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40)
나의 악당들 240화
49. 방문자들(3)
“너……
“왜. 뭔데?”
계단 앞에 멈춰 선 엘렌은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재차 살펴보았다. 그 러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달 싹거렸다.
“너, 키가…… 좀 커진 것 같아.”
“키?”
아, 난 또 뭐라고.
“착각인가? 아니면, 스티드먼이랑 신발이라도 바꿨어?”
어째 조마조마한 녀석의 표정에 피 식 웃음이 나왔다. 난 어깨를 으쓱 이며 대답했다.
“1센티쯤 큰 것 같더라. 이제 한 193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하.”
어이가 없다는 듯한 헛웃음을 뒤로 하고 잠시 딴생각에 빠졌다.
꿈의 영지에서 피를 마시는 뱀을 만난 덕일까? ‘전설의 혈통’의 숙련 도가 2점이나 늘었다.
게임에서의 ‘전설의 혈통’은 모든 속성 및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을 약간 높여주고 방어력도 소소하게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그 보 정치가 워낙 미미해서 다른 스킬들 과 비교하면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편이었지. 육성법에 따라선 3점만 투자하거나 스킵하는 경우도 많았 고.
현실에선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내가 느낀 건 피부가 조금 질겨졌다는 사실이었는데, 아마 방 어력 보정의 효과일 터였다.
반면 저항력에 관한 건 체감이 잘 안 된다. 저항력이 올랐는지 확인해 보겠답시고 몸에 불을 지지거나 일 부러 독을 마시는 등의 미친 짓거리 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거기에 더해, 지난번에 탈피를 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덩치가 아주 조금 커졌다. 게임에서는 표기 되지 않은 부가적인 효과인 모양이 다.
“나도 긴가민가하다가 겨우 눈치챘 는데, 넌 어떻게 알았어?”
“……말도 안 돼.”
멍하니 날 올려다보던 엘렌은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아니, 키가 왜 계속 커? 네가 무 슨 나무야?”
하고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이상 하잖아. 어린 애도 아닌데 왜 자꾸 키가 크냐고.”
“원래 남자는 이십 대 중반까지도 크거든?”
“이, 이십 대, 중반?”
녀석은 거의 패닉에 빠진 채 말을 더듬거렸다.
“너, 올해 스물하나잖아.”
W O ” 후 •
“그럼, 그럼 앞으로 4, 5년은 더 큰다는 거야? 지금처럼?”
“……글쎄.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흠. 그러고 보니 전설의 혈통을 마 스터하면 정말 키가 2미터쯤까지 커 질지도 모르겠는걸.
김승수로서는 지금의 덩치도 좀 과 하게 느껴지는 판국이라 2미터까지 큰다니 조금 거부감이 느껴진다.
엘렌은 절망한 표정으로 어깨를 늘 어뜨리더니 ‘차라리 변신 주문을 익 히는 편이 빠르겠어’ 하고 중얼거렸 다.
얜 왜 이래?
“내려가서 밥이나 먹자. 나 아침부 터 땀 빼서 배고파.”
“……안 먹어. 어차피 난 먹어 봤 자 아무 쓸모도 없어……
“무슨 헛소리야?”
녀석을 들다시피 하여 끌고 내려가 니 식사 준비는 진작에 끝나있었다.
아침 메뉴는 썩 풍족한 편이었다.
데친 누에콩을 양젖에 졸인 것에 각종 향신료를 더한 콩죽, 저민 근 대와 마늘을 멧돼지고기 반죽에 섞 어서 볶듯이 튀긴 미트볼, 겉에 기 름을 바르고 허브를 곁들여 통째로 구운 메추라기, 염소 고기로 만든 소시지, 절인 청어, 납작한 빵, 신선 한 회향 잎과 루콜라 등.
귀족적인 식단이라고 하긴 어렵지 만, 일반 농민들에겐 사치스럽기 그 지없는 식사였다.
하인 노릇을 하는 젊은 부부 중 부인 쪽, 그러니까, ‘로웬’의 요리 솜씨가 빼어나서 덕을 봤다. 그녀는 사냥 및 채집으로 구한 것과 다른 마을에서 구해온 식료품을 백분 활 용하여 매번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 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돈깨나 있는 부잣집에서 하녀 노릇을 해본 게 틀 림 없다.
“야, 이거 한번 먹어봐. 별로 짜지 도 않고 딱 적당해.”
