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여신의 지능에 맡기라는 게 아니라, 권능에 맡기라는 소리였단다. 미래를 볼 줄 아는 권능을 갖고 있는 건 여신밖에 없지 않니.
-하긴 그렇군.
가끔 성좌들과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거였지만, 성좌들은 정말로…
지구와 인간들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최연승이 개미들의 생활방식, 욕망, 감정 등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처럼 성좌들도 비슷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성좌들한테 쓸만한 사업을 물어보는 것만큼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었다.
실제로 몇 번 피해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B+급 헌터, 오스카 카터가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26번의 레이드 성공으로 인해 막대한 재산을 얻었지만 모시는 성좌인 가 지시한 사업에 크게 투자한 것이 실패해서…
성좌들도 권속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듣곤 했다.
자본주의란 게 그렇게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자기들도 한 번 사업에 도전해보곤 했지만…
보통 결과가 좋은 적은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천칭의 여신은 지금 영국을 손에 넣고 있으니, 같이 이야기해서 나쁠 게 없지.
-으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최연승은 머뭇거렸다.
-너무 사소한 걸로 부르는 것 아닌가? 여신 입장에서는 귀찮을 텐데.
-아. 하긴 그것도 그렇구나.
나태의 여신은 최연승이 뭘 걱정하는지 알아차렸다.
성좌는 위엄 넘치는 왕 같은 존재.
그런 성좌를 별 일도 아닌 걸로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화장실에 휴지 없다고 성좌에게 기도해서 휴지를 내려주십시오 같은 짓을 했다가는 대번에 벼락을 맞는 것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건 어떠니?
-음. 그렇게 해봐야겠군.
[이 제안을 수락합니다!] [빨리 보여달라고 말합니다.] [아다콰니엘을 보내겠다고 말합니다.]-……
-……
* * *
“이건 기회입니다. 아버지. 허락만 내려주십시오!”
“……”
파커 가문의 장남, 제이콥 파커가 강하게 말했지만 알렉스 파커는 침묵했다.
게이트 이후 미국의 재벌들은 새로운 산업의 패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다퉈왔었다.
파커 가문 입장에서 드래곤 인더스트리는 중국이나 유럽 쪽 기업보다 더 거슬리는 라이벌.
후자는 기술력 차이라도 있지 드래곤 인더스트리는 오히려 파커 가문이 밀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드래곤 황이 부상으로 은둔하게 됐다니.
이건 호재 중의 호재였다.
하지만 알렉스 파커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에 입은 피해가 많다. 아티팩트 개발부터 시작해서 레이드까지 실패했지. 이번에 게러티 그 놈이 저지른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얼마를 썼는지 아느냐?”
“……”
의 A급 헌터, 길버트 게러티는 파커 가문의 헌터나 마찬가지였다.
A급 헌터 한 명의 가치는 쉽게 버릴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다. 덕분에 파커 가문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게러티의 실수를 만회해야 했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 놈이 대표 자리에 앉았다고, 상황은 이미 끝났다고 호언장담한 놈 때문에 피해가 더 컸지.”
“죄, 죄송합니다.”
제이콥은 고개를 숙였다.
가 새로운 제품을 준비할 때, 거기에 말을 얹은 게 제이콥이었던 것이다.
제이콥뿐만 아니라 여러 임원들 모두 비슷하게 말했었다.
-이건 드래곤 황의 실수입니다!
드래곤 황이 기분파에 감정을 주체 못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업의 ‘사’자도 모르는 헌터를 단지 친하다고 대표 자리에 앉히다니.
자폭이라고 말이 자자했었다.
…그런데 가 내놓은 인공 아티팩트는 호평을 받으며 헌터들에게 줄줄이 팔려나가고 는 지금 중국 쪽 아티팩트 기업인 하고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쪽팔리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쪽팔린 건 쪽팔린 거고, 상황은 상황대로 수습해야 하는 법.
지금은 이익이 나는 다른 사업에서 자금을 만들어서 피해를 회복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만약 실패하면 네놈이 목이라도 매달 생각이냐?”
