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12)
412화
그러나 그런 식으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창문 쪽에는 이미 두 명의 클랜장들로 길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김찬동이 보기에 두 명의 클랜장들도 살짝 창문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습니다.”
김찬동은 다시 한 번 솔직하게 대답했다.
솔직하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김찬동도 스카우트로 뛰기 전에는 클랜에서 헌터로 활약하던 사람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허세를 부려봤자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괜히 ‘사실 제가 최연승 헌터와 사우나도 같이 가고 했습니다’같은 허세를 부렸다가는 ‘그렇습니까? 그 사우나 한 번 같이 갑시다’같은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습니까? 겸손하시군요. 친하지도 않은 상대한테 그런 조언을 해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남학기는 김찬동의 말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간의 겸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 사이도 아닌데 ‘고천식 뽑지 않는 게 좋겠군’같은 귀중한 조언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최연승 헌터가 호구도 아니고.
“진, 진짜 안 친합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친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 조언을 받을 사이는 된다는 거군요.”
“……”
김찬동은 이야기가 점점 꼬여가는 것 같았지만 일단 가만히 있었다.
괜히 입 열어봤자 좋은 꼴 볼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김찬동 스카우트. 제가 김찬동 스카우트를 부른 이유는 고천식에 대한 판단을 물어보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그 뒤의 대책을 이야기하고 싶어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확신이 들게 되는군요. 최연승 헌터에게 연락을 넣을 수 있겠습니까? 가능하면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
“!!!!”
김찬동만 놀란 게 아니라 다른 두 클랜장들도 놀랐다.
“이, 이사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건 다시 생각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A급 헌터라고 하더라도, 클랜전을 지휘하고 클랜을 운영하는 건 전혀 별개의 영역입니다. 여러 스타 헌터들이 새로 클랜을 만들었다가 망친 전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두 분이 이겼습니까?”
“……”
“……”
두 클랜장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남학기는 한심하다는 듯이 둘을 노려보았다.
이런 기회를 놓치고서도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니.
“하… 하지만. 이사님.”
“뭡니까?”
“이걸 생각해보십시오. 최연승 헌터가 두억시니 클랜을 만든 게 아닙니다. 거기 헌터들을 스카우트해오고 훈련시킨 건 다 다른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최연승 헌터가 잘 지휘해서 이긴 건 인정하겠지만, 그게 오로지 최연승 헌터의 공은 아니라는 겁니다.”
“으음.”
클랜장이 강하게 말하자 남학기는 살짝 흔들렸다.
확실히 저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한 번의 빛나는 승리 뒤에는 원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공헌이 숨어 있기 마련.
어쩌면 남학기는 A급 헌터라는 최연승의 명성에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두억시니 클랜이 작정하고 헌터들을 모으고 키워놓은 걸 바탕으로, 최연승이 운 좋게 한 번 이긴 걸 수도 있지 않은가.
“이번에 활약한 그 위성우란 헌터도 두억시니 클랜의 사람들이 데리고 와서 키우지 않았다면 그렇게 활약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렇듯 중요한 건 일개 헌터 한 명이 아니라 클랜의 시스템인 만큼, 차라리 더욱 더 지원을…”
“어? 아닌데요. 위성우는 최연승 헌터가 데리고 와서 키웠다는데요.”
듣고 있던 김찬동은 무심코 내뱉었다.
아까 오면서 인터뷰 듣고 감탄했던 탓에 말이 먼저 나와버린 것이다.
남학기는 고개를 홱 돌리고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예… 인터뷰에서 그러던데요…”
김찬동은 말하고 후회했다.
두 클랜장이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김찬동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할. 가만히 있을 걸.’
“이사님!”
“…여기서 나가십시오.”
“이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발목 잡고 늘어지려던 클랜장은 결국 임원실 안에서 쫓겨났다.
다른 클랜장이 쫓겨나자 혼자 남은 클랜장의 부담은 더 올라갔다.
“그래서. 최연승 헌터를 불러올 수 있겠습니까?”
클랜장은 여기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가는 자신도 쫓겨날 수 있다는 걸 직감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나는 걸 느끼며 클랜장은 대답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긴 합니다. A급 헌터들은… 보통, 설득이 까다롭지 않습니까.”
“설득이 까다로울 뿐이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절 속이려는 겁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저 일의 어려움을 먼저 말씀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최연승 헌터를 불러오겠습니다.”
클랜장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원래라면 외부인이 멋대로 클랜에 들어와서 ‘돈을 왜 여기다 썼느냐, 지금 클랜장이라고 돈 마음대로 써도 되느냐’같은 말을 하는 상황은 무조건 막아야 했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였다.
최연승이 와서 무슨 소리를 하든 간에 데리고 오지 못하면 여러 사람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
“알겠습니다. 믿고 기다려보겠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
클랜장은 한숨을 내쉬며 임원실의 문을 나설 수 있었다. 그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김찬동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러시는 겁니까?”
“미,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곧 알게 될 소식 아닙니까. 지금 이걸로 온통 떠들썩한데.”
“떠들썩까지야… 연습경기 아닙니까.”
클랜장은 그렇게 말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김찬동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반응을 못 보셨습니까? 벌써 기사들이 올라오고 그러던데.”
“??!”
클랜장은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물론 클랜전의 결과가 스포츠 쪽 뉴스에 올라오긴 했다.
그러나 수십 개가 넘는 클랜이 벌이는 연습경기 하나하나를 다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은 적었다.
