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44)
나의 악당들 444화
65. 봄의 절정(19)
원소학파의 본산인 라-팔라이스 궁전에 투신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특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 다.
타고난 마력이나 신비로운 혈통, 탁월한 지능이나 끝없는 열망 따위 가 그것이다.
그렇게 궐문을 넘은 아이들은, 궁 전의 ‘학생’이 된다.
그리고 학생 신분인 자는 무슨 일 이 있어도 궁전을, 정확히는 신비의 섬 ‘티린 멜’을 벗어날 수 없다.
속한 가문이 멸문을 당하든, 사랑 하는 정인의 애타는 서신을 받든,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아 시체가 되 든,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수련을 포기하든, 향수병에 걸려 폐인이 되 든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 이다.
정 궁전을 떠나고자 한다면 일곱 그랜드마스터 모두가 동의를 하거나 궁전의 정당한 주인인 하이마스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성 강한 일곱 그랜드마스터를 설 득하는 것도, 육백 년도 넘게 공석 이었던 하이마스터가 나타나기를 기 대하는 것도 가능성이 지극히 낮으 므로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예외 사항이라 하겠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라-팔라이스 궁전의 학생이 세상에 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는 것이었다.
두 계열 이상의 원소 주문에 큰 성취를 거두어 ‘마스터’의 칭호를 얻거나, 전투의 소양을 인정 받아 흔히 전투마법사라 불리는 ‘워록’이 되거나.
다만, 칭호를 받는 즉시 궁궐을 떠 날 자격을 얻는 워록과는 달리 마스 터는 특별한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 다.
특별한 교육이란, 바로 전투 훈련 이었다.
그리고 엘렌은, 주문을 발현하지 못하여 학생 신분을 벗지 못하던 시 절부터 모의로나마 전투 훈련을 받 았다. 스승을 살해한 배신자라는 누 명을 쓰고 궁전 밖으로 도망친 뒤에 는 풍부한 실전 경험도 쌓았다.
덕분에 그녀는,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조의 영묘를 정복해 하이마스터가 된 걸로 모자 라 ‘그랜드워록’의 칭호도 쟁취해 냈다.
어린 나이에 이처럼 놀라운 성취를 거두었다면 오만해질 법도 하건만-아니, 실제로도 이미 차고 넘칠 만 큼 오만하지만, 엘렌은 배움 앞에서 만은 겸손했다.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배울 줄 알 았고, 경험과 지식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어린 하이마스터는, 혼 란스럽기 짝이 없는 전장 한복판에 서도 오로지 배움에 따라 행동했다.
색적, 기동, 화력.
보고, 움직이고, 치는 것.
엘렌이 그간 전투에 대해 배우고 경험한 바를 요약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고모에게서 빌려온 검 은 융단에 올라 밤하늘로 날아오른 그녀는 바람을 등진 채 마나를 퍼뜨 렸다. 성긴 그물처럼 퍼져 나간 마 나는 수많은 병사들 속에서 위험 요 소를 골라내었다. 전투마법사와 파
괴술사, 그리고 마도구를 지닌 자들 이다.
“Devartar ventum, orsitum. ”
엘렌의 자상한 요청에 바람의 정령 이 검은 융단 아래 깔렸다. ‘순풍’의 주문이다.
새처럼 기민하게 비행한 그녀는 자 신을 향해 날아드는 투명한 탄환, 녹색 광선, 힘의 창 따위를 손쉽게 피해냈다.
마나가 차올라 새파랗게 빛나는 눈 동자는 스트롬 가문의 전투마법사들 에게 못 박혀 있었다. 연신 쏟아지 는 화염구를 막고자 마른강물을 그 러모아 ‘물결덮개’를 넓게 펼친 모 양새였다.
엘렌은 어느새 뽑아 든 회백색 자 작나무 완드를 허공에 그림 그리듯 휘저었다.
“Kelus terra, pillioronte. ”
이번에는 대지를 향한 부추김이었 다. 전투마법사들이 딛고 선 땅이 끓는 물처럼 부글거렸다.
팍!
“커헉,”
꿈틀대던 대지에서 두꺼운 쐐기 같 은 기둥이 솟았다. ‘돌가시’는 물결 덮개를 펼친 전투마법사의 등판을 정확히 꿰뚫었다.
쏴아아-통제자를 잃은 강물의 결계는 소낙 비가 되어 바닥을 적셨다.
그 장면을 감상하며 엘렌은 위압적 인 투로 주문을 외웠다.
