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35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35화
135 자꾸 이러시면 곤란한데/CIA 요원들은 눈물을 믿지 않는다
번호판이 오르내리길 수십 차례.
경매사가 호가 단위를 수정했다.
“지금부터는 호가를 1,000만 달러로 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이 외쳤다.
“6억 7,000!”
4억 3,000만 달러로 시작해 6억 7,000만까지 올랐으나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경쟁자는 두 사람으로 좁혀졌다.
“6억 8,000!”
“6억 9,000!”
“7억 달러!”
카를로스 슬림의 외침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7억 달러면 자기 것이 될 거로 생각했는지, 카를로스 슬림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맨 앞줄에서 그의 올라간 입꼬리를 사정없이 끌어내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7억 5,000!”
순간, 태풍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고요해진 장내.
모두 7억 5,000만 달러를 외친 인물과 카를로스를 번갈아 보며 ‘과연 카를로스가 이걸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다른 분 없습니까?”
경매사가 7억 5,000을 세 번 외치는 동안, 카를로스는 번호판을 들지 못했다.
땅! 땅! 땅!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 국왕께서 7억 5,000만 달러로 낙찰받으셨습니다.”
맨 앞줄에 있던 국왕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좌중을 향해 사우디식으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7억 5,000만 달러.
한화로는 대략 8,625억 원이다.
2001년에 이 금액이면 그 값어치는 더욱 높을 것이다.
“이상으로 경매를 마치겠습니다.”
경매는 끝났으나 사람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더 가까이에서 물건을 보려는 사람들은 국왕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물건이 둘씩이나 있으니 가히 보물 중의 보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런 보물을 얻으신 걸 보니 사우디아라비아가 더욱 번창하려는 모양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카를로스 회장은 당분간 잠을 설치겠습니다.”
“하하, 오늘은 제 운이 더 좋았나 봅니다.”
다 잡은 대어를 눈앞에서 놓친 격이었기에 카를로스는 넋이 나간 채 물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국왕이 닳는다는 듯 붉은 천을 덮으니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물건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이번엔 각국의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나누기 바빴다.
또, 러시아와의 경제적인 교류를 원해 자하르 대통령과 면담 약속을 잡는 사람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니콜라이는 먼저 1등 공신 카를로스 슬림을 위로했다.
이 사람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기에 관계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원 역사에서 그는 2010년~2013년까지 빌 게이츠를 추월하며 1, 2위를 다투던 부호였다.
이후로도 한동안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빌 게이츠 등과 함께 TOP 5 안에 들었다.
훗날 멕시코에서는 대통령급의 영향을 가진 인물이 된다.
“사우디 국왕께서 꼭 소장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내 마음도 같았지요. 계속 올려도 국왕이 따라올 것 같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아쉽게 됐습니다.”
어찌 됐든 카를로스 덕분에 7억 5,000만 달러까지 올랐다.
니콜라이에게는 이 경매의 1등 공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주변을 힐끔 살피던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물건이 하나 더 있지 않소?”
“…!”
“내가 꼭 얻고 싶어서 그럽니다. 있으면 내게 파세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
카를로스가 급히 니콜라이를 구석으로 끌었다.
“운석이 어디 딱 하나만 떨어진답디까? 다이아몬드와 금은 알로사에 넘치도록 있을 테고요. 경매한 것과 똑같지 않아도 됩니다. 비슷하기만 하면 돼요.”
“자꾸 이러시면 곤란….”
“7억 달러.”
“…크흠.”
“아까 내가 부른 가격을 바로 입금해 드리지요.”
7억 달러를?
엄청난 금액이긴 해도 그럴 순 없었다.
…가 아니라.
“절 따라오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조금 떨어져서요.”
니콜라이가 밖으로 움직이자 카를로스는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다.
그리고 얼마 후.
“이건 박물관에 전시하려던 건데 회장님께서 너무도 간곡히 부탁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파는 겁니다.”
“알지요. 고맙소. 내가 보기엔 용의 입 안에 있는 다이아몬드만 조금 작다 뿐이지 모양은 이게 더 멋진 것 같군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입금은 여기로 해 주시면 됩니다.”
계좌를 넘기자 어딘가로 연락을 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확인해 보세요.”
