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버프라고 해봤…자? (2)
늦은 저녁.
“음…….”
옌랑은 자신의 방에서 이제는 습관적으로 들고 있는 파란 수건을 쥔 채로 아까 전 김주혁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김주혁의 옆에 있으면 평소보다 수련이 더 잘된다고 했던 대화를.
“진짜인데.”
옌랑은 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이 옆에 있으면 평소보다 수련이 더 잘된다고 했던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옌랑이 느끼는 것은 그저 추상적으로 ‘김주혁이 옆에 있으니 수련이 잘되는 것 같다’가 아니라, 실제로 어느 정도 실질적인 효과를 봤었다.
‘당장 저번에 했던 마력 세분화도.’
옌랑과 최아린은 꽤 오래전부터 단련실이 아니라 블랙 캣의 도움을 받아 외딴 섬에서 단련을 했었다.
그리고 한참 외딴 섬에서 단련을 할 때의 옌랑은 마력의 세분화에 관련해서 거진 한 달 동안 제대로 진도를 뽑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외딴 섬에서 단련을 이어나가던 옌랑이 하루 이틀 정도 김주혁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단련실에 머물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분명 한 달을 어떻게 비벼봐도 꿈쩍하지 않았던 마력의 세분화가…….’
그냥 되어버렸다.
마치 오래전에 성공했던 것을 하는 것처럼.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딱히 어떠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김주혁에게 도움을 받기 전에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해보기 위해 마력을 세분화해 본 것이었는데 거기에서 덜컥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세분화를 성공한 것이었다.
사실 거기까지만 해도 옌랑은 그게 김주혁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전, 로건 주니어와 만났을 때였다.
그때 당시의 옌랑은 또 한번 길에 막혀 있었고, 그때 당시 로건 주니어가 했던 말들 덕분에 또 한번 단련실에서 수련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또 한번, 옌랑은 자신이 그동안 끙끙 앓고 있던 마력 형상화에 대한 문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되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그것도 김주혁과 수련을 할 때만.
“…….”
거기에다 최근 또 조금 막히는 것이 있어서 외딴섬에 가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싶은 마음에 김주혁이 있는 단련실에서 수련을 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막혀 있던 수련이 뻥 뚫렸다.
총 세 번.
물론 누군가는 너무 표본이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옌랑은 확신했다.
김주혁의 옆에 있으면 분명 평소보다도 수련이 더 빠르게 된다는 사실을.
‘게다가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느낀다고 했잖아?’
옌랑은 아까 전 자신을 포함한 최아린과 아델리아 벤트릭, 거기에 블랙 캣과 로건이 하는 말을 들었고.
그들은 모두 자신처럼 확실하지는 않았으나 김주혁이 옆에 있었을 때 조금 더 수련이 잘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었다.
‘특히 아린이는 나랑 비슷하게 느낀 것 같고.’
물론 이렇게 수련이 더 잘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왜 김주혁의 옆에 있으면 수련이 잘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옌랑 본인도 그저 수련이 잘 된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지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도대체 왜 그럴까?”
그렇기에 파란 수건을 자신의 입가에다 올려놓은 옌랑은 괜스레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을 이어나갔다.
XXXX
윤회소.
“용을 내려보내라.”
검주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창주에게 그렇게 입을 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분명 저 무감정한 얼굴 뒤에 무엇인가가 숨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만약 미궁주님이 그를 좋아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검주는 창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지금의 그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창주에 대한 의심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의한 의심일 뿐이었고, 실제로 창주는 단 한 번도 검주나 미궁주가 보기에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검주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항상 창주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운 점을 찾았으나.
“그렇게 하도록 하지.”
“…….”
창주는 정말 감정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그 어떤 표정도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쯧.”
그런 창주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리는 검주.
그러나 그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는 절반의 이름을 내려보내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절반의 이름?”
“그래. 지금 아래쪽에 있는 녀석들의 이름 절반을 내려보내라. 미궁주님의 명령이다.”
순간적이지만 말을 늦춘 창주의 모습에 검주는 또 한번 주의 깊게 그 모습을 바라봤으나.
“알겠다.”
금세 고개를 끄덕이는 창주의 모습에 검주는 또 한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으나.
“…….”
검주는 이내 몸을 돌려 윤회소를 빠져나갔다.
결국 지금 당장 창주가 약점을 드러낼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검주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던 창주는, 이내 시선을 돌려 가지 사이에 가득하게 맺힌 이름들을 바라보았고.
“절반이라…….”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창주가 한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모든 것이 흑단으로 이뤄진 미궁주의 방에서는.
“이게 얼마만이야?”
“……네가 무슨 일이지?”
미궁주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XXXX
낡은 판잣집.
“뭐 대충 이런 건데.”
김주혁이 그렇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끝내며 길잡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곧바로 정리를 하겠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원래는 잘 몰랐는데, 최근 들어서 네가 봐주고 있는 몇몇 애들이 네가 주변에만 있어도 수련이 잘된다고 했다는 말이지?”
“뭐, 그렇지?”
김주혁의 대답.
그에 길잡이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
“…….”
침묵.
