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50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50화
050 세계에 이름을 알리다/블랙홀 인베스트먼트
4월 12일.
야후! 주식은 미국의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되자마자 발행가의 세배까지 뛰어올랐다.
1주당 13달러에 발행된 야후는 이날 폭발적인 매수 열기에 힘입어 24.5달러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한때 43달러까지 치솟았다.
총자본금 2,570만 달러의 10%인 260만 달러어치의 주식 20만 주만 공개했음에도, 이날 하루 거래 물량은 무려 1,700만 주에 달했다.
또, 이날 종가로 야후의 시가총액을 환산하면 8억 5,000만 달러로 자본금의 34배에 달하게 되었다.
월가에서 ‘꿈의 주식’이 탄생한 것이다.
선거 캠프에서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자하르 후보의 자료들을 살피고 있던 니콜라이는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니콜라이 씨, 제리 양입니다.
“아 야후! 상장 축하드립니다. 래리 페이지 씨와 슈퍼 리치의 대열에 합류하셨군요?”
-축하는 우리보다 니콜라이 씨가 받아야죠. 니콜라이 씨가 보유한 지분 30%는 저나 래리 페이지보다 많으니까요.
“지분을 다른 곳에도 팔았던 겁니까?”
-도움을 받은 가까운 분들께 좀 팔았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제리 양과 래리 페이지의 지분을 합치면 모를까, 개인으로만 따진다면 니콜라이의 지분이 가장 높다는 거였다.
이 말은 야후!의 상장으로 인해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니콜라이라는 뜻이었고.
‘목소리가 뚱해 있었던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군.’
속으로 웃음을 짓던 니콜라이의 귀에 제리 양의 뚱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기자들이 많이 다녀갔습니다. 니콜라이 씨에 관해 기사를 내고 싶다면서요.
“두 분이 아니고 저를요?”
-우리 기사도 나가지만 기자들은 영국의 ‘블랙홀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와 그 회사의 대표인 니콜라이 씨를 더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일부 내용을 말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제리 양이 알고 있는 거래 봤자 니콜라이가 러시아 국적이고 유니콘 그룹, 유리 회장의 손자라는 것밖에 없었다.
이제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쿨하게 대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투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었거든요.”
-다른 회사들에도 투자할 거라는 말입니까?
“이미 여러 곳에 했는데 앞으로 더 많이 할 거란 거죠.”
샤샤가 수화기 옆에 귀를 바짝 들이밀었다.
영어도 못 알아듣는 게.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블랙홀에서 투자금을 받습니까?
“지금은 받을 생각이 없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투자금을 받게 되면 저한테 제일 먼저 알려 주십시오.
“뭐, 같은 배를 탔으니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야후! 지분을 팔 생각은 없습니까?
“제리 양 씨 같으면 지금 팔겠습니까?”
-하하, 그렇긴 합니다.
물론, 2000년 IT 버블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오겠으나 당분간은 아니지.
쪽쪽 빨아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지금 팔아.
“말씀 다 하셨으면 다음에 또 통화할까요? 지금 좀 바빠서요.”
-아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뉴스가 나가면 니콜라이 씨 찾는 전화가 빗발칠 테니 정신없을 겁니다. 하하.
전화를 끊으니 샤샤가 바짝 달라붙으며 물었다.
“너 야후! 초대박 났지? 맞지?”
“어라, 영어를 알아들었어?”
“천재를 따라다닌 게 3년이면 천재 흉내 정도는 내지 않겠어? 야후! 맞지?”
“그래 맞아. 초대박 났다.”
“너 거기 지분 30% 가지고 있잖아? 그러면 얼마나 번 건데?”
100만 달러로 지분 30%를 샀으니 상장 첫날에만 수백 배를 번 셈이다.
“궁금해?”
“응. 궁금해서 미치겠다! 저 봐. 일리야랑 다른 사람들도 벌써 듣고 눈에서 빛이 나잖아.”
주변을 휙 둘러보니 수십 명의 사람이 얼음이 된 것처럼 일손을 멈추고 이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으음….”
“아 쫌. 그만 뜸 들여.”
“지금 모스크바에 아파트 5,000세대 짓고 있잖아?”
“그게 왜?”
“그 아파트 두 번을 지어도 돈이 넉넉히 남지 않을까 싶은데…?”
“뭐어?”
실제로는 더 많았으나 더 말하면 놀라 까무러칠 것 같아 적당히 말했다.
