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속고 있지 않다. 다른 성좌를 모시고 있지.”
-그런가!
바리고스는 안심과 실망이 섞인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 이상한 사기꾼 같은 성좌를 섬기고 있지 않다는 건 다행이었지만, 최연승 정도 되는 필멸자가 성좌에 도전하는 대신 권속으로 남았다는 건 실망이었다.
그래도 따지고 보니 최악은 아니었다.
이상한 사기꾼 같은 성좌를 섬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서로 사지 멀쩡하게 영광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겠지. 건강한 것을 보니 기쁘군.
“바리고스. 너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그 싸움 이후에…”
-나는 께 버림받았다.
난폭한 성좌들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리고스는 지배자 성좌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
-아니다. 패배에 대한 당연한 대가지. 승자는 올라가고 패자는 버림받는다. 그것이 규칙.
어비스의 악마들은 누구보다도 약육강식을 받아들인 존재였다.
바리고스를 버린 도 결국 다른 성좌의 발밑에 쓰러졌다.
그게 어비스였다.
-하지만 패배했다고 해서 영원히 무릎 꿇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나는 다시 투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이 자리에 있게 된 거지.
“그렇군… 건설적인 태도다.”
[이 오해를 좀 풀어주면 안 되냐고 부탁합니다.] [가 아마 오해를 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합니다.]“도움을 받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와 계약을 맺은 게 아니었나? 이렇게 배신을 해도 되나?”
-상관없다. 어비스에서는 당한 놈이 멍청한 놈이지. 난 대가를 아직 받지 않았으니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다. 도 그걸 알고 있겠지.
‘별로 그렇게 납득할 것 같지는 않군.’
최연승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바리고스는 정말 조금의 가책도 없이 떳떳한 표정이었다.
괜히 악마 출신이 아닌 것이다.
“저 악마를 내버려둬도 되나?”
일라파엘은 신경이 거슬린다는 듯이 바리고스를 쳐다보았다.
최연승이 저 악마를 배신시킨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배신한 악마는 두 번 배신할 수 있지 않은가.
싸움이 끝난 이상 죽이진 않더라도 어비스로 꺼지게 하든 눈앞에서 치워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아니. 바리고스는 쉽게 배신할 놈이 아니다.”
-과찬이군.
“싸우느라 마력 소모가 심할 텐데 뭐라도 좀 들겠나?”
-인간들의 음식이 내게 잘 맞을지는 모르지만, 호의를 베푼다면 감히 그걸 거절하진 않겠다.
“잘 됐군.”
최연승은 바리고스와 같이 기지 쪽으로 걸어갔다.
일라파엘은 멍하니 눈만 깜박였다.
뭐라고 끼어들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버린 것이다.
“???”
일라파엘은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손가락으로 바리고스와 최연승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옆에 있던 일레야가 희한한 천사 보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저, 저 굴러 들어온 악마가… 같이 싸운 동지보다 더 좋은 대우를… 저게 말이…”
“……”
일레야는 일라파엘을 살짝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천사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 천사가 특별히 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격적으로 좀 많이 귀찮다는 건 확실했다.
* * *
“마력 탐지했습니다. 반응 없습니다.”
“몬스터 확인 끝났습니다! 레이드 완료됐습니다!”
“막았다!!”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함성을 질렀다. 몇몇 헌터는 아티팩트를 옆에 던지고 바닥에 드러누울 정도였다.
그 정도로 격전이었다.
사방에 몬스터들이 깔려 있었다. 몇 걸음 가면 부딪힐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은 놈들이 몰려왔는지 짐작 가능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대비를 했는데도 몬스터들은 산 인근 도로까지 점령하고 파괴할 정도로 몰아붙였다.
뒤늦게 도착한 다른 클랜들과 군 부대 소속 헌터들의 지원으로 퇴치할 수 있었지만 가슴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A급 헌터 권영승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부산 쪽은 어떻습니까?”