또 침묵.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김주혁이 슬슬 이 침묵이 지루하다는 듯 쩝, 하고 입맛을 다셨을 때,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길잡이가.
“이렇게 빠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그것은 김주혁에게 질문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생각 중 나온 혼잣말이었으나 김주혁은 곧바로 그 말에 반응해 물었다.
“뭐가 빠르게야?”
김주혁의 물음.
그에 길잡이는 김주혁은 한번 쳐다보고는 이야기했다.
“그 말 진짜지?”
“?”
“진짜지?”
마치 재차 확인하는 듯 묻는 길잡이.
그에 김주혁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진짜지. 이런 일이 없으면 내가 뭐하러 말을 만들어서 구라를 쳐?”
“그렇지……? 역시 그렇겠지.”
혼자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는 길잡이.
그에 김주혁은 그런 길잡이를 이상하게 보며 입을 열려고 했으나.
“연꽃잎, 만들 수 있을까?”
“……뭐?”
“연꽃잎 말이야.”
“……연꽃잎?”
“응, 마력으로 연꽃잎을 만들 수 있냐는 말이야.”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 마력을 형상화하는 것은 별것 아닌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별생각을 할 것도 없이 길잡이의 앞에서 마력의 형상화를 통해 보랏빛으로 빛나는 연꽃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길잡이는 한동안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더니.
“이 연꽃을 한번 네가 가르치고 있는 이들에게 써봐.”
“……?”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다음 날.
“……이걸 먹어보라고?”
“어.”
김주혁은 어느 순간 다시 단련실로 나오게 된 옌랑에게 자신의 마력으로 만든 연꽃을 넘겨주었다.
“……이건, 마력으로 만든 거야?”
“그렇지?”
“근데 이걸 먹으라고?”
뭔가 이상한 표정으로 김주혁을 바라보는 옌랑.
“싫음 말고.”
그에 김주혁은 옌랑의 손 위에 있는 연꽃을 그대로 빼앗으려고 했으나.
“아, 아니야!”
옌랑은 김주혁이 연꽃잎을 가져가려고 하자마자 그것을 빼앗길까 연꽃잎을 쥐고는 곧바로 입으로 가져갔고.
‘도대체 저게 뭐길래?’
김주혁은 옌랑의 입안으로 들어가 버린 연꽃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은 어제 길잡이에게 자신이 만들어 낸 연꽃잎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길잡이가 한 말은 연꽃잎을 가르치고 있는 제자한테 먹여보라는 말과, 그 연꽃잎을 먹으면 상대방의 잠재능력이 조금 개화할 거라는 말뿐.
그 이외의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확실히 신기하긴 해.’
김주혁은 자신이 만든 연꽃잎을 떠올렸다.
분명 마력을 통해 형상이 만들어진 것들은 마력이 끊기는 순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흩어져 버린다.
그러나 김주혁이 만든 연꽃잎은 딱히 이렇다 할 힘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는데 저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선명하게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의문을 느끼는 김주혁.
그러나 저 연꽃잎에 대해 물어봐도 길잡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이것에 대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라고 말했을 뿐, 다른 이야기 또한 하지 않았고.
결국 길잡이가 전혀 말을 해줄 낌새를 보이지 않았기에 김주혁은 어쩔 수 없이 이 연꽃에 대해서 알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선 먹었는데. 어떻게 해?”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 입을 여는 옌랑.
김주혁은 그 생각을 한쪽에 접어두고 입을 열었다.
“뭐 바뀐 것 같은 거 없어?”
“……바뀐 거?”
“그래, 뭐, 이를 테면 마력이 올랐다거나?”
김주혁의 물음에 슬쩍 마력을 흘려보는 옌랑.
그러나 그녀느 곧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그래?”
“뭔데?”
질문을 던지는 옌랑.
그에 김주혁은 슬쩍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무런 이변도 없지?’
그때 당시 길잡이가 말을 했을 때는 분명 잠재능력이 조금 개화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애초에 마력으로 만든 연꽃잎을 먹었다고 해서 잠재능력이 개화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기는 했으나, 분명 길잡이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기에 한참이나 고민하던 김주혁은.
“뭐, 그럼 한번 설원을 만들어봐.”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다.
“……설원을?”
“어.”
“아니, 나 아직 못하는데? 최근에 좀 진척이 있었을 뿐이지 성좌님 도움을 받는 거 아니면 아직 좀 힘든데……?”
“그럼 한번 되는 데까지 해봐.”
김주혁의 말.
그에 옌랑은 갑작스레 그렇게 이야기하는 김주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를 잡았고.
“미리 말해두는데 나 아직 잘 못해.”
이내 그런 말과 함께, 옌랑은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녀가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자 들리기 시작하는 공명음.
그리고.
“……어? 어??”
갑작스레 마력을 끌어모으던 옌랑의 입에서 어리숙한 음성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화아아악-! 콰자자자자작!!
단련실에, 설원(雪原)이 만들어졌고.
“??”
순간 의문을 표한 김주혁과 동시에.
“으, 응????”
정작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설원의 설 자도 비슷하게 만들어내지 못했던 옌랑은 갑작스레 만들어진 설원에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어리숙한 소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