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속고 있는 게 아닌데.”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최연승의 대답과 함께 육안귀 클랜의 직원이 정색을 했다.
아무리 외부에서 온 손님이라지만 그냥 넘어갈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는 것이다.
“그… 그게 아닙니다.”
그제야 스카우트는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A급 헌터가 시간이 썩어나는 것처럼 낭비하고 있는 걸 보자 말이 앞서 나온 것이다.
남의 클랜 건물에서 할 소리는 절대 아니었는데.
‘대체 그러면 여기는 왜 있는 거야? 친분 때문인가? 호구가 아닌 이상에야 친분 때문에 A급 헌터가 다른 클랜에 와서 이럴 이유가 없는데…’
앰비투스 스카우트들은 자신들이 정답을 맞췄다는 것도 모르는 채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도중 스카우트들은 최연승 뒤에 있는 늙은 헌터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다.
…천샤이치잖아!?
“천, 천샤이치 헌터?”
“왜?”
천샤이치가 왜 부르냐는 듯이 되묻자 스카우트들은 경악했다.
정말 천샤이치였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친 건가!? 남의 나라 S급 헌터를 저렇게…?’
‘아니… 남의 나라 S급 헌터를 저렇게 당당하게 데리고 다닌다는 건 들켜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이미 각오가 된 행동인 거지.’
‘각오가 된 행동이라고? 그게 더 미친 짓 같은데??’
스카우트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술렁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생각보다 엄청 깡패인 모양입니다. 저거 중국에서나 할 짓 아닙니까? 남의 나라 헌터 데리고 와서 저렇게 당당하게…
-으음. 확실히 옆에 나라들이 그런데 그냥 가만히 맞고만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지. 중국 정부가 어지간히 열받게 했나보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도발을 할 줄이야…
스카우트들은 한국 정부의 패기에 경악했다.
아무리 중국이 옛날 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덩치가 있고 깡패 같은 나라였다.
그런 중국 상대로 저런 도발을 할 줄이야.
“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좀 가주시겠습니까?”
육안귀 클랜 직원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한 말실수 때문에 꽤나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나름 거물 고객인데 일개 직원이 저렇게 대하는 모습에 스카우트들은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 이유를 곧 깨닫게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육안귀 클랜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A급 헌터 권영승도 저기 옆에 있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앰비투스 클랜장이 와도 입조심을 해야 할 자리.
직원한테 함부로 굴었다가는 훈련 시설 지하실에 갇히는 수가 있었다.
그래도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아직 다 선수들을 보지 못했으니 좀 더 둘러보고 가겠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최연승은 앰비투스 쪽 스카우트들에게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한국 헌터들을 둘러보려는 거 보니 성적이 괜찮은 모양이군?”
“한국 헌터들 잘 싸우죠.”
“무엇보다 경기 나가려는 한국 헌터들은 한국 클랜보다 해외 클랜을 선호하니…”
“……”
생각보다 슬퍼지는 대답에 최연승은 멈칫했다.
‘얼마나 성적이 개판이면 저런 대답이 돌아오냐?’
스카우트 중 한 명이 최연승의 눈치가 보였는지 다른 동료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봐. 적당히 말하라고.”
“왜 그러십니까?”
“최연승 헌터 한국인이잖아. 자기 나라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어디 있다고.”
“아…!”
드래곤 황 때문에 순간 착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저기 앞에 있는 A급 헌터는 한국 출신이었던 것이다.
미국인인줄 알았네!
“한국 헌터들 정말 잘 싸웁니다. 하하.”
“괜찮은 헌터들 있으면 추천해주시죠. 최연승 헌터.”
“……”
최연승은 떨떠름했지만, 나름 성의껏 추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앰비투스 클랜이 나쁜 곳은 아니겠지?”
“예. 클랜장이 좀 개새끼긴 해도 거기 소속으로 뛰어서 나쁠 건 없죠.”
“…대충 무슨 소리인진 알겠군.”
권영승의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이름 없는 헌터들에게는 뭐라도 활약할 기회가 필요했던 것이다.
앰비투스 놈들 얄밉고 재수없다고 해서 저기서 훈련하고 있는 헌터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법.
“어디 보자… 저 헌터, 이름이 뭐였지? 금태수였나? 저 헌터 괜찮던데.”
최연승은 자신이 본 스킬과 스탯으로 괜찮은 헌터를 하나 추천해줬다.
스탯과 스킬의 조합이 적절한데다가 갖고 있는 스킬들도 제법 괜찮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의 말에 스카우트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건가?”
최연승의 목소리가 한 단계 내려가자 스카우트들은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것 같았다.
분노한 헌터의 주먹을 자기 얼굴로 받아낼 상황이 닥치지 않기 위해 스카우트들은 허겁지겁 말했다.
“아, 아닙니다! 분명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절차와 단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저희도 위에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아무리 돌려서 말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최연승의 추천이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였다.
최연승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었다.
“저 금태수란 헌터 괜찮지 않나? 열심히 연습하잖나.”
“아…”
“그…”
스카우트들 중 한 명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마치 최연승이 몇 살인지 뒤늦게 깨달은 표정이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안 말하면 계단이 아니라 창문 밖으로 나가게 해주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연습 열심히 하는 헌터가 아니라 쓸만한 스킬 있는 헌터가 필요해서! 그래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연승이 진심으로 협박하자 살기에 압도된 스카우트는 속마음을 탈탈 털어놓았다.
