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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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들 041화
11. 비밀통로(2)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우두머리를 죽여 버린 덕에 나머지 마적들도 어 렵잖게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방패를 앞세운 채 놈들을 막 아섰고, 나와 함께 맨발로 어둠을 뚫고 온 아르날은 뒤에서 화살을 쏘 아댔다.
또 한 놈이 화살에 당한 뒤 마적 들은 억지로 기세를 돋우며 우리 쪽 으로 덤벼들었지만-
“Flammae, satus!”
건너편에서 나타난 엘렌과 그라니 아, 루크 씨에게 뒤를 내주고 말았다.
불꽃화살에 이어서 바람주먹이 마 구 날아들었고, 전의를 완전히 상실 한 놈들을 나와 그라니아가 마무리 했다.
전투가 끝나고 그라니아가 운 좋게 살아남은 놈을 심문하는 사이, 나는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낸 뒤 옷을 걸 쳤다.
그러는 사이 다가온 루크 씨가 맡 겨둔 갑옷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루크 씨. 흉갑부터 주 시겠어요?”
“여기 있네. 그런데, 어떻게 안 겐 가, 포이닉스 군?”
“예? 뭘요?”
배갑에 고리를 걸며 되묻자, 루크 씨는 옆구리 끈을 묶어주며 말을 이 었다.
“저자들이 마적이라는 거 말일세.”
“… 아.”
“나는 솔직히 반신반의했거든. 괜 히 무고한 자들을 공격하는 건 아닐 까 하고.”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내가 놈들의 인기척만 듣고 마적 놈들이라고 추측한 까닭은, 당연히 게임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토발드 더 퀵풋’은 다크월드 캠페 인 챕터 2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픽넴 (Fixed Named Enemy, 이름이 붙은 적 중 무조건 등장하는 개체) 이었다.
하수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데, 최소 넷, 최대 열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놈이다. 그런데 난 하수도의 1층부터 4층 까지 모조리 수색했는데도 토발드 무리와 마주치지 못했단 말이지.
그래서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차에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엉뚱한 장소 로 향하는 기척을 알아챈 것이다.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루크 씨에게 이런 사정을 늘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음- 설명하기 어려운데, 반쯤 감 으로 맞춘 겁니다.”
“감으로?”
“아, 그리고, 나름 의심하는 바도 있었습니다. 외부로 향하는 비밀통 로가 진짜 존재한다면 혹시나 적들 도 이용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그렇구먼.”
루크 씨는 잠시 애매한 표정을 짓 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 했다.
“하긴, 자네는 혈조술사였지. 직감 이 발달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겠 군.”
“어, 뭐, 그런 거죠.”
대충 지껄인 건데. 납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크 씨.
내가 그렇게 얼버무리자, 옆에서 가죽신을 신고 있던 아르날이 질린 다는 투로 말했다.
“직감이고 나발이고, 다음부턴 이 런 또라이 같은 작전은 사양할게. 정신없이 뛰면서 대체 뭘 얼마나 밟 았는지 짐작도 안 가.”
“또라이 같은 작전이라니? 나름 성 공적 이었잖아.”
아르날만 데리고 놈들의 뒤로 우회 한 건 내가 즉석으로 생각해 낸 작 전이었다. 적들이 우리의 존재를 모 르는데 기습을 하지 않는 건 아깝게 느껴지더라고.
다섯 명 전부 기척을 죽이는 건 당연히 어렵겠지. 하지만 민첩 점수 가 높은 나와 사냥꾼에게서 가르침 을 받은 아르날에겐 시도할 만한 가 치가 있는 일이었다.
절그럭거리는 판갑과 두꺼운 밑창의 신발은 벗어두어야 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상처 하나 없이 놈들을 제 압할 수 있었지만, 아르날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였다.
“운이 좋아서였지. 난 아직도 이런 허술한 작전이 성공했다는 게 믿기 질 않아.”