김이 올라오는 소시지를 적당히 잘 라 엘렌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그러나 녀석은 나를 한차례 흘겨보 더니 죽만 계속 깨작거렸다. 입술도 비죽 나와 있는 걸 보니 뭔가 불만 이 있는 모양인데…….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은 소녀 를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아니, 아니지. 열일곱 살이면 한국 나이로 고3쯤 될 텐데, 질풍노 도의 시기라기엔 나이가 좀 많지 않 나?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엘렌의 잔 에 사과주를 채워주고, 메추라기 통 구이에서 뼈를 발라 접시에 올려주 었다. 이어서 삶은 메추리 알을 까 기 시작하자 녀석은 날 흘긋거리더 니 입을 열었다.
“좀 내버려 둬. 알아서 먹을 테니 까.”
“어, 알겠어, 이게 마지막. 자, 아, 해봐.”
“그만 좀, 읍-”
메추리알에 말이 막힌 엘렌은 입을 오물거리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알아서 먹겠다는데 왜 귀찮게 굴 어?”
“깨작대는 거 보니까 걱정돼서 그 러지. 너 점심도 잘 안 챙겨 먹는다 며.”
이곳, 성하마을 모도스에서 우리 일행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임무를 받았다.
고기와 모피를 얻기 위해 사냥을 하거나, 피난 온 영지민들로 구성한 자경단의 훈련을 돕거나, 근처 마을 을 돌며 사람과 물자를 구하거나, 넓은 성벽을 돌며 순찰을 하거 나…… 뭐 그런 임무들이다.
당연히 나와 엘렌에게도 임무가 있 어서 전처럼 24시간 붙어 있을 수 가 없다. 그러니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점심 챙겨 먹거든?”
“과자 몇 개 주워 먹는 게 점심이 냐?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 닌데 왜 식사를 그런 걸로 때우는 거야?”
“……내려오기 귀찮단 말야.”
엘렌은 길드 마스터의 방에 간이 실험실을 꾸몄다. 그래서 낮엔 실험 을 하거나 포션을 만들고, 저녁에는 마법을 수련하며 하루를 쪼개 쓰고 있었다.
“그럼 2층으로 음식 올리라고 말해 둘 테니까, 오늘부턴 점심 챙겨 먹 어.”
참나.”
“알겠지? 갔다 와서 뭐 먹었는지 로웬한테 물어본다?”
내심 짜증을 받아낼 각오를 하고 뱉은 말이었는데,
“……그러든가. 마음대로 해.”
의외로 엘렌은 작게 툴툴거릴 뿐 순순히 넘어갔다.
이어서 녀석은 내가 올려준 고기를 식기로 집어 먹더니 힐끗 반대편을 살폈다. 착각인진 몰라도 의기양양 하게 느껴지는 표정이다.
W……캐 의아함에 엘렌의 시선을 따라가니 어느새 식사를 마친 헤일라가 가만 히 포도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새까맣게 가라앉은 시선이 나와 마 주치자 그녀는 가만히 눈을 깜빡이 다가 잔을 들어 보였다.
“마실래?”
“어? 아니, 괜찮은데……. 그거 물 탄 거야?”
“아니.”
“……그럼 그냥 쌩 포도주라고? 아 침부터?”
헤일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 신 그녀 특유의 ‘왜? 뭐가 문젠데?’ 하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난 피식 웃고 말았다.
“에엣, 으음.”
그때, 뭉치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잘 훈련된 암살자답게 평소엔 좀처 럼 기척을 내지 않는 녀석이, 지금 은 웬일인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메추라기 구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에, 안 되네에……
눈치를 보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 유에선지 뭉치는 내 쪽을 연신 흘긋 거렸다. 어째 도움을 바라는 눈빛 같기도 하고.
“뭉치야, 내가 해줄까?”
“히, 네-”
뭉치가 헤실거리며 내 쪽으로 접시 를 내밀려던 찰나, 옆자리에서 녀석 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우테 콰이가 불쑥 나섰다.
“그럴 것 없다.”
놈은 손을 뻗어 뭉치의 접시에서 메추라기를 집어 들더니, 통째로 제 입에 넣어버렸다.
“으잇!” 뭉치가 놀라거나 말거나, 우테콰이 는 메추라기를 뼈째로 씹어댔다. 우 두둑, 하는 소리가 서너 번이나 울 렸을까? 놈은 입안의 내용물을 꿀꺽 삼켜 버렸다.
“그거, 내 거, 내 건데!”
“먹거리 귀한 것 모르면 먹을 자격 없다.”
“이, 이이잇! 이 돼지, 멍청한 야만 인!”
