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대단하다!’
최연승의 움직임은 경험 많은 요리사들의 시선을 뺏을 정도로 놀라웠다.
물 흐르듯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거기에 조금의 멈춤도 없이 재빨랐다.
“!”
레티티아는 최연승의 솜씨에 놀랐다.
A급 헌터가 여기에 찾아와서 요리를 한다길래 ‘또 헌터 놈들이 괴상한 짓을 하나?’싶었는데…
저건 한두번 해서 생기는 솜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A급 헌터쯤 되면 요리도 A급이 되는 건가?”
“다른 헌터들이 레이드 갔을 때 최연승 헌터가 해준 음식보다 맛있는 게 없다고 한 게 거짓말이 아니었네요. 쫄쫄 굶다 먹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떠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레티티아가 화를 내자 요리사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원래라면 요리에 집중했을 이들이었지만 최연승이 너무 신기했던 것이다.
아니 헌터가 왜 저렇게 요리를 잘 해?
‘그보다 저거 뭔 요리냐?’
‘한국 쪽 수프 같은데?’
레티티아 셰프는 프랑스 정식 요리의 계보를 잇는, 일명 누벨 퀴진의 달인이었다.
정통 프랑스 요리도 다루지만 다른 나라 요리도 망설임 없이 추가하는 독창성이 셰프의 특색인 것이다.
…근데 그건 그거고 지금 최연승처럼 본격적으로 정통 한식을 하지는 않았다.
“어… 뭐 만드시는 겁니까?”
“육개장 끓이는데?”
최연승은 칼을 꺼내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다.
오리하르콘 식칼의 칼날은 놀라운 효과를 자랑했다.
마력 없던 식자재도 칼날이 닿을 때마다 마력을 불어넣으며 몇 배로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걸 뒷받침해주는 것은 만능 아다만티움 냄비.
커다란 중화냄비 형태로 변한 아다만티움 위에 기름을 붓고 대파를 볶기 시작하자 빠르게 색이 변했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질 좋게 잘라낸 몬스터 고기 넣고 고춧가루 뿌린 다음 다시 볶고 물 넣어서 끓이고…
“맛이 괜찮군.”
국물을 맛본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매운 음식을 안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적당히 얼큰하게 했는데 딱 좋은 느낌이었다.
[가 기대합니다.]‘나중에 한 그릇 줄 테니 걱정 마라.’
“와. 정말 괜찮은데요? 해장할 때 딱인 것 같습니다.”
“고기는 소고기의 어느 부분을 쓰신 겁니까? 맛이 되게 좋은데 새롭습니다.”
“약간 매콤해서 그런지 몸이 좀 풀리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요리사들은 신이 나서 육개장 냄비 앞에 모여서 떠들어댔다.
A급 헌터가 해주는 요리를 먹을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어. 근데 우리 퓨전 코스 요리 내는 거 아닌가?’
가장 지위가 밑인, 새로 들어온 요리사는 문득 의아해졌다.
저게 어울릴까?
* * *
몬스터의 소재와 어비스에서 찾을 수 있는 광물을 사용해 첨단마법소재를 개발하는 업계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발표를 내놓는 트렌드세터, 드래곤 솔루션의 대표.
몬스터의 코어 덕분에 일어난 에너지 혁명에 맞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마나배터리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일명 시장의 깡패라고 불리는 드래곤 배터리의 대표.
새로 생겨난 마법이라는 특수한 스킬로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 등 각종 불치병에 도전하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드래곤 메디슨의 대표.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차의 각종 시스템에 마법을 부여해 아티팩트형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드래곤 모터스의 대표 등등.
하나 같이 쟁쟁한 대기업들의 얼굴을 맡고 있는, 재계의 능력자들이었다.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이들.
원래라면 미국 청문회쯤 되어야 모여 있는 얼굴을 볼 수 있었겠지만…
이런 이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황경룡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부(富)를 가진 사람!
