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76)
076화
“배짱이 장난 아닌데. 막시밀리안 상대로 저렇게 나오다니.”
“막시밀리안이 실제로 던전 클리어한 경험이 없긴 해.”
“던전 클리어가 뭐 중요하다고. 잘 싸우는 헌터들은 던전 클리어 경험 없어도 잘 싸우잖아.”
“그래도 헌터는 실전에서 강해야지. 보라고. 막시밀리안이 말문이 막혔어.”
실전 경험 없다는 건 막시밀리안을 포함 몇몇 선수들의 강력한 약점이었다.
이런 게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보통 다른 선수들도 이 부분에서는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리그에서 명성을 얻는 선수면 굳이 목숨 걸고 레이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막시밀리안의 말문이 막히자 최연승은 마무리를 지었다.
“모두들 잘 들어라. 난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내 실력이 의심가거나 불만이 있다면 찾아와라. 이면세계 안이 아니라 현실에서 제대로 싸워줄 의사가 있으니까. 그러지도 못할거면서 저렇게 입만 살아서 나불대지 말란 말이다. 알겠나?”
“……”
멀리서 보고 있던 아이네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냥 부모 욕을 시킬 거 그랬나?’
방어적으로 인터뷰를 할 줄 알았더니 미친듯이 공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연승!
아이네도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쉽게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파격적이긴 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렇게 된 이상 최연승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
이 정도로 도발을 해놓고 지기라도 한다면 최연승은 정말 헌터들 사이에서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무조건 이기게 해야 해! 어떤 수를 써서든!’
* * *
아이네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경기는 잡힌 상황.
이제 와서 연장이나 취소는 할 수 없었다. 제대로 개망신을 당한 막시밀리안은 경기를 살벌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막시밀리안도 최연승을 제대로 짓밟지 않으면 체면이 회복되지 않았다.
“막시밀리안과 비슷한 타입의 헌터들을 구해와. 경기 전까지 계속 연습 경기를 돌릴 테니까.”
“제이슨은 어떻습니까?”
“장난해? 그러고도 월급 받을 생각이야? 제이슨이 어딜 봐서 막시밀리안과 비슷한 타입이야? 훨씬 느리고 둔하잖아. 더 빠르고 민첩한 놈으로 구해와.”
“시폴라 섭외 끝났습니다! 바로 와서 돕겠다고 합니다.”
“잘 했어. 계속 연락 돌려.”
아이네는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헌터들끼리의 시합은 화려했지만, 그 화려한 한 번의 시합 밑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있었다.
서로를 매스컴에 올려서 관심을 끄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런 훈련과정도 그 중 하나에 들어갔다.
아이네는 이런 연습 경기들을 편집해 매스컴에 쫙 뿌릴 생각이었다.
제대로 먹힌다면 최연승의 이미지가 확 달라질 것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헌터의 모습은 호감을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덤으로 능력까지!
쟁쟁한 헌터들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의심도 어느 정도는 가라앉을 것이다.
뭘 해도 의심하는 놈들은 남겠지만 그런 놈들은 실제 경기로 입을 닥치게 하는 수밖에 없었고…
“음. 미안한데.”
그 정신없는 상황을 늦게 오는 바람에 뒤늦게 깨달은 최연승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연습 경기는 안 잡아줬으면 좋겠는데.”
“…왜???”
정신없이 지시를 내리던 아이네가 고개를 돌리며 살벌하게 물었다.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은 눈빛!
최연승은 진지하게 말했다.
“연습 경기는 나한테 별 도움이 안 돼. 괜히 시간만 잡아먹어.”
“진짜로? 다시 생각해봐. 아무리 당신이 던전 클리어 경험이 많다지만 헌터와 붙는 건 경우가 달라. 몬스터와는 전혀 다르다고. 패턴도 다르고 사용하는 스킬도 달라.”
헌터끼리의 대인전은 몬스터와 싸우는 것과 전혀 달랐다.
비교적 단순한 몬스터와 달리 헌터는 한 명 한 명이 다 제각각인 것이다.
아무리 자기 실력에 자신감 넘치는 헌터도 상대가 숨긴 한 수에 훅 갈 수 있는 게 1:1이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니까 연습 경기는 취소해줘.”
