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66
◈ 266화 내 제자들이 언제부터 (4)
만다라 내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과 같았다.
부처를 신앙해야 하는 돌상은 광목천왕이 어떻게든 복구해 보려고 하고 있으나 김주혁이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고 간 터라 복구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고.
그 아름다움 한껏 담고 있던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려 더 이상 고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지금 그들에게 남은 것은 만다라 남쪽에 있는 그나마 박살이 나지 않고 한쪽 모퉁이만 무너져 내려 있는 구 신전뿐.
““…….””
그곳에 있는 네 명의 천왕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정말 만약에, 김주혁을 처리하러 가겠다던 다문천왕이 성공적으로 김주혁을 생포해 이곳으로 왔으면 이 분위기도 그나마 나아질 수 있을 터였다.
그분에게 죄인을 바칠 수라도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 다문천왕은 어떤가?
그는 김주혁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
심지어 김주혁을 데리고 오지 못했을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한쪽 팔까지 그에게 내주고 말았다.
“…….”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
그렇기에 그들은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
그들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하나같이 한쪽을 바라봤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바라본 쪽에서 봉인이 흔들렸기 때문.
아주 자그마한 비틀림이기는 했으나 그것이 누군가가 들어오기에는 충분한 비틀림이라는 것을 인지한 네 명의 천왕은 인상을 찌푸린 채 비틀림이 생긴 곳을 바라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쿵!
사대천왕은 자신들의 앞에 떨어져 내린 한 남자…… 아니, 난쟁이를 볼 수 있었다.
키가 자신의 반만큼도 되지 않는 난쟁이를.
그리고 네 명의 천왕은 그 난쟁이를 알고 있었다.
“소인(小人)?”
소인, 그가 자신들과 같이 화신을 섬기는 이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다문천왕이 중얼거리자 소인은 조금은 경박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반가워 만다라!”
“……내가 알기로 소인들은 봉인을 뚫을 만한 힘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왔지?”
그에 제일 먼저 질문을 하는 것은 광목천왕.
그러나 난쟁이는 조금은 불쾌할 수밖에 없는 질문에도 여전히 경박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우리 난쟁이들 중에서도 독특하게 강한 개체들은 분명히 존재하거든~! 그보다 찾아오자마자 그 질문부터라니 취급이 조금 너무하기도 하네~!”
고개를 여기저기로 갸우뚱거리며 말하는 난쟁이는 이내 곧바로 입을 열려는 다문천왕을 보더니.
“잠깐! 우선 내가 먼저 말할게.”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네 명의 천왕들이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입을 열었다.
“우선, 유감을 표할게. 너희들은 이번에 새롭게 살아난 녀석…… 아, 김주혁이라고 하던가? 그 녀석한테 완전히 당해 버렸지?”
아무렇지도 않게 아픈 곳을 찌르는 난쟁이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네 명의 천왕.
허나 그런 그들의 불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전에.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 난쟁이가 김주혁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혹시 도와줄 생각 있어?”
난쟁이는 네 명의 천왕을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XXXX
저번에 들어서도 그렇긴 했으나 최근의 옌랑은 기억을 찾는 것이 굉장히 드물어졌다.
예전에는 한 번 정도 대련을 하는 것으로 기억을 찾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종일 대련을 해도 얻는 기억이 없을 때도 있을 정도로, 그녀가 기억을 찾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물론 처음 기억을 찾는 빈도가 드물어졌을 때만 해도 단련을 조금 더 빡세게 해서 기억을 찾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나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옌랑은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3일 동안 죽어라 단련을 해야 사소한 말 한마디가 생각나는 정도니까…….’
기억을 찾는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다.
그렇기에 이미 그 시점에서 옌랑은 어떻게 하면 더 기억을 선명하게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정말 우연하게도 그녀는 기억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따라 하면…… 기억이 돌아온다……!’
그것은 바로 따라 하는 것.
옌랑은 정말 우연하게도 돌아왔던 기억의 대사를 몇 번 중얼거리는 것 정도로도 기억이 추가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그걸 깨달은 옌랑은 조금 전까지 열심히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대사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 혹시 대충 머릿속에 같이 기억났던 포즈들도 같이 취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포즈까지 취해본 것이었고.
그렇게 포즈를 취한 옌랑은.
““…….””
김주혁과 마주쳤다.
“…….”
침묵.
옌랑의 시선에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최아린과 자신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김주혁이 보였다.
그리고.
“그래 뭐…… 귀엽기는 하네.”
곧 김주혁이 묘하게 떨떠름한 말투와 함께 입을 열자, 옌랑은 저도 모르게 얼어 버린 채 양 볼에 붙이고 있었던 자신의 팔을 그대로 떨어뜨렸다.
그와 함께 고개를 숙인 옌랑.
그런 그를 바라보던 김주혁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다.
‘도대체 왜 혼자서 저런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쪽팔리겠지.’
김주혁은 그 마음을 백번 이해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한 좋게 이야기를 한 것이었으나.
“으…….”
“으?”
“으아아아앙!!!”
와장창!
그 직후, 옌랑은 곧바로 기숙사의 창문을 깨버리고는.
꽈아앙!
그대로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김과 동시에 어디론가 뛰쳐나가 버렸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
그 모습에 김주혁은 새삼스레 옌랑의 실력도 최아린 못지않게 올라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옌랑의 속도는 정말 빨랐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는 옌랑을, 김주혁과 최아린은 저도 모르게 한동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XXXX
미궁주의 집무실.
