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109. 최고의 울타리
중남해 근정전 시진핑의 집무실.
“中国也想购买SR的电动汽车…….”
어색하면서도 긴장된 공간 안에서 시진핑의 요구 사항이 입 밖으로 나왔다.
“한국의 SR스마트카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공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전기차 전환이 매우 절실하다 하십니다.”
이를 옆에 붙어 있던 리철진이 바로바로 통역해 마민수에게 전달해 줬다.
역시나, 윽박보단 회유였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AI 규제와 각종 텃세 때문에 게임과 달리 루나 시리즈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 그걸 스마트카로 만회할 수 있겠어.’
차이나 머니가 게임에 이어 자동차까지 오게 된 셈이다.
“한국에 있는 서신면 공장에서 중국 전용 생산 라인을 신설하라 지시하겠습니다. 또 미국과 일본에 있는 얼라이언스 공장에도 일부 생산 라인 전환 요청을 해 보겠습니다.”
시진핑의 요구에 마민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호오, 그 정도 재량은 있나 보군? 성세류의 꼭두각시인 줄 알았더니.”
이에, 시진핑이 반쯤 비꼬는 투로 말했다.
“……시 주석께서 마 전무의 빠른 화답에 기쁘다고 하십니다.”
리철진은 이런 시진핑의 말을 최대한 순화해서 통역했다.
마민수는 시진핑의 말을 리나를 통해 이미 들었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은 좀 그렇지.”
스마트카 대량 구매 의사를 밝힌 시진핑은 말을 이었다.
“토지부터 세금, 행정 절차까지, 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SR에 주겠네. 그러니 중국에도 스마트카 공장을 지어 줄 수 있겠는가?”
“SR얼라이언스 사업추진이사회가 동의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중국 공장 설립에 마민수는 얼라 방패를 빼 들었다.
“알겠네. 다음 미국 대통령은 보아하니 민주당의 힐러리가 될 것 같으니 그쪽과 지금부터 얘기를 해 둬야겠군.”
시진핑은 마민수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진 한국에 있는 공장이 바빠지겠어.”
“최선을 다해 납기를 맞추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우리가 많이 사주는데, 뭐 없나? 막말로 주석인 나와 당에서 보증을 서 준 거야. 5년 내로 중국 전역에 SR스마트카가 최소 1억 대는 돌아다닐 테지. SR스테이션은 또 어떻고?”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1억 대?’
[풉!]
마민수와 리나는 절대 시진핑의 말을 믿지 않았다.
“기술 이전이나, 얼라이언스 외의 새로운 합작회사 같은 거 말이야. 그 정도는 우리가 요구해도 될 것 같은데?”
이윽고 시진핑의 본심이 드러났다.
“죄송하지만 그 부분은 얼라이언스 사업추진이사회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마민수는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바로 답했다.
“……?”
시진핑은 지나치게 돈 욕심에 초연한 마민수, 정확히는 SR의 스탠스에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눈앞에 다가온 거대한 이익에 이성을 잃어야 정상이거늘.’
마치 ‘우린 아쉽지 않다’라고 외치는 듯한 압도적 갑의 자세.
일개 기업이 아닌, 국가나 종교 집단을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
‘작년에 차이치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시진핑은 작년에 저질렀던 실책이 떠올라 속이 쓰렸다.
* * *
울산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중소기업 사장 강중만은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사장님! 주문이 미쳤습니다! 앞으로 5년은 일감 걱정 없겠는데요?”
“과연 SR인가 봐요. 납품 단가를 깎기는커녕 요구 품질과 납기를 지키니까 오히려 지원금을 더 주네요?!”
강중만뿐만 아니라 그의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표정도 밝았다.
“다들 오늘도 힘내자고! 우리가 누구?!”
“SR인더스트리 협력사입니다!”
바로 최근 강중만의 사업체가 SR인더스트리의 ‘협력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SR과 미래차 그룹 사이에 전쟁이 났고, 그 과정에서 SR은 오랫동안 주물럭거렸던 스마트카를 세상에 출시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스마트카는 SR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 고객은 다른 차량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집단 세뇌라도 된 듯 오직 SR스마트카만 예약 구매했고, 하루빨리 자신의 스마트카가 출하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강중만의 회사 또한 밀려드는 주문과 쿨하게 책정되는 원청사의 납품가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지금까지 다들, 이 못난 사장 아래서 고생 많았어요.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어서 직원, 직원부터 뽑자고!”
