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1)
051화
물어본 헌터는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너 던전런 말하는 거 맞지?”
던전런. 6인 헌터 팀 스포츠인 SSL의 별명이었다.
“아니. 야구 말한 거였는데.”
“야구를 누가 보냐! 할아버지…”
“……”
“…하하. 친구. 우리 할아버지도 야구 좋아하신다고.”
“그래…”
“어쨌든 SSL 안 보는 건 인생 손해라니까? 꼭 봐라. 두 번 봐라. 아직 좋아하는 팀 없으면 추천해줄까? 라고, 아주 좋은 팀 하나 있어.”
최연승은 상대의 말에서 익숙한 냄새를 느꼈다.
보통 스포츠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팀 추천할 때 저랬다.
황경룡도 롯데 자이언츠 팬이었는데…
-연승아. 야구 좋아하냐?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고, 고강도 운동 하고 근육 회복시킬 때 보는 정도입니다.
-어느 팀을 좋아하는데?
-그냥 LG 트윈스 보는데요.
-어허! 그냥 좋아하면 안 되지. 아주 좋은 팀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인데… 롯데라고…
-어. 지금 순위 가장 밑 아니에요?
-너 클랜에서 쫓겨나고 싶냐?
-?!
최연승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었다.
“ 성적이 어떤데?”
“…그건 왜 묻는데???”
격하게 반응하는 상대!
“미, 미안. 친구. 내가 괜히 흥분했군.”
“여기 클랜 정도면 직접 선수로 뛰어도 되지 않나?”
SSL도 UHC처럼 이면세계 안에서 싸우는 거니 능력 제한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B급 헌터라면 능력이 차고 넘쳤다.
“친구. 클랜 규칙 모르고 계약했냐? 하긴 다들 잘 안 읽고 매니저 시키거나 그러니까… 클랜은 던전런 금지잖아.”
“그래?”
“UHC는 허가하는데 던전런은 금지라고. 친구. 아. 진짜 아쉽네. 허가 났으면 내가 가서 다 쓸어버리는 건데 말이야.”
헌터는 입으로 슉슉 소리를 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덩치 큰 흑인 헌터는 그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내뿜었다.
‘얘도 근접형인가?’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봅니다!] [성좌의 눈을 갈고 닦을수록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스몰우드 하이마운틴
레벨:256
힘:302
민첩:315
체력:331
마력:320
지능:308
‘생각보다 강하잖아?!’
레벨만 놓고 보면 엘리자벳 구티에레즈보다 위!
게다가 만능형이었다. 어디 한 부분에서 특화된 건 아니지만, 약점 없이 균형 잡힌 헌터는 언제나 쓰기 좋았다.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모른다더니.’
껄렁껄렁한 태도로 삐딱하게 앉아 있는, 헌터보다는 래퍼에 가까운 차림을 하고 있는 이 헌터가 만능형이라니.
좀 많이 신기했다.
‘그나저나 스탯만 보이고 스킬은 안 보이니 불편하군.’
최연승이 클랜에 들어간 이유는 둘.
하나는 사회적 신분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쓸만한 권속을 찾기 위해서!
물론 스탯만 봐도 그 상대가 어떤 놈인지 대충 알 수 있기는 했다.
그러나 부족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좀 더 안까지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대단한 B급 헌터라지만 최연승에게는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였다.
어비스에 가서 성좌들끼리의 싸움에 끼면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내릴 이들!
한참 밑의 단계에서 스탯이 남들보다 좀 더 높고 레벨이 좀 더 높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봐야 했다.
‘권속으로 꼬셔… 아니, 설득해야 할 헌터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강함에 굶주리고 재능 넘치는 이들!
이걸 알기 위해서는 스탯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봐야 했다.
스킬, 동기, 배경 등…
서로 알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으니까!
최연승이 생각에 잠긴 사이 스몰우드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UHC 쪽으로 도전해봤어야 했는데, 친구. 난 헌터끼리 싸우는 건 소질이 없거든.”
“던전런… SSL은 왜 금지인 거지?”
