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둘이 소곤거리는 사이 싸움도 점점 더 열기가 오르고 있었다.
“메… 메이어, 이 멍청한… 헌터 같으니! 내가… 큭, 말했잖나!”
길버트 게러티는 이를 갈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힐러를 맡고 있는 만큼, 같은 A급 헌터와 이렇게 가까이 붙으면 길버트는 할 수 있는 게 한정됐다.
그렇다고 이사벨라 메이어를 진짜로 공격했다가는 그 전에 먼저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이사벨라는 정말로 이 자리에서 피를 볼 만큼 미친 헌터였던 것이다.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
“……”
자리에 있던 A급이나 B급 헌터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던 것이다.
“게러티. 내가 끼어들 생각이 없긴 하지만, 최소한 좀 성의 있는 거짓말을 하는 게 어떠냐? 최연승 헌터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개새끼로는 길버트에게 밀리지 않는, 헌터들 사이에서 악명으로는 손꼽히는 조셉 그랜트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입을 열었다.
아마 저번에 망신당한 것 때문에 최연승을 물고 늘어지려는 것 같은데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최연승 헌터는 몇몇 무례한 헌터들 사이에서는 ‘호구’라고 불릴 정도로 성격이 관대한 헌터였다.
헌터한테 ‘호구’라는 별명이 붙으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길버트 헌터.”
“이런 미친 새끼들 같으니! 네놈들, 최연승의 돈을 받은 거냐?!”
길버트는 격노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조셉 그랜트는 저렇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편들 놈이 아니었다.
최연승한테 뒷돈을 받은 게 분명했다!
“무슨 헛소리를… 네 형편없는 거짓말을 지적해줬을 뿐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냐!”
길버트는 부하들에게 외쳤다. 그러나 부하들도 머뭇거리면서 나서지 못했다.
이사벨라의 기세가 너무 살벌했던 것이다.
여기가 길버트의 클랜, 의 영역도 아니고 이사벨라 쪽 헌터들이 훨씬 더 많은데 멋대로 나서봤자 개죽음일 텐데…
꽈아아아아아아아앙!
“!!!!!”
“?!???”
그 때 길버트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기계룡의 폭발이었다.
자폭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폭발이 시작된 것이다.
그건 차라리 화산의 분화에 가까웠다.
기계룡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이 몇 번이고 반복되듯이 터져 나왔다.
“방어막 추가해!!”
헌터들은 경악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방어에 나섰다. 탱킹이 전문이 아닌 헌터들도 알고 있는 1서클짜리 방어막 마법을 꺼내서 덧칠을 할 정도였다.
어찌나 폭발이 강렬했는지 기계룡 쪽은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이 뒤흔들리고 방어막에 균열이 생겼다.
[가 경악합니다!] [가 기계룡의 힘에 전율합니다.] […] […]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모두가 동시에 생각했다.
이제 미국 정부가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클랜들이 앞장서서 레이드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이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앞장서겠는가?
홀린 것마냥 폭발을 보고 있던 조셉 그랜트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길버트, 설마… 이것 때문에 최연승 헌터가 억지로 협박한 건가? 어떻게든 후퇴 명령을 내리게 하려고?”
“내가 말했잖나! 이 빌어먹을 영국놈아!”
“말이 너무 심하군. 지금 네놈의 편을 들어주려고 말을 꺼냈는데.”
“다 끝나고 편은 무슨! 이제 와서 한몫 거들었다고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도 마라!”
“두 분. 그만 싸우시고 방어에 전념해주십시오!”
결국 요원들이 끼어들어서 둘을 떼놓았다.
길버트는 씩씩대며 물러나야 했지만, 결국 의심하던 헌터들한테 사과는 받지 못했다.
“젠장, 미친놈들 때문에 뒤질 뻔했잖아?”
“클랜장 새끼 돈에 미친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몬스터 상대하는데 1순위로 들어가다니. 돌아버린 새끼 아니야?”
“나는 이런 걸 참을 수가 없어! 정신 나간 놈들 같으니!”
