끗 이 비웠다.
“근데, 기껏 사둔 옷이 안 맞으면 어쩌지? 이 주변은 다 시골 동네라 괜찮은 옷 구하기가 힘든데.”
……음, 괜히 애잔하네.
어제, 그러니까, 롱빌을 떠난 당일 엔 온종일 그라두일 산 근처를 수색 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기슭에 위치한 수풀 주변, 고갯길로 접어드 는 산줄기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 았다.
곧장 산정에 올라 아칸쿠 카라멕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위험 요소를 먼저 배제해 두기 위해서였 다. 강적을 상대하느라 지친 상태로 내려오는 길에 그린스킨이나 아누파 드 무리를 마주치고 싶진 않았기 때 문이다.
그렇게 종일 이어진 수색 끝에, 우 리가 잡은 괴물은 오크 둘에 고블릿 셋이 전부였다.
“이 주변은 괴물들의 씨가 마른 것 같아.”
어깨에 하얀 창을 기대어 둔 아탈 란테가 말을 이었다.
“그린스킨들은 다 도망쳤을 테고, 아누파드들은 고갯길에 집결했겠 지.”
“아누파드 군대, 식량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한 곳에 엎드려 있으면 식량 얻을 수 없다. 분명 사 냥하는 무리 있을 것이다.”
우테콰이의 주장에, 아탈란테가 어 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따로 보급을 마련했겠죠.”
“괴물들이 말인가?”
“괜히 군대라고 불리는 게 아니거 든요. 그리고, 놈들은 식량이 부족해 지면 제 동족들을 잡아먹기도 해 요.”
“ O 으” —
우테콰이를 따라 나머지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 임시로 결성된 16인 의 파티는 말없이 서로를 흘긋거렸 다.
아미아스는 돈을, 아탈란테는 점수 를, 시렌은 카라멕의 저지를 원한다. 다들 원하는 것이 다르니 섣불리 입 을 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열다섯 쌍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 여들었다.
하, 부담스러워라.
나는 눈썹을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 다.
“그래서, 아탈란테. 네 의견은 뭐 야?”
기다란 손가락으로 창을 톡톡 두드 리고 있던 아탈란테는 기다렸다는 듯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갯길로 가야 해.”
“……아누파드 군대를 치자는 거 야?”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
아탈란테는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우리가 지금 정상에 오르지 못하 고 있는 건, 나중에 롱빌로 물러날 때 아누파드의 군대에 둘러싸일까 걱정돼서야. 맞지?”
“그래서?”
“그러니, 우린 아누파드 군대를 먼 저 처리해야 해. 고갯길 근처에 매 복한 뒤, 영주의 군대를 기다리자. 영주의 군대가 아누파드를 치면, 기 회를 봐서 전투에 합류하는 거야.”
“‘기회를 봐서’라.”
내 중얼거림에 아탈란테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 무슨 의미인지는 다들 알잖 아?”
영주의 군대가 이길 것 같으면 잽 싸게 참전해서 성과를 잔뜩 챙기고, 질 것 같으면 그대로 내빼자는 소리 겠지. 뻔한 이야기다.
“그래도 괜찮겠어? 도망치면 점수 를 못 벌 텐데.”
“그땐 점수에 의미가 없지 않을까? 영주의 군대가 패할 정도로 아누파 드가 강하다면, 차라리 영지를 포기 하는 게 나아.” 하긴, 아탈란테가 원하는 건 안정 된 정착지지, 괴물들에게 시도 때도 위협을 받는 위태로운 동네가 아닐 테니까.
물론 아탈란테는 영주가 이길 것이 라 믿고 있을 것이다. 전투에 적당 히 끼어들어 1등을 유지하는 게 목 표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마법사 시렌이 얼른 앞으로 나섰다.
“잠시만요, 포이닉스 경.”
“말씀하시죠, 시렌 양.”
시렌은 내게 커다란 눈을 깜빡여 보이더니 파티를 돌아보며 말했다.