“야, 시비 걸고 싶은 거면 그냥 말 을 해.” “시비가 아니라- 에휴. 너, 혹시나 말하는데, 사람들 있는 데선 이런 짓 하지 마라?”
“이런 짓이라니?”
내 되물음에 아르날이 정말 모르냐 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광전사처럼 구는 거. 너 안 그래 도 소문 이상한데, 그러고 다니면 다들 이교도나 광인인 줄 알걸? 너 를 고용할 때 무관장 나리가 반대한 것도- 아니, 이건 됐다.”
걱정해 주는 말이긴 한데, 괜히 기 분 나쁘네.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해’가 아니 라 ‘들키지 않게 조심해’라는 투잖 아?
그리고, 무관장이라니? 무관장이라 면 부둣가의 전투에서 만났던 그 장 군님인데. 그 사람이 뭐?
무어라 의문을 표하려던 차에, 내 가 돌려준 석궁을 점검하던 엘렌이 불쑥 끼어들었다.
“맞는 말이야. 쓸데없이 위험한 작 전이었어.”
“야, 난 나름대로 가장 안전한 방 법을 선택한 거거든? 그리고-”
어, 잠깐. 이 녀석, 지금 아르날이 한 말에 동의한 거야?
나와 아르날의 조금 놀란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엘렌은 고개를 휙 돌리며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그리 대단치도 않은 놈들 이었잖아. 뭐하러 위험을 감수해.”
음, 아르날의 의견을 받긴 했는 데… 여전히 말을 건네는 대상은 나 다. 애매하군.
그래도 이렇게나마 반응해 주는 게 어디냐.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어, 그건 그렇지. 그래도 혹시 모 르는 일이었잖아? 엄청 위험한 놈들 일 수도 있었고.”
“포이닉스 말이 맞아요.”
벌써 심문을 끝냈는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라니아의 뒤로 모로 쓰 러져 있는 마적이 보였다.
“저기 머리가 쪼개져 죽은 게 ‘빠 른 발의 토발드’라는 놈인데, 마적 단의 간부랍니다. 서열로 따지면 다 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군요.”
“흐 ” 1Z3 •
침묵하는 엘렌 대신, 아르날이 인 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마적단 간부라고? 그런 놈이 왜 여기까지 와?”
“주변을 정찰하다가 우연히 비밀통 로를 발견했대. 여기가 사우스하버 의 하수도라는 걸 확인하고 돌아가 는 길이었던 거지.”
“잠깐. 그럼 나갈 구멍은 이미 막 힌 거 아냐?”
“그건 아닌 것 같아. 비밀통로를 발 견하자마자 바로 들어온 거라니까.”
하, 우연히 비밀통로를 발견해? 이 마적놈, 살려줬더니 구라를 치는군.
속으로 조소를 지은 나는 아르날과 그라니아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토발드의 시체로 다가섰다.
놈의 시체는 아직도 머리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통로는 중앙수로를 향해 미세하게 경사가 져 있었고, 허연 덩어리가 섞인 피 는 주인의 몸을 적시는 대신 오물들 에 뒤섞여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 다.
시체의 품을 뒤지는데, 어느새 따 라붙은 엘렌이 눈에 이채를 띄며 말 했다.
“포이, 그 망토.”
“응? 망토?”
“마력이 느껴져. 마도구 같아.”
“오, 그래?”
득템인가?
엘렌의 말을 듣고 놈의 새까만 망 토를 풀어보았다.
망토는 엉덩이에 간신히 닿을 만큼 짧았고, 한쪽 어깨만 덮는 모양새였다. 양모로 만든 것 같긴 했지만, 아무 리 봐도 보온을 목적으로 걸치는 물 건은 아닌 것 같았다.
“흐음. 어떤 마법이 걸려 있을까?”
“줘봐.”
망토를 건네받은 엘렌은 살포시 눈 을 감았다. 바람 한 점 없는 하수도 에서 금빛 머리칼이 살짝 휘날렸다. 마나를 운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으음, 마나에 대한 반발력이 느 껴져.” “반발력이 라면?”