“무슨 일 있었나?”
한없이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김주혁과 같이 올라온 옌랑을 바라보던 종리권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김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로.”
사실 무슨 일이 있는 건 맞았으나 그렇게 이야기했다간 옌랑이 또 한번 튀어나갈 것 같기에 김주혁은 그렇게 대답했고.
“흐음.”
그에 종리권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고, 김주혁은 길잡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우선 데려오기는 했는데 이제 네가 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김주혁의 물음.
그에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 전에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며?”
“그건 맞긴 한데, 얘들은 볼 필요도 없어.”
“볼 필요도 없다고?”
“정말 볼 필요도 없이 정말 둘 다 네 제자라는 말이야.”
“……정말?”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더 이상의 번복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런 그녀와 함께 옌랑과 최아린을 바라보고 있던 종리권은.
“……오, 진짜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닮았군.”
“그렇지?”
“그렇소, 특히 저 은발이 정말 판박이로군…… 금방이라도 찢어 죽여버리겠다면서 달려들 것 같소.”
조금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평가를 내리자 줄곧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최아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무슨 소리?”
“……나도 동감이야.”
최아린이 묻자 그동안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던 옌랑은 그제야 진정이 됐는지 괜스레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물어왔고.
김주혁은 곧 그녀들을 데려온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콰지직!
“뭐, 뭐야?”
김주혁은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작스레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는 옌랑을 바라보며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까도 갑자기 이상한 짓 하더니 또 왜 이래?’
김주혁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옌랑을 바라보자 그녀는 머리에 피를 주르륵 흘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해.”
“……너 괜찮은 거 맞아?”
“정말 괜찮으니까 계속해 줘.”
평소의 옌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차분한 말투에 김주혁은 떨떠름함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설명이 전부 끝났을 때.
쾅!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주혁은 또 한번 머리를 처박는 옌랑을 바라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곧 얼마 있지 않아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옌랑과 최아린에게 김주혁은 새로운 정보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들 말은…… 너희도 기억을 되찾고 있었다 이 말이네?”
“응.”
“……맞아.”
담담하게 대답하는 최아린과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대답하는 옌랑.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길잡이는 이내 확실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그럼 이걸로 둘이 네 제자였다는 건 확실해졌네.”
“……그러게.”
김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최아린과 옌랑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신기한데?’
김주혁은 새삼스레 최아린과 옌랑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그 생각을 치워 버렸다.
만약 길잡이에게 물어보면 답을 내줄 수도 있었으나 결국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럼 이 둘이 제자라는 걸 알긴 알았는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나처럼 이름을 찾아다녀야 하는 건가?”
김주혁의 물음.
그에 길잡이가 뭔가 말하려 할 때.
우우우웅-!
미궁주의 집무실에, 빈 공간에 또 한번 마력이 발현되기 시작했고.
곧 그 앞에.
“드디어!”
한 남자- 아니, 아랑이 나타났다.
“이건 또 뭐야?”
아랑을 바라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김주혁.
그러나 아랑은 그런 김주혁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빙글거리는 웃음으로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소개했고.
“……네가 흑몽의 수장이라고?”
“아뇨, 엄연히 말하면 대리입니다. 저희의 대장은 이 앞에 계신 두 분이니까요.”
아랑은 곧 김주혁의 질문에 대답하며 옌랑과 최아린의 앞으로 다가선 뒤.
“이것을 받으시길.”
최아린과 옌랑에게 각각 자그마한 목함을 내주었다.
“이건……?”
“뭔데?”
둘의 물음에 아랑은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두 분의 기억입니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억이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목함 안에 들어있는 기억은 최소치, 더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두 분이 이 상황을 예견하고 제게 맡겨 놓으신 것이죠.”
아랑은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그 목함을 여신 뒤 예전의 기억이 돌아오면 그때 제가 다시 데리러 오겠습니다. 두 분의 이름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려야 하니까요.”
그렇게 이야기했고, 곧 몸을 돌렸다.
“우선 지금의 두 분께는 지금의 저도 낯설 테니 우선은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이야기는 다 했다는 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아랑.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아랑을 보며 이야기했다.
“……저거 믿을 수 있는 놈 맞아?”
“뭐, 믿을 만한 녀석이긴 하다. 저 녀석은 내 기억에 아주 예전부터 네 제자를 보필하던 녀석이었거든.”
“……그래?”
종리권의 말에 탐탁찮은 얼굴을 지운 김주혁은 이내 최아린과 옌랑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선 갑자기 일이 터졌으니까 우선은 좀 쉬어.”
“……응.”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
그의 말에 동의하는 옌랑과 최아린은 이내 김주혁의 안내에 따라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종리권은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정말 신기하군.”
“뭐가 말이야?”
“저 둘 말이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이름이랑 힘까지 버리고 스승님이랑 같이 있고 싶다고 미궁민이 되어버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종리권의 물음.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 정도면 뭐랄까…….”
“만약 화신들을 봉인하다 죽는 게 아니라면 몸을 두 개로 나눌 것 같은 정신머리 같군.”
종리권의 독백.
그에 길잡이는 종리권을 빤히 보다.
“……저기서 정신머리가 비슷한 녀석이 세 명 정도 더 추가될 것 같던데.”
그렇게 이야기했고.
“오 등분이라. 머리 쟁탈전이 치열하겠군.”
그에 종리권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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