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83)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83화
83화 그저 혹시나 하고
회의가 얼추 끝이 났지만, 아직 할 회의가 남아 있었다.
대부분 지금의 현안에 대한 회의였지, 새로운 계획에 관한 회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범현 전무, 황규태 실장, 제인 존슨 팀장, 로버트 실장이 자리 잡게 된다.
“인텔에 가셔서 연구소를 하나 달라고 하세요.”
“연구소요?”
“네, 샌프란시스코의 팔로 알토 지역이 좋을 것 같군요.”
“그걸 넘겨줄까요?”
팔로 알토의 연구소는 생산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200mm 웨이퍼를 이용한다는 것이 문제였었지만, 그 부분도 인텔이 300mm 웨이퍼를 개발했기에 상관이 없었다.
“넘겨줄 겁니다. 어차피 인텔은 미국 내 생산 공장 및 연구소 일부를 매각하려고 할 겁니다.”
아시아 시장으로 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은 바로 미국 내에서의 생산성 악화 때문이다.
많은 공장과 연구소가 미국 내에 산재해 있으니 이보다 수배 저렴한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인텔의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인텔의 본진은 오리건 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시설은 지금 인텔로서 생산성 악화의 주범과도 같은 곳이기에 흔쾌히 넘겨줄 거라 예상했다.
이는 루비의 자료를 근거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맞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황규태 실장님은 다음 주에 인수될 해피닉스의 노조와 협상 전략을 짜도록 하세요.”
해피닉스가 한영에 인수될 경우 노사 문제가 불거지는 건 당연했다.
“그럼 몇 명을 시범케이스로 만들까요?”
“그건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인재들이니 잘 다독이도록 하세요.”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이 중요한 것이다.
숙련된 작업자를 구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알다시피, 해피닉스와 인텔은 따로 가지만 둘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합니다.”
“무슨 말씀이죠?”
내 말에 조범현 전무가 질문한다.
나는 인텔과 해피닉스를 그저 파운드리로 묶을 생각이 없었다.
“캐논에서 인수한 반도체 장비 사업부가 인텔의 후공정 반도체 장비의 전초기지가 될 겁니다.”
인텔에 반도체의 연구 및 생산 시설을, 해피닉스에 반도체 공정 장비 일체에 대한 생산을 맡겨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광 장비였다.
인텔은 전 공정인 웨이퍼 생산 시설이 존재하기에 해피닉스의 노광 장비와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걸 언제부터 준비한 겁니까?”
“준비는 오래전부터였죠. 캐논이 아니라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설립하기 위한 대비였지만, 굳이 따지자면 CPU 특허를 개발하면서부터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
내 말에 4명의 인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CPU 특허는 작년 초에 준비된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면, 처음부터 생각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만 놀라고 준비를 철저히 해 주세요.”
“그러지 말고 연구소를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어떨까요?”
제인이 연구소의 이야기를 꺼낸다.
보통 연구소를 분산하는 이유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인텔이 미국 전역 및 세계 여러 지역에 연구소 및 생산시설을 준비한 것이다.
제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연구소를 한곳에 모으면 보안 및 경비가 철저하게 유지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각 연구소가 모이게 되기에 협력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볼 문제군.”
“시간이 지나더라도 연구소만은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조 부회장님이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주시죠.”
“그렇게 하죠.”
오랜만에 합류한 조범현 전무의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인텔의 일도 처리해야 하고, 회사의 관리 부분도 정리해야 한다.
거기에 지금 말한 종합연구소의 설립 또한 검토해야 할 일이었다.
그 후,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고, 그렇게 핵심 직원들이 회의까지 끝이 났다.
***
엔론과 월드컴의 회장들을 만나는 호이킨 법무실장은 그저 담담한 얼굴로 두 회장을 쳐다봤다.
두 회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회사들이었다.
“그럼 협상 시작하죠.”
호이킨 법무실장의 말에 두 회장은 비장한 각오를 보일 정도였다.
“우리는 월드컴의 무선 통신 사업과 데이터 센터 사업을 인수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요?”
엔론의 엔리케 회장은 자신이 제안한 사업부의 인수는 어떻게 되었는지 다급하게 물어본다.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였다.
“엔론의 사업부는 인수 계획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우리가 먼저 제안한 것 아닙니까?”
