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35)
나의 악당들 435화
65. 봄의 절정(10)
아빌람버스 공작은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선제후라 일컬어지는 사내 다. 소왕국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광 활한 영지를 거느린 탓에 대영주 중 의 대영주라고도 불린다.
그의 공작령에 속한 지방이 무려 다섯으로 토팔, 자르센, 뷜스루에, 오브도르프, 앙스트 모두 저마다의 개성 내지는 특장점을 가진 알짜배 기 땅들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지방 이 바로 토팔이다. 제국 동부에서 가장 부유한 땅인 동시에 스트롬 공 작가의 심장인 백년성을 품은 핵심 지역.
그런 지방의 방위가 허술할 리가 없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아 이스보발트까지 왕국군이 밀고 들어 오자, 토팔과 백년성은 고작 열홀 만에 이천의 군대를 소집했다.
‘고함치는 파도’ 랭볼트가 이끄는 서던쇼어의 병사들, 그리고 ‘자안의 악마’ 아탈란테를 따르는 누데인족 전사들이 가도를 막아섰다.
그러나 토팔의 군대는 압박을 떨쳐 내며 남진했고, 아이스보발트로부터 2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진출 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나아가던 이천 병력이 진격을 멈춘 건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 o 으 ” — r그 •
말라붙은 시냇물과 버려진 마을을 사이에 두고, 두 언덕이 도독이 솟 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북쪽 언덕은 토팔군의 주둔지가 펼 쳐진 채였고, 남쪽 언덕에선 한 청 년이 한창 요리를 하고 있었다.
토팔군의 수뇌들은 아리송한 표정 으로 건너편 언덕배기에 앉아 있는 자를 자세히 관찰했다
“……저게 ‘그’ 적기사라고?”
그렇게 중얼거린 건 젊은 남자였 다. 커다란 덩치와 짙고 검은 눈썹 덕에 까만 곰을 연상케 하는 사내.
“분명합니다, 대공자님. 인상착의는 둘째치더라도 이각수는 절대 흔한 마수가 아닙니다.
어느 제국기사의 진언에 남자는 가 만히 미간을 좁혔다.
그의 이름은 ‘로야드’로, 아빌람버 스 공작의 장남이자 유력한 후계자 였다. 거기에 더해 공작이 부재한 사이 백년성 및 토팔 그리고 이곳에 있는 이천 병력의 책임자이기도 했 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다 른 모습인데.”
로야드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그렇 게 중얼거릴 즈음, 건너편 언덕의 적기사는 긴 요리를 끝내고 주철 냄 비에 담긴 내용물을 맛보고 있었다.
잠시 입을 쩝쩝거리던 그는 헛구역 질을 하더니 연신 침을 뱉어댔다. 그리고 일그러진 얼굴로 요리를 내 려다보다가, 근처에 엎드려 있던 바 이콘 앞에다 냄비를 통째로 내려놓 았다.
바이콘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 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뿔로 냄 비를 엎어버리는 것이었다. 걸쭉한 국물이 튀자 적기사는 펄쩍 뛰더니 무어라 거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 다.
“……경박하기 짝이 없군. 저런 애 송이가 ‘젤른트리의 공포’라니.”
국경의 전투에서 쌍검의 달인인 호 프컨 성백을 꺾고 그의 제자들과 명
성 있는 제국기사 수십 명을 베어낸 장본인이 바로 적기사다.
그뿐인가? 불과 보름여 만에 앙스 트 지방과 오브도르프 지방의 절반 이상을 점령한 자이며, 검호들의 도 시 아이스보발트에서 검의 달인 셋 을 꺾고 그중 둘을 죽여버린 자이기 도 했다.
하지만 지금 저 건너편에서 건량을 까먹고 있는 포이닉스는 전혀 그런 존재 같지가 않았다. 냉막한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푼수 같은 행동을 하 고 있으니 기이한 위화감마저 들었 다.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오. 절대로 그를 얕봐서는 안 됩니다.”
입을 연 것은 왜소한 체격에 날카 로운 눈매를 가진 청년, ‘로울루드’ 였다.
그는 아빌람버스 공작의 차남이자 로야드의 동복동생으로, 무재나 사 교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영리하고 판단이 빠르다고 알려진 자였다. 공 작의 마복시-말과 전령을 관리하는 직책-가 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였다.
