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84)
484화
하지만 기라성 같은 의원들이 아무리 시대를 한탄해도 현실이 달라지진 않았다.
한쪽에는 ‘모든 클랜들을 해체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헌터들한테 폭탄 목걸이를 채우고! 물론 내 밑의 클랜들은 해체 안 하고!’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미치광이가 대세가 되었고…
다른 한쪽에는 이제 갓 초선을 찍은, 인맥이고 후원이고 없는 상급의원이 헌터 한 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대세가 된 상황.
이게 현실이었다.
“…다들 진정하십시오.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맞습니다. 원래 대선 레이스는 도중에 변수가 많습니다. 저런 풋내기들은 금세 흔들릴 겁니다.”
정식 대선도 대선이지만, 당 내에서 최종 후보를 뽑는 경선도 어마어마하게 변수가 많았다.
미국의 각 주를 돌면서 후보들끼리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캠프에서 문제가 터지거나, 후보가 실언을 하거나, 사고가 일어나거나, 토론에서 별로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반짝 올라온 지지도는 반짝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겠지??”
“예.”
“……”
“……”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몇몇의 얼굴에는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일단 최연승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이 너무 대단했던 것이다.
‘마이크 황 쪽에 연락해서 넌지시 지원의 뜻을 밝혀놔야겠군.’
‘혹시 모르니 저쪽에도 줄을 대놔야…’
당 내의 의원들은 물론이고 여러 기업가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 *
“녹스빌! 녹스빌!”
“시대는 녹스빌을 원한다!”
게빈 녹스빌.
공화민주당의 거물 상원의원 중 한 사람이었다.
수십년 동안 의원 생활을 한데다가 각종 장관을 역임한 적도 있는 만큼 당 내에서도, 밖에서도 막강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그런 사람인만큼 지지도에서 조금 밀렸다고 해서 바로 포기하지 않았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마이크 황은 애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지지도가 반짝 올라간 상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갈 겁니다.”
녹스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녹스빌 본인도 마이크 황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상대 당의 미치광이보다는 훨씬 괜찮은 사람인 건 맞았다.
하지만 너무 애송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봤자 본인에게도 힘든 일인 것이다.
“저기 최연승 헌터가 옵니다!”
“반갑소. 최연승 헌터.”
녹스빌은 일어나서 최연승에게 직접 악수를 건넸다.
원래 거물 상원의원들은 상급 헌터들 상대로도 딱히 꿀릴 게 없었다.
물론 무력만 비교한다면 상급 헌터들이 1초만에 의원의 목을 날릴 수 있었지만, 의원은 각종 권력과 권한으로 헌터를 사회적으로 짓누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은 다른 헌터들과 달랐다.
단순히 무력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헌터 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력의 이야기였다.
당장 지금 최연승 개인의 선언만으로 대선 레이스가 뒤흔들리는 것을 보라!
그리고 그 힘을 제외하더라도 지금 최연승이 보여주고 있는 헌신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일이었다. 1세대 헌터들이 활약할 때부터 살아 있었던 녹스빌이었지만, 최연승처럼 아낌없이 헌신하는 헌터는 정말로 보기 드물었다.
“반갑군. 이렇게 부를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이지?”
“곧 후보들끼리 토론회가 시작될 텐데. 최연승 헌터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소. 왜 마이크 황 의원을 지지하는지. 그에게서 뭘 본 것이오?”
녹스빌은 진지하게 물었다.
최연승 헌터 같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지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무언가 보았을 것이다!
녹스빌 본인에게서는 못 보았지만 마이크 황에게서는 본 것!
“……”
최연승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그런 게 딱히 없었던 것이다.
‘협조 잘 해줄 놈이라 밀고 있는 건데.’
온갖 방해와 견제에 귀찮게 시달렸던 만큼 최연승은 대통령이 될 사람한테 딱 하나만 원했다.
각종 핑계 없이 최연승의 일을 방해하지 않고 도아줄 놈!