엔리케 회장의 말에 포터 회장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아직 인수 금액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자신의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포터 회장이었다.
“정 필요하다면 IT로 분류한 기업 중 광케이블만 따로 인수할 생각은 있습니다.”
“그건······.”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우리에게 필요한 회사가 아니죠. 그것도 월드컴의 통신과 데이터 센터가 인수되어야 시너지 효과가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너희는 곁가지란 뜻이었다.
월드컴의 통신 및 데이터 센터 인수가 되어야만 생각을 해 보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엔리케 회장은 포터 회장을 쳐다봤다.
같이 협력하자는 의미였지만, 포터 회장은 그런 엔리케 회장의 시선을 회피해 버린다.
“일단 엔리케 회장님은 조금 후 다시 이야기하시죠.”
한마디로 여기서 잠깐 나가 달라는 말을 꺼낸 호이킨이다.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엔리케 회장은 밖으로 나가게 된다.
지금 자리에서 엔리케 회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게 월드컴의 협상이 잘 이뤄지고 자신들의 광케이블 사업 또한 인수되는 일이었다.
그것이라도 지금은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없이 회사는 공중분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엔리케 회장이 나가고 단둘이 남은 회의실···.
“우리는 통신 사업과 데이터 센터에 총 25억 달러를 제안합니다.”
호이킨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포터 회장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무리 우리가 어려워도 25억 달러라니요.”
월드컴이 정상적이라면 통신사업과 데이터 센터 사업부는 250억 달러도 나갈 회사다.
거기에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키우면서 자산 규모도 만만치 않은 회사가 바로 월드컴이다.
“말이 되고 안 되고는 더 들어 보시죠.”
그런 포터 회장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호이킨은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더 들어 볼 말이 있나요. 10%밖에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하면 이게 협상입니까?”
“그럼 이 자리에서 나가시면 됩니다. 솔직히 우리는 월드컴의 사업부를 인수할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무선 통신 사업은 한국의 SLK를 생각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월드컴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원래 월드컴은 공매도만으로 수익을 거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포터 회장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최소 150억 달러를 생각했는데 너무 차이가 나는군요.”
잠시 신색을 회복한 포터 회장은 자신들이 생각한 금액을 불렀다.
“아시겠지만, 귀사의 자산은 우리가 제시한 금액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시간이 지난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건 사실이었다.
결코, 25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포터 회장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지금 월드컴에 중요한 것은 분식회계로 인한 사업성 재검토일 겁니다. 아닌가요?”
조금만 지나가면 월드컴은 공중분해 될 것이다.
“그건 맞습니다. 인정하죠.”
“무선 통신 및 데이터 센터를 넘기고 우리와 손잡으면 월드컴은 회생할 수 있죠. 우리는 투자회사 또한 거느리고 있으니까요.”
“······.”
“우리 알파벳의 투자에 대한 시장의 눈은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분식회계로 회사의 근간이 흔들리는 이때, 그 누구도 월드컴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월드컴에 일정 금액이 투자된다면, 그것도 투자 수익이 높은 투자사가 투자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장거리 전화 서비스만으로 일정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월드컴이다.
이 부분은 확실한 수익이 존재한다.
“······.”
“장거리 이동전화 서비스를 캐시카우로 설정하고 소프트웨어와 장비 제작을 주력으로 한다면 충분히 월드컴은 회생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월드컴을 살려 비싼 값에 되팔면 되겠군요.]이곳에 오기 전 들었던 회장님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럼 얼마나 투자해 주실 수 있습니까?”
“20억 달러로 하죠.”
“20억 달러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려면 분식회계에 대한 추징금도 내야 하기에 30억 달러는 필요합니다.”
3년 후, 버라이즌이 월드컴을 76억 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이때 월드컴은 알맹이 자산을 팔아먹은 후다.
순전히 무선 통신 사업 때문에 버라이즌이 76억 달러를 주고 매입한 것이다.
“지분 30%, 거기에 월드컴이 가진 샌프란시스코의 토지를 주시죠. 그럼 30억 달러까지 지원해 드리죠.”
“그건······.”
월드컴의 파산은 총 1,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유례없는 충격을 안겨 준다.
