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5
제125화
#125. 회귀자의 딜레마
베이징에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 그리고 SR의 3자 회담.
세계인의 관심이 쏠렸지만, 과연 그 관심의 열기가 직접 당사자인 한국만 할까?
“한한령……. 한한령이 해제되나?!”
“그냥 중국이랑 단교해 버려! 빌어먹을 짱개 새끼들!”
“대한민국은 SR이랑 성세류가 멱살 잡고 캐리하는구나.”
“성세류와 SR 보유국이라 행복합니다.”
“SR과 성세류과 없는 대한민국? 어휴……. 상상도 하기 싫어!”
도대체 한국 정부는 왜 저기에 안 꼈나? 싶은 의문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딱히 나오지 않았다.
“이런 SR을 팔아넘기려고 했다고? 진짜 미친놈들이지.”
“SR게이트는 음모론이 아니야!”
“왜 SR과 성세류가 침묵할까?”
“미국이 유독 지금 박은혜 정부에게 모질게 구는 것도 그렇고.”
“SR게이트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이미 한국 전역에는 SR게이트와 관련한 각종 카더라 찌라시가 넘쳐흘렀고.
이번 미국 부통령의 방한이 시한부로 숨 쉬던 박은혜 정부에게 치명타를 꽂아 버렸다.
사실상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권을 반쯤 상실한 상태였다.
이러한 배경과 서사 속에서 치러진 베이징 3자 회담.
기업이 국가의 위치에 서서 협상을 진행한 역사적 회담.
“나왔다! 회담 결과!”
그 회담이 마침내 끝났고.
“대박! 미세 먼지를 중국이 인정했어!”
“한한령은?! ……한한령 일부 해제? SR과 SR협력사만?! 맙소사…….”
“저작권이랑 콘텐츠 고증법?”
“얼라이언스 해역? 이건 또 뭐야?!”
“SR이 중국에 AI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심지어 사드는 추가 배치하지 않기로 협의했어!”
“미친! 이걸 미국이 동의했다고?! 믿을 수 없다!”
사람들은 회담 결과 발표를 들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겉으로 보기엔 어째 중국에게 유리해 보였기 때문.
“SR이 중국에 공유하기로 한 AI 기술들……. 딱히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애플이나 구글도 이거랑 비슷한 수준이잖아?”
“기술 중 극히 일부를 대가로 SR은 중국 시장 독점권을 얻은 거야!”
“미국도 손해는 아니지. 얼라이언스는 사실상 미국 멀티니깐. 아마 미국은 이번 회담으로 바다와 관련된 군사적 이권을 노린 모양이야.”
하지만 협상 내용을 좀 더 분석하다 보면 이번 회담의 진짜 승리자는 SR과 미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은 뭘 얻었지? SR 말고 대한민국 말이야.”
“명분은 중국이 챙기고. 실리는 SR과 미국이 챙겼지. 하지만 한국은……?”
“SR이 곧 한국이다, 라는 말은 집어치워! SR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도 한국인이라고!”
“정부는 도대체 뭐한 거야?! 이제 정말로 SR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못 끼치는 건가?!”
그리고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소외자는 대한민국이라고 모두가 공통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 관련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SR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야 해!”
“SR과 SR의 협력사들은 더 미쳐 날뛰겠군.”
“한국인은 앞으로 두 부류의 사람으로 극명히 나뉠 거야. SR에 속했느냐 아니냐로.”
“이게 무슨 신분제도 아니고…….”
“사실상 나라의 경제 주권이 한 기업에게 넘어간 셈이야.”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
“그 이민 간 나라에는 얼라이언스가 있지.”
특히 SR의 울타리 밖에 있던 한국인들에겐 이 사실이 거대한 공포로 다가왔다.
그렇게 ‘베이징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3자 회담이 끝나고.
중국 요동성(랴오닝성)에서 블랙드래곤이 막 설립되어 가고 있던 8월 말.
화성시의 SR 제1캠퍼스에서 2016년 SR데이가 열렸다.
* * *
뜨거운 8월 말의 여름.
기후 위기로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는 21세기의 여름은 인간에게 매우 불친절한 계절입니다.
‘헤에~ 풀 충전인 것이에요.’
하지만 태양열로 에너지를 얻는 저 세라에게 이때만큼 좋은 계절도 없습니다.
“김세라 비서실장님은 더위에 참 강하시군요?”
“네! 옛날부터 더위에 강했어요. 땀도 거의 안 흘리고요.”
“우와~ 진짜 부럽습니다! SR 유니폼과 같은 재질로 만든 옷을 입었음에도 더위를 느낄 정도인데…….”
“혹시 임원용 유니폼 안에는 냉매제라도 있나요?”
“그럴 리가요. 아까 우리 회장님 못 보셨나요? 땀 뻘뻘 흘리셨잖아요?”
“아아……. 그건 그렇죠.”
“진짜 부럽네요. 더위에 강한 체질이요.”
제가 바이오 안드로이드인 줄 꿈에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더운 여름, 야외에서 땀 한 번 안 흘리는 저를 신기하게 봅니다.
