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76
◈ 76화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1)
김주혁은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아주 멋스러워 보이는 검은색의 정장을 빼입은 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는 남자를.
“마켓에서 나왔다고?”
“예.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딱히 당신을 해칠 힘도 없을뿐더러 그냥 편지를 한 장 전해드리러 온 것뿐이니까요.”
“……편지?”
김주혁은 그렇게 대답하며 마켓에 대해 떠올렸으나.
‘나한테 편지를 보낼 사람이 있나?’
그가 마켓에 간 적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딱 한 번이었고, 김주혁은 심지어 물건을 판 뒤로는 마켓에 찾아간 적도 없었다.
‘게다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을 텐데.’
물론 처음 들어갔을 때야 그냥 들어가기는 했으나 결국 마켓 안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가면을 받아 정체를 숨긴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 김주혁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곤 물었다.
“나한테 온 거 확실해?”
“예. 발할라 아카데미의 김주혁 씨. 당신에게 온 편지가 맞습니다.”
그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내 김주혁에게 다가와 자신의 품속에 있는 편지를 꺼내 넘겨주었다.
“흐음?”
검은색의 편지 봉투.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편지 봉투에 자신의 이름이 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나한테 보낸 거 맞네?”
“당연합니다. 저희 ‘DAY-1’은 이런 부분에서 실수를 저지를 정도로 미숙하지 않거든요.”
“……데이 원? 그건 또 뭐야?”
김주혁이 이상하다는 듯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편지를 꺼냈던 자신의 품속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들어 공손한 손짓으로 넘겼다.
“……뭐야, 우체부야?”
“엄연히 따지면 우체부나 배송업체와 비슷하긴 합니다만, DAY-1은 그런 곳과는 차별화되어 있는, 굉장히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업체입니다.”
“프리미엄 서비스 같은 거?”
“정답입니다! 저희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신다면 원하시는 지역이 그 어디든 단 하루 안에 원하는 물건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딱 봐도 계약자인 것 같은데 몬스터를 잡는 게 아니라 배송을 한다고……?”
김주혁은 솔직히 조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남자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했다.
“던전이나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는 이게 더 돈이 잘되니까요. 아무튼, 물품을 수령하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몸을 돌리려다 생각이 났다는 듯 낮게 탄성을 내뱉으며 이야기했다.
“아, 혹시라도 빠른 배송이 필요하실 경우 그 번호로 연락을 주시면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이 아니라.”
또 한번 남자가 몸을 돌리자 이제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김주혁.
남자는 면목이 없다는 듯 짧게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
“이제 보니 추가로 전할 말을 하나 해드리지를 않았군요.”
“전할 말?”
“예. ‘편지를 받으신 분들께서는 ‘답변’을 하실 수 있는 경우에만 마켓에 찾아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전해드려야 했거든요.”
“……답변을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예, 그럼 이제 저는 정말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남자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이제는 계약해서 몬스터를 잡는 게 아니라 배송을 하고 있네.”
김주혁은 삽시간에 사라진 남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김주혁의 입장에서 얻은 힘을 다른 데에 쓴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뭐,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긴 하지.’
그러나 이내 남자에 대해서 신경을 꺼버린 김주혁은 그가 주었던 명함을 집어넣고는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XXXX
백장(㓦葬).
그들은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악인 집단이다.
물론 딱 거기까지라면 백장이 현재 주변의 시선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만들어진 악인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악인들과 협회, 그리고 길드의 입에서 백장이라는 소리가 오르내리는 이유는 바로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백장의 우두머리 때문.
백장의 우두머리는 계약자 업계에서 꽤 유명한, 아니 유명한 것을 넘어 사람들이라면 전부 한번은 들어봤을 정도로 명성이 있는 이였다.
S급 계약자 ‘알케미스트 존’을 모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알케미스트 존.’
S급 계약자이자 가문의 힘이 아닌, 멸망의 시대의 유물을 운 좋게 발견해 S급 성좌인 ‘잿빛의 연금술사’와 계약한 남자.
그를 모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기에 백장은 주목을 받았고.
바로 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마켓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백장과 마켓 사이에 어떠한 커넥션이 있는지 협회와 길드, 그리고 악인들은 몰랐으나 중요한 것은 마켓이 돈으로 된 빌딩을 세울 때 백장이 갑작스레 만들어졌다는 것.
그것 때문에 다른 이들은 백장과 마켓의 사이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요즘 주변의 시선을 가져가고 있는 마지막 이유.
그것은 바로
“조사는 좀 해봤나?”
그들이 김주혁을 암살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예.”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저택.
그곳에서, 알케미스트 존은 자신에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를 보곤 이야기했다.
“그래, 어떻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
남자의 말에 존은 씨익 웃으며 자신이 들고 있던 글라스 잔을 툭툭 건드렸다.
‘상황이 아주 좋군.’
존의 생각대로, 현 상황은 그에게 있어서 전혀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백장은 마켓과 그 어느 관련도 없는 상황이기는 했으나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외부의 시선이 마켓과 백장의 관계를 어떻게 보냐인 것이었고 만약 나중에 백장과 마켓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혀진다고 해도 그로선 나쁠 게 없었다.
‘이미 그때쯤이면 인지도를 충분히 확보할 테니 말이야. 거기에 더해서…….’
존은 씨익하는 웃음을 지으며 남자가 자신에게 가져왔던 서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김주혁…….”
김주혁.
고작 학생인 주제에 악인들을 홀로 몇 차례나 처리하고 벤트릭 가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녀석.
