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좋은 게 아닌데.’
최연승은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침을 맞으면 딱히 효과도 없을 뿐더러 지금 천샤이치가 맞은 건 점혈이라서 일종의 봉인이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천샤이치가 들었다가는 일이 복잡해질 테니 참기로 했다.
최연승과 일레야가(뒤에는 천샤이치가 졸졸 따라오고) 내리자, 거대한 빌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랜 사람이 빠르게 달려왔다.
A급 헌터를 맞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건 성의였다.
그리고 성의는 숙이는 허리 각도에서부터 나오기 마련.
90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성의는 더욱 강하게 느껴지게 되어 있었다.
“최연승 헌…”
“그만.”
“네?”
“혹시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 레이드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이 최고였다고 할 거면 그냥 들은 걸로 할 테니 진정하도록.”
“……”
어떻게 알았지?
민망해진 직원은 바로 허리를 폈다.
‘세하가 말했던 게 맞았군.’
사실 정원욱도 말해주긴 했지만, 최연승의 기억 속에서는 한세하가 말해준 것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 클랜은 어떤 곳이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초대형 클랜이지.
정원욱은 클랜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국 3대 대형 클랜 중 하나이자 가장 많은 헌터를 보유함으로서 한국을 지탱하고 있는 클랜인 것이다.
같은 3대 대형 클랜 중 하나인 를 이끄는 정원욱 입장에서 클랜과 협력할 일이 잦기도 했다.
-숫자가 힘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는 특히 그런 부분을 신경 쓰는 클랜이니…
-돈에 눈이 멀어서 개나 소나 다 꼬신 다음에 실적 안 나오는 헌터는 그냥 내버려두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란 거죠.
-…아니.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고.
한세하의 말에 정원욱은 당황했다.
를 굳이 욕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느 클랜이든 간에 실적을 내오지 못하거나 실력이 나오지 않는 헌터는 지원을 덜 받을 수밖에 없지 않소.
-내가 있던 클랜에서는 아예 은퇴 라도 하는 게 아니면 어떻게든 멱살 잡고 강해질 방법을 찾아줬었는데?
-…아니 그때는 삼십년도 넘는 예전이었고…
정원욱이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한세하는 냉정했다.
-속지 마세요. 정원욱 헌터는 클랜장이잖아요. 같은 대형 클랜 우두머리로서 서로 나쁜 소리는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자본에 타락한 헌터라고요.
-넌 한성 그룹 후계자면서…!
평소에 냉정을 잘 잃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세하의 공격에 정원욱은 냉정을 잃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한성 그룹 후계자로 내정된 한세하가 저런 말을 하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음. 확실히 대형 클랜 수장이면 저런 말에 설득력이 부족하긴 하지.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시오! 한국 쪽 공무원들한테 물어봐도 나와 같은 대답을…
-공무원들이 대형 클랜을 나쁘게 말할 수가 있나?
-맞아요.
-…그냥 말을 안 하도록 하지.
-아니. 왜 또 토라지고 그러나.
-아무리 정곡을 찔려도 그렇지 말은 해야지. 사람이 왜 그래?
-……
하여간 클랜이 어떤 클랜인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헌터들을 거느리고 있고, 그런 헌터들을 다 관리하고 있는 만큼 클랜에서 갖고 있는 노하우가 대단할 것이다.
헌터처럼 불만 많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족속들은 관리할 때 막대한 노력이 들어갔다.
당장 만 해도 숫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매번 주기적으로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클랜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십니까?”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이 천샤이치를 보며 물었다.
분명히 두 명이 온다고 했는데 세 명이었던 것이다.
“이 분은 S급 헌터지.”
“하하하하하! 농담도!”
직원은 최연승 같은 헌터가 이런 상황에서 농담을 할 줄 몰랐는지 빵 터졌다.
“안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들어오시죠.”
* * *
“저 새끼들 말 너무 듣지 말고. 자꾸 개소리 하면 나한테 꼭 연락하고. 알겠지?”
끄덕끄덕.
“……”
한세하와 한세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사 성좌를 모시는 헌터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다 듣고 있습니다만…
“께서는 권속들을 공평하게 대우하신다. 권속들을 체스말처럼 생각하는 다른 성좌들과는 다른…”
아멜리아의 말에 한세하는 시니컬하게 대꾸했다.
“아. 시끄럽고. 말은 누가 못해? 성좌가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 어떻게 아는데?”
“……”
자신도 성좌를 모시고 있는 주제에 저렇게 막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른 헌터들은 놀랐다.
[가 당신의 말에 기뻐합니다!] [가 기쁘게 짖습니다!]한세하가 이럴 수 있는 건 한세하가 모시고 있는 성좌가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내키는 대로 살자’가 주 목적인 성좌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헌터들과는 입장부터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거. 포션인데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다르니까 챙겨둬. 힘들면 사용해도 돼.”
“포션은 우리도 있습니다. 한세하 헌터.”
“아 시중에서 파는 것과 다르다고 했잖아!!”
“죄, 죄송…”
괜히 말 한 마디 잘못 붙였다가 구박 받은 헌터는 조용히 찌그러졌다.
천사 성좌에게 선택 받았다고 해도 겨우 B급 헌터가 한세하를 상대하기는 좀 버거웠던 것이다.
듣고 있던 아멜리아가 갑자기 흥미로워져서 물었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 다르다니, 어떤 뜻이지?”
“최연승 헌터한테 레이드 끝나고 받았어. 아마 레이드 보상으로 나온 물건이겠지.”
한세하의 말에 아멜리아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왜 나는 안 주는 거지?”