“Flammae. ”
짧은 호명에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화염망토’가 즉시 셋으로 갈라졌다.
“Lumfere. ”
세 화염구가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꽈앙-!
허겁지겁 주문을 외던 두 전투마법 사와 이십여 명의 병사는 잘 조련된 매처럼 쇄도한 불덩이에 구운 고깃 덩이가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Succendent earn, adobit’sche. ”
엘렌이 거만한, 또 조금쯤 흥분된 어조로 주문을 덧붙였다.
화륵, 구우우.
불덩이가 터지며 치솟은 불기둥이 기세를 더하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 갔다.
연못에 인 높고 거친 파문이 개구 리밥과 소금쟁이를 덮치듯, 둥글게 번진 ‘화염파도’는 비명을 지르며 날뛰는 병사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켰 다.
a 으 n
오 분 넘게 쉴 새 없이 주문을 쏟 아낸 탓일까. 엘렌은 약간의 탈력감 을 느꼈다.
그녀는 머리에 쓴 티아라인 ‘삼색 조화’, 그중에서도 투명하게 반짝이 는 다이아몬드를 품은 꽃에 손가락 을 얹었다.
우웅- 우우웅/
“하읍, 하아아.”
다이아몬드로부터 흘러나온 옅지만 맹렬한 기류가 입과 코로 빨려들었 다. 엘렌은 앙가슴을 부풀리며 거칠 게 심호흡을 했다.
전신에 차오른 마나로 인해 눈동자 가 더 새파랗게 빛났다. 그녀는 뿌 옇게 물든 시야를 통해 지상을 내려 다보았다.
“으아, 으가아악!”
“주여, 주여, 주여-”
일렁이는 불길과 부드럽게 흐르는 연기의 강, 그리고 춤추는 그림자들.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당연하지. 불은 언제나 아름답다.
흔들리는 촛불도, 마주 본 화톳불 도, 방을 덥히는 난롯불도, 어둠을 사르는 횃불도, 작열하고 작렬하는 불덩이도, 초록을 죽이는 불길도, 비 명을 삼키는 숨결도.
모든 불은 언제나 아름답다.
“……으흐으.”
엘렌은 몽롱한 눈으로 어깨를 떨었 다. 엉뚱하게도 연인의 품이 떠오른 탓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동시에 솜 이불처럼 부드럽고, 봄날의 아침처 럼 상쾌한 한편 여름의 정오처럼 뜨 거운 그 품. 그에 안겨 발밑 풍경을 즐길 수 있다면…….
다행히도 소녀의 이상은 마법사의 이성에 밀려났다.
“쏴라!”
고함을 듣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마 나를 끌어올려 티아라에 박힌 심홍 색 루비에 밀어 넣었다.
쐐애액!
엘렌이 사라진 직후 수십 발의 화 살이 그녀의 그림자를 찢어발겼다.
몇 초 후, 차원 경계를 피신처 삼 아 몸을 피했던 불의 마녀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눈보라 방패를 두르 고 있었다.
전투에 있어 색적과 기동, 화력보 다도 앞서는 것이 생존이다. 엘렌은 막대한 양의 마나와 주문을 일곱 단 어나 추가하여 눈보라를 강화했다.
후우우웅!
연달아 날아든 화살과 잡다한 주문 들은 그 맹렬한 ‘냉기갑옷’에 휩쓸 려 기세를 잃고 말았다.
“Ostende te, viotus bestia. ”
엘렌의 씹어뱉듯 외운 주문에 눈보 라에서 얼음 조각상이 튀어나왔다. 날개 달린 늑대를 닮은, 황소 만한 덩치의 ‘서리야수’가 궁수들에게 덤 벼들었다.
“이제는 냉기까지? 원소를 넷이나 다루는 마법사라니……
전투마법사 열둘을 이끌고 나타난 고세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헛웃 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불의 마녀는 마치 그 탄식 을 듣고 항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회백색 완드 끄트머리에서 ‘화살번 개’를 뽑아내었다. 그리고 궁수들을 지휘하며 고함을 질러대던 하사관을 꿰뚫어 버렸다.
“허어.”
늙은 마도사 고세인은 미테르게란 트 제국에서 열 손 안에 꼽히는 마 법사다. 그만큼 식견도 높았기에 저 어린 여인이 뽐내고 있는 일단의 주 문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았 다.
“마신의 후예인가.”
화염과 냉기 관해서는 그야말로 경 지에 이른 것이 분명했고, 바람을 다루는 실력도 마스터를 자칭할 만 했다.