“철혈빙제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쪽도 끝났다는군.”
“해냈다…!”
권영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철혈빙제의 실력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은퇴한지 좀 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철혈빙제는 자신 있게 나서서 걱정들을 스스로의 실력으로 잠재운 것이다.
“역시 철혈빙제십니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 침공은 이제 시작이니까.”
권영승의 아버지이자 의 클랜장인 권영현이 걸어오며 말했다.
치열한 격전 때문인지 권영현도 꼴이 먼지와 잔해물투성이로 엉망이었다.
권영현의 일을 돕기 위해 같이 현장에 나온 1세대 헌터 출신 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1차 대침공 때도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았었죠.”
“……”
권영승은 그 말에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몇 번이고 위험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
“얼굴을 펴라.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한 거니까. 1차 대침공 때도 모든 곳이 똑같이 공격당하진 않았다.”
“그 말은…?”
“만만한 곳이 더 많이 공격당한다는 거지.”
1차 대침공 때 어떤 나라는 점령당하고 어떤 나라는 점령당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 곳은 막히고 어느 곳은 뚫린다면 악신 성좌들도 굳이 전자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권영현을 포함한 클랜 헌터들은 한 가지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잘 막은 셈이다.’
이만한 몬스터의 군세를 산 아래에서 포위하고 끝장을 내다니.
한동안 같은 영상으로 수백 개가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결과였다.
어지간한 선진국들도 이 정도로 막아내지는 못하리라.
“제발 피해가 적었으면 좋겠군.”
“미국 증시가 걱정입니다. 잘 막아야 할 텐데.”
“미국이야 헌터들이 그렇게 많은데 잘 막겠지.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박살나면 그 여파가 안 올 수가 없다는 것 아닌가.”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지구의 국가들은 서로 따로 놀 수가 없게 되었다.
한 쪽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반대 쪽에 영향이 오는 시대.
1차 대침공 때도 그랬다.
식량을 크게 수출하는 여러 나라들이 쑥대밭이 되자 금세 전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한국에도 식량 부족으로 커다란 영향이 왔다.
식량뿐만이 아니었다. 의약품, 금융 등 온갖 곳에 여파가 왔다.
권영현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온갖 살벌하고 강력한 스킬들로 초토화 된 산 아래의 모습.
그게 마치 앞으로의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아서 심난했다.
“…그래도 이 정도라서 다행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권영현은 권영승에게 시선을 돌렸다.
“참. 돌아가고 나서 준비해라.”
“뭘 말입니까?”
“방송에 나가서 정치인들 비판할 준비. 이 기회에 단단히 예산을 따내야지.”
“!”
* * *
전세계에서 충격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처럼 침공이 진짜인지 아닌지로 온갖 소란을 피우면서도 결국 막아낸 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난 한국 사람들은 다음을 위해 바로 움직였다.
바로 침공이 가짜라고 우긴 사람들을 조지는 것이었다.
@skehlfsha
-헌터들의 발목을 잡은 무능한 정치인들을 처벌해라! 이 미친놈들 때문에 다 죽을 뻔했다!
@qkdfkdrltk
-몬스터들 나오는 앞에 던져놨어야 했어! 레이드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문외한들의 소리 때문에 죽을 뻔하다니!
@ckrlwkrwnsqlwnd
-최연승 헌터가 아니었다면 어떡했을 거냐! 국회의원들이 나라 망친다!
그 생생한 전투를 실시간으로 봤는데 저런 말이 나오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미국이었으면 벌써 의원 저택 앞이 불타고 총알 몇 방 날아갔을 터. 한국이어서 계란 정도가 날아간 거였다.
-사고를 친 의원들에게 수습하라고 합시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란 말이오?
-적당히 기사를 돌려서 여론을 막을 생각을 해야지.
-지금 집이 불타고 있는데 물 한 방울 끼얹는다고 되겠소? 차라리 잘라내는 게 낫지!
-그 의원들이 잘라낸다고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도 다 같이 동조하지 않았나!