“마법저항력이지. 그 외엔 잘 모르 겠어.”
엘렌이 일으킨 바람에 이끌렸는지, 어느새 다가온 루크 씨가 망토를 살 펴보곤 첨언했다.
“저주가 걸린 물건은 아닐세. 사악 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그런가요? 그럼.”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망토를 두어 차례 털어낸 뒤 왼쪽 어깨에 둘러맸 다.
토발드가 하고 있었던 것처럼 줄을 몸통에 두른 뒤 가슴께에 달린 브로 치에 고정시키자, 기묘한 감각이 느 껴 졌다.
우웅.
마치 얇은 막이 전신을 감싸는 것 같은 기분. 생소하긴 하지만 불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이게 마법 저항력인가?
한편, 망토는 기장이 그리 길지 않 아서 별로 걸리적거리지 않았고, 묵 직하게 내려앉는 재질이라 경박스럽 게 휘날리지도 않아서 마음에 들었 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염료를 썼 는지 아주 새까맸다.
한마디로, 간지가 났다. 포이즌에게서 얻은 거라곤 독이 묻 은 비수 몇 개와 곡도가 전부였는 데, 토발드에게선 꽤 좋은 걸 얻었 다. 기분이 좋아지는걸.
“어때? 어울려?”
망토를 두르곤 뽐내듯이 양팔을 펼 쳐 보이자 루크 씨는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엘렌은 한심하다 는 듯 미간을 좁혔다.
“하던 거나 계속해. 그런 마도구를 지녔을 정도면 다른 쓸 만한 걸 지 니고 있을지도 몰라.”
“야, 멋있다고 말 한마디 하는 게 어렵냐?”
“얼빠진 소리 하지 말고.”
너무하는구만.
나는 툴툴거리며 토발드의 품을 뒤 졌고, 유리병 몇 개를 찾아내었다.
유리병들은 죄다 뭔가 심상찮은 빛 깔을 띠고 있었는데, 딱 봐도 범상 치 않은 물건들 같았다.
“이게 다 뭐지?”
나는 그라니아와 아르날까지 불러 물건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젊은 용병과 사냥꾼, 늙 은 장의사, 어린 마법사는 그것들의 정체를 알아내기 충분한 지식을 가 지고 있었다.
유리병에 든 것들은 보이는 대로 마법 물약이었다.
유리병은 총 여섯 개였는데, 하나 는 ‘적외선 시야의 물약’, 둘은-흔히 ‘포션’이라고 불리는-‘상처 치료의 물약’, 둘은 ‘수면의 물약’이었다.
하나같이 요긴한 것들이었지만, 대 박은 마지막 물약이었다. 그건 바로
“‘투명화의 물약’이라고? 엄청 귀 한 거 아냐?”
“맞아. 이런 데서 발견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게임 속에서 ‘토발드 더 퀵풋’은 체력이 절반 이하로 깎이면 투명화 해서 암습을 가하곤 했다.
혹시 그 설정 때문에 투명화의 물 약을 지니고 있었던 걸까?
엘렌은 회색 액체가 든 유리병을 들어 이리저리 횃불에 비춰보았다.
그러곤 몇 차례 병을 흔들며 점도 를 살피더니 혀를 차며 덧붙였다.
“요정의 가루가 아니라 투명나방의 고치를 쓴 조잡한 물건이야. 효과가 오 분도 안 가겠는걸.”
“오 분? 와, 그게 어디야?”
투명화의 물약은 게임 속에서도 무 척 요긴한 물건이었다.
값비싼 물건을 훔칠 때도, 적들에 게 포위당해 위태로울 때도, 까다로 운 적을 암살할 때도 쓸 수 있는 만능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투명감지 옵션이 달린 아이템을 낀 적이나 민첩이 높은 상대에겐 간파 당하겠지만… 지금은 저렙 구간이 아닌가? 격한 행동을 하거나 피해를 입어서 해제되는 경우만 아니면 들 킬 일이 거의 없을 터였다.