뭉치가 열심히 외치며 양손을 부들 거렸지만, 우테콰이는 낄낄거리며 식사를 이어갈 뿐이었다.
……참, 화목한 아침이다.
식사를 마친 뒤엔 길드홀로 용병들 을 모두 불러 모았다. 오늘이 월급 날, 아니, 주급날이었기 때문이다.
“자, 줄 서라.”
테이블에 앉아 장부를 펼치니 열두 명의 용병이 얼른 줄지어 섰다.
“첫 번째는, 컨휘어? 자.”
베테랑 컨휘어는 받은 금전을 헤아 렸다. 그는 은화 3닢과 동전 6푼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나리. 감사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용병들의 주급은 각자의 능력 내지는 장비에 따라 차 이가 난다.
뛰어난 병사이자 용병으로서도 베 테랑인 컨휘어는 평균보다 돈을 많 이 받는 편이다. 그보다 주급이 높 은 용병은 셋뿐이다.
“자, 기돈. 쇳덩이 지고 사냥 다니 느라 고생 많다.”
“괜찮습니다. 나름 보람찬 일이기 도 하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기돈의 주급은 은화 4닢이다.
단순히 실력 좋은 사수여서 이리 많은 주급을 주는 건 아니다. 드레 이크의 가죽도 단번에 꿰뚫는 명품 중쇠뇌가 저 주급의 절반쯤 차지할 거다.
“ 다음은,”
“접니다, 나리.”
으스대듯 앞으로 걸어온 건 말총머 리 프리츠였다. 난 놈을 보자마자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맞다. 너 어제 자경단원 한 명 쥐 어팼다며?”
“분위기 흐리는 새끼가 한 놈 있길 래 기강이나 잡을 겸 좀 만져준 겁 니다.”
“이 새끼가. 사람을 장애인 만들 뻔했으면서-”
프리츠의 당당한 표정에 나도 모르 게 손이 올라갈 뻔했다. 놈은 그걸 알아차렸는지 순간 몸을 움찔거렸지 만,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내게 항 변을 해왔다.
“아, 원래 같으면 눈알을 하나 뽑 아버리는 건데, 봐줘서 이빨 몇 개 로 끝난 거요. 나리 면 살린다고 봐 준 거라니까.”
“내 면을 살리고 싶었으면 애초에 주먹을 쓰지 말았어야지, 이 망나니 같은 새끼야.”
“그거야-”
“됐고. 또 이러면 죽는다. 비유가 아니고 진짜 죽일 거야. 알겠냐?”
그간의 정성스러운 훈육이 도움이 되었는지, 내 나긋한 조언에 프리츠 는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의 주급은 무려 은화 5 닢, 즉 금화 한 장이다.
강화한 사슬갑옷과 전쟁용 쇠도리 깨, 쇠를 덧댄 방패 등 꽤 질 좋은 장비를 갖춘 탓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걸 차치하 고서라도 실력이 압도적으로 좋다. 신체적인 능력은 슬슬 초인의 경지 에 기웃거리는 놈이고, 무기술도 뛰 어나서 시골 영지에선 기사 행세도 할수있는 놈이다.
주급 산정 기준에 인성이 들어간다 면 말이 좀 달랐겠지만, 더러운 성 격은 이쪽 업계에서 흠이 아니다. 그래서 놈의 주급 순위가 2위인 거 다.
“자, 다음.”
내 호명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애꾸눈 시모스였다.
난 금화와 은화를 집으며 물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힘들 지?”
“……아니,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내가 보기엔 그녀야말로 이 성하마 을에서 제일 고생하는 사람이다.
시모스는 헤일라의 조수 노릇을 하 며 영지민들의 관리일을 도왔는데, 그러는 와중에 엘렌이 그녀에게 관 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모스가 엘렌의 관심을 산 이유는 당연히 마법 때문일 것이다. 마적, 아니, 용병인 주제에 전격 마법을 다루니까.
엘렌은 원래 시모스의 마법적 수준 이 워낙 낮아서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그녀가 ‘화살번개’를 익혔다는 걸 알고 흥미가 생긴 모양 이다.
그래서 지금 시모스는 낮엔 헤일라 를 도와 피난 온 영지민들을 관리하 고, 저녁엔 엘렌에게 끌려가 전격 주문을 숙달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 고 있었다.
“자, 세봐.”
엘렌과 헤일라의 넘치는 관심에 더
해서, 용병들 중 가장 많은 주급을 받는 게 바로 시모스다.