흙과 전기는 썩 친숙치 않은 모양 이었지만, 낮은 수준의 주문이나마 자유자재로 부리는 모습이 인상적이 었다.
그뿐인가. 주문을 반 이상 생략해 버리는 고속 영창을 밥 먹듯이 선보 이고 있지 않나. 다섯 원소를 다루 는 것이나 쉼 없이 펼치는 재주도 충분히 경악스러운 것인데, 심지어 그런 위용을 떨치는 자가 이제 갓 성년에 이른 마법사라니.
고세인이 보기에 저 성취는 재능으 로 얻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법사 신의 혈통을 이은 것이 틀림 없다.
“아니.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로군……
뒷골목에서 구걸하며 살던 소년이 무사히 장성하고 마침내 이름난 마 도사가 된 것은 오로지 스트롬 가문 이 베푼 은혜 덕이었다.
고세인은 칠십 년이 넘는 세월 동 안 공작가에 봉사했지만, 아직도 빚 을 다 갚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었 다. 그는 자신의 주문을 주군에게 기꺼이 바칠 것이다.
“준비는 되었는가?”
“예.”
“그럼 시작하지.”
십이각형의 마법진 위에 선 열두 전투마법사가 웅얼웅얼 주문을 외웠 다.
그러기를 얼마쯤, 심상찮은 기척을 느낀 불의 마녀가 마법진 쪽으로 융 단을 몰아 날아왔다. 입술을 빠르게 달싹이며 자작나무 완드를 휘젓자 얼음창과 불화살이 열댓 발이나 쏟 아졌다.
쩌엉!
그때 몇 남지 않은 파괴술사들이 필사적으로 역장을 펼쳤고, ‘서리송 곳’과 ‘불꽃화살’의 세례는 흩날리는 얼음조각과 불티를 남긴 채 스러지 고 말았다.
열두 전투마법사가 전해준 마나를 흡수하며 고세인은 느긋이 주문을 외웠다.
이 주문을 완성하면 족히 그는 물 론이고 보조에 나선 마법사들도 족 히 몇 년은 정양을 해야겠지만, 전 투를 빠르게 끝낼 수만 있다면 충분 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여유로운 태도가 꼭 굼뜬 것을 의 미하지는 않아서, 노인의 주문은 그 리 오래지 않아 끝을 맺었다.
꾸구구궁.
진녹색 기류가 고세인의 몸을 감싼 직후 노인의 몸이 급격히 부풀어 오 르기 시작했다.
왜소한 어깨는 둥글넓적해졌고, 등 판에서 여섯 개의 촉수가 솟아났으 며, 양팔도 손가락이 뭉쳐 촉수처럼 변했다. 전신에 진녹색 비늘이 덮이 는 동시에 양다리는 거북의 다리처 럼 두꺼워졌다. 발톱이 길고 날카롭 게 돋아나더니 발가락 사이로 물갈 퀴가 차올랐다.
‘고세인의 둔갑’은 불과 세 호흡 만에 끝났고, 늙은 사내가 서 있던 곳엔 성채만큼이나 거대한 히드라가 앉아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엑-!
머리가 아홉이나 달린 마법의 괴수 가 포효했다.
“모두 비켜! 길을 열어라!”
“으아아악!”
제국군 병사들이 정신없이 좌우로 갈라졌다. 히드라는 둔중한 몸통을 끌면서도 예상외의 기민함을 뽐내며 엘렌을 덮쳐갔다.
“크윽.”
용을 쏙 빼닮은 대가리들이 쏜살같 이 날아들자 엘렌은 이를 악물며 융 단을 몰았다. 아가리가 맞닿는 소리 가 뒤통수를 스치자 절로 식은땀이 흘렸다.
“그래, 해보자.”
그녀가 싸늘하게 중얼거리며 반격 을 하려던 찰나였다.
“엘렌, 멈추어라-!”
양손을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히드 라와 불의 마녀 사이로 날아든 건, 라-팔라이스 궁전의 그랜드마스터 ‘악투피르 올’이었다.
“고세인! 그대도 멈추시오!”
치이익!
열 개의 황금반지 중 두 쌍, 양 엄 지와 검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들이 연기와 함께 녹아내렸다. 개중 한 쌍 은 악투피르의 거구를 덮었고, 다른 한 쌍은 거대한 도끼창이 되었다.
쾅!
금빛 도끼창이 히드라의 머리 하나 를 단숨에 쪼개었다. 그러나 히드라 는 아랑곳 않고 나머지 여덟 머리를 뻗어 엘렌을 노렸다.
