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75)
075화
싸움 이전의 도발도 헌터들의 역할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과하면 역풍을 맞기 마련. 너무 강하게 나가서 좋을 게 없었다.
“어렵군.”
“어려우면 대본 짜줄 수 있어.”
우스워보였지만 이런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었다.
헌터란 놈들은 대부분 다 성질이 또라이 같아서, 헌터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매니저가 하는 게 더 안전했다.
“아니야.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
“정말?”
“내 경력이 몇 년인데 이런 인터뷰 하나 못하겠어. 걱정하지 말라고.”
“걱정하고 싶은데… 알겠어. 그러면 그 새ㄲ… 아니, 그 선수의 정보나 정리해서 보내줄게.”
‘필요 없다고 하면 화내겠지.’
최연승은 아이네의 성격을 파악한 상태였다.
“감사히 받도록 하지.”
“그래. 이 막시밀리안이라는 새끼는 순위는 높아도 약점이 명확해. 당신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어.”
한 번 이기면 크게 올라갈 수 있는 경기라고 해도, 승산이 없는 경기에 헌터를 내보내는 건 매니저 실격이었다.
아이네는 진지하게 최연승이 막시밀리안 상대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제안을 들고 온 것!
…물론 최연승 입장에서는 아이네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게 황당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보다 새끼라는 말을 이제 숨기지도 않는군.’
* * *
“주인님. 식사는 즐거우셨습니까?”
오다이곤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최연승에게 인사했다.
최연승은 그 모습에 감탄했다.
최연승보다 지구에 적응을 더 잘 한 것 같은 모습!
“너 아직도 계속 게임하고 있었냐?”
“예? 아니요. 예.”
“너 지금 게임하느라 내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거냐?”
“……”
대답이 없자 최연승은 오다이곤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었다.
“앗, 주인님! 안 됩니다!”
“안 되길 뭐가 안 돼. 오다이곤. 네가 지구에 적응하고 즐기는 건 좋은데, 네가 거기에 너무 빠져버려서 스스로를 잃을까봐 걱정이다.”
“말도 안 됩니다. 주인님. 인간들이 만든 하찮은 오락에 제가 스스로를 잃을 리는… 헉. 제가 스스로를 잃고 있었습니다!”
오다이곤은 말하다가 깨닫고 경악했다.
“이… 이런 사악한 마법이…”
“딱히 마법은 아닌데. 사악할 수는 있겠군.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게임을 적당히 하라는 거다.”
최연승은 핸드폰을 힐끗 보았다. 간단히 봐도 어마어마한 장비와 레벨을 갖고 있었다.
클랜에 들어가면서 받은 돈을 꼴아 박은 게 분명했다.
“주인님!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그럴 생각은 없고, 그리고 밖에서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이상한 놈으로 오해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네가 괜찮다면 널 위한 일을 준비해놨지.”
“무슨 일이든 해내겠습니다.”
“성좌전의 보상으로 받은 가 있는데, 아무래도 네가 관리를 좀 해줘야 할 것 같다. 내가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오다이곤은 기쁨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연승에게 이런 임무를 받다니.
영역을 관리하는 건 신뢰 받는 권속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의 영역이다 보니, 관리해야 할 일이 많을 거야. 일단 거기 있는 종족 놈들이 서로 죽이고 피 마시게 하는 건 멈추게 해라.”
“예. 알겠습니다.”
야만적인 풍습은 그만!
최연승이 주인이 된 이상 그 영역의 영혼들도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강해지기 위해서 꼭 서로의 피를 주인에게 바쳐야 하는 건 아니니까, 건설적으로 수련하게 해. 훈련은 빡셀수록 좋겠군.”
“훈련은… 빡셀수록… 좋다…”
오다이곤은 최연승의 말을 열심히 메모했다.
“뭐, 오다이곤. 난 널 믿는다. 고블린 왕국을 다스렸던 것처럼 도 멋지게 바꿔다오.”
“예!!! 맡겨만 주십시오!!!”
“요리만 빼고. 요리 문화는 그냥 내버려둬.”
