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57
◈ 257화 기억 (2)
정말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김주혁은 지금까지 몇 명에게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되찾는 것이다.’라는 소리를.
그러나 그런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다고 해도 김주혁이 그 말뜻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그는 이전 검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조금 강해진다는 것도 딱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사실 거기에 더해서 김주혁은 지하지인과 싸울 때 봤던 장면도 딱히 그것이 과거의 무엇인가를 찾아서 강해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강해진 이유는 그 되찾은 장면 속에 담겨 있던 하나의 깨달음을 자신이 체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지금까지 기억을 찾았어도 그 기억을 되찾음으로써 강해진다기보다는 그 기억 속의 깨달음을 통해 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조금 전까지는.
김주혁의 검이 마치 과거의 자신과 동화되어 버린 듯 움직인다.
분명 그는 그저 과거의 자신을 따라하기 위해 검을 쥔 것뿐인데도, 그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주혁은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주혁은 과거의 자신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과거의 자신과 100% 동화된 것처럼.
그리고 그런 움직임은 절대 김주혁이 의도한 채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마치 과거의 자신이 쓰는, 검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칠어 보이는 그것을 지금의 김주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검을 올려 베면 김주혁도 올려 벤다.
과거의 자신이 검을 기이하게 비틀면 김주혁도 마찬가지고 검을 비튼다.
마치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동화된 듯 자그마한 실수 하나도 놓치지 않은 채 움직이는 김주혁.
그리고 그렇게 과거의 자신에 맞춰 검을 휘두른 어느 순간.
“!”
김주혁은 문득 자신의 앞에 붉은 괴물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바라본 채 붉은 색의 가시를 세우며 주변을 향해 사정없이 압도적인 마력을 흩뿌리는 괴물.
그 괴물을 모습을 정면에서 본 김주혁은 그제야 자신이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동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와 함께 과거의 자신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때 김주혁은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검술?’
김주혁은 과거의 자신이 검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까 전에도 짐작하고 있던 바이기는 했다.
그러나 짐작하는 것과 진짜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특히 겉으로 보이기에 어떤 틀이 없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었던 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는 검술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
김주혁의 앞에 있던 붉은 괴물은 아까 전 그가 몇 번이나 보아왔던 것처럼 육편조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김주혁의 눈앞에 생긴 것은 아까 전과 같이 그가 몇 번이고 보아왔던 가면 무사였고.
과거의 김주혁은 또 한번 싸움을 시작했다.
싸우고, 싸우고 싸운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주혁은 자신의 머릿속에 잡혀 있는 ‘배우는 게 아니라 되찾는다’의 정의를 새롭게 바꿀 수 있었고.
동시에 김주혁은 자신의 검술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실수가 아니었다고?’
분명 김주혁은 아까 전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동화하기 전 그의 검술을 옆에서 따라하기만 했을 때 그의 검술이 엉성하다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이 봤을 때 과거의 자신의 검술에는 분명 어느 정도 군더더기가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동화된 뒤 김주혁은 깨달았다.
군더더기가 있는 것은 자신이 보고 있던 검술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것을.
실제로 김주혁이 완전히 동화하기 전에 보았던, 조금은 군더더기가 있다고 생각했던 검술은 군더더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더없이 완벽했다.
실수로 보이는 한 수는 오히려 치명적인 일격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변칙과 같은 것이었고,
기묘하게 비틀린 경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는 한 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마디로 김주혁은 그저 검술의 외견만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자신이 사용하던 검술을 거칠다고 표현해 버린 것이었다.
그에 김주혁은 새삼스레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망하며 점점 더 과거의 자신에게 집중했고.
그렇게 과거의 자신이 기억이 공전하는 마지막 적을 처리한 순간.
“!”
김주혁은 자신의 눈앞에 온몸이 붉은 가시로 뒤덮인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아까와 다른 것은 바로 김주혁이 과거의 자신과 동화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뿐.
쿵-!
붉은 괴물이 육중한 소음과 함께 압도적인 마력을 사방으로 뿌려댄다.
■■■■■-!!!!
그와 함께 들리는 것은 기괴함을 넘어선 소음.
분명 몇 번이나 보아왔으나 실제로 눈앞에서 맞닥뜨리는 붉은 괴물은 압도적인 존재감은 김주혁의 몸을 움츠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마력의 압박에도 김주혁은.
씨익.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동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 말은 지금 붉은 괴물을 마주 보며 서 있는 것은 바로 김주혁 자기 자신이라는 소리.
그러나 그럼에도 김주혁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어차피,
츳-!
이미 김주혁은.
촤아아아악-!
되찾았으니까.
김주혁의 몸이 순식간에 튀어져 나간다.
그와 함께 붉은 괴물은 사방으로 가시를 쏘아내며 김주혁의 전진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분명 김주혁의 전진을 저지하기 위해 쏘아진 붉은 가시는 단 하나도 그의 전진을 제지하지 못했고.