게다가 아직 제대로 진상이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최근에는 설가에서도 무슨 일을 터트린 듯 했다.
그리고, 존은 그런 김주혁의 기행이 썩 달가웠다.
존은 김주혁을 아주 달콤한 먹이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알케미스트 존이 김주혁에게 어떤 특별한 원한 관계나 또 다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알케미스트 존은 김주혁이 유명하지 않았다면 그의 존재조차도 제대로 몰랐을 테니까.
존이 김주혁을 노리는 이유.
그것은 바로 ‘명성’ 때문이었다.
바로 자기가 만들어 낸, 자신의 계획을 성공 가도로 이끌어줄 자신의 조직의 명성을 한 번에 상위권으로 끌어 올려줄 명성.
‘한 번에 명성을 얻는데 지금의 김주혁처럼 좋은 먹잇감은 없지.’
물론 존은 김주혁이 특별하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는 있었다.
그가 그저 평범한 학생이라면 홀로 악인을 처리하는 것도, 반대로 벤트릭 가문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불가능했을 테니까.
하지만 김주혁이 특별하다고 해서 존은 그를 암살하는 것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그가 계산하기로 김주혁의 목은 백장의 명성을 분명 상위권에 올리기 충분할 정도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먹잇감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존은 김주혁이 학생이기에 그를 처리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김주혁을 처리하는 것은 아마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 노력을 들여 김주혁보다 강한 계약자를 처리하는 것보다는 지금 분에 넘치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김주혁을 암살하는 게 훨씬 편하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았다.
지금 김주혁이 가지고 있는 명성은 어지간한 계약자들보다 훨씬 높았으니까.
그렇기에 존은 집단을 만들 때부터 부하들을 이용해 은근히 주변에 백장이 김주혁을 암살할 것이라는 소문을 뿌리고 다녔고.
그런 사전 작업 덕분에, 이미 판은 완벽하게 깔린 상태였다.
그것도 백장(㓦葬)이 김주혁을 먹어치우고 성장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판이.
그렇기에.
“언제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나?”
“이미 소문은 전부 퍼졌으니 할 거면 지금 당장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 시간을 끌 것도 없이 곧바로 준비해서 김주혁을 처리하는 걸로 하지.”
존은 김주혁을 곧바로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곤 미소를 지었다.
XXXX
김주혁의 기숙사는 1학기와는 다르게 매우 컸다.
그냥 큰 것도 아니고 정말, ‘매우’라는 말이 들 정도로 컸다.
그 이유는 바로 벤트릭 가문의 기부금 때문.
벤트릭 가문은 수혜자를 김주혁으로 해 발할라에 기부를 했고, 그 덕에 김주혁은 이게 정말 원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방에 배정받을 수 있었다.
뭐 사실 김주혁의 입장에서는 딱히 방이 넓든 작든 그리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최근, 그는 자신의 방이 조금 신경 쓰였다.
‘너무 휑하네.’
이유는 방이 너무 휑했기 때문.
김주혁이 배정받은 방은 정말 넓었다.
그런데 그 넓은 방에 있는 것은 침대랑 책상 하나.
그리고 책상 위에 김주혁이 환생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노트북이 끝이었기에 그의 방은 굉장히 휑해 보였다.
‘나중에 시간 나면 뭐라도 채워 넣지. 뭐.’
그러나 김주혁은 어차피 자신이 방에 오래 있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곤 이내 휑한 방에 신경을 끈 뒤 곧바로 침대에 앉아 남자가 자신에게 넘겨주고 간 편지를 바라봤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 봉투.
김주혁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 얼마 있지 않아 편지를 찢기 시작했고, 곧 안에 들어 있는 편지지를 펼쳐서 안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굉장히 이상한 내용이군.]줄곧 편지를 보던 중 오래간만에 입을 연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대답했다.
“안 죽었냐?”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딱히 할 말이 없으니까 안 하는 거다. 게다가 최근에 생각하는 것도 조금 있거든.]“네가 호랑이인가 뭔가 하는 거?”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만…… 그 이야기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으니 나중에 말해주도록 하지. 그보다, 이 편지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거냐?]“뭐, 이 편지 내용?”
[그래.]“당연하지.”
김주혁의 말에 바르체는 묘한 표정으로 김주혁이 읽고 있는 편지의 내용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바르체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김주혁이 읽고 있는 편지지에 써져 있는 것은 그 어떤 글씨체도 아닌, 도무지 절대로 알아먹을 수가 없을 것 같은 엄청나게 복잡해 보이는 상형문자였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읽는다는 거지?]“읽는 법을 알거든.”
[……이 요상한 문자를 읽는 법을 안다고?]바르체의 물음.
그에 김주혁은 대답하지 않고 줄곧 편지를 쭉 읽다,
피식.
이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 당연히 알 수밖에 없지.”
[왜지?]“이 문자, 내가 만든 거거든.”
[……뭐?]“이 문자, 내가 만든 거라고.”
김주혁의 말.
그에 바르체는 저도 모르게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으나 이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고.
[……이 문자를 네가 만들었다고?]“그래.”
그에 바르체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곧 말했다.
[그럼, 이 문자로 편지가 왔다는 건……]“이 문자를 아는 사람은 내 제자밖에 없으니까,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내 제자라는 거지.”
김주혁은 그렇게 대답한 뒤, 복잡한 상형문자로 되어 있는 편지를 보며 씨익 웃음을 짓곤.
“아무래도, 마켓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입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