“…알겠어.”
“고마워. 이렇게 이해해주는 매니저를 만나다니 난 복이 많군. 경기 전까지 혼자서 수련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불러줘.”
최연승은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렸다. 문을 닫고 나가자 다른 직원들이 당황해서 말했다.
“보, 보스.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로렌스 님. 그래도 비슷한 타입과 연습 경기 한 번 하지 않고 싸우는 건…”
평소 아이네는 헌터의 말을 그렇게 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적인 일이라면 저스틴 비■를 비버 복장 입히고 생일파티에 불러달라고 해도 해내는 사람이었지만, 공적인 일은 자신의 뜻을 절대 꺾지 않았다.
경기나 레이드에 고집을 부리면 가차 없이 계약을 끊어버리는 게 아이네!
그런데 저 동양인 헌터의 말은 뭘 잘못 먹었는지 순순히 들어주고 있었다.
뭘 잘못 드셨나?
“자기가 싫다잖아.”
“아니, 그런 사람을 짓밟고 꺾으신 다음 자기 의견을 듣게 하시는 게 로렌스 님이셨잖아요.”
“…책상과 함께 창문 밖으로 던져줄까?”
직원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아이네는 정말로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자기 앞가림 못할 사람은 아니니까 믿어보자. …끄응…”
아이네도 고민이 많이 되는지 앓는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최연승의 실력을 못 믿었지만, 클랜에 들어간 다음 훈련 영상을 구해서 보고 나자 그 의심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무공 사용자라지만 이 정도면 B급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싸움에 절대는 없는 법.
그리고 솔직히 무공은 마법 상대로 불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특화된 전법을 준비하고 연습해야 했는데…
하지만 최연승의 말은 이상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진지한 눈빛으로 ‘괜찮다’고 말하면 왠지 모르게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이다.
‘스킬로 이라도 갖고 있나?’
* * *
“인터뷰 봤다! 역시 내 라이벌다운 호쾌한 인터뷰였다.”
최연승이 돌아오자 안토니는 신이 난 목소리로 반겼다. 최연승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훈련장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안토니 혼자뿐.
“설마 나 오는 거 기다리고 있었나?”
“무… 무슨. 아니. 누굴 뭘로 보고? 이 몸이 그럴 거 같아 보이냐? 최연승?”
“아니었나? 이거 미안…”
“경기를 앞둔 널 도와주면서 내 능력을 증명하려던 속셈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하지 않군.”
기다리던 거 맞잖아!
“넌 UHC에 안 나가나?”
“흥. 그런 광대놀음에 어울려 줄 이유는 없지.”
UHC가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화려한 전장이라지만, 모든 헌터들이 거기 나가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가상의 세계라지만 거기서 죽고 다치는 정신적 데미지는 그대로 남았다.
실제 레이드로 명성을 쌓은 헌터라면 굳이 UHC에 목을 맬 필요는 없는 것!
“앗. 네가 광대란 건 아니다. 최연승.”
안토니는 자기가 말해놓고 당황해서 급히 말을 바꿨다.
“딱히 그렇게 생각은 안 했는데. 어쨌든 고맙군.”
“후후. 그래 그래. 자. 연습장으로 들어가면 내 화려한 마법 콤보를 보여주지.”
“아니. 난 굳이 연습할 필요 없이 혼자 수련할 생각이었는데.”
최연승이 연습 경기를 피하는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정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서였다.
지금 최연승은 B급 수준의 헌터들과 아무리 연습 경기를 해봤자 보상을 얻지 못했다.
최연승은 .
스스로에게 걸맞은 수련을 하지 않으면 힘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서 수련을 하는 게 나았다. 혼자서는 얼마든 난이도를 올릴 수 있었으니까.
“……”
최연승의 말에 안토니는 시무룩해졌다.
기껏 쉬는 날에 클랜 연습장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흥. 그러면 옆에서 하는 걸 지켜보고 있겠다.”
안토니는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비벼보기로 했다.
최연승이 혼자 수련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안토니에게 도움 요청을 하기를 바라며!
“별로 재미없을 텐데?”
“흥. 나도 내 수련 할 거다.”