정확한 금액을 말해 주지 않았어도 이들은 모스크바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대략 어느 정도 하는지 알았기에 입을 떡 벌렸다.
“정말 그 정도야?”
“첫날에만 그 정도고, 앞으로는 아마….”
“…아마?”
엄청난 기대감으로 활활 타오르는 모두의 시선이 니콜라이의 입에 꽂혔으나 그는 씩 웃어 보일 뿐이었다.
“여기까지.”
“에이.”
“자세한 건 뉴스 봐. 3일 후 얀덱스에 뜰 테니까. 아마 러시아 방송에도 나올 거야.”
야후!의 주가는 IT버블의 영향으로 3개월 후인 7월부터 18,000%라는 경이로운 상승 폭을 기록하게 된다.
그렇게 1999년 말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해나가다가 버블이 터지면서 야후!는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니콜라이는 최고점에 이를 99년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생겼으니까 회식! 어때요?”
“좋습니다!”
“샤샤, 모스크바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예약해둬. 당연히 자리가 많아야 하는 건 알지?”
“이 많은 사람을 레스토랑에?”
“가족들까지 참석 인정.”
순간, 직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굼 백화점 내부에 울려 퍼졌다.
“사장님, 멋집니다!”
“진짜 가족들 다 데리고 와도 되는 거예요?”
“친구들까지 데려와도 됩니다. 먹고 싶은 거 다 주문하세요.”
“꺅!”
“어쩜!”
“얘! 빨리 전화해.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서 한다잖아. 빨리!”
수준이 다른 회식에 난리가 났다.
‘그래봤자 회식비 그거 얼마나 나온다고.’
* * *
3일 후, 유리 유수포프의 집에는 가족 친척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자하르 후보의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해 줄 요량으로 유리가 모두를 불렀던 거였다.
“저기 보십시오. 지지율이 나날이 오르고 있습니다.”
TV에서는 옐친, 주가노프, 자하르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는데 자하르 후보의 지지율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 있었다.
유리의 말에 자하르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이제 출발일 뿐인데요. 1차 투표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허허.”
“이해합니다. 부담감이 크시겠죠. 제가 사돈을 앞세워서 원망하는 마음이 들진 않으십니까?”
“그런 마음 없습니다. 저도 사돈 마음을 이해했으니 후보로 나선 거지요.”
불안감이 조금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두 사람 모두 긍정적인 면에 더 의미를 뒀기에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둘째 예고르가 그 좋은 분위기에 초를 치는 말을 꺼냈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며느리 마리아가 예쁘게 손질한 바나나에 막 포크를 꽂으려던 유리가 포크를 놓았다.
자기 아버지라고, 키릴이 재빨리 TV 소리를 줄였다.
“일에 관한 얘기라면 나중에 하거라.”
“니콜라이에 관한 얘깁니다.”
순간, 떠들썩하던 거실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자하르 후보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예고르를 바라보았다.
‘또 무슨 말로 날 헐뜯으려고?’
니콜라이는 벌써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좋은 말보다는 좋지 않은 말을 더 많이 했던 예고르였기에.
“크흠.”
유리는 사돈과 그의 가족들까지도 함께한 자리에서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싶어 조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니콜라이에 관한 얘기라면 사돈 쪽과도 관련이 있었기에 허락했다.
“말해 보거라.”
“U마트와 유니콘 건설과 가스프롬 명의를 니콜라이 앞으로 하신 이유가 뭡니까?”
“…!”
이런 자리에서 저런 질문을?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유리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꼭 들어야겠냐?”
“저도 많이 참았다가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돈어른과 가족들까지 모두 모였으니 이참에 확실히 묻고 싶었습니다.”
유리는 목이 컬컬한지 냉수를 마시고는 자하르를 한 번 보았다.
“궁금하다면 말해 주마. 너희들도 알다시피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우리 가문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모두 니콜라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옐친이 탄핵 심판대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느냐?”
“…저도 그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그렇더라도 그 기업들을 모두 니콜라이 명의로 해 줄 순 없는 겁니다. 다른 보상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예고르의 말이 끝나자 이반과 마리아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그에게 동조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이 세 회사는 유니콘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회사를 이반 형님도 아니고 왜 니콜라이에게 주신 겁니까?”
예고르로서는 벼르고 벼르다가 꺼낸 말이었다.
자하르와 그의 가족들까지 있었기에 유리가 강하게 나오지 못할 거란 계산에서였다.