“그야 스케줄이 빡빡하니까. 던전런에서 선수로 뛰는 헌터들은 보통 레이드는 안 한다고.”
리그가 열리는 기간 동안 주에 몇 번씩 나와 운동선수처럼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데, 레이드를 뛰는 건 무리였다.
진지하게 상위 던전을 노리는 클랜 입장에서는 던전런을 허락할 수 없었다.
훈련하고 레이드 뛰어야 하는데 경기 뛰러 가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그건 UHC도 마찬가지 아냐?”
“친구.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이거 섭섭한데. UHC는 선수끼리 1:1로 붙는 경기잖아. 원하면 얼마든지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지. 너무 놀지 않으면 돼.”
UHC는 격투기에 가까운 스포츠라, 두 선수가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일정 조절이 자유로웠다.
자기가 원하면 일년에 한두 경기만 뛰어도 됐다.
“그래도 인기 유지가 되나?”
“하. 이 친구 보게. 챔피언이 왜 챔피언이야? 챔피언이 매일매일 나와서 뛰면 그게 왜 챔피언이겠어. 오히려 챔피언일수록 경기를 적게 뛴다고.”
“맞는 말이군.”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위 높은 헌터가 굳이 많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경기를 줄일수록 희소성이 높아진다!
스몰우드는 슬쩍 최연승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봐. 친구. 정말 무공을 배우겠다면 도와줄 거야?”
“?”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도와주는 건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왜?
아까 다른 헌터들도 살짝 관심을 가졌다가 그 난이도에 학을 떼고 돌아간 상황이었다.
“배우겠다면 도와주지. 그런데 왜 그런 걸 묻지?”
“그야 헌터들 중에 자기 밑천을 날름 주는 놈은 없다고, 친구.”
레이드 업계가 폐쇄적인 것처럼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이든 뭐든 공짜로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는 법.
무공이라 하더라도 그걸 그냥 가르쳐 주는 건 이상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하지만 상관없다.”
“?”
“어차피 무공은 가르쳐줘도 자기가 노력 안 하면 못 따라오니까. 너 말고 한 백 명 가르치면 한 명 정도나 포기하지 않고 따라올까 싶은데.”
“…그, 그 정도?”
스몰우드는 그 말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걸 왜 익힌 거지 이 친구는?’
“그런 걸 왜 익혔냐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헉!”
스몰우드는 깜짝 놀랐다.
“무공을 익히면 상대 마음을 읽을 수도 있는 거야?”
“아니. 보통 비슷한 생각을 하니까. 그리고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했지만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다.”
“오우. 그게 정말이야, 친구? 어느 정도인데?”
스몰우드는 솔깃했다.
무공을 익혔다고 바로 최연승 정도의 수준을 원하지는 않았다.
마법과 같이 응용할 수준이면 됐다.
“재능 있다고 칠 때, 한 십 년 정도 계속 수련하면 대충 이류는 찍을 것이고…”
“이, 이류가 어느 정도지?”
“C급 헌터 찍을 정도는 되지.”
“거기서 일류를 찍으려면?”
“…백 년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최연승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스몰우드는 다르게 이해한 모양이었다.
“젠장. 그렇게 성장이 느리단 말이지? 마법처럼 마법 개수를 늘리지도 못하고 무공 하나만으로 계속 싸워가야 하는 거고.”
“생각보다 무공에 대해서 잘 아는군?”
“어렸을 때 무공 팬이었어.”
“뭐? 진짜?”
최연승은 어비스에서 여신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물론 못 만났지만.
“어렸을 때 꿈은 래퍼였거든. 부모님들도 힙합 좀 아시는 분들이었지.”
“무공 팬이랑 래퍼가 뭔 상관?”
최연승은 당황했다.
그러자 스몰우드가 더 당황했다.
“아니, 무공 사용자면서 힙합을 몰라?”
“거 미안하게 됐다. 어비스에서 오래 실종되어서.”
“…미, 미안. 친구. 그렇게 정색하지 말라구.”
스몰우드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중화권의 무협 영화들은 흑인 사회에서 매우 인기가 좋았다.
