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헌터들 중에 미친놈들이 많긴 했지만 그것도 등급이 있었다.
돈을 물 쓰듯 쓰는 방탕한 헌터는 오히려 가장 상대하기 쉬운 편에 속했다.
돈만 준비하면 얼마든지 기분을 맞춰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비싸게 먹히긴 했지만, 기업들은 헌터로 이익을 내는 데에는 도가 튼 이들이었다.
얼마든지 그 이상을 회수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헌터들이 돈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18년 전에 먹었던 햄버거가 있는데 정말 맛있었지. 1년 후에 그 가게가 망했는데, 거기서 햄버거 만들었던 요리사를 찾아와. 뭐? 재료가 그 때랑 다 달라서 무리라고? 그러면 재료도 다 찾아오면 되겠네.
-내가 XX 방송국 채널이 마음에 안 드는데 법적으로 금지 때리면 안 되나? 완전 저질쓰레기던데?
-성좌님과 계약을 했는데, 성좌님께서는 제가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을 없애기 위해 인생을 바치셨으면 한답니다. 여러분들도 협조를 해주십시오.
-일본에 왕이 있다면서? 만화 보고 흥미 생겼는데 혹시 같이 식사 할 수 없나? 일본 정부에 잘 좀 부탁해봐. 초밥 한 판 때리고 싶군.
…이 정도쯤 되면 이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세계평화라니.
“대체 세계평화가 목적이란 게 무슨 소리입니까?”
“다른 모든 국가를 다 공격해서 멸망시키겠다는 뜻일지도 모르겠군.”
“그건 너무 과하지 않소?”
“과하다니. 성좌와 계약한 헌터 한두번 보나? 성좌들은 우리의 상식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들어보니 1세대 헌터 중에서도 유난히 금욕적인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런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차라리 돈이 낫지. 그런 놈들이 가끔 돌아버려서 미친 짓을 저지르는 법 아닌가.”
여기 있는 기업가들은 알기 쉬운 사람을 좋아했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 개발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이런 사람들은 알기 쉬웠다.
하지만 목표를 ‘세계평화’라고 하는 헌터는 정말…
무서웠다.
과연 어떤 헌터일까?
* * *
“아. 식사 시간인가.”
“지금 먹을 생각이 드나?”
“당연히 안 들죠. 그냥 한 소리입니다.”
“여기 온 요리사들한테 참 미안하네. 열심히 했는데 매번 손도 안 대고 남기니.”
요리사들이 열심히 준비한 요리가 나오는 걸 보며 대표들은 고개를 저었다.
요리가 맛없는 건 아니었다.
최상급의 실력을 가진 요리사들이 최고급의 재료로 만들었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는 것이다.
“?”
“저 사람 직원 맞습니까?”
대표 중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과 복장도 다를 뿐더러, 옷 위로도 드러나는 잘 발달된 근육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헌터 아냐??
“…너 거기서 뭐하냐??”
황경룡은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이 미친놈이 왜 늦게 오나 했더니 주방에 가서 요리를 하고 있었구나!
“주방 시설이 괜찮고 재료도 좋아서 요리 좀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와서 대표들 만나라고 했지 언제 요리를 하라고 했어…!”
황경룡은 위엄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안 그래도 다른 임원들이 지금 새로 대표를 맡을 헌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이상한 짓을 하면 어떡하란 말인가.
“그러면 형은 드시지 마세요. 조카 줄 거니까.”
“아니, 안 먹는다는 건 아닌데… 지금 저 눈빛들이 안 보이냐?”
황경룡의 말에 최연승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대체 당신은 뭐하시는 사람입니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흠. 다들 반갑군. 잘 부탁하지.”
최연승은 반갑게 인사하며 한 명씩 악수를 나눴다.
“…잘, 잘 부탁드리겠소.”
“이쪽도 잘 부탁하지.”
“그런데 대체 왜 요리를 한 거지?”
“요리가 취미라서.”
“아…”
“그… 그렇군.”
대표들은 살짝 겁에 질린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지금 그들 안에서 최연승의 광기 평가가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그냥 요리 정도는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목표가 세계평화인데 취미가 요리면 이상한 사람이 확실하잖나.’
‘그건 그렇군.’
“그래서 여기 모인 이유는 뭡니까?”
“네가 새로 대표가 되었으니, 그 자격으로 만찬에 부른 거다. 다른 사람들하고 소개도 좀 시킬 겸. 해보면 알겠지만 결국 경영이란 건 혼자서 해나가는 게 아니거든.”
드래곤 인더스트리의 강점은 뛰어난 기술을 가진 여러 기업들이 서로 협조할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물론 대표들은 사이가 안 좋아서 마주치면 으르렁댔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공유하고 도와주는 편이었다.
당장 드래곤 아티팩트는 드래곤 모터스 같은 자동차 회사에 적정 아티팩트를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회사들이 필요한 아티팩트를 만들어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쪽 회사들의 진행이 멈추는 것이다.
“여기서 알아두면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기 쉽겠지. 참 좋은 일 아니냐?”
“아티팩트 개발하는 것만 도우는 건데 도움 요청할 것까지 있습니까?”
“…뭐 그건 그렇긴 한데 너무 단정 짓지는 말고… 자. 여기는 골드블룸. 드래곤 모터스 대표로 신차만 한 번 내면 업계를 뒤흔드는 자동차 업계의 장인이지.”
골드블룸은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반갑소. 최연승 헌터. 이번에 회사를 맡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경영이나 운영 방침에 대해 생각해 놓은 게 있다면 좀 듣고 싶소.”
그 말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새로 나타난 헌터가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는 좀 듣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계획과 전략을 갖고 있지?’