‘‘당, 장!”
악투피르의 양팔에 채워진 네 개의 황금팔찌가 우웅, 떨리더니 노란 전 격을 뿜었다. 손을 탄 전류는 그대 로 도끼창 끝으로 쏟아져 부채꼴로 퍼져 나갔다.
짜자자자작!
벼락이 어두운 하늘을 환히 밝혔 다. 거대한 히드라는 전신의 비늘을 부르르 떨어대며 움츠러들었다.
“Quod papillon!”
기회를 포착한 엘렌은 입술을 달싹 여 스물도 넘는 ‘서리나비’를 만들 었고, 완드를 휘둘러 ‘춤의 정령’의 군세를 불러왔다.
그녀의 주변이 온통 허연빛과 연둣 빛 기류로 채워진 것은 그야말로 순 식간이 었다.
“엘렌, 멈추라 했소!”
“건방진 늙은이! 감히 나한테 명령 을 해?”
악투피르는 재빨리 날아 엘렌의 공 세를 막아섰지만, 사방에 허연 냉기 를 뿜어대는 나비 떼는 질풍을 타고 그를 비껴갔다.
그때, 불과 연기와 피와 병사들로 난리통이 된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 났다.
쾅/
굉음과 함께 솟아난 것은 개흙과 모래, 풀이 뒤섞인 뱀의 머리였다. 거대한 ‘진흙 뱀’은 엘렌이 쏟아낸 푸르고 하얀 회오리를 단숨에 집어 삼켰다.
“나샬 안웨이!”
불의 마녀가 화염의 망토를 두르며 소리치자, 뱀의 머리에 올라서 있던 지팡이 쥔 여인은 어깨를 움츠리는 시늉을 했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럴까.”
“지금 하이마스터의 권위에 도전하 는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악투피르, 빨리 말 좀 해봐.”
젊은 여인의 채근에, 옷가지와 피 부를 황금빛으로 물들인 노마법사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국가 간의 전쟁에 끼어든 것으로 모자라, 신분까지 드러낼 셈이오? 자중하고 물러서도록 하시오.” ‘‘흥. 나는 궁전의 주인-
“제발 그 입 좀 다무시오. 권고고, 부탁이니 이딴 철없는 짓거리는 당 장 그만두란 말이오!”
“노친네가 징징거리긴.”
악투피르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자, 엘렌은 돌연 킥킥 웃어댔다.
천사를 닮은 어린 여인이 환히 미 소를 지었지만, 두 그랜드마스터는 그 귀여운 얼굴을 감상하는 대신 마 나를 끌어올렸다.
파란 눈동자 위로 일렁대는 분노 내지는 광기를 읽은 탓이다.
“정 그러면, 한 번 막아봐. ” 엘렌이 주문 대신 수인과 집중을 통해 준비한 공세가 그녀의 화려한 금발 위로 떠올랐다.
화염구를 필두로 서리송곳, 칼바람, 화살번개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아, 피곤해.”
나샬 안웨이의 지팡이가 둘로 나뉘 듯 불길과 냉기에 휩싸였다. 각각 진흙, 화염, 얼음으로 이루어진 세 마리 뱀이 그녀를 감싸안았다.
꽈릉!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벼락 한 줄기가 내리치더니, 악투피르의 황 금빛 거구가 노란 전류에 휘감겼다.
“이, 철없는 것 같으니-!”
그는 성난 고함과 함께 도끼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키이에엑.
하이마스터와 두 그랜드마스터가 격돌하는 사이, 대가리가 어느새 열 개로 늘어난 히드라가 마비를 떨쳐 내고 기지개를 켰다.
“••••••씨팔.”
한 줌의 병사를 이끌고 혼란에 빠 진 적진에 돌입하던 적기사는, 그 히드라를 올려다보며 욕을 지껄였 다.
“환장하겠네, 진짜로,”
그는 검붉은 칼날을 3미터 가까이 늘어뜨리며 땅을 박찼다.
번쩍!
한 줄기 검광과 함께 용을 닮은 머리통이 하나 떨어지자, 히드라는 고막이 터질 듯한 포효를 내질렀다.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펼쳐진 사 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변화가 시 작되 었다.
저 멀리 북서쪽, 아사그를 거치며 온갖 사기를 머금고 녹빛으로 물들 었던 강물이 점차 색을 잃어가고 있 었다. 시나브로 투명해진 수면이 바 닥을 온전히 비출 즈음 그 물줄기마 저 굵어졌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강의 변화에 주 목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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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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