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74)
074화
“선은 무슨. 조카한테 밥 차려주는 걸 가지고.”
“…일단 나 당신 조카 아니거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아이네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최연승은 겉모습만 보면 아이네와 별로 나이 차이도 없어 보였던 것이다.
누가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라!
“어, 그러면 누가 물어보면 무슨 사이라고 대답해야 하지?”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되지! 잠깐. 아니다. 매니저와 헌터로 하자. 그게 더 프로 같아 보이니까.”
“알겠어. 알겠어. 그걸 원한다면야. 아쉽네. 이런 요리를 대접받고 밥을 못 차려준다는 게. 먹으면서 새로운 요리법이 떠올랐거든.”
“새… 새로운 요리법?”
아이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음. 아무래도 어비스의 식재료들은 대부분 고기였지. 오늘 요리를 먹으면서 떠오른 건데, 지구의 각종 양념이나 식재료들을 이용한다면 어비스의 식재료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겠다 싶더라고.”
단순히 어비스의 재료만을 이용하는 게 아닌, 지구의 재료를 같이 사용해서 만드는 요리!
저번에 양념갈비를 해줬을 때부터 최연승은 요리의 새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지구의 식재료와 어비스의 식재료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요리를 해봐야겠어.’
[깨달음으로 인해 스킬이 더욱…] [가 왜 하라는 성좌전은 안 하고 이런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냐고 황당해합니다.] [성좌, 가 당신의 능력에 전율합니다!] [가 당신을 권속으로 삼고 싶어 합니다.]“……”
[……]최연승과 고양이 성좌는 갑자기 훅 들어오는 다른 성좌의 제안에 어이없어했다.
라니.
확실히 최연승을 탐낼 만하긴 했다.
어비스에서 최연승만한 요리사가 그리 흔치는 않았으니까.
[가 자신의 밑으로 오면 무한한 요리법과 요리사들을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음… 거절하지. 주인이 있어서.
‘무시하자.’
[도 동의합니다!]대화를 끝내고 앞을 보니 아이네가 매우 고민하고 있었다. 최연승은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방을 좀 빌려도 되나?”
“최연승 님. 주방은 요리사의 자존심이자 성역입니다.”
“앗. 미안하게 됐군.”
“아니요. 농담한 겁니다. 이리 오시죠.”
“……”
최연승은 뒤통수 한 대 때리려다가 얌전히 따라갔다. 아이네가 당황해서 말했다.
“어디 가?”
“조카, 친구 딸, 친구, 매니저… 한테 식사 대접하러 주방 간다.”
“……”
* * *
아이네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최연승은 그 아이스크림의 주재료가 소 성좌에게서 얻어낸 성좌 우유라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았다.
“4번가에 괜찮은 젤라또 가게가 있거든? 거기서 모든 메뉴를 합친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아이네는 진지하게 궁서체로 말했다. 최연승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래그래. 더 먹어. 더.”
“고마ㅇ… 아니! 또!”
“왜?”
“자꾸 그러지 마! 우리 할머니 같아!”
아이네는 정신을 차리고 숟가락질을 멈췄다. 최연승의 음식만 만나면 칼로리고 뭐고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
이 아이스크림도 정말 대단했다. 한 입 넣으면 사르르 부드럽게 녹는 게, 진한 달콤함이 마력과 함께 섞여 온몸을…
“할머니라니. 말이 심하네. 물론 그런 생각으로 보고 있긴 했지만.”
‘역시 그랬어!’
아이네는 확신했다. 어쩐지 최연승이 자기를 보는 눈빛이 할머니와 닮았다 싶었는데…
“젊었을 때는 많이 먹어둬야지. 게다가 이 아이스크림은 시중에서 파는 것과 달리 몸에도 좋다고.”
“읍읍읍. 아니. 아니. 일단 일 이야기부터 하고.”
아이네는 디저트의 홍수에 빠지기 전에 다급히 말했다.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일 이야기?”
“…내가 경기 일정 잡혔다고 말했잖아.”
“아. 그랬었지.”
최연승은 이제야 기억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가 메인이고 경기는 뒷전인 것 같은 그 태도에 아이네는 떨떠름했다.