“……”
* * *
오다이곤을 보내고 최연승은 혼자 의자에 몸을 푹 던진 채 막시밀리안의 영상을 쳐다보았다.
화면 안의 엘프는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균형이 잘 잡혔군.’
기본적으로는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붓지만, 상대가 접근하면 곧바로 근접전용 스킬을 사용해 상대를 막은 후 다시 거리를 벌렸다.
게다가 엘프 종족은 인간 종족보다 마법 사용에 유리했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외모는 덤이었고…
-막시밀리안! 막시밀리안! 막시밀리안!
영상 뒤로 막시밀리안의 팬들이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는 게 보였다.
팬이 많을 법했다.
화려하고 깔끔한 스타일에 잘생긴 외모까지.
최연승이 예전에 헌터로 활동할 때도 저런 헌터들은 있었다. 실력과 별개로 외모가 좋으면 스타성이 있는 것이다.
[가 외모를 바꾸고 싶냐고 묻습니다.] [가 외모는 바꿔주지 못해도 몽마들의 유혹이나 매혹 스킬을 배워보면…]‘난 딱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너희 내 외모가 별로라고 생각했니?’
[가 급히 입을 다뭅니다.] [도 급히 입을 다뭅니다.]영상을 보니, 아이네가 영상 위에 몇몇 표시를 해놓았다.
막시밀리안이 주로 쓰는 마법들과, 그 마법들의 시전 시간, 효과, 범위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이 새끼가 시작하면 틈을 주지 않고 마법 스킬 콤보를 넣으니 그 전에 거리를 좁혀서 스킬 콤보를 쓸 시간을 주지 말아야…
최연승은 보면서 하품을 했다.
막시밀리안은 나름 제법 마법을 잘 썼지만 최연승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가까이 붙으면 막은 뒤 거리를 벌린다고?
최연승 상대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누구든 간에 쳐맞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법!
* * *
“정장이 살짝 끼는 느낌인데.”
“당신 근육이 예상보다 더 심하게 단련되어 있어서 그래.”
“그래서 뭘 해야 한다고?”
“나가서, 질문 받고, 적당히 도발적으로 대답해주고, 서로 노려보면서 사진 한 번 찍어주면 돼.”
회견장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벌써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막시밀리안vs최연승 시합은 매우 흥미로운 시합이었다.
막시밀리안 본인도 B급 리그의 21위 헌터였지만 무엇보다 상대가 상대였던 것이다.
-최연승은 사기꾼인가 아닌가?
-오. 요즘 시대에 무공 사용자가 상위 리그에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어. 정상적으로 싸워서는 B급 예선전 뚫을 자신 없으니 저런 꼼수를 쓴 거겠지.
-뭐 저런 하위 등급 선수의 경기를 받아 주냐? 그냥 무시해버려야지.
-무시하면 안 되지. 못 올라오게 밟아버려야지 저런 건!
지금 최연승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다.
C급 예선전에서 화제를 만들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관심!
…물론 부정적인 관심이긴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연승이 꼼수를 썼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상위 등급 헌터들 사이에서 무공 사용자는 찾기 힘들어진 시대였다.
-B급으로는 어떻게 올라온 거래?
-몰라. 어비스 귀환 때문인가?
-어비스에서 오래 살아남기 기록 세웠으면 정신병원을 가야지 왜 등급을 올려주는데?
파직, 파직-
최연승이 안으로 들어오자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기자들이 질문을 던져왔다.
“최연승 선수, 이번에 일어난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급 조정에 있어서 꼼수를 썼다는 말이 있던데!”
“무공 사용자가 B급 리그에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떻게든 최연승을 긁어서 반응을 끌어내려는 기자들!
그러나 그러기 전에 사회자가 끼어들어 말렸다.
“질문은 순서대로 받겠습니다. 사전에 받은 번호표에 따라 순서대로 질문해주시길 바랍니다. 최연승 선수. 위로 올라오시죠.”
무대 위에는 이미 막시밀리안이 올라와 있었다.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프가 팔짱을 낀 채 기다리는 중이었다.