원래라면 친한 언론사한테 부탁해 여론을 돌리거나 책임을 피하려고 했을 테지만, 상황이 너무 뜨거워서 어지간한 언론사도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지금 잘못 기사를 냈다가는 물리적으로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 것이다.
-클랜장들과 A급 헌터를 포섭합시다. 포섭만 하면 그 뒤는 책임지겠습니다. 여론을…
-의원님!! 지금 헌터들이 생방송에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들을 전부 불러놓았습니다!
-?!?!
“국민 여러분. 먼저 사죄드리겠습니다.”
권영승은 슬픈 표정으로 정원욱, 한세하와 같이 섰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부족한 탓에 피해가 늘었습니다.”
웅성웅성-
기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지금 공세가 끝나지도 않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한국인들이 지금 전세계를 조롱하나?’싶을 정도의 사과였다.
왜 사과를?
“하지만 저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조금만 더 지원이 있었고 준비가 원활하게 되었다면 더 잘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크흑!”
권영승은 드라마나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헌터답게 눈물을 찍어냈다.
그 진심 어린 눈물에 모인 기자들도 감동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를 위해 열심히 지원해주신 최연승 헌터. 그리고 같이 나서주신 다른 분들. 이 분들을 탓하지 말아주십시오! 모두 다 저희의 잘못입니다!”
고개 숙이고 있던 정원욱은 안 보이게 한세하를 툭 쳤다.
때가 됐으니 같이 눈물 짜내란 신호였다.
“으흑흑.”
“……”
정원욱은 황당해했다.
지금 그걸 눈물이라고 흘리는 건가?
한세하가 우는 시늉이 형편없어도 너무 형편없었던 것이다.
짝짝짝짝짝짝-
그러나 반응은 뜨거웠다.
기자들은 정숙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우레처럼 박수를 치며 일어섰다.
기자 중 한 명이 외쳤다.
“아닙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와 제 가족들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영웅입니다!”
“맞습니다! 한세하 헌터. 솔직히 사과드리겠습니다! 질 나쁜 헛소문만 믿고 한세하 헌터에 대한 오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세하 헌터에 대한 어떤 헛소문도 믿지 않겠습니다! 제가 직접 반박기사를 쓰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자리는 마치 사이비 종교의 간증회처럼 뜨거워졌다.
기자들은 A급 헌터들의 이름을 외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 * *
-숭배 행사인가?
바리고스는 최연승이 보고 있는 화면을 보며 말했다.
화면 속에서 인간들이 함성을 지르며 헌터들을 숭배하고 있었다.
최연승은 슬쩍 화면을 가렸다. 솔직히 좀 창피했다.
-잠깐. 자네의 이름도 말한 것 같은데.
“잘못 들었겠지.”
-아니다. 분명히 네 이름을 부르면서 찬양했다. 오. 역시 인간들 사이에서 존경을 받고 있었군.
최연승은 채널을 넘겼다.
최연승 헌터의 선견지명은 언제 어디서부터였는가, 오늘은 그것을 분석하기 위해 이렇게 전문가들을….
-오. 역시.
팟!
최연승은 화면을 껐다. 바리고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인간들이 왕을 숭배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전에 말했듯이, 왕으로도 사실 좀 부족한 감이 있다. 네가 섬기는 성좌가 있으니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나를 꺾은 이상 성좌가 되었으면 했는데…
[존재의 힘이 크게 오릅니다!] [존재의 힘이 크게…] […] […]바리고스는 눈앞의 존재가 성좌라는 것도 모르고 멋대로 결론을 내렸다.
-역시 그 성좌에게 속아서 시간을 낭비한 탓이 크다.
“…그건 아닌 것 같군.”
최연승은 여신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유가 없는데.
“아니라니까.”
-음. 다시 생각해봐도 내 말이 맞다.
“아니라고 했잖나.”
-?!
최연승이 정색하자 바리고스는 당황했다.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