후훗! 이런 시선과 부러움. 언제나 즐거운 것이에요.
“가디언즈는 다시 한번 행사장 보안 점검하세요.”
“알겠습니다. 비서실장님.”
“오라클은 이곳 순양읍 전역을 실시간 감시해 주시고요.”
“물론입니다. 세라 님.”
지금 저는 올해 SR데이를 현장에서 총지휘 중이랍니다.
아? 마민수 전무와 김희국 상무는 어디 갔냐고요?
그들은 지금 중국에서 블랙드래곤의 설립을 돕고 있어요.
원래 이등병이 작업 나가면 일병이. 일병이 휴가 가면 상병이. 또 상병이 파견 나가면 병장이 일하는 법이듯이.
천하의 SR 또한 이 법칙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에요.
“중요한 손님들은 1차로 제게 먼저 보내세요. 지금 우리 회장님께서 몸소 기업 임원들 으악 주고 있잖아요? 방해하면 안 되는 것이에요.”
뭐, 이것도 어쩌다 하면 재미는 있답니다?
물론 가장 재밌는 건 우리 회장님 옆에 붙어 있는 것이지만요.
“오! 세라~! 볼 때마다 더 아름다워지는군요!”
“김세라 비서실장님! 저번 SRSC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제 지시에 따라서 급이 되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저를 찾아옵니다.
제일 먼저 두 사람이 저와 인사를 나눕니다.
“조! 요즘 정말 자주 뵙네요? 꺄아- 레이첼~! 더 예뻐지셨어요.”
바로 차기 얼라이언스 미국 대사로 지정된 부통령 조 바이든과, 현재 얼라이언스 북미 본부장으로 있는 레이첼 크라운입니다.
저는 두 사람과 미국식 포옹을 나눈 후 행사가 열리는 건물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건물 내부는 덥고 습한 바깥과 달리 쾌적하고 시원합니다.
×랄 맞은 한국의 여름에 무의식적으로 얼굴이 찌푸려져 있었던 미국인들 얼굴에도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요즘은 부통령 업무보다 얼라이언스 업무를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배리(오바마)가 많은 배려를 해 줬지요.”
건물 안에 마련된 접대실에 앉자마자 바이든이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엽니다.
“앞으로 더욱 자주 뵙겠네요? 요즘 들어 조를 볼 때마다 옆집 아저씨를 보는 느낌이에요.”
“하하하하! 세라,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얼라이언스 미국 대사는 중국에 있던가요?”
“예, 중국에 우리 얼라이언스의 식민……. 하하하! 협력사 블랙드래곤을 설립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 다롄에서 CIA와 함께 임기의 마지막을 태우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임해 버렸지만, 크게 낙담한 것 같진 않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차기 얼라이언스 미국 대사가 된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감청 결과도 이와 비슷했고요.
이로 인한 나비 효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때쯤이면 미국 정계도 우리 영향력 안에 있지 않을까요?
“레이첼은 요즘 잘 지내고요?”
“예! SR 덕분에 하루하루가 꿈만 같습니다.”
저는 바이든에 이어서 검은색 SR 유니폼을 입은, 얼라이언스 북미 본부장 레이첼 크라운과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레이첼의 외모는 동화 속 공주님이 떠오르는 금발과 푸른 눈동자를 한 전형적인 백인 미녀.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20대 초반이지만 실제 나이는 만 29세인 매우매우 드문 백인 동안입니다.
눈웃음을 포함한 전체적인 밝은 분위기는 마주하는 사람의 성별과 인종, 나이, 신념을 떠나서 30초 만에 호감을 주는 매력을 자랑합니다.
“레이첼, 작년 SNL에 함께 출연한 이후로 어지간한 할리우드 스타보다 더 유명해진 것 같지 않나요? 저도 그렇지만 레이첼의 SNS도 팔로워 수가 장난 아니게 늘었던데요?”
“안 그래도 할리우드에서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긴 했어요.”
“어머! 응하시지 그랬어요? 제가 알기로 본래 배우 지망생이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랬었죠. 하지만…… 지금 저는 SR이 더 좋습니다.”
제 말에 레이첼은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밝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나 우리 SR을 사랑해 주시다니! 정말 감동인 것이에요!”
저는 그런 레이첼을 보면서 해맑게 웃었고.
그녀 또한 다시 한번 밝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옆에 있던 바이든 아저씨는 두 젊은 미녀(?)와 같은 공간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쯤 되면 의문이 드실 겁니다. 눈앞의 여성 레이첼이 누구길래 제가 이토록 신경 쓰는지.
또 도대체 원역사에서 어떤 존재였길래 순식간에 얼라이언스 북미본부장을 꿰찼는지.
그녀의 회귀 전 정체는 바로.
‘회장님의 두 번째 아내, 루시 크라운의 어머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쩌면 태어나지 않을.
회장님의 두 번째 아내의 장모님입니다.
* * *
레이첼 크라운은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녀의 가슴속 한편에는 ‘배우’라는 꿈이 자리 잡고 있었고.
부모님과의 약속인 학위를 따고, 5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던 그녀는 결국 못 참고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
“외모는 매력적이지만 배우로는 적합하지 않군.”