돈 걱정에서 해방되자, 강중만은 바로 추가 채용을 실시했다.
“급여랑 복리후생도 늘려야겠지? 그래야 내국인 지원자가 많아지지!”
회사 내의 급여와 복리후생들을 크게 올렸다.
“그동안 나름 양심껏 회사를 경영한 보람이 있었어!”
그렇다고 이 SR 협력사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다.
강중만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사업장에만 SR 협력사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개판으로 운영되던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SR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현재 미래차, 지아차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SR 협력사 지위를 유지하려면 저희가 제시한 협력사 가이드라인을 1년 내로 채우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쭉 유지해야 됩니다.”
SR이라는 이름은 역시나 이름값을 했다.
SR의 협력사가 되자마자, 강중만의 회사에는 상상도 못 했던 상황들이 펼쳐졌는데.
“납품 단가는 깎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품질과 납기를 준수할 경우 지원금을 드리겠습니다.”
바로 SR의 착한 돈지랄이었다.
“SR의 인사 AI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직원 채용 시 가급적 검증된 인물 위주로 뽑으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모자라, SR은 강중만의 회사 경영에 간섭까지 했다.
“지금보다 직원들 연봉과 근무 환경, 복리후생을 월등히 높이셔야 합니다. 또 저희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연구 개발과 공정 개선을 해 주십시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협력 업체 계약이 끊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중만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은 이런 SR의 간섭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냥 말로만 지시하는 것이 아닌, 돈과 기술을 지원해 주면서 간섭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에 미래차 그룹과 했던 계약에 독소조항이 몇 있다고요? 우리 법무팀에서 도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SR의 법과 행정 지원이 강중만의 회사에도 적용되었다.
“강 사장님! 저 미래차 오 대리입니다. 제발, 이번 납품 단가는 달라는 대로 드릴 테니 계약 연장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그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사장님네밖에 없습니다!”
“에헤이~ 안 돼, 안 돼. SR에 납품하기도 정신없는데 그깟 푼돈 때문에 귀중한 생산 라인을 낭비할 순 없네.”
“아니! 지금까지 우리와 해 온 정이 있는데 이렇게 바로 관계를 끊는 건 너무하잖아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전에 우리와 맺은 계약에 독소조항 하나 없을 줄 알아요? 저희도 이렇게까지 하기 싫습니다?”
“아? 법대로 하시게? 해 봐. 그 악명 높은 SR의 법무팀이 우리 회사를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
덕분에 강중만은 늘 주는 것 없이 미웠던 옛 원청 업체 직원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다.
“주말에 2캠퍼스에 있는 SR 영화관에 갔거든? 와, 씨, 그렇게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니까…….”
“이번에 SR스테이션에서 협력사 직원 할인으로…….”
하지만 이것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우리 애 맡아 달라고 시부모님께 아쉬운 소릴 할 필요가 없어서 정말 좋은 거 같아.”
“왜요?!”
“이번 주부터 SR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센터에 보낼 수 있게 되었거든.”
“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SR어린이집이요?!”
“응! 하늘색 SR 유니폼 입은 보육교사들이 4교대로 근무하는 거기. 협력사 직원들도 이용 가능하잖아.”
“협력사 직원은 돈을 내야 하지 않나요?”
“월 15만 원밖에 안 하더라고? 진짜 나 같은 맞벌이 부부에겐 성세류 회장님은 하느님 그 이상이라니깐?”
SR의 울타리에 들어왔다는 것은 울타리 안 사람들의 인생 난이도가 헬조선에서 헤븐조선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들 그거 들었어?! 내년부터 협력사 직원들한테도 세라코인이랑 SSR 쿠폰이 분기별 보너스로 지급된대! 방금 사장님께 들었어!”
“세라코인?! 그럼 우리도 세라마켓 이용할 수 있는 거야?!”
“세라코인은 세라마켓에 쓰면 안 돼! 무조건 존버다! 지금 세라코인 오르는 거 보면 미쳤음.”