“뭘 놀라는 거야? 라-팔라이스 궁 전에서 만드는 투명화의 물약은 한
시간 넘게 지속되는 경우도 흔해. 부작용도 없고.”
“야, 됐어. 한 시간은 바라지도 않 아.”
조잡한 물건이라 효과가 5분밖에 지속이 안 된다고? 내 경험상, PvP 상황에서 5분은 끔찍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일단 물약들은 대충 분배해 두자.”
투명화의 물약은 내가 갖기로 했 고, 적외선 시야의 물약은 궁수인 아르날에게 주었다. 상처 치료의 물 약은 각각 그라니아와 엘렌에게 맡 기기로 했다.
그라니아에게 준 건 다친 것에 대 한 일종의 보상이었고, 엘렌에게 준 것은 가장 보호받는 입장이니 보관 하는 의미로 쥐여준 것이다.
수면의 물약은 딱히 용도가 없어서 내가 갖기로 했다. 언젠가 쓰일 일 이 있겠지.
물약을 받고 신기하다는 듯 들여다 보던 아르날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기습하길 잘했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코발드인지 토발트인지 하는 놈, 틈을 줬으면 투명화 물약을 마시고 골치를 썩였을 거 아냐? 놓쳐 버렸 을 수도 있고.”
아르날의 말에 루크 씨 역시 고개 를 크게 주억거렸다.
“누군가 크게 다칠 수도 있었지. 정말 다행이구먼.”
뭐, 애초에 놈들을 기습하겠다고 마음먹은 것 역시 토발드가 귀찮은 놈이란 걸 알아서였다.
부하들을 고기방패 삼아서 공격하 고 도망치기를 반복하다가, 투명화 해서 암습까지 가하는 놈이니 되도 록 먼저 처리하고 싶었거든.
다행히 동료들은 행운에 감사할 뿐, 내 절묘하기 짝이 없는 작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래도 진짜 운이 좋았다고 생각 하는 모양이다. 아무도 몰라주니 좀 섭섭하긴 한데… 에이, 다행이지 뭐.
나는 속으로 입맛을 재차 다시며 토발드의 품을 뒤졌다. 애초에 내 목표는 이런 마법 물약들이 아니었 기 때문이다.
“다 턴 거 아냐? 뭘 그렇게 열심 히 찾아?”
“잠깐만 기다려 봐.”
아르날의 물음에 대충 답한 나는 계속해서 토발드의 옷을 주물럭거렸 고, 마침내 상의 속에 무언가가 들 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쯤 벗기듯 뒤집어 깐 튜닉 안쪽 엔 손바닥만 한 천 조각이 덧대어져 있었다.
성기게 바느질된 윗부분을 뜯어내 살펴보니 거기엔 인주가 발린 종이 봉투가 들어 있었다.
“어, 그거-”
“•••편지로군.”
놀란 목소리들을 뒤로한 나는 종이 봉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달걀껍질처럼 매끄러우면서도 우둘 투둘한 것이, 딱 봐도 고급스러운 재질이 었다.
흠, 게임 속에서 본 ‘내통의 증거’ 는 두루마리 형태였던 것 같은데.
나는 잠시 종이를 만지작거리다가 아무런 인장도 찍히지 않은 인주를 뜯어내었다.
그렇게 단숨에 편지를 읽어 내린 뒤,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현재 귀하의 상단이 이용 중인 경 로는 위험요소가 많고 협소하여 상 행에 불리합니다.
나흘 후 해 질 녘, 정식 경로를 확 보해 두겠습니다. 정식 경로 근처엔 파생 경로들이 많으니, 여러 방향으 로 활로를 뚫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 다.
300포대 정도면 신속성을 유지하 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겁 니다.
남쪽의 친구들에게도 소식 전해주 십시오. 그들도 기쁘게 협력할 것입 니다. 추가로, 삼자 간의 이익을 상 호 침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 부 탁드립니다.
녹색 깃발을 들고 마중하겠으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5월 20일.
by 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