본사에 연락한 샤샤가 입금이 됐음을 확인했다.
생각지도 않은 금액이 추가로 무려 7억 달러나 생겼다.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검소한 생활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이런 건 왜…?”
원 역사에서도 카를로스는 검소한 삶을 살았다.
‘암소 젖이 많을 때 아껴 살아야 한다.’라는 신조를 내세우면서 구두쇠같이 근검절약했다.
부자 동네로 이사하지 않고 30년 전부터 산 집에 그대로 살았으며 부자들의 흔한 아이템인 요트나 개인 별장도 없었다.
자동차도 역시 그냥 있는 거 계속 타고 다녔고 명품 시계 대신 계산기가 장착된 전자시계를 썼을 정도였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100%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가 검소하게 살았다는 건 확실했다.
그런 인물이 유독 이것엔 욕심을 냈기에 니콜라이는 의아했던 것.
“하하,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다 가질 수 있으니 욕심낼 필요가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런 건 오늘처럼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또 나중에 되팔 수도 있고요.”
세상엔 별 요상한 취미를 가진 부호들이 많으니 뭐.
“되도록 외부엔 보여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보물이 외부로 알려지면 파리가 들끓기 마련이지요. 멕시코라면 더욱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
“시베리아에 범죄자들을 교화하는 곳이 있다던데?”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번에 코리아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 선원들이 모두 그곳으로 끌려갔다는 얘길 들었지요.”
“어디서 말입니까?”
“우리도 중국에 소식통이 있습니다.”
뭐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기에 니콜라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곳이 있나요?”
“있습니다.”
“오, 잘됐군요. 우리 멕시코의 중범죄자들을 좀 받아 줄 수 있겠습니까?”
“…!”
카를로스는 멕시코 정치인들을 대거 포섭해 놓았고 범죄 두목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 자가 이런 부탁을 했기에 니콜라가 의아함을 표하자 이유를 밝혔다.
“아, 다른 게 아니라 범죄자 수가 너무 많아 시설이 모자라서 그래요. 그 때문에 운영비도 많이 나가고 사고도 잦거든요. 시베리아라면 이 모든 걱정이 싹 사라질 것 같기에 부탁하는 겁니다.”
“시베리아라도 운영비는 꽤 듭니다.”
“멕시코보다는 적게 들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긴 할 겁니다만.”
“부탁 좀 합시다.”
“알겠습니다. 정부에 건의해 놓을 테니 준비가 되는 대로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베리아 벌목공 교도소엔 러시아와 3개 공화국, 중국, 한국, 멕시코 범죄자들까지 수용하게 된다.
‘국제적인 교도소가 되었군. 이 많은 인원을 어디에 활용하면 좋을까?’
시베리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기에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것이다.
“전용기로 오셨습니까?”
“그래요.”
“조심히 가십시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카를로스를 배웅한 그는 이번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누르고 낙찰받으니 기분이 더욱 좋군요.”
“제 자리를 찾아간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절실히 소장하고 싶어 하신 겁니까?”
“허허, 우주에서 온 물건엔 그 고유의 기운이 있지요. 다이아몬드도 세계에서 가장 크니 좋은 기운이 많지 않겠어요? 물론 희소성이 있단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렇군요.”
잠시 경매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작년에 협의한 내용을 꺼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을 녹지화하는 공사가 3월에 시작됐지 않습니까?”
녹지화하면서 고비 특별 자치구처럼 도시까지 만드는 게 최종 계약사항이었다.
“안 그래도 그 얘길 하려던 참이었어요. 역시 고비사막 때처럼 속도가 아주 빠르더군요. 우리 사막이 정말 고비 특별 자치구처럼 될 수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물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코리아의 두삼 중공업이 앙골라 현지와 동시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만들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페르시아만과 접해 있는 ‘라스타누라’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만들고 거기서 사막 지역까지 수로관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사막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기에 이 방법을 택했다.
“고비사막도 바꿨으니 우리 사막도 변할 거라 믿습니다. 니콜라이 대표 말이라면 믿을 수 있지요.”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 공사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니콜라이였지만 한국 기업들의 혜택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국제 유가 말입니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오펙(OPEC. 석유 수출 회원국)에서는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까?”