“어쨌든 경기 일정이 잡혔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가보군. 원래 경기 일정이 잘 안 잡히나?”
“이상한 부분에서는 눈치가 빠르다니까… 맞아. 원래 새로 들어온 신인한테는 경기가 잘 안 가. 이미 유명한 헌터가 아니라면 더더욱.”
B급 리그의 상위 랭킹 헌터는 경기 한 번 열면 수천만이 넘게 보지만 이제 막 들어온 헌터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랭킹도 낮고 인지도도 적었다. 이미 유명하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신인들 위주로 여는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거둔다거나, 하위 랭킹 헌터들을 잡아먹으면서 이슈를 만들거나…
그런데 최연승한테는 경기 신청이 날아왔다.
“왜지?”
“음.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이미 그렇게 말한 시점부터 기분 나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 어쨌든 기분 나빠하지 않고 들을게.”
“당신은 지금… 선수들이나 팬들 사이에서 등급을 조작한 걸로 인식되고 있어.”
“?”
“그러니까, B급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는데 일부러 C+급으로 등급을 속였다는 뜻이야.”
“아. 그런 소리였나.”
C급 헌터는 C급 리그에, B급 헌터는 B급 리그에.
체급을 맞추는 UHC의 규칙이었다.
B급 헌터들과 싸워서 이겨야 올라갈 수 있는 B급 리그 예선전보다, C급 헌터들과 싸워서 이기면 되는 C급 리그 예선전이 쉬운 건 당연한 일.
지금 최연승은 B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도 일부러 편법으로 C급을 유지했다가, UHC 예선을 통과하자 헌터 등급을 올린 것으로 오해 받고 있었다.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웠던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최연승을 욕하는 이들이 꽤 됐다.
-협회는 저런 양심 없는 새끼를 그냥 내버려두고 뭐하는 거야?
-어비스 귀환자라고 사정 봐주나? 어비스에서 귀환하면 다야? 귀환하자마자 한다는 짓이 이딴 꼼수라니.
-C급 리그로 돌려보내! 아니면 다시 B급 리그 예선전을 통과하게 하던가.
“별로 안 놀라네?”
“그런 걸로 당황할 나이는 지났지.”
최연승의 태도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노인 같은 모습이 풍겼다.
온갖 헌터 선수들을 만나 본 아이네도 최연승의 담담한 태도에는 놀랐다.
아무래도 헌터들은 전부 다 성격 더럽고 이기적인 놈들이 대부분이라 욕 한 번 먹으면 길길이 날뛰어야 하는데…
“뜬금없지만, 당신은 스타의 자질이 있어.”
“그거 잘됐군. 스타가 되어야 했는데.”
“뭐? 정말?”
아이네는 깜짝 놀랐다.
최연승에게서는 그런 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금욕적인 무도가에 가까웠다.
“왜 놀라지?”
“아, 아니. 당신이 그런 거에 욕심 있는 줄은 몰라서. 내가 돈 이야기 할 때도 시큰둥했고, 여자 이야기 할 때도 시큰둥했고, 명성 이야기 할 때도 시큰둥했고… 그나마 관심 보여줄 때가 요리 이야기 할 때와 훈련 기구 이야기 할 때였어.”
“음. 이런 말해서 미안하지만 네가 말한 헌터 전용 훈련 기구는 너무 약해. 그걸로는 훈련이 안 될 걸.”
“…그거 경기 나가는 선수용 훈련 기구거든? 그게 약하면, 뭐 어비스에서 가서 실전 훈련이라도 하라는… 아차. 미안.”
“왜?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아이네는 할 말을 잃었다.
“어쨌든 잘 됐네! 난 당신이 욕심이 없어서 곤란했는데. 그런 욕심이 있었다니. 스타가 되고 싶었다 이거지?”
욕심 없는 고객보다는 욕심 많은 고객이 나았다.
고객이 많다면 매니저로서도 의욕이 생기기 마련!
아이네는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최연승을 어떻게 미디어에 소개할지 계획을 그리고 있었다.
