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108. 두 개의 축제
디즈니와 SR은 기업 이미지가 정반대다.
하지만 둘의 시너지는 좋았다.
최근 내가 카메오로 출연한 〈어벤져스 2〉로 재미를 보았던 디즈니는 SR에서 두둑한 현찰까지 보내자, 이번 스마트카 콜라보에 흔쾌히 응했다.
“잠깐! 저 물속 너무 깊은데? 멈춰, 자비스! 이러다가 침수차가 되겠어!”
[SR스마트카는 전 기종이 방수입니다.]
“뭐어?!”
스크린으로 SR스마트카와 아이언맨의 콜라보 광고가 상영 중이다.
“풀 충전에 5분?! 속도가 미쳤군. 풀 충전 시 주행 거리가 얼마나 되지?”
[기종마다 다르지만, 평균 1,500킬로미터 주행 가능합니다.]
차량 리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상은 중간중간 스마트카의 스펙과 특징을 자연스레 소개했다.
“5분 충전에 1,500킬로미터라니……. 이게 전고체 배터리인가?”
[3.0 세라 배터리는 이론상 200만 킬로미터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배터리보다 자동차 모터가 더 빨리 망가지겠어.”
[심지어 전고체 배터리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 위험도 제로입니다.]
우와아아아.
와우!
토니 스타크와 자비스의 대화로 스마트카의 새로운 스펙이 알려질 때마다 관중석과 댓글, 채팅창은 경악과 환희에 빠졌다.
“신형 슈트 개발 때문에 피곤하군. 그러고 보니 3일 동안 꼬박 잠을 안 잤었지.”
쿠우우울.
[운전자의 심신 미약 상태 확인. 완전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이 환희의 도가니는 토니 스타크가 운전을 하다 졸기 시작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설마……? 설마?!”
왜냐면 토니 스타크가 운전 중인 스마트카의 주변이 어느덧 LA 시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
이윽고 영상에 나온 스마트카는 LA컨벤션센터 야외 발표장으로 들어섰다.
위이이이잉, 끼익.
완전 자율주행 기능으로 발표장 위에서 주차까지 깔끔히 마쳤다.
“내가 깜빡 졸았나? 그나저나 자비스, 네가 운전한 거야? 주차까지 완벽한데?”
주차가 끝나고, 차 안에 있던 토니 스타크가 깜빡 졸았다는 듯 일어나더니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SR스마트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 모듈입니다. 오직 루나폰의 AI 비서만 SR스마트카와 호환됩니다.] “자비스? 너는 SR의 인공지능이 아니라 내 인공지능이야.”[지금 이 순간만큼은 SR의 인공지능이 되고 싶군요.] “……SR스마트카, 도저히 깔 게 없군. 지금 당장 우리 회사의 모든 차량을 SR스마트카로 바꾸라고 페퍼에게 전해! 계약은 내가 직접 SSR과 만나서 하지.”
그것을 끝으로 SR스마트카 소개 영상이 끝났고, 동시에 발표장에 들어온 스마트카의 문이 열리더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내렸다.
“토니, 오랜만이야.”
“SSR, 울트론 때 이후로 처음 만나는 건가? 그나저나 아주 엄청난 걸 만들었더군?”
차에서 내린 로다주는 나와 악수를 하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연기를 이었고, 나 또한 웃으면서 이에 응했다.
“미쳤다!”
“이건 상상 이상이잖아!”
“SSR! 인류의 미래!”
“우워어어어어!! SSR! 하고 싶은 거 다 해!”
-아아아악! 지금 계약하면 최소 반년을 기다려야 해…….
-7월 1일 되자마자 그냥 계약했어야 했는데!
-SSR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죄로다.
-에슬람이라 행복합니다! 에슬람이라 행복합니다! 에슬람이라 행복합니다! 에슬람이라 행복합니다!
2015년 SR데이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은 깨달았다.
모두가 겉으로나마 SR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번 스마트카를 통해 SR은 다시 한번 세상과의 격차를 벌려 놨다.
“바로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지금!
발표가 마무리될 때쯤에는 온 세상이 “바로 지금!”을 외치고 있었다.
* * *
비슷한 시각, 중국 베이징.
이른 아침, 호텔 TV로 지구 반대편에서 생방송 중인 SR데이를 보던 마민수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렸다.
“바로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지금!”
“와아아아아악!!”
“휘이이익!!”
TV에서는 아직도 여운이 길게 남는지 SR데이를 찬양하는 구호와 함성이 여전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SR에서 마침내 스마트카의 상세 스펙을 공개했습니다. SR데이가 열리고 있는 미국 LA컨벤션센터에 지금 김한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한국의 SR에서 전기차를 출시했습니다. 매우 뛰어난 성능과 방수 기능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SR의 스마트카, 우리 중국에는 언제부터 출시될지, 장후린 CATL 선임 연구원과 인터뷰를 나눠 보겠습니다.”
“이번 SR스마트카 홍보 영상에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 역할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직접 출연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SR데이 발표 마지막에 직접 스마트카 S3를 몰고 방문하여 SSR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이어서 세계 온갖 뉴스에서 이번 SR데이의 성공적 마무리를 극찬했다.
‘김희국 상무가 아주 잘해 줬군.’
자랑스러운 회사의 소식들.
마민수는 절로 자긍심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어떠십니까? 민정수석님 그리고 외교부 장관님.”
고개를 돌려 함께 TV를 시청 중이던 사람들에게 물었다.
“…….”
“…….”
그 말에 민정수석과 외교부 장관은 침묵을 지켰다.
“당신들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했던 겁니다.”
그런 둘을 보며 마민수가 싸늘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억측이 심하네, 마 전무!”