“그와 맞서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이르기를, 적기사는 광포함이 사자 와 같고 간교함이 뱀과 같다 하였습 니다. 또한 적을 살육하는 것만큼이 나 속이기도 즐겨 한다고 들었습니 다.”
“그래. 그렇다더군.”
적기사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 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 했다. 한때 비천한 용병이었던 자답 다고 할까.
요사한 말을 늘어놓다가 기습을 가 해 죽음의 왕을 벤 것이나 하이캐슬 에 대역을 두어 제 위치를 속인 것, 쥐구멍을 통해 아이스보발트에 침입 해 성문을 연 것 등, 세간에 알려진 일화만 헤아려도 한둘이 아니었다.
“또한 봉토 수호를 위해 벌떼처럼 일어난 아버지 전하의 봉신들을, 소 수의 기병만을 이끌고 모두 패퇴시 킨 것도 그입니다. 군소 영주들의 군대는 물론 자르센의 장창부대도, 체르베거 방백의 뷜스루에군도 당했 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무 엇이 냐?”
“적기사가 저런 기행을 보이는 건 분명 목적이 있으리라는 겁니다, 형 님.”
동생의 말에 귀 기울이던 로야드는 답답함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뻔한 소리는 됐으니 그 목적이 뭔 지나 말해봐라.”
“당연히 유인이겠죠. 언덕 너머나 저기- 남동쪽 산림에 병력을 숨겨 두었을 겁니다.”
로야드는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 며 고개를 내저었다.
“답답한 소리. 용기사단의 보고를 듣지 못했느냐? 일대의 병력이 아이 스보발트 동쪽으로 물러나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게 고작 이틀 전이다. 그런데 매복이라니?”
“형님이야말로 답답하십니다. 아직 도 용기사단을 믿으십니까?” “뭐라고?” 얇은 입술을 적신 로울루드가 용기 사단을 헐뜯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번 전쟁에서 보인 추태 를 생각하십시오. 창공의 기수라는 작자들이 고작 투창 몇 자루에 추락 해 사기나 떨어뜨리고, 보급로를 들 쑤시는 ‘거인기사’의 별동대도 번번 이 놓치지 않았습니까?”
로울루드는 마복시인 동시에 용기 사단의 세 부단장 중 하나이기도 했 다. 비록 이름만 걸어둔 것이긴 하 지만, 부단장인 그가 용기사단을 비 판하고 나섰으니 로야드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뿐입니까? 하이캐슬을 점령한 뒤엔 적의 잔당 중 채 절반도 찾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아버지 전하께 서는 안개 속을 헤매듯 전역을 더듬 어야만 하셨죠. 수색 반경을 오브도 르프로 좁혔지만 적기사 하나 추적 하는 것마저 실패했습니다. 제가 보 기에는-”
로울루드는 주변에 모인 가신들을 슬쩍 돌아보더니 귓속말을 소곤거렸 다.
“아버지가 작년 가을에 웬 남창 같 이 생긴 노인네를 와이번스톤에 들 였던 거 기억하지? 가신들은 물론이 고 형이랑 내게도 비밀로 하려고 했
잖아.”
“••••••근데?”
“아무래도 그 새끼, 영금문의 강령 술사가 맞는 것 같아.”
“강령술사?”
“목소리 좀 낮춰. 하여튼 그 새끼, 와이번들의 작전반경을 넓히겠답시 고 뭔가 사술을 건 게 분명해. 덕분 에 와이번들이고 기수들이고 죄다 병신 머저리가 된 거지.”
자신에게 배정된 새끼 와이번을 끝 끝내 길들이지 못해 용기사로서 비 행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로울루드지만, 어쨌든 그는 용기사 단의 부단장이다.
그래서 로야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일단 적기사가 있는 언덕 너머와 저 산림을 면밀히 정찰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 걸음 물러선 로울루드가 모든 가신들이 들을 수 있을 만한 성량으 로 말을 덧붙였다.
“계속 진격하실 계획이라면 말입니 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동생아.”
의문에 찬 시선을 던져오는 형과 가신들을 돌아보며, 그는 어깨를 으 쓱였다.
“형님께 주어진 임무는 백년성 그 리고 토팔 지방을 지키는 것 아닙니 까?”