“먼저, 회장님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은 드래곤 모터스의 대표, 골드블룸이 입을 열었다.
백발성성한 노인인 그는 황경룡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누가 보면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일 정도로.
“이번 어비스 게이트 공략 축하드립니다. 이것은 막대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향후 20년 동안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전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고맙다.”
황경룡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이가 되어도 칭찬은 듣기 좋았다.
그리고 칭찬을 들을 만한 일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계속해서 공략을 실패했던 어비스 던전을 처음으로 깬 것 아닌가.
그것도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주도해서.
명예도 명예지만 그 이익이 어마어마했다.
“그 헌터를 누가 데리고 왔는지 아나? 아. 이거 내가 꼭 자랑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회장님께서 데리고 오셨죠. 예전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원래 이 친구가 능력이 있었는데 기회를 못 잡고 있었거든? 나는 이 친구가 기회만 잡으면 잘 될 거라고 믿고 있었지. 얘가 어비스 다녀오고 나서 무슨 각성을 했는지 갑자기 확 강해졌는데, 그런데도 내 밑에서 싸우고 싶다고 부탁을 하는 거야. 나는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하도 간절히 부탁해서 받아들여준 건데…”
“과연!”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표정을 지었다.
몇몇 사람들은 진심으로 믿는 듯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살짝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황경룡을 존경하는 건 똑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 달랐다.
몇몇 이들은 완벽하게 존경하지만 그중 일부는 황경룡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그래서 내가…”
“크흠. 어쨌든 회장님. 이번 기회는 좋은 기회입니다. 어비스에 생길 새로운 도시. 그 도시를 만드는 일 아닙니까.”
지금도 각 원정대들이 쓰던 기지를 베이스로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어비스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재료부터 시작해, 주변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잡으려는 헌터들. 다음 영역을 노리기 위해 정보를 모으려는 사람들까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새로 열린 어비스의 황무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맞는 말! 이럴 때일수록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저번 분기 실적 말아먹은 저 작자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만찬에 초대 받았어도 회사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비교적 나이가 젊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캐나다인이 나섰다.
드래곤 배터리의 대표인 듀컴스였다.
그 지적을 받은 드래곤 솔루션의 대표, 모날리 굽타는 코웃음을 치며 냉소했다.
“우리는 선방이나 했지 신제품 배터리 말아먹은 대표는 머리통에 권총 겨누고 방아쇠 당겨야 하지 않나? 회장님. 이번 기회에 규칙을 만드시지 않겠습니까?”
“아직 결과 안 나왔다!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신제품은 점유율이 밀릴 수밖에…”
“헌터들도 안 쓰고 다른 기업들도 안 쓰면 망한 거지. 권총 빌려줄까?”
비교적 젊은 대표들인 만큼 아주 살벌하게 싸웠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술 한 잔씩 권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번에 내놓은 신차 모델이 꽤 기대가 됩니다. 아티팩트를 무려 4개나 내장하다니.”
“허허. 저야말로 이번에 내놓는 신약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평생 만져왔지만 저 같은 나이 든 사람한테는 신약 하나 나오는 게 그렇게 기쁘지 않을 수가…”
각자 따로 놀면서 점점 개판이 되어가는 모습에 황경룡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렇게 회장 앞에 두고서도 자기 의견 바락바락 지를 수 있는 놈들이라 뽑긴 했는데…
‘작작 좀 싸워라…’
이 싸움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이야기를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회장님.”
골드블룸이 말을 걸자 황경룡은 반색했다.
“자. 자! 골드블룸 대표가 말을 하려고 하잖나! 그만 싸우고 좀 듣자고!”
“예. 다름이 아니라 드래곤 아티팩트 쪽 새 대표로 최연승 헌터가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순히 공동대표가 아니라 개발과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할 거라고…”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골드블룸이 꺼내주자 황경룡은 만족스러웠다.