바로 앞까지 다가온 김주혁을 바라보며 붉은 괴물은 마치 지금을 위해 숨겨놓고 있었다는 듯 마지막 가시를 내뱉었다.
그러나.
카가가가각-!
이전이라면 두 눈으로 쫓는 것도 벅찰 정도로 날아오는 붉은 가시를, 김주혁은 너무나도 가볍게 쳐냈다.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가볍게 붉은 괴물에게 검을 내질렀고.
츠츠츳-!
김주혁은 얼마 있지 않아 아까 전, 과거의 자신이 했던 것과 똑같이 붉은 괴물을 도륙내 버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바뀌는 다음 장면.
이번에 김주혁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가면무사였다.
그러나 김주혁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의 자신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외워서 따라 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또한 배워서 따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순히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았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또 한번 촌검을 쥐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면무사의 목을 취할 수 있었다.
츠즈즈-
물론 가면무사를 처리해도 김주혁의 앞에는 또다시 분신이 나타났다.
다음에 보이는 것은 여섯 개의 팔을 가지고 있는 요괴.
그다음에는 척 봐도 괴기스럽게 생긴 괴조가.
다음에는 누가 봐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석상이 김주혁의 앞에 섰다.
그러나 김주혁은 마치 과거의 자신과 경쟁이라도 한다는 듯 진취적으로 달려들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과거의 자신이 죽였던 적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려 나갔고.
그렇게 김주혁이 마지막 적을 쓰려트렸을 때.
씨익.
김주혁은 자신의 머릿속에 새삼스레 떠오른 검술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 어떤 형(形)도 잡지 않고 싶었지만.
반대로 아직 형을 버릴 수 없었기에 만든 검술.
그렇기에 그 어떤 공격이라도 받아낼 수 있고,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형(形)을 가지고 있는 검술.
“만검(萬劍).”
미소를 지었다.
XXXX
“으흐흐흐……!”
다문천왕은 산저의 봉인 구역에서 나와 미소를 흘리고 있는 산저의 두목을 바라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막상 만다라를 박살 내 버린 그 빌어먹을 녀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산저들을 꺼내주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뭐, 녀석들이 날뛴다고 해도 봉인지에 나오는 순간 힘이 약해지는 것은 똑같으니 또 그렇게 날뛸 수만은 없겠지만.’
다문천왕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어거지로 열어 준 구멍을 통해 속속히 빠져나오고 있는 선저들을 바라봤다.
‘분명 이 정도라면 그 녀석을 처리하기에는 더없이 풍족한 전력일 터.’
마음만 같아선 그 녀석과 함께 공멸해 주면 좋을 터였다.
분명 산저와 만다라는 같은 처지이기는 했고 분명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두 관계의 사이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봉인당해 있는 나머지 집단도 마찬가지.
몇몇 특정한 집단은 서로간의 이해가 어느 정도 일치해 같이 행동을 하는 집단이 있기는 했으나 적어도 대부분의 집단은 서로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당장 다문천왕이 속해있는 만다라도 딱히 산저와 친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냉정하게 관계를 따지자면 만다라는 산저와 악연으로 맺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독제독(以毒制毒), 다문천왕은 그런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이제 막 닫히기 시작하는 산저의 구멍을 바라보았다.
“흠. 벌써 닫히나?”
“아까도 말했다만 이 정도를 여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다문천왕의 말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두목.
그는 시선을 돌려 미처 봉인막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수많은 부하들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되었다는 듯 시선을 돌려 봉인 밖으로 빠져나온 부하들의 숫자들을 헤아려 보는 듯했고.
그렇게 한동안 부하들의 숫자를 헤아려보던 산저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다문천왕을 바라봤다.
“그래 중놈아, 네 녀석이 약속을 지켰으니 이 몸도 네놈과 한 약속을 지켜주도록 하마.”
그 말에 다문천왕은 슬쩍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눈을 살짝 감았다.
사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속을 삭이며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다문천왕은 입을 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해서 좋군.”
그 말에 씨익 웃는 산저.
“흥, 설마 내가 너희 같은 중놈들처럼 속으로 음흉하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더냐?”
“…….”
“흐흐흐 걱정 마라. 우리는 너희 중놈들과는 다르게 우선 한 말은 무조건 지키니까 말이다.”
쿠그그극-!
산저의 두목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금 전까지 땅에 박혀있던 무척이나 거대한 자신의 도끼를 어깨춤에 걸쳤다.
척 보더라도 2m는 가볍게 넘어갈 것 같은 그의 몸보다도 거대한 도끼.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올린 산저의 두목은 이내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듯 주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부하들을 바라본 뒤.
“그럼, 다시 한번 이야기하도록 하지 중놈.”
다시금 다문천왕을 바라보며.
“그럼 지금부터 안내해라, 아주 예전, 우리를 저딴 쓰레기 같은 섬에 가둬놓은 녀석이 있는 그곳으로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