“……아이스보발트를 되찾는 것은 내 임무가 아니다, 뭐 그런 소리를 지껄이려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어 라.”
로야드는 짐짓 성난 목소리로 호통 을 쳤다.
“나는 스트롬 가문의 후계자로서, 가문의 지배하에 있는 모든 영지와 영민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 지금 중요한 건 임무가 아니야.”
“아닙니다, 형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임무죠.”
“뭣이‘?”
로울루드는 차가운 표정으로 조언 을 이어갔다.
“행여 저기 있는 적기사가 함정을 깔고 앉은 채 기다리는 중이라면 우 리는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 병 력을 잃고도 백년성을 공격해오는 은왕자의 기사들을, 자안의 악마를 쫓아낼 수 있겠습니까?”
“백년성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떨어 질 곳이더냐?”
“허면 곧 행차하실 황제께 백년성 에서 농성하는 모습을 보이시렵니 까? 가뜩이나 스트롬 가문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 상황입니다. 토팔에 적 을 들여놓는 건 아버지 전하의 존안 에 똥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형님이나 저나 자리를 보전하기 어 려울 겁니다.”
“……끙.”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로야드는 입 을 다물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하 다가 지도를, 그중에서도 아이스보 발트 동쪽의 회랑지대를 짚으며 질 문했다.
“그러면 아버지 전하는 어찌한단 말이냐?”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대군을 휘 몰아 적기사의 군세를 깨부수고 아 이스보발트, 프로스하펜을 되찾으실 텐데.”
“그 대군이 아버지 전하의 병력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 사벨라드, 그 재수 없고 음험한 자식에게 도움을 구걸하느라 수모를 겪고 계실 텐데, 우리라도 달려가 면을 세워 드려야 할 게 아니냐?”
로울루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 음을 터뜨렸다.
“구걸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 니까? 알첸버그는 우리 가문의 동맹 입니다. 영지를 공격받은 상황에서 동맹의 도움을 받는 건 지극히 당연 한 일이지, 수모를 겪는 게 아닙니 다.”
부왕 버카드는 예상보다 길어지는 전쟁에 회군을 결정했다.
그의 적장자인 사벨라드 방백은 명 령을 받고 즉각 군을 움직였다. 하 이캐슬에 남겨주기로 한 일부 병력 을 제외하고, 사천팔백여 병력을 서 쪽으로 물린 것이다.
이에 아빌람버스 공작은 ‘변절한 살무사’ 아리아드의 조언에 따라, 사벨라드 방백에게 방어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황제에게 빚을 져가며 아이스보발 트와 프로스하펜을 손쉽게 되찾느 니,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만만한 동 맹인 알첸버그에게 한 번 더 신세를 지겠다는 계산이었다.
대륙의 오랜 관습상 동맹이 적을 공격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할 때는 형편에 따라 거부를 할 수 있다. 하 지만 방어전은 경우가 달라서, 동맹 이 공격을 받고 있는데 나서지 않는 것은 후안무치하고 불명예스러운 행 동으로 취급된다.
결국 사벨라드 방백의 알첸버그 군 은 울며 겨자 먹는 심경으로 아이스 보발트를 향한 진군을 시작했다.
아빌람버스 공작은 점령지, 즉 파 스트와 고원 등지에 육천의 병력을 주둔시켜두었다. 그리고 공작 본인 은 소수 병력만을 이끌고 회군하는 사벨라드 방백에 합류했다.
국경도시이자 오브도르프의 주도인 ‘불푸르트’에 들러 징집병을 쥐어짜 고, 거인기사의 별동대를 견제하던 기병들까지 불러들였다. 그렇게 아 빌람버스 공작은 천삼백 조금 넘는 병력을 거느린 상태였다.
“회군하는 병력이 육천 이상이고, 적기사의 군대는 그 반의반도 안 됩 니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아버지 전하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는데,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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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보발트를 공격하려다 적기 사의 함정에 빠지기라도 하면 괜히 상황만 복잡해집니다. 자리를 굳건 히 지키며 아버지 전하를 기다리는 편이 백 배는 낫습니다.”
