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77)
077화
안토니는 분노했다.
물론 최연승이 모의 연습 때도 그를 이겼고, 던전 연습 때도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일 뿐!
최연승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안토니 본인보다는 못하지 않은가!
게다가 만약에, 정말 만약에…
안토니보다 아주 조금 더 강하더라도, 안토니는 클랜의 에이스 헌터였다.
동료로서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 최연승! 나는 같은 클랜의 헌터고 1팀 소속 에이스인데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니냐?!”
“아. 미안. 상처받았다니 미안하군.”
“그래. 앞으로는 말을 조심하도록 해라.”
말을 마친 안토니는 멈칫했다.
아니…
누가 들으면 자기가 상처받아서 따진 줄 알 것 아닌가!?
“상처받았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안토니. 난 예전 방식으로 하고 싶다.”
“뭐?”
“예전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아무리 삭막하게 따로 노는 클랜이라 하더라도 내 방식을 따라올 헌터 몇 명은 있겠지.”
“그러니까 피 같은 휴일에 자기 자유 시간을 반납하고 일부러 나와서 너하고 호흡을 맞출 헌터를 찾는다는 거냐? 너와 같이 레이드를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최연승. 그런 헌터가 이 클랜에 어디 있겠냐?”
안토니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헌터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놈들이었다.
그런 막연한 이유만으로 자기 시간을 반납해가면서 연습하는 멍청한 놈들이 어디 있겠냔 말인가.
“…너는 그러면 여기 왜 와있냐?”
“헉?!”
안토니는 지적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러게!?
“아, 아니. 나는 그게… 너를 도와주려는 넓은 아량으로…”
“그래. 다른 헌터들도 그럴 수 있지 않겠냐.”
할 말이 궁색해진 안토니는 말을 바꿨다.
“나 정도쯤 되니까 그러는 거지 다른 놈들은 절대…”
“최연승 왔어?!”
“……”
벌컥!
훈련장의 문을 열고, 늘씬한 라틴계 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자벳 구티에레즈였다.
“소식 듣고 도와주러 왔는데. 자. 빨리 감사해해.”
엘리자벳은 양손을 까딱거리며 최연승에게 말했다.
던전 공략에서는 최연승에게 밀렸지만, UHC는 그녀가 더 선배였다.
랭킹 19위의 짬밥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 저건 왜 저기 있어?”
안토니를 ‘저거’라고 부르는 엘리자벳!
‘저 새끼’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엘리자벳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날 도와주러 왔다는군.”
“뭐!? 진짜!?”
엘리자벳은 깜짝 놀랐다.
다른 놈도 아니라 안토니가?
진짜??
“거짓말하는 거 아닐까?”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
안토니는 발끈해서 외쳤다.
선의로 도와주러 왔는데 엘리자벳한테 저런 소리를 듣다니!
“최연승. 조심해라. 나는 UHC에서 뛰지 않지만, 구티에레즈는 UHC 소속 선수다.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생각해봐라.”
“무슨 소리야?”
“흥. 최연승을 견제하려고 수작을 부릴지 어떻게 아나? UHC에서 뛰는 놈들 속이 얼마나 시꺼먼데, 구티에레즈도 그런 짓을 해도 놀랍지 않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최연승 못 올라오게 하려고 잘못 가르쳐준다는 뜻이야?”
안토니는 대답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러자 엘리자벳은 바로 반응했다.
“…내가 이 새끼를 그냥 확!”
“흥. 정곡을 찔리니 화부터 내는군.”
“너 이리 안 와?! 대가리 쪼개버린다!”
엘리자벳은 무기를 꺼낼 정도로 화를 냈다. 최연승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 좋은데 나가서 싸워주지? 방해되는데.”
“너 도우러 온 건데 태도가 왜 그래?! 그 재수 없는 막시밀리안 놈 상대법 알려주려고 온 거라고.”
“흥. 어차피 구티에레즈는 근접 딜러. 차라리 내가 낫지. 나는 막시밀리안의 전투방식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이, 이 자식… 난 막시밀리안 이긴 적 있거든? 넌 싸워본 적도 없으면서!”