“너도 안턴을 닮아 가는 것이냐?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만일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후보님과 우리 가문은 끝장나니까요.”
“너 그게 무슨 해괴한 말이야!”
유리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그렇잖습니까? 앞으로 몇 달 후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 저라고 마음 편하겠습니까.”
“그게 회사를 니콜라이 명의로 한 것과 무슨 상관이길래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이야?”
“왜 상관이 없습니까? 문제가 생기면 우린 모두 거리로 나앉게 되지만 니콜라이는 뭐라도 챙길 수 있는데요. 영국에 투자 회사까지 만들어 놨으니 그쪽으로 빼돌려 놨을지 누가 압니까.”
예고르가 한 말이, 슬며시 미소 짓고 있는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거실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은 예고르와 유리, 그리고 니콜라이를 돌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유리가 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
“선거에 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말이다.”
“….”
“네가 말한 대로 유니콘 건설, 가스프롬, U마트가 우리 그룹의 중추적인 계열사긴 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 회사들은 파산 직전까지 갔거나 니콜라이가 만든 회사야. 그렇지 않으냐?”
“….”
“파산을 앞둔 회사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회사를 만들어서 니콜라이가 이만큼 키웠는데, 그러면 그 회사들을 누구한테 줘야 맞는 게냐? 너한테 줬어야 맞는 거였어?”
니콜라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유리가 모두 해 버렸다.
이반과 마리아의 얼굴이 금방 펴졌다.
“지금 네가 주인으로 있는 철강 회사 상태가 어떠냐? 인수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이익을 못 내고 있어. 그런 네게 줬어야 맞는 게냐?”
“이반 형님께 줬어도 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럴 생각을 했었다. 이반 네가 뭐라고 했었는지 네가 직접 말해 주거라.”
이반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니콜라이 명의로 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내 명의로 해봤자 어차피 나중에 니콜라이가 물려받게 될 테니까요.”
“들었느냐?”
“….”
“그러면 이젠 내가 하나 물어보마. 전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 나는 너희들 삼 형제에게 분명히 달러와 금을 사들이라고 했었다. 맞느냐?”
“…맞습니다.”
예고르가 힘이 많이 빠진 얼굴로 대답했다.
“그때, 안턴은 내 말을 안 듣고 딴짓을 했었지. 너는 가진 돈으로 달러와 금을 사들였고. 그런데 이반은 어떻게 했는 줄 아느냐?”
“….”
“독립 국가들의 은행에서 죄다 대출을 받아서 더 많은 달러와 금을 사 모았다.”
사업가란 이런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이반으로 인해 우리가 벌어들인 금액은 예상했던 것보다 컸었어. 그런 이반도 여태껏 조용히 있다가 명의를 니콜라이 앞으로 해 주라고 했다. 그런데 너는 뭘 잘했다고 그딴 말을 꺼내서 집안 분위기를 망치는 게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저도 이반 형님과 니콜라이처럼 충분한 지원을 받았으면 좋은 결과를 냈을 겁니다.”
“충분한 지원을 못 받아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리가 결심한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좋다. 기회를 주마. 원하는 사업을 시작할 자본금을 주지. 단, 유산은 그것으로 끝이야. 사업을 해서 망하든 말든 그건 오롯이 네 책임이다.”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게 흘러가자 자하르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사돈.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만 기분 푸시지요.”
유리도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졌다고 생각했기에 그 말을 끝으로 시선을 TV로 돌려 버렸다.
“소리 좀 키워 보거라.”
유리의 무거운 목소리에 키릴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미국 NBC 방송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영국에 세워진 ‘블랙홀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는 러시아 국적자인 니콜라이 씨라고 합니다. 그는 유니콘 건설, U마트, 가스프롬의 실질적인 주인이면서, 미국의 IT 기업인 야후! 지분을 30%나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 시세로 따지자면….
아나운서의 말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입은 더는 벌어질 수 없을 정도로 떡 벌어졌다.
평소 침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유리와 자하르의 표정도 비슷하게 변했다.
-니콜라이 씨는 26살의 나이임에도 미국의 부자 순위 상위에 올랐는데요. 미국의 월가에서는 니콜라이 씨가 어떤 인물인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잠시 후, 뉴스가 끝이 나자 유리 유수포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고르.”
“….”
“네가 그렇게도 반대했던 IT 투자가 이런 수익을 얻었다고 하는구나. 이래도 내가 니콜라이를 편애한다고 생각하느냐?”
예고르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니콜라이는 여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