무협 영화들을 돌려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해외 무협지를 번역해서 보기까지!
덕분에 흑인 래퍼들 중에는 무공 덕후들이 꽤 많았다.
최연승은 몰랐지만, 게이트 이후에도 그 팬심은 이어져서 초기 무공 사용자들이 꽤 많이 나온 것이다.
“너 우-탱 클랜 몰라? 힙합계의 전설!”
“모르는데.”
“그분들 이름을 어디서 따왔겠어! 무당파의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
“그, 그렇군.”
그게 뭔데 이 자식아!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최연승은 참았다.
악의는 없어 보였으니까.
“고스트페이스 킬라가 어디서 따왔겠어?”
“…설마 귀면살수?”
“바로 그거야! 역시 알 줄 알았어!”
“미안한데 무공 사용자라고 무조건 다 무협 영화나 무협지를 좋아하는 건…”
말하려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 있던 무공 사용자들은 기존의 무협 영화나 무협지를 매우 좋아했다.
낄낄대면서 ‘야 무공 이렇게 쓰는 거 아닌데~~’하던 이들!
“…맞긴 한데, 어쨌든 그래서… 무협지를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무공에 관심이 있었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니까 유치하게 들리잖아, 친구. 맞아. 관심 있었어.”
“그런데 왜 안 배웠지?”
“진심으로 묻는 거야? 당연히 배울 곳이 없었으니까 그랬지. 나 때만 해도 1세대 무공 사용자들은 거의 다 은퇴했다고. 클랜에 들어가려면 마법 사용자여야 했고. 애초에 다들 마법 쓰는데 무공을 누구한테 배우겠어?”
“좋아.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주지.”
최연승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가르쳐준다고 최연승에게 손해가 있는 일도 아닌데다가, 만약 스몰우드가 뛰어난 재능이 있다면 더 이득이었다.
권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
‘무공을 부활시키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무공이 너무 무시당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최연승이 실력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무공의 위상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은 한 단계를 더 보고 있었다.
최연승 덕분에 무공의 위상이 올라가고 헌터들이 무공을 배우고 싶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예전에는 모두가 리 여원을 존경했던 것처럼 최연승에게 물어볼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도착한 무공 사용자!
그러면 최연승은 앉아서 존재력을 챙기고 쓸만한 권속을 얻을 수 있었다.
쪼잔하게 자기 마법을 숨기고 공유하지 않는 건 자신이 없는 놈들이나 하는 짓.
최연승은 역으로 간다!
성좌와 필멸자의 차이는 바로 이런 점이었다.
‘큭큭큭.’
[가 사악한 웃음이 보기 좋다고 말합니다!]* * *
“헉. 리차드 파커라고? 혹시 파커 가문?”
“맞다.”
“이거 친하게 지내자고!”
“?”
“난 가치 있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는 게 철칙이거든.”
리차드 파커는 앞에서 말 거는 헌터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파커 가문을 보고 친하게 구는 놈들은 많았다. 당장 저번에도 그런 놈들 때문에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경계하지 말라고. 난 기브 앤 테이크가 철칙이거든.”
“필요 없으니 말 걸지 마라.”
“휘유. 안토니 같은 놈이군. 안토니 알아? 안토니 슈나이더. 지밖에 모르는 놈.”
재잘재잘 떠드는 헌터의 모습에 리차드는 더 화가 치밀었다.
방금 대응 훈련에서 실수만 연발했는데 웬 이상한 놈까지…
‘빌어먹을. 여기까지 와서 2팀에 들어갈 수는 없어.’
클랜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실전을 뛰는 1팀.
아직 실전은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후보들을 모아 놓은 2팀.
말이 더 다듬어야 한다지만, 모든 헌터들이 2팀에 들어가는 건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라.
이들은 다른 곳에 가면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는데도 여기에 온 것이다.
물론 황경룡의 막대한 대우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는 상위 던전의 공략!
평범한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부와 권력, 명예를 얻기 위해 모인 것이다.
“말 걸지 마라.”
“하하. 후회할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