안토니는 그러면서 최연승이 하는 걸 매우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어디 한 번 어떻게 하나 보자!
탁-
최연승은 발로 땅을 건드리더니 단단히 붙잡았다.
양 발이 땅을 붙잡자 그 자세는 마치 태산처럼 굳건하게 느껴졌다.
무공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안토니도 최연승의 기세가 굳건하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대형 괴수 몬스터가 자세를 잡고 버티는 것 같은 자세!
저게 무공이란 말인가?
“클랜의 다른 헌터들은 어디 갔지?”
“연습 날도 아닌데 각자 자기 일 하고 있겠지.”
단체 연습 날이 아니면 클랜의 헌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남는 시간에는 보통 각자 자기 일을 하곤 했다.
“연습 날이 아니면 합을 맞추는 경우가 없고?”
“없지. 단체 연습은 충분히 하고 있잖나. 뭐하러 더 추가해야 하지?”
“단체 연습뿐만 아니라 서로 좀 같이 지내면서 호흡이 맞춰지는 것도 있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지? 프로라면 정해진 연습 시간에 하는 연습량으로도 합을 맞춰야 하지 않나.”
“맞는 말이지만, 기계적으로 합을 맞추는 걸로는 안 되는 게 있으니까. 서로 믿는 마음은 억지로 짜낸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나. 안토니, 다른 헌터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는 아나?”
“아니?”
“그런 걸 왜 알아야 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나?”
“!”
“세계의 중심은 스스로라고 생각하고 있고?”
“헉. 어떻게 알았지?? 독심술 스킬 있나??”
“안토니. 네가 날 도와주러 왔다길래 나도 조언해주는 건데… 자기 자신만 보면 레이드에 한계가 있을 거다. 레이드는 팀으로 하는 작업. 남들하고 합을 못 맞추면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합은 맞추고 있다.”
“그건 다른 놈들이 너한테 맞춰주는 거고. 그건 맞추고 있는 게 아니지.”
“내가 왜 맞춰줘야 하지? 내가 실력이 더 뛰어나잖나.”
“그러면 혼자 레이드하지 그러냐?”
“……”
허를 찔린 안토니가 입을 다물었다.
“너 혼자서 던전에 안 들어가는 이유는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앞으로 어느 정도는 맞추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헌터들이 봤다면 ‘저거 안토니 맞아?? 안토니로 변장한 다른 놈 아냐??’라고 했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적인 반응!
그 거만하고 짜증나던 안토니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다니!!
“하지만 연습 시간과 별개로 다른 약한 놈들과 부대끼면서 서로 알아가야 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여기 클랜에 모인 놈들은 다 프로로서 모인 놈들인데 그거 하나 못 해내면 안 되지 않나.”
“음.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봐라! 이 몸은 언제나 맞는 말만 한다 이거다.”
“……”
안토니의 반응과 별개로, 클랜은 꽤 삭막하게 굴러가는 클랜이었다.
전세계에서 잠재력 있는 헌터를 끌어 모은 다음, 주기적으로 테스트해서 순위를 매긴다. 그 순위를 기준으로 레이드를 내보내고 내보내지 않고를 결정한다.
헌터들은 단체 훈련 외에는 자기가 알아서 훈련을 했다. 실력에 자신만 있으면 먹고 놀든 연습을 하든 자유였다.
이러니 같은 클랜 헌터라고 해도 얼굴 볼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이건 만 그런 게 아니었다.
요즘 대형 클랜들은 다 이런 식으로 굴러갔다.
예전 소형 클랜처럼 서로 친하게 지내며 합을 맞추는 식의 클랜은 요즘 보기 드물었던 것이다.
헌터도, 레이드도 사업!
클랜들도 당연히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했다. 클랜은 한 명 빠진다고 삐걱거리는 파티보다는 누가 누구로 바뀌어도 그럭저럭 굴러가는 파티를 원했다.
“그래도 예전 방식이 더 나을 때가 분명 있지.”
“우리 할아버지 같은 소리를 하는군?”
“안토니. 쳐맞고 싶냐?”
“아, 아니… 그냥 한 소리였다.”
안토니는 사과하고 나서 당황했다.
내가 왜 사과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