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선생님.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경찰차가 옆에 붙자 운전기사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차를 세웠다.
제리 쿠버가 난리칠 게 뻔히 보였던 것이다.
“뭐요? 지금 이 분이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요?”
‘오. 이건 한국이랑 별 차이가 없군.’
최연승은 감탄했다.
미국과 한국에 이런 공통점이?
“차 밖으로 나와 주십시오.”
“왜 불러 세웠는지부터 말하시오! 경관, 당신 이름과 소속이 어디요!”
운전기사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경관 옷을 입고 있던 최연승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과속 하고 있었잖나.”
“지금 그거 조금 더 밟았다고 차를 세워!? 후회하게 해주지! 이름과 소속을 밝혀!”
최연승은 살짝 당황했다.
상대가 너무 당당했던 것이다.
보통 과속하다가 걸리면 최소한 좀 미안한 척을 하거나, 웃으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인데~’하면서 뇌물을 주지 않나?
그런데 이 인간들은 뇌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자기가 화를 내고 있었다.
아무리 빽이 든든해도 그렇지 이건 좀…
최연승은 검을 뽑아들어 운전기사의 턱 밑에 겨눴다. 순간 운전기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뭐, 뭐, 뭐…”
“그렇게 내리기 싫으면 내리지 마라.”
“이 놈!”
옆에 있던 남자가 깜짝 놀라 권총을 뽑으려 들었다.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니 헌터가 분명했다.
현대화기와 마법으로 무장한 헌터는 없어서 못 구하는 경호원이었다.
사장 정도쯤 되면 호위로 헌터를 데리고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것이다.
슉!
최연승의 다른 쪽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손가락 끝에서 내공으로 만들어 진 바람의 탄환이 날아갔다.
지풍(指風)!
강기의 탄환보다는 약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의 몸을 꿰뚫을 수 있었다.
게다가 최연승은 그냥 지풍을 쏜 게 아니었다.
점혈의 수법으로 상대의 혼혈을 정확히 노린 것이다.
정확히 찌르기만 하면 최소한의 힘으로도 각종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점혈.
혼혈을 찔린 헌터는 그대로 기절했다.
최연승은 그대로 차 문을 열고 옆에 탑승했다. 제리 쿠버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너, 너, 너… 후회할 거다! 내가 누군 줄 알고!”
“그 정도는 알고 왔지.”
“…돈, 돈이냐? 원하는 게 돈이냐? 돈이라면 줄 수 있다. 침착해라. 내가 없어지면 널 쫓을 헌터가…”
“아 거 더럽게 시끄럽군.”
최연승은 귀찮다는 듯이 제리 쿠버의 목을 탁 쳤다.
제리 쿠버는 컥컥대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사 양반. 출발.”
“……”
“출발하라고. 몸에 구멍 하나 뚫어줘?”
“아, 아닙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최연승이 뿜어내는 기세는 칼날 같았다.
평범한 운전기사는 완전히 제압되어서 고분고분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 * *
‘들키기 전에 빠르게 끝내야겠군.’
성좌는 자신의 권속이나 하수인을 언제나 감시하지 않았다.
강력한 성좌에게는 왕국이 여럿 있었고 하수인들만 수천, 수만이 넘어갔다.
이런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일일이 지켜보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대신 성좌는 공포로 하수인들을 옭아맸다.
언제라도 저 위에 있는 주인이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런 공포를 안고서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리고 이놈은 배짱 좋게 배신했고.’
최연승은 신기하다는 듯이 제리를 쳐다보았다.
이제 막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뚱뚱한 백인 남성.
걸치고 있는 옷이 비싼 명품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너무 평범해서 무심코 지나칠 생김새였다.
뭔 배짱이지?
-고마워. 고양이 성좌.
성좌는 존재력을 사용해 다른 성좌의 시선을 가릴 수 있었다.
배신자 성좌가 자신의 하수인인 제리를 보려고 해도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려진 이상,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다른 하수인들을 보낼 테니 시간낭비는 해선 안 됐다.