알렉스 파커의 냉혹한 말에 제이콥은 움찔했다.
실패하면 자기 자식이라도 직접 목을 조를 양반이 알렉스 파커였던 것이다.
당장 막내동생인 리차드가 클랜에 들어갔다고 뒤진 자식 취급 받는 걸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건… 아닙니다만…”
“나 잘 관리하고 있어라. 코어는 모든 사업의 핵심이다. 알겠나? 다른 사업이 망하더라도 코어만 손아귀에 쥐고 있으면 일어설 수 있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연구들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연구가 바로 코어를 순도 높게 정제하는 연구였다.
에너지 추출 효율 99.9999…%를 향해 도전하는 연구!
소수점 한 자리만으로도 막대한 차이가 발생하는 업계인 만큼 이건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경쟁 업체라 하더라도 순도 높은 코어가 없다면 눈물을 머금고 손을 빌려야 할 정도였으니, 그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
제이콥은 그 말에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가 갖고 있던 화이트 던전 하나를 탈취당한 것이다.
들키면 무사하지 못할 테니 감히 입을 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워지는 게 사실이었다.
‘어떻게든 다시 하나 확보해서 복구해야 하는데…’
“네놈을 좋게 보지 않는 자들이 많아. 제대로 능력을 보이란 말이다. 헛된 짓거리를 하지 말고.”
“예…”
“알렉스 님! 희소식입니다!”
“??”
비서 한 명이 달려와서 급히 외치는 모습에, 알렉스 파커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길래 대화를 방해한 거냐?”
제이콥은 비서를 동정했다.
만약 쓸데없는 소식이라면 이 비서는 말 그대로 쥐어 짜일 테니까.
“최연승 헌터가 미친 모양입니다! 터무니없는 계획을 갖고 왔습니다!”
“???”
비서의 말에 파커 가문의 두 남자는 흥미를 보였다.
대체 무슨 계획을 세웠길래?
“보십시오. 던전이나 어비스의 동식물들을 지구에서 최첨단 축사와 인공농장으로 기르겠다고 합니다. 미친 거 아닙니까 이거?”
“허어…”
알렉스 파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제이콥도 코웃음을 쳤다.
“정신 나갔군!”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 수많은 산업들이 새로 생겨났다.
몬스터로 인해 신소재산업이 새 혁명을 맞았는데, 식품산업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식품산업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먼저 몬스터들의 고기가 문제였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식용으로 먹기에 부적합했던 것이다.
독이 있거나, 강철처럼 단단하거나, 맛이 미친듯이 없거나…
몇몇 몬스터들은 미식가들이 눈이 뒤집힐 정도로 진미를 자랑하긴 했지만 그런 몬스터들은 매우 드물었다.
그나마 그런 몬스터들을 식용으로 길러볼까 하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전부 다 실패했지.’
어비스의 몬스터들은 기를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었다.
번식은 물론이고 한 해 넘기기도 전에 픽픽 쓰러져가거나 죽을 때까지 덤벼들었던 것이다.
어비스에서 발견된 식물들이라고 해서 딱히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다.
몇몇 식물들은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효과를 보여주곤 했지만…
그 식물들을 기르는 건 동물보다 몇 배는 난이도가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마력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어비스의 식물들은 독기를 뿜어내서 주변 땅을 오염시키고,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죽이는 것이다.
이걸 시도했던 몇몇 클랜들 때문에 의회에서 특별법이 만들어질 정도로 커다란 실패였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대표가 된 최연승이 동식물을 기르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이건 정말 기회입니다!”
“남들 앞에서는 예의를 갖춰라!”
“…회장님. 이건 정말 기회잖습니까.”
“아무 생각도 없이 저지르지는 않았을 텐데.”
“아닙니다! 헌터 놈들이 머리에 든 거 없는 거 아시잖습니까!”
제이콥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헌터들은 힘만 셀 뿐이지 사업 같은 부분에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놈들이었다.
