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최연승이 SSL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천사들과 함께 성좌전을 대비해 싸운 게 다였다), 그래도 서로 싸울 때 잘 싸우고 있는지 못 싸우고 있는지 정도는 구분이 가능했다.
그런데 아래에 있는 헌터들은 별로 잘 싸우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따로 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윗길에 있는 헌터, 가운뎃길에 있는 헌터, 아랫길에 있는 헌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헌터 모두 각자 알아서 몬스터 잡고 보이는 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천칭의 여신을 섬기고 있던 천사들은 이러지 않았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몸처럼 움직였다.
아다콰니엘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최연승도 감탄하게 만들 정도였던 것이다.
덕분에 최연승도 머리 비우고 그냥 앞에 있는 놈 두들겨 패고 몬스터 나오면 잡고 상대 포탑 부수면 됐는데…
‘이렇게 개판으로 싸워도 되나?’
“진짜 더럽게 못하는 거 같은대요??”
일레야가 다시 말했다.
한 말을 다시 반복하는 거 보니 정말 더럽게 못 싸우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는 SSL을 직접 뛰는 클랜이 아니라서 그런 겁니다.”
뒤에서 권영승이 나타나서 대신 해명했다.
기껏 도착한 최연승이 클랜장은 안 만나고 훈련 시설을 돌고 있다는 말에 권영승이 직접 내려온 것이다.
“경기를 직접 안 뛴다고? 그러면 왜 훈련을 시키지?”
“헌터들 중 쓸만한 선수들을 키워서 다른 클랜에 팔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노예상이에요?”
일레야가 경악한 표정으로 묻자 권영승이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무슨… 아닙니다!”
“노예상인가봐요.”
일레야가 최연승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최연승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놀리시는 거 맞습니까 지금?”
“눈치가 빨라졌군.”
모든 클랜이 경기를 뛰지는 않았다. SSL은 못하면 손해가 더 많은 스포츠였다.
클랜은 초기에 SSL에 참가했었지만 안 그래도 약체 평가를 받는 한국 클랜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을 내고 쓴 맛을 봤다.
그 결과 클랜장이 결단을 내리게 됐다.
-경기에서는 손을 떼고, 뛰겠다는 헌터만 키워서 다른 클랜에 팔자!
초대형 클랜답게 클랜에 들어오는 헌터들은 많았고, 그 중에 두각을 드러내는 헌터들도 몇몇 있었다.
그런 헌터들을 다른 클랜에 넘기는 것으로 이적료를 받는 건 매우 쏠쏠한 장사였다.
“얼마나 성적이 나빴길래?”
“음. 십 년 정도…”
“십 년 정도 우승을 못 했다고? 세상에는 30년 넘게 우승을 못하는 팀도 있는데.”
황경룡 같은 경우에도 자이■츠를 아직도 응원하고 있지 않은가.
“…꼴찌를 했었지요.”
“그래. 해체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최연승은 말을 바꿨다.
그쯤 되면 오히려 신기했다.
초대형 클랜 정도 되면 다른 클랜처럼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닐 텐데 어쩌다가 저렇게 성적이 개판을 찍었던 걸까?
‘하긴 망한 팀이야 이유가 여럿이겠지.’
상대 클랜들이 유독 강했을 수도 있었고, 헌터들이 자기들끼리 싸웠을 수도 있었고, 지휘하는 감독이 함량 미달이었을 수도 있었고…
어쨌든 직접 경기에 나서진 않았지만 클랜은 꽤 매력적인 곳이었다.
하급 헌터들에게는 들어가서 SSL로 출세하든 다른 방법으로 출세하든 뭐든 간에 상관없었고, 다른 클랜들은 여러 인재들을 손쉽게 찾아보고 영입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인재들을 키웠는데 왜 한국 팀은 매번 약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지?”
“……”
그 원인 중 하나인 권영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그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창식 감독이 이렇게까지 욕을 먹지는 않았을 테니까.
옆에서 직원이 대신 변명해줬다.
“거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세 줄로 요약할 수는 없나?”