상황 파악 못하고 나갔다가 죽을 뻔한 헌터들은 이를 갈았다.
최연승이 후퇴 명령 안 내렸다면 진짜 반파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A급 헌터들이야 그 와중에도 목숨 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분위기가 위험하다.’
‘위에 보고를…’
현장에 있던 요원들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바로 위에 보고를 올렸다.
레이드는 아직 진행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분열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 * *
-그래. 여기서도 보이네. 미친 몬스터 같으니.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국토안보부 차관, 러셀 랜든은 혀를 내둘렀다.
그도 나름 몬스터 레이드 관련해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이었지만 저 정도 되는 폭발은 처음이었다.
단순히 폭발로 끝나지 않았다. 이 폭발은 시작일 뿐이었다.
‘헌터 놈들이 지랄을 하겠군.’
지금 러셀이 강하게 압박하고 발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클랜들이나 다른 A급 헌터들도 욕심이 있으니 괜히 고집을 세워서 빠지는 것보다는 참가하는 걸 선택했고.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참가하려는 헌터들은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클랜장이 억지로 명령을 내렸다가는 클랜장이 클랜원들한테 고소를 당하거나…
‘고소당하기 전에 진짜 공격당해 죽겠지.’
러셀은 일단 헌터들을 재촉하는 건 멈추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재촉했다가는 정말 난장판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저런 예상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광역 공격이 터졌는데도!
이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솔직히 고맙소. 최연승 헌터.’
러셀은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레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기 힘만 믿고 멋대로 구는 모습에 매우 심기가 거슬렸었는데, 지금 보니 가장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던 사람은 최연승이었다.
정부 쪽 전문가들과 분석가들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기계룡의 견적을 파악하고 있던 헌터!
만약 후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피해가 얼마나 나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포섭을 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
-일단 대기하도록 하게.
-대기 말입니까? 헌터들 중에서는 당장 후퇴하려는 이들도 많습니다만.
-그건 곤란하네. 여기에 쏠린 눈이 많아. 아예 후퇴하고 영역 밖으로 나가게 되면 언론에 올라가게 될 걸세.
-하, 하지만 헌터들의 분위기가 지금…
-그러니까 공격하지 말고 기다리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어떤 당근을 던져서라도 묶어두게. 그리고 최연승 헌터와도 접촉해서 라인을 만들어놓고. 아무래도 서로 협력해야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이사벨라 메이어 헌터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러셀도 나름 정부에서 강경파긴 했지만, 이사벨라 같은 경우는 러셀을 뛰어넘는 초강경파였다.
공격대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헌터와 협력을 구한다고 하면 극도로 분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몰래 하게. 최연승 헌터가 협상이 안 될 정도로 꽉 막힌 헌터는 아니니, 어느 정도 거래는 가능하겠지.
-……
요원이 속으로 욕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다른 헌터들의 눈을 피해서 몰래 접촉하라니.
-알겠나?
-알겠습니다.
연락은 그걸로 끝났다.
러셀은 시선을 돌려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저 먼 지평선을 쳐다보았다.
폭발도 폭발이지만 이 폭발로 인해 귀중한 금속 광산들이 손실될까봐 걱정이었다.
* * *
“분위기가…”
“개판이죠?”
“…어둡다고 하려고 했는데, 그게 더 정확하긴 하겠군.”
자신의 예측이 맞아서 기쁠 법도 한데 최연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몇몇 클랜장들이 와서 감사 인사를 하고 갔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다.
‘지금 다시 공격하자고 말했다가는 미친 놈 취급 받겠군.’
마음 같아서는 기계룡이 저렇게 무리한 공격을 했을 때 다시 한 번 레이드를 시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같은 광경을 본 헌터들에게 그런 설득은 통하지 않으리라.
“어차피 처음부터 저 헌터들 도움은 생각치도 않고 있었잖아요?”
“그래.”
최연승은 한세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세하의 말이 맞았다.
애초에 최연승은 자기가 데리고 온 헌터들만으로 공략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워 할 이유가 없었다.
-…유기체. 도움이 필요한 것 같군.