이건 후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가장 큰 파산에 속한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1,100억 달러는 월드컴의 부채가 아닌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이게 우리가 월드컴에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제안입니다.”
더는 제안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말이었다.
“이사회를 소집한 후 통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포터 회장이 회의장을 떠나고 엔론의 엔리케 회장이 들어왔다.
엔리케 회장은 들어왔지만, 다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월드컴과 협상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호이킨은 다음에 보자는 말을 꺼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보잉에서 급하다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드디어 보잉에 대한 공매도 소식이 경영진에 들어간 것 같았다.
피터 존슨 실장과 나는 자리에 착석했다.
“왜 갑자기 우리에게 공매도를 벌인단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까?”
오자마자 먼저 따지듯 말하는 필립 켄디드 보잉 사장이었다.
그와 함께 온 이는 이런 필립 사장을 말리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보니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같이 온 이는 해리 스톤 사파이어 부사장이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보잉의 필립 켄디드가 사장이 되고 맥도날 더글라스의 해리 스톤 사파이어가 부사장이 되었다.
두 회사가 합병한 것은 1997년도였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오자마자 화부터 내지 말고요.”
내 말에 씩씩거리던 필립 사장은 말리는 해리 부사장을 보면서 자리에 앉는다.
“······.”
“죄송하군요. 이분은 필립 켄디드 사장이고 전 해리 스톤 사파이어 부사장입니다. 보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제야 자신들의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직접 소개가 아닌 해리 스톤 사파이어 부사장이 말이다.
조금 무례한 행동이지만 내가 한 일이 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조금 더 무례를 저지른다면, 정말로 보잉에 대한 공매도를 벌일 생각이다.
이 경우 전용기를 보잉이 아닌 에어버스로 변경할 생각도 하고 있다.
“알파벳의 한경민입니다. 반갑군요.”
나는 그래도 악수를 건넸다.
이건 더는 무례를 저지르지 말라는 마지막 제스처였다.
다행히 손을 맞잡는 필립 사장이었다.
“실례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하군요.”
이젠 사과까지 건네는 필립 사장이다.
“우리가 왜 공매도를 벌이려는지 궁금해서 오신 겁니까?”
“그렇소.”
“후후후.”
나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이 상대방에게 실례될 행동이지만, 그걸 의식할 생각은 없었다.
먼저 실례를 범한 쪽은 보잉이기 때문이다.
“전용기 때문입니다.”
“전용기요?”
갑자기 전용기 이야기가 나오자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항공유 먹는 하마인 보잉747-400 기종을 하나 구매하려고 했더니 2년이나 걸리더군요.”
“아니, 그런 말을······.”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조만간 생산 중단될 기체 하나 인수하는 데 2년이나 걸린다면 말 다했죠. 기체 생산이 밀린 것도 아니고 생산시설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요?”
좋게 말하면 좋은 말로 표현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뭔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크게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회사는 연 단위로 계획을 수립한다.
어느 기체가 얼마 정도 계약이 될지, 그에 따라 부품을 어떻게 준비할지 등 계획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잉은 몇 년 단위로 생산계획을 수립한다.
계약만이 아닌 예상 판매량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잉은 현재 에어버스에 대한 위협을 간과하고 있다.
거기에 재무적으로 맥도날 더글라스를 인수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병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
아무 말이 없어지는 필립 사장이었다.
“그래서 보잉에 대해 조금 알아봤죠. 그랬더니 아주 개판이더군요.”
실제 보잉은 내년에 가장 큰 하락을 보이게 된다.
거기에 가장 큰 이유는 미국방부의 JSF(통합전투기) 사업에서 보잉의 X-32가 탈락한 것이다.
X-35 기체가 JSF 사업에 선정되었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
“우리가 거느린 회사 중 투자회사가 있습니다. 이번에 엔론과 월드컴의 공매도도 이런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거죠. 거기와 보잉이 다른 것이 뭐가 있죠?”
미국 기업 중 몇 년 사이에 분식회계를 안 벌이는 회사가 없을 정도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중 엔론과 월드컴이 타겟이 되었단 소리는 루비 자료의 음모론에 나와 있다.
그걸 돌려서 한번 찔러 본 나였다.
아니면 말고 맞다면 뭔가 표정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표정이 아닌 필립 사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생각을 확신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