둘이 계속 떠들자 최연승이 손을 흔들었다.
“공략법이고 뭐고 간에 난 경기 전까지 혼자 수련할 생각이야. 도와주러 온 건 고마운데,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군.”
“그러면 저건 뭔데?”
엘리자벳은 안토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옆에서 그냥 있겠다고 해서 내버려둔 거지.”
“아니 내가 언제…!”
안토니가 당황해서 최연승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엘리자벳은 웃음을 터뜨렸다.
“푸풉…! 도와주려고 했는데 까인 거야?”
“시, 시끄럽다! 너도 까였으면서!”
“까였으면서 여기 왜 버티고 있어! 매달리지 말고 빨리 가기나 해!”
“너나 가라!”
둘의 추한 대화를 배경음으로 들으면서 최연승은 집중했다.
막시밀리안은 눈 감고 한쪽 팔 한쪽 다리 접은 상태로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애초에 필멸자와 성좌의 싸움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싸움인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이면세계 안에서 힘을 크게 제한당해서가 아니었다.
제한당하지 않았더라도 최연승은 싸움에 있어서 방심하지 않았다.
어떤 싸움이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안토니나 엘리자벳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지금 최연승은 스스로 적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
“???”
싸우던 둘은 고개를 돌렸다. 최연승에게서 강렬한 기세가 풍겨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던전을 뚫고 나온 몬스터가 강렬한 기운을 퍼뜨리는 것처럼, 최연승의 기세도 마치 그러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훨씬 더 정제되고 날카로운 기세라는 점!
꿀꺽-
엘리자벳은 무심코 침을 삼킨 채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서있는데도 불구하고 칼날 같은 섬뜩함이 느껴졌다.
손을 뻗는 순간 베일 것 같다!
“뭐… 뭘 하고 있는 거야?”
“상상하고 있지.”
어비스에서 헤매는 동안, 매번 몬스터만 찾아 싸우진 않았다.
오히려 시간만 따지고 보면 혼자서 외롭게 수련한 시간이 더 길었다.
처음에는 주먹질만 하며 초식을 단순히 되풀이하던 최연승이었지만, 수련은 점점 달라졌다.
이 일초(一招)를 좀 더 빠르게 해보면 어떨까?
아니, 좀 더 무겁게 하면?
좀 더 변화를 강하게 하면…
무공 초식 중에서도 단순한 편에 속하는 혼원신공이었지만, 최연승이 만 년 넘게 갈고 닦으면서 점점 더 정교해지고 그 깊이가 심후해졌다.
이제는 S 랭크의 스킬이 되어버린 혼원신공!
같은 사람이 혼원신공을 배운다 하더라도 최연승과 같은 위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련의 다음은 바로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최연승이 뿜어내던 기세가 한 점으로 응축하듯이 모여들자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잔상을 그리며 움직이는 팔과 다리!
혼원권과 혼원각이 펼쳐지며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모습에 두 헌터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최연승의 수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극한으로 단련된 초식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안토니와 달리, 근거리 딜러인 엘리자벳은 최연승의 수련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배우는 격투기 같은 건 따라갈 수도 없는 수준!
[혼자서 상상하는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성공합니다!] [성좌로서의 힘이 한층 더 증가합니다.] [심상수련(心象修鍊)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A 랭크 스킬 을 얻습니다.]혼자서 상상할 때는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남에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언가 만들어서 보여주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환… 환상 마법 아닌가?”
“환상 마법치고는 너무 수준이 높지 않아?”
두 헌터는 거대한 덩치에 날개와 뿔, 불타는 채찍을 휘두르는 악마를 보았다.
마치 어비스에서 나올 법한 악마 몬스터 같았다.
‘설마 A급 몬스터인가?’
‘A급은 아직 우리가 잡을 수준이 아닌데…’
둘 다 A급 몬스터와 싸울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
퍽!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악마한테 맞은 최연승이 몸을 빙글 돌린 것이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최연승의 옷 위가 찢어져 있었다.