‘아마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할 거 같은데. 기존의 인재들에게 배우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으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출시할 아티팩트를 업계에서 1위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
“……”
“……”
“……”
대표들은 전부 얼어붙었다.
‘큰일이다. 진짜 생각보다 엄청나게 미친놈이야.’
‘저걸 어떻게 말리지?’
‘드래곤 아티팩트 한동안 헤맬 거 같은데 다른 아티팩트 개발 회사와 라인을 연결시켜 놔야 하나? 아니, 회장님이 알면 분명히 토라지실 텐데?’
여기 있는 대표들 중에서 가장 패기롭고 성질 괄괄한 젊은 사람도 처음 대표로 취임했을 때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레이드 관련 기술 업계에 도는 말이 있었다.
-여기 업계는 어비스보다 살아남기 더 빡세다.
IT나 금융계보다 몇십배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눈 감으면 새 마법 나오고 새 기술 나와서 기존 회사들이 밀려나가고 날아가는 치열한 경쟁의 장!
그런 만큼 겸손하지 않으면 자기가 한 말이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아티팩트 개발 쪽은 전세계 나라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덤비는 분야 아닌가.
가장 소모 속도 빠르고 경쟁 치열한 곳인데…
“설명이 됐나?”
“너무… 높은 목표를 고르신 것 같소.”
“그래? 응우옌이 1위 해야 한다고 하던데.”
“……”
대표들은 이마를 쳤다.
‘응우옌 바오 이런 미친놈이!’
‘말은 똑바로 해야지. 1위를 노리는 건 좋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제대로 말해줬어야…’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한테 바람을 불어넣은 꼴 아닌가.
그것 때문에 저 헌터가 괜한 무리수라도 두면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우우웅-
황경룡한테 문자가 왔다. 다른 대표 중 한 명이 보낸 문자였다.
-회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은데 A급 헌터 앞에서 말하기에는 제 목이 아까우니 저 A급 헌터 좀 비키게 해주시죠.
“……”
황경룡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쓸데없는 상황에서까지 냉정침착한 놈들…!’
다들 업계에서 닳고 닳은 능력자들인 만큼, 아무리 헌터가 싫어도 헌터 앞에서 험한 소리를 하진 않았다.
그랬다가는 밤길에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물론 다들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최연승은 빙긋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웃음에 문자를 보내려던 다른 대표들이 움찔했다.
들켰나?
“경영 안 해보던 헌터가 갑자기 회사를 운영해보겠다고 하니 걱정이 되겠지.”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맞습니다. 헌터로서 가진 마법 능력은 기업으로서도 막대한 자산이니 말입니다.”
“…최연승 헌터는 무공 사용자잖아…”
“아차.”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나도 그 걱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일단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회장님에게 있다. 회장님께서 내 능력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고 강제로 맡기신 것에 가까우니까.”
“……”
“……”
‘야 이 개…!’
대표들의 눈빛이 레이저를 뿜듯이 황경룡을 노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만약에 잘 안 될 경우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사실, 헌터로서 현장에서 싸우는 게 더 내 성격에 맞기도 하고.”
최연승의 말에 대표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초반의 등장이 박력 넘쳐서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대화를 해보니 의외로 말이 통하는 이성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드래곤 황의 기행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회장님께서 또 이상한 것에 꽂히셨나보군.’
‘그렇게 실패를 하시고서도 너무 기분파라시니까.’
황경룡은 수많은 성공을 거뒀지만, 그에 못지않게 실패도 많이 겪었다.
기분을 따르는 호쾌한 결정은 성공할 때는 대박을 불러왔지만 실패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성격을 보니 완전히 다 갈아엎거나 이상한 짓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아.’
‘이번에 나올 아티팩트가 실패하면 아마 물러나겠지.’
다들 만족한 것 같자 최연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 정도 납득을 한 것 같으니 식사를 해도 될 거 같군.”
최연승은 말과 함께 걸어가서 쌀밥에 육개장을 퍼왔다. 그러나 아무 대표도 움직이지 않았다.
“왜 식사를 안 하지?”
“아. 나는 식욕이 없어서.”
“저런. 식사를 하고 온 건가?”
드래곤 배터리의 대표, 듀컴스는 최연승의 말에 당황했다.
평소 성질 더럽고 오만하기로 유명한 듀컴스였지만 A급 헌터 앞에서 그럴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일반인은 멱살을 잡는 걸로 끝나겠지만 A급 헌터는 멱살을 잡으면 목뼈가 부러지는 것이다.
“아니. 식사를 하고 온 건 아닌데.”
“그런데도 식욕이 없으면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데? 잠깐 진맥을 해주지.”
최연승은 듀컴스의 손목을 잡고 내공을 흘려보냈다.
마력으로 이런 짓을 했다가는 큰일날 수도 있었지만, 내공은 달랐다.
최연승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데다가 그 성질의 변환 또한 자유로웠던 것이다.
“잠을 세 시간이나 네 시간 정도밖에 안 자는 거 같은데. 불면증이 있군.”
“아니 그걸 어떻게?”
“머리 쪽에 탁한 기운이 쌓여 있어서 두통도 있을 거 같은데.”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거 때문에 각종 약을 많이 복용하는 거 같은데, 그것 때문에 몸이 더 상해있군.”
“아니 그걸 진짜로 어떻게!?!”
듀컴스는 깜짝 놀랐다.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헌터들도 이렇게 빠르고 쉽게 몸의 상황을 알아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건 황경룡도 보여주지 못할 묘기였다.
“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밥을 먹지.”
“…아니… 식사는 됐으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이 불면증이…”
“그러니까 대답 듣고 싶으면 일단 밥을 먹으라고. 억지로 먹여주길 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