S급 몬스터 나오면 주변 대피를 시키고 헌터들을 불러 모아야지, 상대 당 눈치 보느라 머뭇거리는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성좌로서는 복장 터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매우 실망할 것 같군.’
최연승은 녹스빌의 표정을 읽었다.
이게 다른 당의 경쟁자면 모를까, 같은 당의 의원은 결국 경쟁하더라도 같은 팀이었다.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을 납득시켜야 한다!
“젊은 패기와 혁신을 보았지. 녀석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사람이다.”
“!”
녹스빌은 최연승의 진지한 말에 놀랐다.
확실히 마이크 황은 상원의원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젊은 편이긴 했다.
물론 중년의 나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상원의원들 중에서 중년 정도면 젊은 편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나? 확실히…’
미숙하고 애송이지만 젊은 패기가 있다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요. 각종 분야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거요?”
‘그걸 왜 나한테 묻나?’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최연승이 대선 나가는 것도 아니고, 최연승은 그냥 지지 선언을 했을 뿐이었다.
마이크 황의 능력을 묻고 싶은 거면 마이크 황한테 묻거나 마이크 황 캠프의 참모들한테 물어야지…
‘대충 그럴듯하게 말하면 되겠지.’
“원래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해낼 수 없다. 믿을 만한 전문가들이 마이크 황을 돕고 있지.”
“과연… 드래곤 인더스트리라면…”
녹스빌은 자신도 모르게 납득해버렸다.
드래곤 인더스트리뿐만 아니라 최연승의 인맥을 생각해본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충분히 모집할 수 있었다.
그런 전문가들이 마이크 황을 돕겠다고 나선다면 저렇게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아니, 말하는 것을 보면 이미 최연승 헌터는 확신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녹스빌은 최연승의 모습에 압도되는 자신을 느꼈다.
‘내가… 내가 압도되고 있는 건가? 이 내가?’
먼 옛날에, 처음으로 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당 내의 거물들을 만났을 때처럼 그 후광에 압도되는 느낌.
이런 느낌을 이 나이 들어서 다시 받게 될 줄이야.
물론 녹스빌은 최연승이 성좌로서 본능적으로 뿜어내는 존재감에 압도되고 있는 것이었지만, 평범한 인간이 그걸 구분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나 또한 질 생각은 없소. 그리고 우리 당의 지지자들은 어느 누가 더 뛰어난 일꾼인지 알아볼 것이오.”
“그렇군.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겠다.”
‘상대가 너무 노련해 보이는데. 이거 승산이 있는 거 맞나?’
-성좌가 벌써부터 겁을 먹으면 어떡하니.
-아니. 하지만 상대를 보라고. 자신만만하잖나.
최연승은 아직 편견이 있었다.
프랑스든 일본이든 나름 선진국에서도 미친 사람들이 윗선에 오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치는 원래 좀 능력 있고 경력 많은 사람이 유리한 것 아닌가?
마이크 황이 능력이 없지는 않지만 나이만 놓고 보면 정계에서 완전 풋내기인데…
최연승은 만약 마이크 황이 밀리면 녹스빌한테 접촉해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크 황이 져도 최연승은 자기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최연승 헌터! 지금 토론회 근처에서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뭐? 이 근처 클랜 놈들은 뭘 하는데 던전 하나 못 감지하고… 대피 명령 내리고 주변에 있는 헌터들 불러와라. 일라파엘이나 라마르트는… 둘은 좀 쉬게 해야겠군. 일레야한테 나오라고 전해주겠나?”
최연승은 권속들에 비해 일레야는 성좌니까 좀 더 많이 싸워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최연승 님. 지금 대피 명령을 내렸다가는 이걸로 공격 받을 수도 있습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지금 곧 토론회잖습니까.”
토론회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분으로 공격받을 수 있었다.
