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아니 뭔…?”
성질 더러운 듀컴스였지만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자 그 성질이 나오질 않았다.
강력한 몬스터는 별다른 스킬을 쓰지 않고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하고 굴복시키는 법.
무공의 극한을 찍고 스스로의 존재를 뛰어넘어 성좌가 된 최연승은 몬스터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먹… 먹으면 되지 않나.”
듀컴스는 시선을 피하며 손을 뻗었다.
하도 다른 놈들과 싸우느라 별로 식욕도 없었지만 원래 목에 칼을 들이대면 없던 입맛도 생기기 마련.
듀컴스는 손으로 에스카르고를 하나 집어 먹었다.
원래 좋아하는 요리였다. 게다가 최고급 달팽이를 무염버터와 파슬리, 최상급 와인 등으로 멋들어지게 조리했다고 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피곤하고 입맛이 없어서인지 모래를 씹는 것처럼 느껴졌다.
“먹… 먹었다.”
“정말 맛없게 먹는군.”
최연승은 어이없다는 듯이 듀컴스를 쳐다보았다. 물론 듀컴스 입장에서도 어이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입맛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흠. 저 달팽이 요리가 나쁘진 않은데 좀 기름진 거 같군. 일단 국물을 좀 먹어보지.”
“나, 나는 한식은 좀…”
듀컴스는 질색했다.
예전에 황경룡이 매운 김치를 먹인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도 성격이 지랄 맞은 탓에 황경룡이 복수한 것에 가까웠지만, 듀컴스는 덕분에 오해를 하고 있었다.
“김치를 생으로 먹으면 너무 맵더군.”
“어떤 미친놈이 김치만 먹어? 뭔 이상한 한국 식당에 갔나?”
최연승의 말에 듀컴스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황경룡은 못 본 척 시선을 피했다.
“자. 좀 마셔봐라.”
최연승이 그릇에 육개장을 담아 내밀자 듀컴스는 무심코 받아들었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워낙 냄새가 좋아 손이 먼저 나간 것이다.
‘뭐냐…?’
얼큰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자 갑자기 납덩이처럼 굳어 있던 위장이 꼬르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꿀꺽!
듀컴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셨다. 뜨끈뜨끈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몸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헌터가 아닌 듀컴스는 몰랐지만 최연승이 만든 육개장에는 각종 특수 효과들이 들어가 있었다.
오리하르콘과 아다만티움 장비로 만든 것부터 시작해서 몬스터 재료까지 넣었는데 마력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최연승의 스킬까지 합쳐진다면 더 말할 게 없었다.
‘밥이랑 같이 먹는 건데 왜 그냥 마시는 거지?’
최연승은 원샷을 때리는 듀컴스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아무것도 없이 김치만 먹는 것도 그렇고 좀 이상한 놈 같았다.
* * *
파커 가문의 회장, 알렉스 파커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덕분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조셉 그랜트가 실패한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맞… 맞는 말씀이십니다.”
“설마 그랜트 헌터가 그런 실수를 할 거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파커 그룹은 조셉 그랜트가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고 상당한 투자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투자를 받은 놈이 아니라 최연승이 갑자기 날름 나와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 최고 공헌자가 되어버렸으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드래곤 인더스트리만 유리하게 된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그걸 해내라고 돈을 받는 것 아닌가?”
“죄, 죄송합니다.”
알렉스 파커의 싸늘한 목소리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황경룡의 만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실수 하나에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 쫓겨날 수 있는, 목숨을 건 식사 자리였던 것이다.
“대안을 말해봐라.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군.”
“예!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커 아티팩트의 대표가 각 잡힌 동작으로 나섰다.
위기는 곧 기회.
알렉스 파커가 오만하고 괴팍한 인물이긴 했지만 성과를 내면 거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답을 해주는 편이었다.
이렇게 다들 기가 죽어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보시다시피 새로운 어비스 영역이 열린 덕분에 수많은 헌터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헌터들 모두가 아티팩트를 갖고 있지는 않을 테니, 앞으로 한동안 전투용 아티팩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이에 맞춰서 새로운 인공 아티팩트를 출시하고자 합니다. 이번 투자로 입은 피해를 만회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비스에 진출하는 헌터들에게 저희 아티팩트를 대여해주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헌터들에게는 아티팩트 하나도 자기보다 비싼 아이템이었다.
그런 아티팩트를 대여해준다면 그 헌터는 평생 회사에 고마워하리라.
계속해서 진출에 실패했던 어비스 영역에 진출한 덕분에 사람들은 흥분에 빠져 있었다.
첫 번째 어비스 영역을 공략했으니 그 다음 어비스 영역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공략을 생각해봤을 때 이 정도 투자는 해볼 만한 계획이었다.
“아티팩트 출시는 좋은 계획이지만 대여는 별로 좋은 계획이 아니다. 하급 헌터들한테 백날 베풀어봤자 돌아오는 거 없다. 놈들 중 대부분은 죽거나 사라지니까.”
알렉스 파커는 냉정하게 말했다.
헌터들 중 성공해서 위로 올라가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헌터들의 숫자가 많아졌다지만 피라미드 구조는 여전한 것이다.
“그럴 돈 있으면 상위 헌터들한테 투자하도록.”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도 욕은 먹지 않았기에 파커 아티팩트 대표는 안도했다.
알렉스 파커 성격에 저 정도면 칭찬인 것이다.
그 이후로 차례대로 한 명씩 면담이 이어졌다.
그나마 성과를 거둔 대표는 간신히 돌아갈 수 있었고,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대표는 눈물을 흘릴 때까지 질책을 받아야 했다.
“제리 쿠버.”