“제리 쿠버. 흠… ‘톰과 제리’에서 따온 이름인가?”
“…예?”
[가 그렇다면 아주 쓰레기 같은 놈일 거라고 비난합니다.]-톰과 제리를 왜 싫어하… 아. 고양이가 당해서?
[가 고개를 끄덕입니다.]“아, 아닌데요.”
“아니야? 이런. 실망이군. 어쨌든 왜 그랬나?”
“예?”
“어이. 여기서 세워.”
최연승은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운전기사는 바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퓩!
운전기사는 그대로 기절했다.
“왜 먼저 모시던 성좌를 배신하고 새 성좌를 믿었냐 이 말이야.”
“…!!!!”
제리 쿠버는 기겁했다.
이 남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께서 보내셨습니까?!”
“아니.”
“그, 그러면 께서?!”
“그것도 아닌데.”
“…헉. 그러면 정부에서…”
악신 성좌와 계약한 건 중죄였다.
그것도 둘과 계약했으니 최소 종신형…!
“그것도 아니다.”
“?????”
제리 쿠버는 눈만 깜박였다.
성좌들이 배신에 보복하려고 보낸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체포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그러면 뭐야?
“난 널 스카우트하려고 왔다.”
“…어, 어디로…?”
“내가 모시는 성좌, 께로.”
“!!!”
제리 쿠버는 생각치도 못한 말에 당황했다.
제 3의 성좌라니!
…그런데 은 누구지?
“그, 그 분은 어떤 성좌십니까?”
제리 쿠버도 나름 사업하는 사람이었다. 스카우트를 받은 이상 상대가 누군지 알고 싶어 했다.
어떤 성좌이고, 어떤 혜택이 있고, 얼마나 강하고…
하지만 인간인 이상 성좌들의 깊고 복잡한 세계에 대해 아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가능한 건 이렇게 물어보는 수밖에!
“아주 훌륭하시고 강한 성좌지.”
“……”
‘아차. 괜히 물어봤군.’
제리 쿠버는 속으로 후회했다.
생각해보니 성좌 하수인한테 물어봤자 칭찬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네놈에게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제안을 거절하면 네가 누굴 믿고 있는지 전부 퍼뜨려버리겠다.”
“…!”
감옥에 가거나 성좌가 보낸 암살자한테 죽거나.
어느 쪽이든 절대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가 아니었다.
“아… 아, 알겠습니다! 을 믿겠습니다!”
제리 쿠버는 일단 수락했다.
뒤지기 싫으면 어떤 성좌인지 몰라도 일단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잠깐만. 절 이렇게 스카우트하신다는 건 성좌께서 제 능력을 눈여겨보신 겁니까?”
“?”
최연승은 제리 쿠버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뭘 눈여겨봐?
그냥 가장 만만하고 약점 많은 놈이라서 노린 거였지 딱히 능력을 눈여겨보진 않았다.
그러나 제리 쿠버는 스스로 납득을 했는지 무릎까지 쳐가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역시…!”
최연승은 상대가 불쌍해서 대충 맞장구를 쳤지만, 제리 쿠버는 부들부들 떨 정도로 감동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성격 더럽고 사나운 회장한테 쪼이고, 원래 주인인 성좌 는 속여서 계약을 해놓은 주제에 해주는 거 하나 없이 협박만 해대고, 궁지에 몰려서 새로 계약한 는 자기가 생각했던 성좌와 다르고…
그런 와중에 자신의 능력을 높게 사서 이렇게 찾아왔다는 성좌는 솔직히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반강제로 납치해서 제안을 해오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드디어 내 능력을 알아주는 성좌가 나타났구나!’
‘이 놈 뭔가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저씨가 감동 받아서 눈물 글썽이는 모습은 최연승이 보기에 별로 좋지 않았다.