-후보는 왜 미국산 자동차가 아닌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다닙니까? 미국을 덜 사랑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건 레이드 상황을 대비해 한국 클랜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외교적 유화책을 암시하는…
듣다 보면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싶었지만 후보들은 진지했다.
보는 사람들이 분위기에 넘어가서 흔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대피 명령도 공격받을 수 있었다.
-별로 대단치 않은 몬스터 하나에 겁을 먹고 대피 명령을 내리고 토론회를 무산시키다니. 후보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레이드 상황 하나에 겁을 먹다니!
“개소리 하지 말고 대피 명령 내려라.”
“아. 예.”
최연승의 단호한 말에 헌터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단호해서 말을 꺼낸 헌터 본인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이만 가봐야겠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즐거웠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최연승은 녹스빌에게 친절하게 인사해줬다.
만약에 나중에 녹스빌이 이기면 친한 척을 해야 하니, 나름 신경을 써준 것이었다.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
‘지금 인사 잘 해줬다고 믿음을 산 건가?’
최연승은 당혹스러웠다.
무슨 사춘기 십대 소년도 아니고 인사 잘 해줬다고 이렇게 홀랑 넘어가다니.
‘저거 믿을 수 있는 놈 맞아?’
* * *
-마이크 황, 공화민주당 아이오와 경선 압승, 뉴햄프셔 경선 압승…
-지지율 고공행진, 초반부터 확정짓나?
-새로운 돌풍! 지지자들 열광…
@Schreiber_Lane
-마이크 황은 헌터들을 위한 새로운 대통령이 될 거야.
-헌터라면 마이크 황을 지지해라.
-최연승 헌터에게 도움 받았는데 마이크 황 지지 안 하는 놈들은 모조리 배신자야.
-클랜전을 걸어서 박살내버려야 해.
ㄴ작작 해 미친놈아. 헌터 이미지 다 망칠 셈이냐?
ㄴ너 같은 놈이 최연승 헌터한테 더 도움이 안 돼!
-게빈 녹스빌, 경선 중단 선언… 마이크 황 지지!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고 뛰어난 사람들이 그를 돕고 있다’고 밝혀…
-마이크 황 경선 승리! 공화민주당 후보 확정!
이제 갓 올라온 초선의원이 헌터 한 명의 지지만으로 대선후보가 확정되었다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당인 자유연방당 의원들은 그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더 커다란 폭풍이 그들의 당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헌터들과 손을 잡고 광산에서 싸울 때 저 의원들은 소파에 앉아서 감자칩이나 먹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저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저한테 힘을 실어주십시오!
설마했던 밋 헌츠먼이 다른 후보들을 경선에서 다 깨부수고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각종 실언과 사건사고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하겠군’ ‘헌츠먼은 절대 무리야’라고 판단했던 다른 후보들은 경악했다.
대체 왜 저렇게 지랄을 해도 지지율이 유지가 되지??
[이 흥미를 보입니다!] [이 흥미를 보입니다!] [이…] […] […]슬슬 대선이 두 후보간의 경쟁으로 무르익자, 지구 밖의 성좌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하찮은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성좌들도 많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의 일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게 된 성좌들도 있었다.
지구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왕을 뽑는 대회.
알 만큼 아는 성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자리였다.
만약 대통령 후보를 자신의 하수인으로 삼을 수 있다면?
하지만 마이크 황은 무리였다. 최연승을 비롯해서 온갖 선신 성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악신 성좌들은 헌츠먼에게 유혹을 걸 수밖에 없었다.
-네가 우리를 받아들이면 더욱 강력한 힘을 주마!
-내 하수인들이 네 승리를 도와줄 것이다!
-적을 흔들고 싶지 않으냐?
그러나 놀랍게도 헌츠먼은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에게 밋 헌츠먼이 신앙을 보냅니다.] [권속으로 삼아주면 미국을 바치겠다고 말합니다!]“……”
헌츠먼이 바친 신앙의 내용에 최연승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거 진짜 미친 새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