* * *
“저쪽이 시끄럽군.”
“다른 클랜에서 온 모양입니다.”
“육안귀에서 일부러 경쟁 붙인 거 아닌가?”
“설마… 육안귀가 그렇게까지 더티하진 않습니다.”
“돈 앞에서 체면 차리는 놈이 얼마나 된다고.”
미국 클랜, 에서 나온 직원들은 예리한 눈으로 훈련 시설에서 일하는 헌터들을 훑어보았다.
SSL 초기에 여러 클랜들은 상위 등급 헌터들만 닥치는 대로 골라서 팀을 만들려고 했다.
등급이 높으니 싸움도 잘 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의견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지만 여러모로 빈틈이 많았다.
상위 헌터도 상황에 따라 경기에서 죽을 쑤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몸값이 너무 비싼 것이다.
때문에 요즘은 등급보다는 그 헌터가 갖고 있는 스킬과 잠재력을 보았다.
“저 헌터 잘 싸우는데. 갖고 있는 스킬이 뭐라고?”
“ 스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중 가속? 그 스킬치고는 느린데. 사기치는 거 아니야?”
“이런 걸로 사기를 치겠습니까?”
“헌터들 믿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나? 돈 좀 더 받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놈들이야. 음… 그걸 감안해도 괜찮긴 하군.”
“한국 헌터들이 잘 싸우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들 잠재력이 괜찮긴 해. 어설프게 싸워서 그렇지.”
공식적인 이론은 아니었지만, ‘몬스터 많이 나오는 지역의 헌터들은 재능이 뛰어나다’란 속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한국은 헌터들의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서 들어오는 몬스터들을 전부 상대해야 했으니까.
심지어 옛 북한 지역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도 처리해야 했다.
헌터라면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는 극한의 조건.
“어설프게 싸운다는 건…?”
“몰라서 묻나? 몬스터 잡을 때 빠르게 못 잡고, 동선 낭비하고, 서로 손발 안 맞고, 일대일로 싸울 때 밀리고… 이런 것 하나하나가 쌓이고 쌓이면 어설퍼지는 거지.”
실제로 레이드 뛸 때는 몬스터를 가장 빠르게 잡을 필요가 없었다.
안전하게, 확실하게만 잡으면 됐으니까.
그러나 경기에서는 달랐다.
남들보다 빠르게 몬스터를 잡고 효율적으로 달려서 상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탄탄하게 쌓인 정보에서 나오기 마련.
그런 점에서 한국 클랜들은 많이 부족했다.
“우리 미국 쪽 클랜들이 이런 걸 공유할 때 한국 쪽은 많이 늦었지. 전산화도 늦었고… 무엇보다 옆이 중국과 일본이잖나. 공유가 될 리가 있나.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 됐고, 이제 무공 사용자나 찾아보게.”
요즘 클랜들 사이에서 무공 인기가 상당했다.
헌터들 중에서는 ‘거품 아닌가?’하는 회의론자들도 있었지만, 이번 몬스터 웨이브 때 최연승이 무공으로 A급 몬스터와 완력 승부를 한 모습에 그런 시선은 확 줄어들었다.
천대를 받으며 눈물겹게 무공을 익히고 있던 헌터들은 덕분에 인생역전을 한 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무공 사용자들이나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좀 쓸만한 스킬을 갖고 있는 무공 사용자들을 데리고 가서 다른 클랜보다 위에 서는 게 그들이 해야 할 일.
“와. 저거 누굽니까? 정말 잘 싸우는데요?”
“또 호들갑이냐?”
스카우트는 부하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이쯤 되었으면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데 매번 보는 헌터마다 ‘와 대단한데요!? 저 헌터 대단하지 않습니까!?’이러는 것이다.
헌터들의 마법이 겉으로 보면 화려해보이긴 했지만 중요한 건 실속이었다.
얼마나 실속이 있는지 파악을 해야…
“…?!?!”
보고 있던 스카우트도 눈이 커졌다.
싸워도 너무 잘 싸우는 것이다.