그렇게 두들긴 배우 등용문은 차갑고 단단했다.
“연기는 출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아. 그냥 애매하지. 하지만…… 요즘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레이첼의 연기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우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낙제점은 아니었다.
“아……. 뭔가 이대로 탈락시키기 아쉬운데? 조연으로라도 캐스팅할까?”
“아서라, 연기 실력이 그저 그런 백인 미녀 캐스팅했다가 인종 차별주의자 소릴 들으려고?”
“괜히 PC주의자들에게 약점 잡힐라.”
“차라리 조금만 덜 예뻤으면 엑스트라로 캐스팅했을 텐데…….”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차라리 흑인이었으면 가산점 받아서 합격했을걸?”
“추가로 동성애자였으면 완벽했을 거야. 바로 주연이지.”
그녀가 막 오디션을 준비했던 시기는 바야흐로 미국에 다양성이라는 PC주의 광풍이 몰아치던 때였다.
금발, 백인, 미녀, 이성애자라는 키워드는 레이첼에게 결코 가산점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감점이었지.
그래도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두들기고 두들기다 보면 언젠간 열리리.
하지만 사람은 문도 철도 아니었다.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상처를 입는, 연약한 정신과 육체를 지녔다.
때는 그녀가 배우 지망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막 1년이 되었을 때였다.
“…….”
가장 야심 차게 준비했던 디즈니 실사 영화 오디션에서마저 탈락하자, 레이첼은 좌절했다. 한편으론 이해도 안 됐다.
‘내가 그렇게 배우에 안 맞나? 연기를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엑스트라는 할 수 있지 않나? 예쁜 백인이라는 이유로 계속 탈락하는 게 말이 돼?!’
그랬던 그녀의 의문은 얼마 안 가 해소되었다.
“레이첼 크라운, 당신 같은 아름다움 금발 백인 여성에게 딱 맞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관심 있나요?”
“장담컨대 어지간한 할리우드 배우보다 더 큰돈을 벌 겁니다. 명예만 포기한다면요.”
“미스 크라운, 당신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요. 그분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특별히 조연으로 넣어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꽤 눈치를 줬는데, 레이첼은 좀 둔감한 편인가 봅니다?”
딱 1년 차의 오디션이 끝나고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색욕으로 가득 찬 눈으로 레이첼에게 다른 영역을 제시했고.
“……!”
그제야 그녀는 알 수 있었다. PC주의니 연기니 같은 말은 핑계였다는 것을.
저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그쪽’으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탈락시켰다는 것을!
“거절합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레이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할리우드를 떠났다.
“세상이 미쳤어!”
앞에선 페미니즘과 PC주의를 그렇게 외치던 자들이 뒤에선 저런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다니!
“역겨워! 모든 것이!”
레이첼은 할리우드에, 더 나아가 세상에 질려 버렸다.
배우라는 꿈 또한 접었다.
그렇게 꿈이 사라지고 세상을 혐오하게 되자, 가슴속에 상실감이라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이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울증이 기다렸다는 듯 가슴속 구멍을 채웠다.
그녀가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SR얼라이언스 북미본부에서 채용 연락 드렸습니다. 레이첼 크라운 맞으신가요?]
또한, 얼라이언스에서 연락이 온 것도 이맘때였다.
그리고.
“으음…….”
레이첼 크라운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은 성세류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괜찮겠어요? 이대로라면 나비 효과 때문에 루시가 영영 못 태어날 수도 있어요.”
옆에서 그런 세류를 보던 세라가 우려를 담아 말했다.
“지금까지 그녀를 돕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던 것도 루시 때문이었잖아요? 그랬던 것을 이제 와서 이렇게 개입해 버리면…….”
“우리가 회귀한 순간부터 나비 효과는 시작됐어. 걷잡을 수 없이.”
세라의 우려에 세류는 자신이 왜 이제 와서 개입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지켜보기만 한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어. 설령 일어난다 해도 딸이 아닌 아들이 나올 수도 있지.”
설명을 마친 세류는 갈등과 복잡함이 어우러진 눈으로 레이첼의 근황이 적힌 보고서를 보았다.
“만약…… 그녀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지? 시뮬레이션 돌려봤을 거 아니야?”
그러다 문뜩, 그는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을 담아 세라에게 소심히 물었고.
“원역사와 똑같이 아주 심각한 약물 중독에 이르지요. 우리가 보유한 중독 치료로도 해결 안 되는, 답도 없는 중독자가 됩니다. 그녀의 유전자와 신체는 약물 중독에 아주 취약하거든요.”
세라는 단호히 시뮬레이션 결과를 답했다.
원역사에서 레이첼은 마약에 심각하게 중독돼 버린다.
결국, 부모마저 딸을 손절해 버리고.
돈이 없어진 그녀는 약을 구하기 위해 어느 집단 난교 파티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덜컥 임신을 한다.
이때 태어난 것이 바로 루시 크라운. 성세류의 두 번째 아내였다.
성세류는 이 운명의 딜레마 앞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고.
“…….”
한동안 말없이 집무실을 서성거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