“전투의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정 상에 올라가야 해요. 영주의 군대가 패배하면 이 근방이 위험해질 뿐이 지만, 카라멕의 주술이 완성되면 마 르바는 물론 왕국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왕국 전체라니, 오버하기는.
“그리고 사실, 지금도 충분히 시간 을 지체했어요. 아누파드의 군대와 싸우며 시간을 빼앗겼다간 돌이킬 수 없이 늦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래서, 시렌 양은 우리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내 물음에, 시렌은 제 연인을 잠시 돌아보았다. 그러곤 짧게 고개를 끄 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일을 제일 먼저 처리 하고, 덜 중요한 일은 나중에 처리 해야겠죠. 한시라도 빨리 정상에 올 라가서 차원 충돌을 막아야 해요. 아누파드는 그다음이구요.”
시렌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 서쪽 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볕에 달아오 른 바위 언덕을 식히는, 반가운 산 들바람이었다.
“음?”
내가 문득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돌아보는 동안, 우테콰이가 나섰다.
“내게 좋은 생각 있다. 아틸리아와 마법사, 둘 다 만족할 거다.”
시선이 집중되자, 놈은 돌메의 자 루에 턱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용병 둘 보내서 고갯길 염탐한다. 염탐꾼, 전투가 시작되면 신호를 보 낸다. 그럼 산 정상에 올라 아칸쿠 처리한다. 아누파드, 영주의 군대와 싸우느라 우리를 쫓을 수 없다. 아 주 간단하다.”
아탈란테와 시렌의 표정을 살피니, 둘 다 별로 만족한 눈치가 아니었 다.
우테콰이는 그들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전에, 우리는 트롤 잡 는다.”
“또 트롤. 그놈의 트롤 타령 좀 그 만하면 안 돼?”
“조용히 해라, 계집. 트롤의 피 탐 내고 있는 것 다 안다.”
“탐내긴 누가 탐냈다는 거야?”
우테콰이는 엘렌의 투덜거림을 깔 끔히 무시해버렸다.
“트롤, 점수 높다. 잡으면 1등 유 지할 수 있다.”
아탈란테는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탄카 씨, 저쪽 토벌에선 점수를 세 배나 준다니까요. 아누파드 열일 곱 마리면 153점이에요.”
“여러 마리 잡으면 된다.”
“……여러 마리요?”
“그래. 나 흔적 찾았다. 트롤, 한 마리가 아니다.”
아탈란테가 입을 다물자, 우테콰이 의 시선이 시렌을 향했다.
“트롤 잡으면, 숲길도 이용할 수 있다.”
“숲길이라면.”
“산꼭대기에 빨리 오를 수 있다. 고 갯길에서 전투 시작하면, 우린 빠르 게 산꼭대기 올라 아칸쿠 처리한다.”
시렌이 설득될 즈음, 또다시 바람 이 불어왔다.
난 바람이 불어온 곳, 그러니까, 수풀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번엔 확실히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 낀 탓이다.
“하지만 트롤, 조심히 사냥해야 한 다.”
“왜요? 마법사도 셋이나 있겠다, 이 정도 인원이면 트롤쯤은……
“흔적을 보니, 수컷의 영역에 암컷 이 왔다. 새끼를 데리고.”
“그런데요?”
“짝짓기를 했을 거다. 짝짓기를 한 트롤, 배고프고 포악하다.”
그즈음, 내 코는 아주 희미한 냄새 를 포착했다. 지독한 땀 냄새 같기 도 했고, 배설물이 썩어가는 냄새 같기도 한 괴악한 냄새였다.
“한 마리씩 유인해서 사냥해야 한 다. 어두운 밤에.”
중천에 떠오른 태양이 쨍했다.
난 쓴웃음을 지으며 흐룬팅을 뽑아 들었다. 챙, 하는 맑은 검명에 파티 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밤까지 못 기다리겠는데.”
“못 기다린다? 그게 무슨 말,”
뒤늦게 냄새를 맡은 우테콰이가 굳 은 얼굴로 돌메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수풀 어딘가에서 기 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끄와아아악!
마치 비명과도 같은 날카로운 포 효. 트롤이었다.
파랑손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