제이콥에게 지금 상황은 뻔히 보였다.
드래곤 황 대신 자리에 앉은 최연승이 뭐라도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해가 갔다.
드래곤 인더스트리의 중진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니 인정 받기 위해서는 뭐라도 보여줘야 했을 터.
‘하지만 실수다!’
제이콥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뭔가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좋다. 네 계획을 들어보겠다.”
“예!”
제이콥은 싱글벙글 화색을 띄우며 입을 열었다.
파커 가문도 식품산업을 다루는 회사가 있었다. 제리 쿠버가 대표를 맡고 있는 였다.
“아무리 드래곤 인더스트리의 회사들이 외부 자금 없이 탄탄하게 돌아가는 곳이라고 하지만, 저런 사업을 벌이고 실패하게 되면 그 손해가 보통이 아닐 겁니다. 가문에 연관이 있는 의원들과 언론들을 동원해서 공격하면 그 손해는 더더욱 커질 터. 결국 자금을 구하기 위해서 허점을 드러낼 겁니다! 그 때 치고 들어가겠습니다.”
“……”
“회장님?”
“그래. 한 번 해보도록 해라.”
알렉스 파커는 결국 허락을 해줬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왜일까?
* * *
드래곤 바이오팜 대표, 장샤오보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제 제안이 좋다고 생각하셨군요. 이해합니다. 최연승 님. 보는 눈들이 있었으니 거기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으셨겠죠. 자. 여기 제가 봐둔 중국 땅이 있습니다. 공무원들한테 뇌물만 좀 주면…”
“아니. 중국에 안 할 거다.”
최연승의 말에 장샤오보는 움찔했다.
어째서?!
“중국 말고 어디에 합니까? 다른 곳은 뇌물을 더 줘야 할 텐데요.”
“영국에.”
“아아…!”
장샤오보는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영국을 점령한 성좌 중 하나의 권속이 최연승 아닌가.
저 정도 특혜를 받아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렇군요! 뭐 영국 땅을 오염시켜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영국인들이 들으면 뒷목 잡을 소리를, 장샤오보는 태연히 늘어놓았다.
“아니. 오염시킬 생각은 없다. 좀 멀쩡하게 굴려 볼 생각이니까.”
“…?!”
천칭의 여신이 고른 건 놀랍게도 장샤오보의 계획이었다.
그 선택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지구에 대해 나름 잘 아는 아다콰니엘도 걱정할 정도였다.
-미국의 왕과 귀족들이 의회에 불러서 최연승 헌터를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왕과 귀족이 아니라… 아니. 됐습니다.
[이 자신은 그저 미래를 엿본 것뿐이라고 시무룩하게 항변합니다.]기껏 도와줬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자 여신은 시무룩해졌다.
그 반응에 최연승은 고민했다.
과연 저 미래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냥 틀린 미래 본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니?
-아니. 여신이 그렇게까지 틀리진 않았을 거야.
-여신한테는 너무 무르다니까.
하지만 고민 끝에 최연승은 깨달음을 얻었다.
생각해보니 최연승에게는 지금 든든한 전사들이 있지 않은가.
‘영역의 오크들!’
영국에서 자본가들을 쫓아내고 건물을 밀어버린 다음 땅을 확보해 호시탐탐 농경지를 늘리고 있는 오크들.
이들이라면 어비스의 식물은 물론이고 몬스터까지 기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연승 헌터. 잘 개량된 지구의 식물들과 달리 어비스의 식물들은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갈 것입니다.”
아다콰니엘이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여신을 위한 화단을 가꾼 적이 있었기에 잘 아는 것이다.
“오크들이 튼튼하고 강하지만 너무 많은 노동을 시키지 않게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제 넘게 조언해서 죄송하지만…”
“아닙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둘이 그만 떠들고 빨리 움직이라고 조언합니다.]-잠깐.
최연승은 문득 떠올렸다.
-나태의 여신… 언데드를 일꾼으로 부릴 수 있는 방법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나?
-…하, 하고 있었단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