“중국은 북한과 전혀 다른 정상 국가야! 그들이 미쳤다고 성 회장과 김 비서실장을 억류하고 협박할까?”
그러자 민정수석과 외교부 장관이 반박한다.
“그렇게 걱정을 했지만 이게 뭔가? 우리를 맞이한 호텔에는 여자는커녕 마약도 없었어!”
“여자가 없는 건 좀 아쉽긴 했지.”
“……?!”
“크흠! 농담입니다. 하하하…….”
눈앞의 민정수석과 외교부 장관의 대화에 마민수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저딴 것들이 이 나라의 외교와 정책을 책임지다니, 암담할 뿐이다.
“이 도청 장치들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마민수는 가디언즈와 오라클의 도움으로 확보한 호텔 내의 도청 장치 5개를 두 사람에게 보이며 물었다.
“크흠, 분명 이건 외교적 결례긴 하네.”
“하지만 이런 건 중국뿐 아니라 우리도, 미국도, 일본도,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
“대놓고 따질 정도는 아니지. 그냥 조용히 따지고서 부설권이나 추가로 얻는 게 최선이야.”
분명 잘못은 중국이 했는데, 정작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를 변호하는 이상한 상황.
“…….”
마민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한심하게 보는 것은 마민수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AI 비서 리나도 마민수가 착용한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의견을 표했다.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야겠어. 회장님이랑 세라 님도 허락하셨으니 오늘 바로 한국 본사에 공문 보내자. 경 선배에게 미리 얘기할까? 아니야. 이런 건 서프라이즈가 재밌지.’
마민수는 리나의 말에 동의하면서, 속으로 어떤 결심을 했다.
“여하튼 제가 회장님을 대신해 이렇게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것으로 SR은 성의를 보였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이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속으로 오후에 할 일을 정한 그는 눈앞의 두 관료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뭐, 그러지.”
“성 회장이 내키지 않는다는데, 어쩔 수 없지.”
최근 SR에게 여러 가지로 약점 잡힌 게 많은 두 사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고 찜찜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호텔 안을 채웠다.
그렇게 서로들 눈치를 보고 있는데.
불쑥 리나가 마민수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리나의 보고를 받은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베이징 중난하이(중남해).
중국에서 ‘중남해’는 미국으로 치면 백악관이 있는 곳이고,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가 있는 곳이다.
“마민수 전무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마중을 나온 중국 관료의 안내를 받아 중남해를 걷던 마민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참고로 중국에서 마민수를 비롯한 SR 직원들의 복장은 검은색 정장 차림이다.
SR 유니폼은 너무 눈에 띄어 때때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턴 혼자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본과 앞에 서자, 안내를 맡은 중국 관료가 조심스레 말했다.
“으음…….”
마민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갔다 올 테니 쉬고 있으세요.”
“예.”
그는 함께 왔던 가디언즈 대원들에게 대기를 명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근정전 건물 안으로 들어선 마민수는 뒤늦게나마 몸수색을 받았다. 형식적인 몸수색이 아닌 꽤 세세한 스캔이었는데, 나중에는 루나폰과 루나워치에 있는 카메라까지 스티커로 가렸다.
아마도 꽤 높으신 분이 그를 찾는 모양.
“왔군.”
마민수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작년에 ‘차이치’라는 시좌진이 시진핑에게 죽을 뻔했던 집무실이었다.
[왼쪽부터, 시진핑의 대표 측근인 차이치, 왕후닝, 자오러지입니다. 시진핑 옆에 통역으로 붙은 자는 리철진이네요? 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아! 그리고 저기 배 나온 남성은 양치웨이입니다. 작년 SR데이에 화웨이 대표의 대리로 방문했었죠.]마민수가 쓴 검은 뿔테 안경으로 리나가 전해 준 정보들이 상태창처럼 표시됐다.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가 안경테의 골전도 이어폰 기능을 통해 전해졌다.
참고로 특수 처리된 렌즈라서 맞은편에서는 렌즈에 떠 있는 AR창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마민수 전무. 참고로 지금 저는 통역사로 있습니다. 그냥 리 동무라 불러 주시면 되겠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일하게 한국어가 가능한 조선족 리철진이 스타트를 끊으며 풀기 시작했다.
“예, 오랜만입니다, 리철진 씨.”
“남조선에선 동무보단 씨가 더 자연스럽겠군요.”
그의 어투는 SR의 위상 덕분인지 아니면 시진핑 옆이라서 그런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달리 매우 공손하다.
“欢迎来到中国…….”
리철진과의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이윽고 시진핑의 입이 열렸다.
“중국에 온 것을 환영하며, 성세류 회장이 SR데이 때문에 중국에 오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리철진은 시진핑의 말을 바로바로 통역했다.
AI 시대의 도래로 통역사가 필요한가 싶지만, 높은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는 아직 인간 통역사를 썼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까지 통역 AI 쓰는 것은 실례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통역사들 밥줄을 챙겨 주기 위한 방안으로 보였다.)
‘우리 스마트카 때문에 안달이 났나 보군.’
마민수는 눈앞의 시진핑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대강 눈치챘다.
“이렇게 시진핑 주석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진핑의 환대에 마민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 마민수의 말을 리철진이 한마디도 빠짐없이 통역했다.
‘뭘 요구할 생각일까? 협박이나 위협을 가할 것 같진 않은데.’
지금까지 중국은, 정확히 시진핑은 SR을 적대했다.
SR의 중요성보다 SR의 게임이 중국에 끼치는 패악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게임이랑 휴대폰 정도야 중국도 만들 수 있고 지금도 빠르게 따라잡는 중이었다.
AI 쪽이 힘들어서 SR과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AI 기술만 어떻게든 빼 오면 중국 대륙에서 SR을 싸그리 치워 버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것이 이번 스마트카로 인해 전략을 다시 세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