“오랜 기간 가격이 낮았으니 이 기회에 최대한 많이 벌어들여야지 않겠어요? 가스프롬으로서는 이번이 좋은 기회잖아요.”
“그럼 감축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군요?”
“전혀 없지요.”
“알겠습니다.”
역시 니콜라이가 알고 있는 역사와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국제 유가 오름세는 2013년까지도 이어지니까 앞으로 10년이 넘게 간다.
이렇게 흘러갈 때 푸틴이 정권을 잡고 있었기에 러시아 국민들에게 그는 계속 지지를 받았었다.
“오늘 니콜라이 대표 덕에 참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조심히 가십시오.”
경매에 관한 모든 일이 끝나고 니콜라이는 자하르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허허, 운석 두 개를 14억 5천만 달러에 팔다니. 너는 무슨 돈 귀신이 붙은 것 같구나.”
“기회를 잡은 것뿐입니다.”
“하면 나머지 큰 다섯 개는 박물관에 전시할 생각이고?”
“네. 일종의 미끼 전시품이죠.”
그중 하나는 발해 유적지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었다.
이로 인해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다.
각기 다른 모양이라 각각의 개성이 있었다.
“그럼 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개통식 준비에 신경 쓰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샤샤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두 명을 잡았대.”
“즈베즈다 요원들이 잡았어?”
“그건 아니고.”
“아니면 누가 잡아?”
“우습게도 그냥 검문소에서 잡혔어.”
“CIA 요원들이 그런 검문소에서 걸릴 만큼 허접하진 않잖아?”
“말하자면 좀 황당한데… 네가 검문소에 질문지를 배포하고 난 후에….”
샤샤의 말이 이어질수록 니콜라이도 황당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해가 되기도 했다.
혹시 몰라서 미리 조치를 했었는데 거기에 엉뚱한 놈들이 걸려들어 버렸다.
기자 시절, 한국은 K-팝과 K-드라마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져 있었다.
마침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벗어던지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시점이라 그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반대로 중국은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이미지가 떡락했었고.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세계 여권 파워 2위였던 한국 여권을 위조해 해외 밀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밀입국 시도가 워낙 많아지자 각국에서는 특이한 방법들을 시도했는데.
1. 한글을 만든 사람은?
2. 한국 초대 대통령 이름은?
3. 애국가 2절 가사를 적으시오.
4. ‘서태지와 000’에 들어갈 세 글자는?
5.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영희’는 누구의 친가인가? 등.
니콜라이도 이 방법을 썼다.
소비에트 독립국들과 러시아 공화국에서는 최근부터 니콜라이가 보내 준 질문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었던 나라들 국민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다.
1. 빅토르 초이의 대표곡 중 하나를 적을 것.
2.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주연급 여자 배우는 몇 명인가?
3. 우크라이나 국가의 1절 가사를 적으시오.
4. 받아쓰기.
.
.
이런 것들이 20문항이나 되었다.
아무에게나 하는 건 아니고 여권에 찍힌 스탬프가 5회 미만이면 일단 시행했다.
러시아와 소비에트 독립국들과는 국경선도 없고 1년간은 무비자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에 대부분 여권에 최소한 5번 이상은 스탬프가 찍혀 있었던 터라.
안 찍혀 있더라도 그들에게 20문항은 간단했으므로 금방 끝나 버렸다.
국경에 철조망 같은 건 없지만 만일 불법 입국이 적발되면 엄청난 벌금을 내고 다시는 러시아에 입국할 수 없기에 모든 사람이 검문소에서 제대로 검문을 받았다.
CIA 요원들은 최근에 바뀐 이런 상황을 몰랐다.
두 요원은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인 신분으로 들어가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입국하려다 검문소에서 딱 걸려 버렸다.
“야! 우크라이나 여권을 가졌으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너희들 너무 허술하다. CIA 수준이 고작 이 정도야? 21세기로 바뀌었잖아. 공부 좀 해.”
“….”
“….”
“죽었다 깨어나도 CIA 요원이 아니라 이거지? 그래 그렇게 계속 버텨 봐. 우리 정부 요원들 곧 도착하면 너희들은 끝났어.”
몇 시간 후.
우크라이나 국경 검문소에 니콜라이 일행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