“스타가 되어서 뭘 할 거야? 광란의 파티 같은 걸 원해?”
“날 숭배하는 종교 조직 같은 걸 만들고 싶은데.”
“…그건 못 들은 걸로 할게!”
* * *
막시밀리안 피츠패트릭.
UHC B급 리그 소속, 21위 헌터.
특이사항은 성좌, 의 권속이라는 점.
-요즘 B급 리그 물이 흐려졌다는 말이 많이 나오지. 온갖 놈들을 다 받아주다 보니 이 꼴이 됐다고. 난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봐! 개나 소나 다 받아주니 이런 꼴이 나오잖아. B급 리그 예선전을 뚫을 자신이 없으니 C급에서 편법을 쓰고 올라오다니. 이 동양인 자식은 자존심이라는 게 없는 건가?
막시밀리안은 영상 속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기자들까지 불렀는지, 회견장에서는 기자들이 신나게 받아쓰고 있었다.
-협회에서 이런 자식을 쫓아내지 않는다면 내가 쫓아내지. 내가 짓밟아서 쫓아내겠다 이거야! 보고 있나? 이 야비한 동양인 놈아. 겁먹고 오줌을 지리지 않았다면 내 제안을 받는 게 좋을 거다. 내 제안을 받지 않으면 네가 비겁한 겁쟁이라는 게 알려질 테니까. 물론 제안을 받아도 달라질 건 없겠지만!
막시밀리안은 호쾌하게 마이크를 던지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이네는 불안한 표정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자존심 강한 헌터인 이상 저런 굴욕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
“괜찮아?”
“음? 아. 쟤가 엘프인 걸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막시밀리안의 도발은 딱히 대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어비스의 악마들은 훨씬 더 수준 높은 도발을 해왔었으니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들어가지 않은 도발이라니. 저 정도면 꽤 신사적인 편 아닌가?
“지구에 엘프가 많나?”
“많진 않아도 못 볼 정도는 아니지?”
게이트가 열리고 성좌들이 나타난 이후, 지구에는 다른 종족으로 갈아탄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던전에서 특수한 스킬이나 아이템을 얻거나 특정 성좌와 계약하거나.
“나 때는 정말 보기 드물었는데. 신기하군.”
새삼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걸 느끼며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괜찮아?”
“뭐가?”
“저 새ㄲ… 아니, 저 선수가 저렇게 말하는데 괜찮냐고.”
“아. 저거? 뭐 귀엽게 노는군 싶은데.”
“……”
“물론 만나면 뒤지게 패주겠지만 굳이 지금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아주 좋은 생각이야!”
최연승의 말에 아이네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래! 저런 식으로 건방지게 입 놀리는 새끼는 반쯤 죽여 버려야지!
‘경룡이 형 딸 아니랄까봐 성격이…’
열 받은 건 최연승이 아니라 아이네인 것 같았다. 물론 말로 했다가는 아이네가 더 열 받을 것 같아서 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경기는 언제지?”
“당신이 수락만 하면 2주일 안에 잡힐 거야. 물론 그 전에 이런저런 일들을 해야겠지.”
“이런저런 일들이 뭐지?”
“방금 저 새ㄲ… 아니, 저 선수가 한 것 같은 거. 기자회견 열고, 받아들인다고 하고, 사람들 관심 끄는 거지. SNS를 해도 괜찮겠다. SNS 시작해서 거기서 상대를 욕하는 거지.”
‘SNS가 뭐지?’
최연승은 잘 몰랐지만 되묻지 않았다. 나이 들어 보이기 싫었으니까.
나중에 몰래 알아봐야지!
“기자회견 할 때는 욕해도 되나?”
“어느 정도는. 물론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마.”
헌터끼리 싸울 때는 어느 정도 도발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심해지면 그런 도발을 한 쪽이 손해 보기 마련.
아이네는 최연승이 그런 부분에서는 알아서 잘 하리라고 생각했다. 나름 경험 많은 헌터인데다가,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이었으니까.
“상대 부모님 욕을 해도 되나?”
“…안 돼. 마음 같아서는 하라고 하고 싶지만 참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