시모스의 검술은 용병들 중 딱 평 균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녀는 전격 계열 주문을 3개나 사용하는 마검사 다. 바꿔 말하자면 전격 마법사인데 용병 수준의 전투기술을 갖춘 것이 다.
이러니 금화 한 장에 은화 두 닢 이라는 거금이 아깝지가 않은 것이 다.
“……정확합니다, 나리.”
“그래, 가봐.”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시모스가 받은 주급 중 금화 한 장은 내게 다시 돌아온다.
악명높은 마적, ‘청발의 모시스’로 서 진작 목이 떨어졌어야 할 팔자를 내가 고쳐줬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 지.
한편 롱빌에서부터 함께한 트리오 인 빡빡이 스티드먼, 주근깨 미라, 궁수 콜은 주급으로 은화를 한 닢씩 만 받고 있다.
주급을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내 덕에 실력을 키운 데다 마도구까지 받았으니 돈을 더 받는 것은 염치가 없다며 극구 사양을 하는 것이었다. 굳건한 태도의 두 사내 사이에서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미라 가 조금 걸렸지만, 난 결국 녀석들 의 기특한 뜻을 받아들였다.
용병들을 물린 뒤, 나는 간단히 장 부를 정리했다.
성하마을에 머무른 뒤 용병들에게 지급한 금액이 은화로 100닢쯤 된 다.
그중 80닢이 2주 치의 주급이고, 나머지는 전투수당이다. 그나마 변 변한 전투가 없었던 덕에 전투수당 은 많이 아꼈다.
이제 파티의 남은 재산은…….
사우스하버에서 울카르 왕자가 준 돈으로 산 다이아몬드가 3알. 이걸 금화로 환산하면 60장쯤.
수렵제와 전리품 등을 통해 얻은 재산 중 남은 게 금화 23장에 은화 73닢.
헤일라의 소지금 중 남은 게 금화 12장에 은화 36닢.
이곳에 도착한 뒤 주근깨 미라가 온 동네를 뒤져 모아온 귀중품 중 금화가 2장, 은화가 27닢.
다 합치면 금화가 97장에 은화가 136닢. 어마어마한 거금이다.
여기에 상인이 도착하면 그간 모아 온 모피나 기타 전리품 따위를 처리 해서 또 얼마쯤 벌 테고…….
재산이 아주 끝도 없이 늘어나는구 만. 역시 파티가 강해지면 강해질수 록 벌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건가.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엘 렌 한 명만 해도 어지간한 규모의 용병대를 능가하는 화력이 나온다.
그리고 그 어지간한 용병대가 귀족 에게 고용되어 전투를 치르면 전투 수당을 금화로 7, 80장쯤 받는다.
한마디로, 과장 조금 보태서, 엘렌 이 마음먹고 주문을 쏟아내는 것의 가치가 금화 100장쯤 한다는 소리 다. 엘렌 한 명만 따져도 이러니 우 리 파티의 벌이가 미친 듯이 뛸 수 밖에.
“••••••흐음.”
하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 실은, 돈을 쥐고 있는 건 전투와 생 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다. 이걸 어떻게든 써서 쓸모를 만 들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돈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일행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그렇게 장부를 덮을 즈음, 길드홀 바깥에 저 멀리서 고함이 들려왔다.
“포이닉스 님—!”
성벽을 순찰하고 있어야 할 스티드 먼의 목소리를 필두로, 자경단의 청 년들이 요란스럽게 날 찾아대었다. 얼른 밖으로 뛰쳐나가자, 말을 타고 달려오던 스티드먼이 다급한 얼굴로 동쪽을 가리켰다.
“사제와 수도사들이 오고 있습니 다! 상인들도요!”
“오, 드디어?”
서부에서 온 상인인 막스가 이곳, 성하마을 모도스의 소식을 들고 떠 난 지 벌써 닷새가 흘렀다. 소식이 전해진 가까운 마을에서 방문자들이 온 모양이다.
“그런데, 그린스킨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이런 젠장. 어디에 처박혀 있다가 튀어나온 거야?”
“그건 모르지만, 웬 거인도 함께 있었습니다.”
“거인?”
“예, 거인이요.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거인이라고? 어떤 놈이지?
“먼저 가볼 테니, 모두에게 소식을 전해! 지금 당장!”
스티드먼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 에, 놈이 타고 온 말을 빼앗아 곧장 동쪽으로 내달렸다.
……거인이 라‘.
심장이 마구 두근거린다.
최근 얼마간 이어진 평화로운 생활 이 썩 행복하다고 여겼는데, 아무래 도 조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 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