최연승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다시 한 번 플래시가 터졌다.
준비가 되자, 기자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재빠르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무공 사용자가 B급 리그에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뭐 해보면 알겠지.”
“막시밀리안은 21위의 헌터인데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어.”
“……”
“……”
예상외의 답에 자리가 순간 싸늘해졌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뒤의 자리에는 팬들도 있었는데, 바로 야유가 날아왔다.
“막, 막시밀리안 선수는 21위의 헌터고 최연승 선수는 100위권 밖의 헌터 아닙니까?”
“뭐야. 그러면 저 막시밀리안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상대만 고르는 비열한 헌터란 건가?”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너무 말이 심하군. 아무리 곧 싸울 상대라지만 예의는 지켜야지. 그런 식의 비방은 하지 말라고.”
졸지에 막시밀리안을 욕한 꼴이 된 기자는 매우 억울해졌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B급 예선전을 통과할 자신이 없어서 꼼수를 썼다는 논란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뭔 논란이지?”
“등급을 일부러 낮게 측정한 다음 C급 리그 예선전을 통과하고 나서 다시 등급을 측정했다고…”
“그게 사실이면 측정 잘못한 놈이 잘못한 거 아닌가? 나한테 따지지 말고 측정한 놈한테 가서 따지라고.”
“……”
“……”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최연승의 태도에 오히려 기자들이 당황했다.
오해가 있다고 하면서 해명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 ‘저기 가서 따져라’라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 할 말 있는 사람 없나?”
“내가 말하지. 이 뻔뻔한 자식아. 등급을 조작하다니 리그가 뭘로 보이는 거냐?”
기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최연승을 물어뜯지 못하자 막시밀리안이 직접 나섰다.
“증거? 네놈처럼 교활하게 구는 자식이 증거를 남겨놨을 리 없지. 그래서 내가 직접 벌을 주기 위해 널 지목한 거다. 너한테 기회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겠냐? 이번 경기는 시합이 아니라 처형이 될 거다.”
“그렇게 불만 있으면 바로 덤비지 그랬나?”
“뭐?”
“그렇게 불만 있으면 바로 덤비지 그랬냐고. 그렇게 화가 났으면 무기 들고 찾아와서 바로 덤볐을 텐데. 너는 몇 주 정도 기다린 다음에 경기 일정을 잡고 이렇게 화를 내는군. 진짜 화난 건 맞나?”
“무슨 말도 안 되는…”
“기회 줄게. 가상에서 붙지 말고 지금 여기서 붙자고.”
웅성웅성-
최연승의 말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기자들은 눈빛을 빛내며 흥미로워했다.
이 새로 들어온 루키가 예상을 벗어난 제안을 한 것이다.
죽거나 다쳐도 상관없는 가상의 경기장이 아닌, 현실에서 붙자니!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규, 규칙상 안 되는 제안을…”
“이야. 화났는데 규칙을 따진다고? 진짜 화난 건 아닌 모양이군. 나 같으면 규칙이고 뭐고 응징부터 했을 거다. 다들 봤나? 난 분명히 실제로 싸울 기회를 줬다. 이 놈이 겁먹고 피한 거지.”
최연승의 거침없는 말에 막시밀리안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선수로서 겁을 먹었다는 딱지만큼 불명예스러운 건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직접 싸우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헌터들끼리의 실전은 그만큼 위험했던 것이다.
게다가 막시밀리안은 실전 경험이 없었다.
“던전 클리어 한 경험은 있나? 보아하니 그것도 없어 보이는데. 그런 놈이 뭘 벌을 주고 처형을 해. 자기 앞가림이나 잘 할 것이지. 던전 안 뛰는 헌터를 헌터라고 할 수 있나? 나 같으면 쪽팔려서 얼굴도 못 내밀고 다니겠다.”
어느새 회견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있었다. 기자들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칠까봐 눈을 부릅뜨고 최연승을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막시밀리안이 최연승을 처참하게 짓밟을 줄 알았는데,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반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