열심히 연습한다고 고르는 건 1세대 때나 하는 주먹구구식 방법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특별한 스킬을 갖고 있지 않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 스킬이 얼마나 SSL에서 쓸모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최연승이 한 말은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던 육안귀 클랜 직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연승 헌터. 감사합니다. 저런 재수 없는 놈들에게는 제대로 추천할 필요가 없지요.”
“…됐다. 내가 그냥 직접 보여주는 게 낫겠군.”
* * *
“이번 분기 드래곤 아티팩트의 실적은 압도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시 회장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사람들을 믿었을 뿐이지.”
황경룡은 엄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다른 중진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더더욱 표정 유지에 힘이 들어갔다.
안 그래도 신화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를 대표로 앉힌 선택까지 대박을 내자 사람들의 존경은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화상 회의 너머의 중진들은 진심 어린 존경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최연승 헌터께서 연락하셨습니다.”
“어. 받아봐.”
황경룡은 마법으로 분신을 만들어서 카메라 앞에 앉힌 다음 일어섰다.
“야! 몬스터 웨이브 정말 고생 많았다. 중국 정부가 보상 때문에 저자세로 나오는 거 봤냐? 그거 녹화해놨는데 같이 보지 않을래?”
“…그걸 왜 녹화까지 해서… 아니. 됐습니다. 그보다 SSL 전문 클랜들 있습니까?”
“??”
갑작스러운 최연승의 말에 황경룡은 의아해했지만 곧바로 대답해줬다.
“있긴 있지. 왜? 성좌전에 쓸만한 자들이 필요한 거냐? 당장은 동원하기 힘들 텐데?”
화신의 이름이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상당히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헌터들을 꼬드기기까지는 준비가 좀 필요했다.
그 헌터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파악한 다음 빈틈을 정확하게 찔러야 하는 것이다.
“아니. 성좌전은 아직 아닙니다. 그보다는 남는 클랜이 있다면 제가 하나 키워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런… 두근거리는 제안을 한다니 내가 좀 솔깃하긴 하는데.”
황경룡은 순간 끌리는 표정을 지었다.
성좌로서 클랜을 하나 키우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당장 레이드보다 클랜들끼리 싸우는 것에 관심 많은 일반인들도 많았으니까.
던전 공략이야 정말 위험한 던전이 아니면 일반인들이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클랜끼리의 싸움은 그런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흥미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황경룡이 그걸 굳이 추천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클랜 하나를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당장 같은 곳에 최연승을 보낸 것도 헌터들이 다들 나름 에이스 평가를 받는 인재들인 점이 컸다.
최소한 내버려둬도 최연승 발목을 잡을 일은 없는 실력자들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 잘 나가고 있는 클랜들을 최연승에게 맡기려면…
“그래도 그건 안 돼. 미안하다. 이미 잘 굴러가고 있는 클랜들인데 멋대로 널 넣었다가는 거기 있는 헌터들부터 시작해서 감독들까지 다 화를 낼 걸. 신뢰를 깰 순 없다.”
황경룡이 데리고 있는 클랜들은 초일류 클랜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성적을 내는 클랜들.
매번 리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클랜들인 만큼, 아무리 최연승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멋대로 바꿀 수는 없었다.
오히려 멋대로 바꿨다가는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일이냐? 그런 거면 내가 욕먹더라도 해줄 수는 있는데…”
“아니. 그런 건 됐습니다. 성적은 상관없으니까 그냥 헌터들 좀 키울 수 있는 클랜이면 됩니다만.”
“그런 거면 차라리 아무 클랜이나 하나 새로 만든 다음에 시설 인수하면 되는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한국 쪽 클랜이면 좋겠는데요.”
“…아 왜.”
황경룡은 진심으로 싫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미국 클랜이 낫지 않냐? 왜 굳이 가서?”
“그야… 창식이 형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
황경룡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건 그렇긴 하지…!
* * *
“이걸 산다고요? 도대체 어째서??”
“사지 말아달라는 건가?”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클랜 시설 인수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었다.
헌터 클랜들이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던 것이다.
예전에는 헌터들이 다쳐서 사라졌다면 요즘에는 헌터들이 다른 곳에 스카우트당하거나 자기들끼리 사이가 나빠져서 사라진다는 점이 다른 정도?
“그런데 최연승 헌터.”
일레야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SSL 잘 하나요? 감독할 수 잇을 정도로?”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쓸만한 헌터들이 있는데 다른 놈들이 대놓고 무시를 하는 바람에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사실 최연승이 그런 식으로 자신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면요?”
“잘 하는 사람 불러보려고.”
“???”
일레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독으로 잘 하는 사람이 있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왜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한 거냐?”
이창식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폐쇄된 클랜 시설에서 만나자니.
“철혈빙제!”
“…반갑습니다.”
이창식은 민망함을 참는 표정으로 일레야의 말에 대답했다.
최연승은 이창식을 보며 물었다.
“형. 어차피 이번 달 끝나면 국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
“정부 관계자한테 묻고 육안귀 클랜장한테 묻고 금혈어 클랜장한테 물었더니 다 비슷한 대답을 하던데요.”
“……”
못 보던 사이 이창식 본인보다 인맥이 넓어진 동생의 모습에, 이창식은 새삼스럽게 놀라워했다.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시면 뭐 하실 겁니까?”
“글쎄. 잘 모르겠다.”
“정해진 거 없으시면 제 일이나 도와주시죠.”
“네 일을? 하하… 그래. 감독만 아니라면 뭐든지 도와주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