“?”
최연승과 한세하는 고개를 돌렸다.
기계룡을 상대하면서 대피시켰던 로봇 하나가 나와서 말을 걸고 있었다.
-너희 유기체들이 곤란한 상황이란 걸 안다. 저 기계룡을 탄생시킨 주인의 역할과 책임감으로 너희를 돕겠다.
“너희가 무슨 주인이야? 아까 최연승 헌터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그냥 액체깡통됐을 텐데.”
한세하의 폭언에 로봇은 못 들은 척 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기계생명체치고는 의외로 인간다운 구석도 있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준다면 거절하진 않겠다.”
-그럴 줄 알았다. 우리의 우월한 기술력이…
“야. 닥치고 도와. 외부인도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데 자꾸 그렇게 지껄이면 고철깡통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저 유기체는 팀의 조화에 문제가 되지 않나?
“아니. 세하는 공격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다른 한국 출신 헌터들이 들었다면 ‘네??’라고 반응했을 테지만, 다행히 여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세하는 최연승의 말에 감동 받아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절 그렇게까지…”
[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뭔가 이상하지 않냐고…]-닥쳐.
사냥개 성좌가 슬프게 깨갱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한세하는 기세가 올라서 로봇들을 타박했다.
“그리고 우리가 안 도와줬으면 너희 전부 다 액체깡통되었을 걸? 지구에서는 하찮은 미물도 은혜를 아는 법인데 너희는 그런 것도 몰라?”
-…도움에 대한 보답은 할 생각이다.
“어떻게?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말해봐. 지능 높다니 한 번 들어나 보자.”
-그게 그러니까…
로봇은 쩔쩔매며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분명 표정 변화가 없는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최연승은 로봇의 눈빛에서 간절함을 느꼈다.
도와주세요!
“로봇들이 갖고 있는 무기들이 있으니 그걸 사용해서 도와주겠지.”
-그렇다!
“우리들이 쓸 수 있는 거면 좀 빌려도 줄 거고.”
-그렇다.
“쓸만한 광산 구역을 빌려줘서 우리가 자원을 채취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겠지.”
-…알겠다.
“기술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수도 있겠군. 아무래도 훨씬 더 앞선 기술을 갖고 있으니.”
-……
로봇은 점점 목소리가 없어졌다.
뛰어난 논리와 지성을 갖고 있는 것과 협상력은 별개였던 것이다.
뭔가…
뭔가 이상한데…
“농담한 거다. 너희들에게 소중한 영역을 멋대로 침범할 생각은 없다.”
-…고맙다!
[영역의 로봇들이 당신에게 신앙심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 [가 이걸 노린 음흉함에 감탄합니다.]‘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만…’
* * *
“최연승 헌터. 저희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른 공격대 소속 헌터들이 최연승 쪽으로 와서 같이 레이드를 하겠다고 말하자 최연승은 깜짝 놀랐다.
-구해준 진심이 통한거구나!
나태의 여신도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말이 안 되었던 것이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최연승의 진심이 헌터들의 마음을…
“주인님께서 지금이 기회라고 하셨거든요.”
“저도…”
[가 권속을 응원합니다.] [이…] [가…] […]성좌들이 단독으로 성공시키는 걸 포기하고 협력을 결정한 것이다.
저건 도저히 성좌 하나의 권속만으로 잡을 수 없어 보인다!
‘…딱히 진심이 통한 게 아니었군.’
-미안하단다…
‘아니. 나도 그런 걸 기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성좌들의 권속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헌터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연승 헌터. 저희는 성좌의 명령 때문에 오지 않았습니다.”
“성좌의 부탁 때문에 온 건가?”
“그게 아니라, 최연승 헌터께서 도와주신 만큼 우리 클랜도 좀 보답을 하고 싶어서…”
“맞습니다. 저희 클랜도 그렇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어느 성좌의 권속이지?”
“저, 저희 정말 믿는 성좌 없습니다.”
[가 왜 새 신도가 되려는 자들을 쫓아내려고 하냐고 황당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