이름 있는 클랜들끼리 목숨 걸고 맞붙는 경기가 아니라면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의 승리가 충격적이긴 했지만, 관계자만 관심을 가질 줄 알았는데…?
-두억시니 클랜, 부활하나? 어웨이크 클랜 상대로 클랜전 승리!
-어웨이크 클랜의 구들로 감독, ‘최연승 헌터는 내가 봐온 감독들 중 가장 뛰어난 감독이었다’라고 밝혀.
-위성우 헌터, ‘나 자신도 모르는 잠재력을 찾아준 최연승 헌터께 감사드린다’…
-두억시니 클랜은 어떻게 강한 클랜이 되었나?
-어웨이크 클랜의 드미트리 디젤, 한국 클랜 저격… ‘다들 비겁하게 우리와의 싸움을 피하려고 한다’라고 SNS에 올려 파문.
– 클랜은 이번 클랜전 거절 이유는 일정 때문이라고 밝혀… 억측은 피해달라고 부탁.
“아, 아니. 이게 무슨…?”
“그만큼 어웨이크 클랜이 요즘 잘나가지 않았습니까.”
최근 어웨이크 클랜은 미국에서 연속해서 승리를 거두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기세에 한국 클랜들도 피하고 있던 상황.
그런데 그걸 다 망해가던 클랜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이겨버리니,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관련되어 있는 인물들도 워낙 거물이었다.
은퇴한 A급 헌터, 철혈빙제 이창식부터 시작해서 요즘 한창 주가가 천장 뚫고 솟구치는 최연승까지.
관심을 안 가지려고 해도 안 가질 수 없는 조합이었다.
클랜장은 그 말에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떻게든 초대해야 하는데 저렇게 되면 더 난이도가 뛰지 않겠는가.
그 모습에 김찬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실 것 없지 않겠습니까? 의외로 최연승 헌터는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들어보니 다른 헌터들도 무공 관련해서 물어보면 아무 대가 없이 친절하게 조언을 해줬다고 하던데, 클랜 관련해서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공손하게 부탁하면 잘 될지도 모릅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공손하게 부탁하기 싫어서 그렇지.”
“……”
“그렇게 불러오면 최연승 헌터가 클랜을 멋대로 들쑤시고 다녀도 막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비싸게 돈을 주고 목줄을 채워 놓는 게 낫지. 참…”
투덜거리는 클랜장을 보며 김찬동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군!’
지금 엎드려도 모자랄 판에…
* * *
“이건 정말 좋은 기회다.”
아멜리아는 밝은 얼굴로 말했다.
“내 주인님께서 이 기회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어떤가?”
“고민 좀 해봐야겠군.”
“아니!? 이걸 고민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흔한 기회든 아니든 당연히 분석을 해야 하지 않나.”
최연승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사실, 아멜리아가 갖고 온 제안은 솔깃할 만한 제안이 맞긴 했다.
-이번에 내 주인이신 께서 러시아 정부와 협약을 맺고 미공략 던전을 깨려고 한다. 최연승 헌터. 주인께서는 저번 구출에 대한 보답으로 그쪽에게도 참가 권한을 주고 싶어하셨다.
성좌가 자기 권속들을 들여보내려고 한다면 그 던전은 분명 탐나는 던전이 맞았다.
위험은 비교적 적고 얻을 건 많은, 모든 헌터들이 탐내는 던전!
그런 던전에 대한 참가 권한을 나눠준다는 건 분명 대단한 호의였다.
물론 호의는 호의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이었다.
믿지만 신뢰하지 말라.
와 지금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천사 성좌가 함정을 파고 뒤통수를 칠지 모르지 않은가.
최연승 쪽에서도 미리 알아볼 건 알아봐야 했다.
“이쪽에서 제안을 분석해보고 답장해줄테니 조금 기다려줬으면 좋겠군.”
“만약에 이 제안을 무시하는 분석가가 있다면 나와 직접 대면시켜라! 내가 직접 설득하면 이해시킬 자신이 있다!”
아멜리아는 정말 아쉬웠는지 그렇게 몇 번이고 강조를 하고 나서야 물러났다.
최연승은 가장 먼저 아다콰니엘에게 물었다.
“아다콰니엘 님. 수상쩍은 기색이 있습니까?”
“그런 기색은 없습니다만… 저, 최연승 헌터. 주인님께 여쭤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다콰니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연승이 앞서 걷는 천칭의 여신이 아니라 아다콰니엘한테 먼저 물어본 게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아차.’
“물론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아다콰니엘 님. 원래, 이런 중요한 문제는 가장 하급자들이 먼저 이야기를 나눈 다음 상급자에게 결론을 물어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감동합니다.]“과연 그렇습니까! 최연승 헌터의 배려심은 제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별 것 아닙니다. 이건 그저…”
[…이 슬슬 자신이 말하면 안 되겠냐고 묻습니다.]“아. 죄송합니다. 말하시죠.”
“말씀하십시오. 주인님.”
엎드려서 절 받기였지만, 둘의 배려에 여신의 기분은 다시 좋아졌다.
천칭의 여신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의 제안에서는 어떠한 함정도 예지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오.’
최연승은 그 말에 반색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데리고 갈 수 있는 헌터들을 데리고 가서 챙길 만큼 챙기고 나오면 됐다.
“그게 뭡니까?”
[이 러시아의 헌터들이 이렇게 생긴 무기를 발사하는 미래를 예지했다고 말합니다.]말과 함께 여신은 자신이 본 환상을 그려주었다.
최연승은 그 모습에 눈을 깜박였다.
저건…
[가 꼭 핵미사일처럼 생겼다면서 신기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