“…혹시 촉룡 잡을 때 대가리에 총 맞았냐?”
어이없다는 한세하의 질문에도 아멜리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멜리아도 보통 멘탈이 아니었던 것이다.
“레이드 끝나고 준 거라면 레이드 관련해서 공헌을 세운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 아닌가? 그런 감사의 의미라면 나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 아닌데.”
“그런 의미가 맞다고 생각한다. 최연승 헌터한테 다시 물어봐라. 아마 착오가 있었겠지.”
아멜리아의 말에 한세하는 이상한 사람 보는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미친 사람이잖아…?’
한세하도 미쳤냐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그건 그냥 다른 사람들 눈치를 안 보는 거지, 미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좀…
사람이 다른 의미로 맛이 가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이 내린 판단과 하고 있는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고 100% 확신하고 있을 때만 보여줄 수 있는 저 맑고 또렷한 눈빛이라니.
“죄송합니다. 아멜리아 님이 이런 부분에서는 좀 고집을 부리시는 편이라…”
다른 헌터들은 알고 있었는지 대신 나서서 한세하에게 말했다.
“옳다고 생각하신 거에는 고집을 부리시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그래. 해달라면 해줘야지.”
한세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딱히 친절한 마음이 아닌, 아멜리아의 환상을 깨주고 싶은 마음에 가까웠다.
-무슨 일이니?
-앗. 네. 이렇게 전화 드려서 죄송해요.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
“……”
아니 저렇게 공손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어…?
헌터들이 귀신 보는 표정 짓고 있는 동안 한세하는 매우 다소곳한 자세로 대답을 기다렸다.
-응. 뭐가 궁금하니?
-그 나눠주신 포션 있잖아요. 혹시 아멜리아 헌터한테도 줄 포션 있었는데 까먹으신 건가요?
-내가 걔한테 왜?
1초만에 돌아오는 대답. 한세하는 고개를 떼고 말했다.
“봤지?”
“말… 말도 안 돼…”
아멜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분명 촉룡을 상대할 때 아멜리아는 남들보다 뛰어난 공적을 세웠던 것이다.
최연승 같은 헌터가 그걸 못 봤을 리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직접 걸어봐야겠다.”
“너무 추한 거 아니야?”
한세하의 말에도 아멜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스마트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최연승 헌터. 나는 저번에 촉룡 레이드 때 함께 한 아멜리아…
-포션?
-포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 놓친 것 같아서 말하는데 나도 분명…
-너한테 포션 줄 생각 없다니까?
-…왜지?
뚝-
최연승은 귀찮았는지 끊었다.
아멜리아는 황망한 표정으로 다시 걸어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안 받았다.
“…차단한 것 같습니다. 아멜리아 님.”
뒤에 있던 헌터가 차마 말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죽 처량했는지 한세하도 놀리지 않을 정도였다.
* * *
“누구와 통화하시는 겁니까?”
“레이드 때 같이 한 헌터가 있는데 자꾸 전화를 걸어오는군. 이상한 헌터 같아.”
“아. 그런 일이 잦은 편입니다.”
직원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의 세계에서 인맥이란 건 상당히 중요했다.
D급, E급 헌터라 하더라도 A급 헌터와 같이 레이드에 참가한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성좌의 권속이 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A급 헌터한테 버스를 타는 것도 방법 중 하나.
그런 만큼 레이드 도중에 만난 헌터한테 매달리는 헌터들도 여럿이었다.
B급, C급만 되도 온갖 청탁과 부탁이 들어오는데 A급쯤 되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겠는가.
“만약 영 불편하시다면 저희 클랜한테 말씀해주시죠. 저희 클랜은 그런 일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그래?”
“예. 다른 클랜들은 단순히 헌터의 매니저라고 해서 한군데로 뭉뚱그리지만 저희 클랜은 헌터들에게 필요한 일을 세분화해서 각각 분야에 맞는 전문가들을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그렇군. 대단한데.”
“최연승 헌터의 매니저가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실수라고 할 수 있을…”
“내 조카가 지금 일 못하고 있다는 건가?”
최연승의 목소리가 내려가자 직원은 바로 말을 바꿨다.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매니저의 일이란 헌터에 맞춰서 다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뒤에 있던 천샤이치가 감탄했다.
“이야. 말을 잘 하는구만?”
* * *
최연승은 클랜장이나 다른 상위 헌터들을 만나기 전에, 의 훈련 시설들을 먼저 보고 싶어했다.
누구 말이라고 거절하겠는가.
직원은 얌전히 최연승을 안내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훈련 시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다.
의 훈련 시설은 한국의 어느 클랜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것이다.
A급 헌터인 최연승이 감탄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지금 저거… 6:6으로 붙고 있는 거 보니 SSL 맞나?”
“예. 맞습니다. 클랜의 헌터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분야 중 하나지요.”
예전이었다면 ‘그냥 레이드 뛰는 게 낫지 않나?’했겠지만, 최연승은 예전보다 상당히 관대해진 편이었다.
스포츠도 잘 하면 나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성좌 놈들도 스포츠로 서로 영토 따먹기를 하는데…
“…근데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좀 못하는 것 같군.”
“으흠. 으흠.”
직원은 멋쩍었는지 헛기침을 했다. 옆에 있던 일레야가 입을 열었다.
“더럽게… 못하는 거 같은대요?”
“더, 더럽게까지는 아니고요… 원래 사람인 이상 실력에 기복이 좀 있기 마련 아닙니까?”
‘기복이 아니라 그냥 오합지졸 같은데?’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