“그래. 제대로 들은 게 맞다.”
“……”
“……”
“……”
갑자기 찾아오는 침묵.
자리에 있던 대표들이 모두 다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A급 헌터잖나? 이번에 어비스 게이트를 공략했고? 너희들, A급 헌터가 얼마나 비싸고 구하기 힘든 인재인지 알고는 있는 거냐? 그런 인재가 지금 나와의 우정 때문에 독립하지 않고 있는데 감동해야 할 일 아니냐?”
“회장님과의 친분 덕분에 A급 헌터가 독자적으로 클랜을 차리지 않고 기업의 일에 협조해주시는 건 정말로 감사한 일입니다. 회장님. 그런데…”
“헌터가 경영에 참가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별로 없는데…”
모두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황경룡이 ‘다들 A급 헌터가 카지노에 꼬라박으면서 낭비할 수 있게 회사에서 매출 몇 퍼센트씩 떼서 내도록’이라고 했으면 차라리 대표들은 ‘흠 정말 기분이 나쁘지만 A급 헌터라면 어쩔 수 없지요’라고 납득을 했을 것이다.
돈으로 A급 헌터를 부릴 수 있다면 매우 싸게 먹히는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회사의 경영에 참가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회장님. 드래곤 아티팩트는 그냥 일반 아티팩트만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에 필요한 특수한 아티팩트 또한 개발하는 곳입니다. 그런 중요한 곳의 대표를 맡기는 건 좀…”
“드래곤 아티팩트가 비틀거리면 다른 곳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응우옌 바오 대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게 아니라면 왜 그런 짓을 하셨죠?”
다다다다 쏟아지는 대표들의 말에 황경룡은 움찔했다.
워낙 말빨이 좋은 놈들이라 한 번 말로 붙어서는 이길 수가 없었다.
‘아니 근데 이 자식은 왜 안 와?’
최연승이 여기 와서 다른 대표들과 대화 좀 나누고, 묵직하게 ‘나는 다른 헌터들과 다르다’같은 식으로 이들을 설득하게 하려고 했는데…
“곧 올 테니까 직접 보고 생각해봐라.”
“아직 안 온 겁니까? 회장님. 헌터 출신으로 경영에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난 성공했다.”
“그건 회장님이 예외셨던 거고, 보통은 힘듭니다. 우격다짐으로 했다가는 문제만 생깁니다.”
“A급 헌터라는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식으로 충분히 보상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번에 유명한 사건 있지 않습니까. B+급 헌터가 세운 투자 회사가 폰지 사기로 크게 해먹고 도망친 그 사건.”
“헌터 놈들 절반은 쉬는 날에 마약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하는 날에도 마약할 텐데 운영이 제대로 될까요?”
“그 정도는 아니라니까! 걔가 날 닮아서 성실한 놈이야!”
“…?”
“??”
황경룡의 말에 사람들은 살짝 당황했다.
닮았는데 성실하다고?
‘무슨 뜻이야? 성실하단 건가, 아니라는 건가?’
‘애인 관계가 문란하면 경영에도 문제 생길 수 있는데.’
“…지금 왜 눈깔을 굴리는 거지 다들?”
황경룡이 목소리를 내리깔자 다들 재빨리 대답했다.
“아닙니다.”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꼿꼿하고 할 말 다 하는 성격이지만, 다들 황경룡의 슬픈 결혼관계에 대해 말할 정도로 무례하진 않았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방탕한 놈이 아니니까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고 생각하라고.”
“그렇다면 최연승 헌터가 원하는 건 뭡니까? 즐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걔 목적?”
“예.”
“어… 굳이 말하자면 세계평화지.”
“……”
“……”
자리에 모인 대표들은 직감했다.
최연승 헌터가 어떤 성격인지는 몰라도, 황경룡 만만찮은 괴짜라는 것을!
‘큰일 났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인 거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