“충성을 바쳐서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그럴 것까지는 없는데…”
최연승은 적극적으로 나오는 상대의 모습에 오히려 찜찜해졌다.
이 놈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함정인가?
[제리 쿠버가 을 믿기 시작합니다.] [존재력이 오릅니다!]* * *
존재력의 장막을 치우고 승리 선언을 하기 전에, 최연승은 제리 쿠버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솔직히 뭔 배짱으로 악신 성좌 두 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건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게… 제가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제리 쿠버는 헛기침을 했다.
나름 새로 모시게 된 성좌의 권속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서였다.
“원래 그러니까 젊었을 적에, 대학을 다니다가 술에 취해 배신자 성좌와 계약을 했는데, 이 배신자 성좌가 해주는 건 ■도 없으면서 이래저래 시키는 것만 많고, 그러다보니 회사 실적도 잘 안 나오고…”
‘회사 실적이 안 나온 건 배신자 성좌 잘못이 아니지 않나?’
듣고 있던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그냥 제리 쿠버 능력 부족 아닌가?
“…알렉스 파커 그 ■발놈이 날 잡아먹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와 계약을 했는데 이 자식도 힘은 안 빌려주고…”
듣고 있던 이 혀를 찼다.
-저 불쌍한 인간은 를 잘못 파악하고 있구나.
-아는 성좌인가?
-저 악마도 꽤나 오래 된 성좌지. 저 악마는 차라리 후계자 같은 존재가 더 어울릴 거란다.
.
이 악신 성좌는 병적일 정도로 계약과 질서를 좋아했다.
그의 왕국에서는 물 한 잔 마시기 위해서 서류 수백 장을 써서 올려야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런 성좌가 계약했다고 그냥 힘을 줄 리 없었다.
온갖 교묘하고 복잡한 계약을 뚫고 지나와야 힘을 내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왜 어울린다는 거지?
-후계자는 단순해서 그런 복잡한 계약은 아예 하지 않을 거잖니.
-…앞으로 10분마다 깨워주지.
-아니!! 도와줬잖니!!
둘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제리 쿠버도 자기 이야기를 끝내가고 있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제 아내와 제 딸은 저만 보고 있습니다! 이 일이 틀어지면 제 아내는 더 이상 승마와 요트를 즐기지 못할 것이고, 제 딸은 사립학교를 나와야 할 겁니다!”
“간절한 애원을 재수 없게 하는 재주가 있군.”
최연승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성좌를 모시게 됐으니 비밀은 지켜줄 거다. 네가 모시던 성좌들도 자폭을 하진 않겠지.”
악신 성좌는 밑의 하수인이나 신도가 배신을 때렸을 경우 죽이면 죽였지 그 사실을 밖에 이르진 않았다.
자신의 명성과 체면을 깎아먹는 짓인 것이다.
“감, 감사합니다.”
“하지만 암살자가 찾아올 수도 있겠군.”
배신자라도 주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새로 바뀐 이상 굳이 건드리진 않았다.
싸우기 싫으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만약은 있는 법.
“한동안 호위 하나를 붙여주지.”
“그런…!”
제리 쿠버는 감동했다.
호위를 붙여준다니.
이건 저 수련의 화신 성좌가 그를 그만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의 능력을 꿰뚫어보고 말이다!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뭘 말이냐?”
* * *
설득이 끝나고 섭외가 끝나자 최연승은 기분 좋게 존재력의 장막을 치웠다.
이제 남은 건 배신자 성좌에게 승리 선언을 하는 것뿐.
“?”
그 때 최연승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다.
“뭐지?”
-최연승 씨. 지금… 드래곤 황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뺏고 싶지 않으십니까?
“……”
최연승은 순간 뭔 소리를 하나 싶었다.
‘아…!’
배신자 성좌 이 새끼…
경룡이 형이 내 권속인 것도 모르는구나…!
-생각해보십시오. 드래곤 황이 갖고 있는 그 막대한…
“야. 내 주인님께서 성좌전 끝났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