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31
◈ 131. 네 번째 제자 (3)
그로부터 하루 뒤.
[속보! 계작자 랭킹 5위 로드밀러 업계 은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호스티스 기사단의 단장 은퇴! 도대체 무슨 일!?] [9개의 가문과 5대 길드의 장을 맡게 된 로드밀러,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 혹시 내분이 있었나?] [호스티스 기사단 “자세한 내용은 추후 이야기해 드릴 것, 지금은 아무런 발표도 할 수 없다.”] [누리꾼들 “혹시 로드밀러가 성좌에게 밉보며 힘을 빼앗겼을 확률, 무시할 수 없다.”며 궁금증 가중.]스마트폰에 떠올라 있는 뉴스들을 슥 내려본 본 김주혁은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옆에 있는 홍아를 한번 바라본 뒤. 어제 이면의 지배자에게 들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듣기로는 내가 딱 그 병신 새끼랑 만났을 때 지랄이가 타이밍 좋게 그 장면을 봤다고 했지.’
김주혁이 홍아를 가지러 이사장실에 들어가 로드밀러와 마주쳤던 그 순간.
아니, 정확히는 로드밀러가 김주혁에게 막말을 하는 장면을 지랄이가 보았다.
그리고 그 상황 설명만으로도 김주혁은 투기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약 5분 뒤, 갑작스레 새하얗게 질린 로드밀러가 갑자기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는 장면을 보며 김주혁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갑작스레 찾아온 블랙 캣에 의해 로드밀러가 어디로 끌려 나가고 김주혁이 홍아를 가지고 온 지 하루.
[이면의 지배자가 송구한 표정으로 지랄이가 아직도 병이 안 멈추는데…… 그냥 강제로 멈출까요?]김주혁은 자신의 앞에 떠오르는 제자의 말을 바라보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지랄이의 병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다시 말해 그가 어제부터 오늘까지, 쭉 성좌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성좌들을 줘패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김주혁은 알고 있었기에.
“그만 멈추고 슬슬 나 보러 오라고 해.”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했고.
[이면의 지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스승님! 이라 대답합니다.]이내 그 알림창과 함께 한동안 김주혁의 앞에 알림창이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XXXX
도왕(刀王)은 눈앞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해 보자면 도왕은 어제까지만 해도 기사단의 건물이 있었던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저 잔해들과.
“끄으으으으-”
“살려……줘……. 아니, 차라리 그냥 죽여줘……!”
비참한 신음을 내지르는 성좌들만 남아 있는 그 공간을.
“…….”
누가 척 보기만 하더라도 와, 굉장히 심한데?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의 모습을 한 채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기사단’ 소속의 성좌들.
물론 성좌들이기에 신체의 결손이 일어난 이들은 없어 보였으나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전쟁에서 패배하다 못해 능욕까지 당한 패잔병이라고 보기에는 충분했다.
‘……진짜 미친놈이네.’
그렇기에, 도왕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좌들을 미친 듯이 후려패고 있었던 무신의 네 번째 제자이자 그들 사이에서는 지랄이라고 불리지만 다른 이들 사이에서는 도살자로 불리는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니, 사실 당장 떠올리고 할 것도 없었다.
현재 도왕의 머릿속에서는 몇몇 임팩트 있는 부분의 모습과 그때 들려왔던 대화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으니까.
가령 예를 들어보자면.
‘죽어!!!’
‘끄에에엑!’
‘죽어!!!!’
‘케엑!!’
‘죽어!!!!!’
‘끄에에에엑.’
아무런 말도 듣지 않고 그냥 무차별적으로 머리통을 후려갈기는 도살자의 모습이라거나.
‘자……잠깐! 우리가 잘못했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잘못했으면 맞아야지!’
빠아아악!
‘끄아아악!’
‘자, 잠깐! 말을 들어봐라! 애초에 그 미친 새끼가 무신님에게 그런 망발을 내뱉을 줄은 우리도 몰랐다!’
‘그래?’
‘그, 그래?’
‘그럼 뭐해? 몰랐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나? 그럼 내가 너희들 죽이고 몰랐다고 하면 내 죄도 사라지는 거야!?’
‘자……잠 푸케에에엑!’
흔들림 없는 기적의 논리로 기사단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 버리고 계속해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라거나.
‘자……잠깐! 아무리 네가 이렇게 우리를 때린다고 해서 우리가 죽진 않는다!’
‘그럼 죽을 때까지 때려죽이면 되지!’
‘푸커억!?’
‘잘 생각해라 도살자! 네가 우리를 팬다고 해서 우린 죽지 않는다! 만약 네가 우리를 계속 공격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
‘뭐? 가만히 있지 않아? 지금 그 말은 무신문을…… 아니, 스승님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한다 이 말이냐?’
‘아……아니 그게-!’
‘그냥 뒤져 이 개새끼들아!!!!’
참다못한 침묵의 기사의 자폭 스위치에 더 빡친 도살자와 그 제자들이 조금 전까지 기사들을 구타하는 그 장면을, 도왕은 새삼스레 떠올리곤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현재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열심히 땅을 기고 있는 성좌들.
그 모습을 보며 도왕은 새삼스레 300년 전의 무신문을 다시금 떠올리고는.
‘역시, 무신문한테 절대로 함부로 개기지 말라는 소리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라니까.’
300년 전 모든 헌터들에게 공공연히 떠돌았던 말을 기억한 도왕은 이내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기사단에게서 시선을 돌려 멸망의 탑의 성좌들을 바라봤다.
여전히 큰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빤히 지켜보고만 있는 모습.