“대박! 나 아까 점심에 어디서 전화 왔는지 아냐? 결정사에서 전화 왔어! SR 협력사 다닌다니까 등급이 엄청 올랐다나 봐?”
강중만을 비롯한 그의 회사 직원들은 왜 온 세상이 그토록 SR, SR, SR을 외쳤는지 SR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 * *
경춘식은 과거 대명그룹 미래자산관리실장을 지냈다.
하지만 오너 승계 과정에서 팽당했고, 감옥에서 3년을 복역했다.
감옥에서 출소 후 그는 은거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옛 후배가 그를 찾아왔다.
SR인더스트리라는 게임 회사에 취직한 마민수라는 후배였다.
마민수는 은거 중인 경춘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SR인더스트리는 그저 게임 하나 잘 만드는 신생 회사였고, 한국에서 돈 많이 버는 중소기업이 늘 그렇듯 무수한 야욕에 시달려야 했다.
경춘식은 옛 후배 마민수의 요청에 자신의 옛 인맥과 노하우를 전수해 줬고, SR인더스트리는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난 후, SR인더스트리의 대표 성세류는 당시 경춘식의 도움을 잊지 않았고.
SR얼라이언스가 상장하기 한 달 전, 성세류는 경춘식에게 얼라이언스 주식 1천 주를 선물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경춘식이 받은 얼라이언스 주식 1천 주는 마치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처럼 끝을 모르고 치솟았고, 셀 수 없이 많은 액면분할로 새끼를 쳐서 그를 국내에서 손꼽는 자산가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만족을 모르는 법.
자손 대대로 누릴 자산을 구축하고 그의 안전을 위협했던 대명그룹까지 사라지자, 경춘식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으음, 무료하단 말이지.”
요 근래 시골에서 텃밭이나 가꾸며 소일거리를 하던 경춘식은 가슴이 답답함을 자주 느꼈다.
혹시 건강상에 이상이 있나 싶어 정밀 건강검진까지 받았지만, 혈압이 높은 거 빼고는 멀쩡했다.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건가?”
경춘식은 이 답답함의 원인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직 그는 젊었다. 100세 시대다. 이제 인생의 60퍼센트를 살았고 아직 절반 가까운 삶을 이승에서 누려야 한다.
“으음…….”
최소 30년을 여기서 텃밭이나 가꾸면서 살아야 하다니.
평생을 기업인으로 살아왔던 경춘식에게 이것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쥔 루나폰을 물끄러미 보았다.
한때 미친 듯이 빠져 살았던 게임 ‘은의 시대’도 어느 순간 시시해져서 요즘엔 접속도 하지 않았다.
‘남들은 하고 싶어서 안달인 돈 많은 백수거늘…….’
경춘식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그의 몸은 멀쩡했고, 영혼은 치열한 나날을 갈구했다.
‘사업이나 한번 해 볼까? 하지만 무슨 사업을 하지? 요즘은 그놈의 AI 때문에 하도 트렌드가 휙휙 바뀌어서…….’
처음엔 사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거다 싶은 아이템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 전무에게 부탁해 봐? SR 채용은 힘들더라도 협력사 임원직 정도는…….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을 하는 거지, 낙하산 취급은 싫어.’
그렇게 오늘도 다 시들어 가는 텃밭 앞에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위이이잉.
문득 저 멀리서 차량 두 대가 경춘식의 집 방향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어?!”
그는 빠르게 접근해 오는 두 대의 차량을 보곤 눈을 부릅떴다.
“SR의 스마트카?!”
바로 SR의 스마트카다. 둘 다 SUV 스마트카인 R3 타입이다.
어제부터 일반인도 타게 되었지만, 아직 도로에서 스마트카는 99퍼센트 SR 임직원이 탄 차였다.
경춘식 또한 SR스마트카 예약 구매 신청을 했지만, 자신의 차례가 오려면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만 했다.
“뭐지? SR에서 웬일이지?”
머릿속에 마민수가 떠올랐지만, 그가 알기로 마민수는 현재 중국에 가 있었다. 애초에 오늘 이렇게 직원을 보내겠다는 연락도 없었다.
“흠! 크흠!”
경춘식은 괜히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손님들을 마중할 준비를 했다.
이윽고, 차문이 열리고 회색 SR 유니폼을 입은 직원 넷이 차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