“????”
“최연승! 뭐하는 거냐?! 왜 옷이 찢어져?!”
최연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악마의 채찍을 맞으며 흘려내고 튕겨냈다.
평범한 환상 마법이 아니었다.
참가한 사람도 다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현실감!
몇 시간 쯤 지났을까.
최연승은 회피를 멈추고 길게 호흡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악마도 사라졌다.
상의는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었지만 몸은 멀쩡했다.
흘려보내고 튕겨낸 덕분에 그 지독한 공격을 맞고도 한 대도 다치지 않은 것이다.
“세상에 이런 수련이… 구티에레즈. 너는 왜 말이 없냐?”
엘리자벳은 말을 하지 않고 홀린 표정으로 다가가 최연승의 상체를 쿡쿡 찔렀다.
“…뭐하냐?”
“신, 신기해서?”
* * *
날짜는 빠르게 찾아왔다.
아이네는 자기 일보다 더 걱정된다는 듯이 최연승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아침 제대로 먹었지? 소화 안 된다고 안 챙겨먹으면 안 돼. 이면세계 안으로 들어가도 자기 몸 상태 유지된단 말이야.”
“먹었어.”
“뭐 먹었는데? 기름진 건 안 좋아. 정 거북하면 야채 주스 위주로 마시는 게 좋아. 맞다. 당신은 한식 좋아할 테니 죽 같은 것도 나쁘지 않겠네. 김치 같은 거 얹어서.”
“한국인이라고 무조건 김치죽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김치죽 싫어해?”
“…좋아하지.”
아이네는 한심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좋아하면서 왜!
“경호원들 붙여놨으니까,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때 야유 들어와도 무시하고 들어가.”
“경호원들 필요 없는데?”
“알아. 그렇지만 헌터한테 경호원 붙이는 건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들 보호하기 위해서야. 헌터가 직접 나서서 패면 안 되거든.”
“……”
이미 몇 번이고 경험해 본 것 같은 아이네의 말에 최연승은 깨달았다.
아…!
자기 성질 못 이기고 날뛴 헌터 놈들이 몇 명 있었구나!
“경호원들이 막아줄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
끼이이익-
아이네 패거리, 아니, 아이네의 회사 차량들이 차례대로 멈추고 문이 열리자 함성이 크게 터져 나왔다.
수만 명이 넘게 모인 경기장!
이 UHC가 얼마나 인기 넘치는지 피부로 느껴지는 함성이었다.
‘대단하군.’
최연승은 이 스포츠의 인기를 실감했다.
예전에는 헌터들은 몬스터들의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한 전사였었는데…
‘물론 그 때도 인기 많은 놈은 인기 많았긴 했지만…’
헌터라는 직업이 전사에서 연예인으로 바뀌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아직 몰랐다.
지금 맛보고 있는 건 인기의 아주 일부분일 뿐!
UHC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SSL 리그, 정말 목숨을 거는 치열함이 있는 레이드 중계방송…
수많은 헌터와 관련된 컨텐츠들이 가장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포츠, 음악, 연예 등 예전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에 다 헌터들이 자리잡은 것이다.
-뒤져라! 사기꾼!
-어디서 C급 리그에 있을 놈이 편법으로 올라온 거냐!
-B급 리그에 발만 디딘다고 다 되는 줄 아냐! 너 같이 리그 물 흐리는 사기꾼은 당장 꺼져버려!
-우우우우!
수천 명이 넘는 사람이 일제히 퍼붓는 야유는 아무리 헌터라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만 마리가 넘는 악마의 저주도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잔잔하군.’
무시하는 최연승의 태도가 사람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저 저 저…!
어디 두고 보자!
-최연승 파이팅!
-재수 없는 막시밀리안 새끼를 짓밟아줘!
-그 엘프 자식 진짜 너무 재수 없어!
“?”
놀랍게도 최연승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막시밀리안을 싫어하는 사람들 같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