“예…!”
간도 크게 악신 성좌와 계약했다가 최연승에게 들킨 탓에 다시 옮겨간, 의 대표인 제리 쿠버는 진땀을 흘렸다.
워낙 찔리는 게 많아서 알렉스 파커 앞에서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실적이 괜찮게 올랐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칭찬 감사드립니다! 회장님의 철저한 지도와 격려 덕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하도록.”
제리 쿠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오다이곤이 하품을 하며 물었다.
“잘 됐나?”
“잘… 잘 된 거 같소.”
“이제 슬슬 난 가면 안 되겠나? 언제까지 호위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지 마시오! 어느 누가 날 노릴지 모른단 말이오.”
제리 쿠버는 오다이곤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성좌와 계약하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그 성좌를 배신하는 경우 정말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오다이곤이 여기 옆에서 지켜주고 있긴 한데…
‘이 정도 기다려서 아무것도 안 온 거면 끝난 건데.’
현명한 고블린 왕, 오다이곤은 어비스 출신답게 성좌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았다.
성좌는 일단 필멸자 하나하나에 그렇게까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특히 제리 쿠버처럼 하찮은 필멸자라면 더더욱.
보복을 할 거면 바로 했지, 이렇게 계속 기다렸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면 상대 성좌가 그냥 제리 쿠버를 잊어버리거나 신경 끈 게 분명했다.
게다가 최연승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알겠으니 그만 달라붙어라. 귀찮은 놈 같으니. 네놈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
오다이곤은 투덜거렸다.
원래라면 성좌를 직접 보필하면서 영광스러운 전투에 참가해야 하는데 이 놈 때문에 이렇게 호위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안에서 들고 나온 정보 모두 내놓도록.”
“여, 여기 정리해놨소.”
“잘 했다.”
오다이곤은 지구의 현대문물에 빠르게 적응한 상태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최연승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런데 신기하군. 네가 맡은 그 회사라는 게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하지 않았나? 네 우두머리는 성격이 더럽고 거칠고 지독하다면서.”
“그…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소!”
제리 쿠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설마 누가 듣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말했잖아?”
“안 했다니까!”
“알겠다. 어쨌든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표정을 보니 의외로 괜찮은 거 같군. 엄살이었나?”
오다이곤의 질문에 제리 쿠버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게…”
“?”
“장부를 좀 조작했소.”
“……”
오다이곤은 경악했다.
소심하게 생겨가지고는 훨씬 더 미친놈이었던 것이다.
* * *
“확실히 식사는 사람들을 친하게 만드는 힘이 있지. 네가 직접 만든 요리로 대접을 해서 친해지다니. 과연 너다운 생각이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서 황경룡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승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말했다.
“그냥 맛있어보여서 한 겁니다.”
“…그래 나도 사실 그럴 거 같더라!”
듀컴스가 걸신들린 것처럼 허겁지겁 육개장을 먹기 시작하자, 그 배고픔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번지기 시작했다.
워낙 맛있게 먹으니 그걸 보고서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몇 분도 참지 않고 서로 헐뜯고 싸우던 놈들이 입 다물고 시뻘건 국물에 흰 쌀밥 말아먹는 모습은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덕분에 몇몇 대표들은 최연승에게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말한 다음 돌아갔다.
듀컴스 같은 경우는 진지하게 ‘아티팩트 말고 그냥 요식업에 나가시는 게?’같은 질문을 해왔고…
“아티팩트 개발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들 걱정이 좀 심한 편이지만 네가 몇 번 죽을 쑨다고 망할 정도는 아니니까.”
“…표정이 약간 걱정되는 표정이신데?”
“아, 아니거든. 걱정 안 하고 있다.”
황경룡은 태연한 척 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날고 기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열심히 고민해서 만든 제품도 죽을 쑬 수 있는 시장 아닌가.
아무리 최연승의 능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안 팔릴 수도 있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 고맙… 아니 걱정은 네가 해야지 왜 내가 하는 거냐!?”
황경룡은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정작 새 대표는 망해도 괜찮다고 하고 있고, 황경룡만 걱정하고 있는 꼴이었으니까.
“그보다 여러 헌터들이 다 어비스로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헌터들에게는 기회처럼 느껴지겠지.”
어느 헌터들이나 강해지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다.
던전은 좋았지만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었고, 또 재수 없게 잘못 걸렸다가는 목숨을 잃는 수가 있었다.
그에 비해 어비스의 첫 번째 영역은 헌터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서 몬스터와 싸울 수 있었다.
운 좋게 활약이라도 하면 대번에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더 운이 좋다면 성좌의 눈에도 들 수 있는 것이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비스가 만만한 곳이 아닌데.”
던전처럼 폐쇄된 곳은 아니어도 어비스 역시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주인은 사라졌지만 계속해서 어비스에서 떠돌이 몬스터들이 찾아올 것이고, 한 번 잘못 상대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 있었다.
“연승아. 생각해봐라. 살면서 헌터 새끼들이 말을 잘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냐?”
최연승은 할 말이 없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우리가 막으면 우리끼리 먹는다고 욕할 놈들이야.”
“혹시 남는 아티팩트들 있습니까? 안 쓰거나 실험하다가 망가진 것들이라면 꽤 있을 것 같은데.”
“있기야 하겠지. 왜?”
“좀 다듬어서 어비스에서 싸우려는 헌터들한테 빌려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과연…! 안 그래도 우리가 첫 번째 영역의 알토란같은 지역을 점령하고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으니, 그 기세를 타고 헌터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거구나.”
“…어 뭐 그런 것도 있고, 그냥 뒤지지 말라고 빌려주는 것에 가깝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