‘뭔가 꾸미고 있는 건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도왕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멸망의 탑의 성좌들은 저번부터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용할 놈들이 아닌데.’
도왕은 멸망의 탑을 올랐었기에 알고 있었다.
멸망의 탑에 얼마나 기상천외한 놈들이 많은지에 대해.
물론 그중에는 조용한 이들도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기본적으로 멸망의 탑의 성좌들은 흉폭했기에 도왕은 어째서 그들이 저런 식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 의심이 되었으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의 탑의 성좌들에게 향하고 있던 시선을 거두었다.
당장 그가 의심을 하고 있다고 해서 뭔가 밝혀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도왕은 여전히 땅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는 기사단을 한번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XXXX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꽝!
“…….”
홍아를 집어 들고 심상세계로 들어오자마자 들려오는 거대한 소리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그곳에는 처음에 들린 말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지랄이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꽝!
다시 한번 머리를 바닥에 내리찍는 지랄이.
“오버하지 마라.”
“옙!”
그러나 곧 이어진 김주혁의 한마디에 지랄이는 곧바로 힘찬 대답과 함께 고대로 고개를 들어 올렸고.
김주혁은 그제야 300년 전을 끝으로 만나지 못했던 네 번째 제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입가가 찢어져라 미소를 짓고 있는 지랄이의 얼굴.
두 눈에는 도대체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모를 열정이 가득해 보이는 두 눈을 아주 반짝반짝 빛낸 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다음으로는 그가 입고 있는 붉은색의 도복이 눈에 보였다.
등 뒤에는 무(武)라고 써 있는, 붉은색의 도복이.
‘추억이네.’
그리고, 그것이 무신문의 도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주혁은 굉장히 새삼스러운 추억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너는 어째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당연하죠, 스승님! 저는 절대 안 바뀝니다!”
마치 열정가이처럼 대답하는 지랄이.
그런 그를 보며 김주혁은 300년 전,
아니 300년 전보다도 더 예전, 그러니까 지랄이가 그의 제자로 처음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날.
그때, 김주혁은 간만에 무신문 근처에 있는 도시에 볼일이 있어 도시로 향하던 중이었고,
그 도시의 뒷골목에서 그는 건달들에게 뒤지게 맞고 있는 그를 구해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를 구해주었다기보다는 시비가 붙었을 뿐이었다.
그저 조용히 뒷골목을 지나가고자 했던 김주혁은 지랄이를 뒤지게 패고 있던 패거리한테 시비가 걸렸고.
김주혁은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패거리들을 말 그대로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그 뒤에 지랄이는 일을 끝내고 도시를 떠나려고 했던 김주혁에게 대뜸 대가리를 박았다.
‘저 새끼들 조질 수 있게 좀 무술 좀 가르쳐 주십쇼!’
‘꺼져.’
그게 지랄이와의 첫 번째 대화였다.
그때 당시에 김주혁은 다른 제자를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미 그 시점에 김주혁에게는 이미 세 명의 제자가 있었고, 그 제자들을 키우는 데 꽤 힘을 쏟고 있던 터라 다른 제자를 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 받고 싶지 않았다기보단 그때 당시의 김주혁은 이미 계산이 끝나 있었다.
딱 세 명의 제자 정도만 키우면 자신의 안락한 노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계산이.
그렇기에 김주혁은 지랄이의 요청을 거절했으나.
그다음 날부터 지랄이는 도시와 한참이나 떨어진 무신문에서 김주혁이 나올 때마다 대가리를 처박고 가르침을 청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 새끼들 조질 수 있게 알려주세요!’
‘꺼져.’
이것이 지랄이의 두 번째 대화.
그러나 그 이후로 김주혁은 매일 아침 무신문의 앞에서 고개를 처박고 있는 지랄이를 상대해야 했고.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 김주혁은 문득 순수한 궁금증으로 여전히 고개를 처박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간절하냐? 도시에 살고 있으면 뒤질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김주혁의 말.
그에 지랄이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내 몇 분 정도의 고민 끝에 지랄이는 그렇게 말했다.
‘저 팬 새끼 조지고 싶어서요.’
‘그것뿐?’
‘네, 그것뿐입니다. 그냥 그 새끼 뒤질 때까지 조져버리고 싶습니다. 처맞기만 하니까 진짜 존나게 억울해서요.’
그런 지랄이의 대답에,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네 번째 제자로 들였다.
그때 당시의 그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잃을 거 없는 놈’을 제자로 두는 게 좋다는 말을 믿고 있었고.
김주혁이 보기에 지랄이는 딱 봐도 잃을 게 없어 보였으니까.
“흐음.”
그렇게 잠시 300년보다도 훨씬 오래된 예전의 기억을 잠깐 회상한 김주혁은 이내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야,”
“예 스승님.”
“그러고 보니까 너 왜 성유물이 검이냐?”
지랄이의 성유물은 ‘홍아’다.
그리고 ‘홍아’는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다른 이들에게는 ‘광검’이라 불리고 있는 ‘검’이었다.
그러나 김주혁이 그런 홍아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지랄이가 쓰는 무기가 검이 아닌 ‘주먹’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랄이가 항상 주먹을 쓰면서도 언제인가부터 홍아를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김주혁은 홍아를 보자마자 이 성유물에 들어있는 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의문이 들었기에 김주혁은 질문했고.
그에 지랄이는 두말할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스승님이 사용하시는 무기가 검 아닙니까!?”
“그렇지?”
“저도 그래서 검으로 했습니다!”
“……그게 끝?”
“네 그게 끝입니다!”
깔끔한 대답.
“……아, 그래.”
그 대답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