언제나처럼 똑 부러지는 동생의 언 변에 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로야드는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돌격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저 건너편에서 낮잠 을 청하고 있는 적기사의 목을 자르 고 아이스보발트를 되찾아 백년성으 로 개선하고 싶었다.
사촌누이인 테오도라가 칼란다리 교단의 성기사이자 기름 부음 받은 자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처럼, 그도 명성을 드높일 필요가 있었다. 대륙 전체에 이름을 떨치는 적기사 를 잡는다면 스트롬 공작가와 다섯 지방을 물려받을 자격을 인정받을 것 같았다.
“……아버지 전하께서 새로이 명령 을 내리신 바는 없느냐?”
로야드가 미련을 떨치지 못한 얼굴 로 질문하자 로울루드는 어깨를 으 쓱였다.
“서신을 전달해드릴 뿐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형님께서 가장 잘 아시 죠.”
“끄……”
O •
생각에 잠긴 로야드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턱수염을 매만질 즈음이었 다.
주둔지의 병사들이 웅성대기 시작 했다. 두 공자를 둘러싸고 있던 제 국기사와 장교, 전투마법사들도 이 변을 알아차렸다.
“대공자님. 저쪽을.”
“ 음‘?”
어느 장교의 손가락을 따라 남동쪽 을 돌아본 로야드는 손으로 차양을 만들더니 미간을 좁혔다.
“••••••뭐지?”
적기사가 손깍지를 끼고 누워있는 언덕 너머, 야트막한 산에서 수십 마리의 새들이 파드득 날아올랐다. 썩 장관이긴 했지만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산짐승의 낮은 울음 소리에 놀란 것일 수도, 무리 지어 나타난 고블린을 피하는 것일 수도, 별 뜻 없이 자리를 옮기는 것일 수 도 있었다.
하지만 로야드와 다른 수뇌들의 눈 에는 미약하나마 의심의 색채가 스 며 있었다. 로울루드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진중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기병을 몇 보내어 살펴보도록 하 겠습니다.”
“……아니, 되었다.” 쯧, 혀를 차며 미련을 떨쳐낸 로야 드는 간신히 입술을 떼어 명령을 내 렸다.
“토팔의 경계를 지키며 상황을 살 펴야겠다. 모두 돌아갈 채비를 갖추 어라.”
토팔의 군대가 늘어뜨린 긴 꼬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
한 인영이 언덕배기에 올라 드르렁 코를 골고 있는 적기사에게 다가갔 다. 그리고 그의 곁에 폭 주저앉았 다.
“……어, 왔니? 고생했지.”
“헤헤.”
인영이 갈기 두른 백골을 연상시키 는 가면을 벗자, 오밀조밀 귀여운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성공이에요?”
“성공이지. 운이 좋았어.”
포이닉스는 하품을 하더니 뭉치를 당겨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 왜 이렇게 일어나기가 싫지. 해가 좋아서 그런가.”
“으엣-”
그는 마른 입술로 목덜미를 깨물거 나 나긋한 손길로 옆구리를 찌르는 등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지러지는 웃음과 안타까운 신음을 번갈아 흘리며 몸을 버둥거렸다.
“그, 그만. 그만요.”
“그래, 가자. 가야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적기사는 뭉 근히 연기를 뿜고 있는 모닥불을 밟 아 껐다.
그리고 곧장 바이콘에 올라타서는 얼굴은 물론 목까지 벌겋게 물든 여 인을 앞에 태웠다. 자신의 품에 기 댄 뭉치를 잠시 내려다보던 그는 붉 어진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후우.”
“으흑, 포이-!”
뭉치가 조그만 손으로 가슴팍을 우 다닥 두드렸다. 포이닉스는 낄낄 웃 으며 말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허 리가 부러지도록 달려야겠네. 괜찮 지?”
“몰라요!”
“아, 몰라? 그•럼 한 번 확인해볼 까?”
그는 오른손으로 고삐를 당겨 바이 콘의 말머리를 돌리는 동시에 왼손 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길고 뼈마디가 두꺼운 손가락이 맹 렬히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뭉치는 꺅꺅 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비틀었 다.
“엄청 유연하네. 괜찮은 것 같은 데?”
“네, 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그 만-”
적기사는 유쾌하게 웃으며 고삐를 쳤다. 한 차례 으르렁거린 바이콘은 경사로를 따라 바람처럼 내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