이면세계 안에 들어가서 다른 헌터들과 맞붙고 있는데 혼자서 셋과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같은 등급의 헌터가 맞붙는데 1:3으로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니 그게 말이 되나?
심지어 무공 사용자였다.
“지원군입니다!”
“!”
뒤에서 웬 노인 하나가 도와주러 나왔다.
젊고 쌩쌩한 헌터들도 나가떨어지는 와중에 나이 든 헌터가 나서자 좀 당황스러웠지만…
노인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순식간에 마법을 연속적으로 날려 헌터 한 명을 몰아붙인 것이다.
그렇게 강력한 마법은 아니었지만 적재적소에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저 인간들, 데리고 와야겠다!”
* * *
“어구구구구.”
천샤이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나왔다.
육안귀 헌터들은 존경 가득한 시선으로 천샤이치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웬 미친 늙은이인가 했는데 한 번 붙어 보니 정말 대단했던 것이다.
“대체 뭐하는 분이십니까?”
“이렇게 잘 싸우실 줄이야.”
최연승이 대신 대답했다.
“S급 헌터지.”
“하하하.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최연승 헌터께서도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헌터들은 농담하는 줄 알고 웃어 넘겼다.
천샤이치도 대단했지만 더 대단한 건 최연승이었다.
밖도 아니라 이면세계 안에서 서로 마력 다 제한 걸고 맞붙었는데 1:3으로 버틴 것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괴력이었다.
원거리에서 마법 날리면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피하고, 근접해서 붙잡으려고 하면 이리저리 공격 흘려보내면서 버티고, 여차 싶으면 바로 반격해서 카운터 먹이고…
그렇게 버티면서 꾸역꾸역 몬스터 사냥으로 성장하자 점점 더 최연승의 본색이 드러났다.
충분히 성장해서 마력이 돌아오자 살벌하게 밀어붙이면서 헌터들을 박살내버린 것이다.
“저희가 아니라 최연승 헌터께서 경기에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난 룰도 제대로 모르는데.”
최연승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넘겼다.
천사들과 같이 성좌전을 할 때는 아다콰니엘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가능했지, 원래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최연승도 이 SSL이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복잡하게 발전한 건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룰이야 아직 낯설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잘 싸우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최연승 헌터 정도면 충분하죠.”
그러나 육안귀 클랜 헌터들도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
그만큼 최연승이 기막히게 잘 싸웠던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무공이나 배울 준비 하도록.”
“감사합니다!!”
최연승의 말에 클랜 헌터들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A급 헌터, 그것도 무공 사용자가 가르쳐 주는 기회는 흔히 오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서!
어떤 헌터도 이렇게 퍼주지는 않았다.
최연승은 무공 사용자들이 익히고 있는 무공을 파악하고, 초식을 본 다음 어떻게 수련해야 할지 간단한 길을 가르쳐줬다.
이미 그 길을 앞서 가본 적 있는 고수의 지시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성장이 막혀 있거나 고민에 빠져 있던 무공 사용자들은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 하나 하나를 들을 때마다 깨달음을 얻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보게, 당신!”
“?”
“우리 클랜에서 당신을 데려가고 싶군. 얼마면 되겠나? 원하는 대로 불러보게.”
“ 클랜 주식 전부 달라고 해도 주나?”
“…농담이 심하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잠깐.”
어이없어하던 스카우트는 최연승의 얼굴을 알아보고 당황해했다.
“아… 아니. 뭐야?”
“불러놓고 뭐야라니. 시비 거나?”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왜 당신이 여기에 계십니까?”
“무공 사용자들 좀 가르쳐주고 있었다.”
최연승의 말에 스카우트는 더욱 더 놀랐다.
A급 헌터씩이나 되는 사람이 대체 왜 이런 D, E급 헌터들을 가르쳐주고 있단 말인가.
시간이 썩어나나?
“최연승 헌터!”
“?”
“지금 최연승 헌터는 육안귀 클랜에게 속고 계신 겁니다!”
“그렇쿠나…!”
옆에 있던 일레야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