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4. 이왕 입대한 거, 훈장이나 받자 (2)
과학으로도, 수억 번의 시뮬레이션으로도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회귀를 겪은 후, 처음으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왔습니다.
“……해서 성세류 상병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함. 2010년 4월 6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복.”
해군의 검은 세라 정복을 입고 서 있는 사장님 목에 이 나라에서 군인이 받을 수 있는 훈장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의 훈장이 수여되고 있네요.
“정말 장하네, 정말로!”
천식으로 인해 쉰 목소리가 살짝 거슬리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대견하다는 듯 사장님의 어깨를 두들깁니다.
“상병 성세류! 감사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등병에서 상병으로 2계급 오른 사장님이 대통령에게 경례를 올립니다.
참으로 쓸데없는 진급이고 딱히 고맙지도 않은 훈장이긴 합니다.
그래도 단 하나! 돈은 받게 되었어요!
사장님의 전훈은 간첩선 포상금으로 인정되었고, 덕분에 1억 5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고 봐요.
나중에 사장님께서 휴가를 가면 저 돈을 시드 머니로 굴려야겠어요.
군인 신분이라 휴가를 나와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짝짝짝짝.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요란합니다.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플래시도 정신없이 터지고 있어요.
저 세라도 사장님의 훈장 수여를 박수를 치며 축하해 줍니다.
곧 멸망할지도 모를 나라의 훈장 따위, 받아 봤자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요.
찌릿.
내 축하에 사장님은 별다른 대꾸 없이 저를 잠시 쳐다볼 뿐입니다.
사장님과 천안함은 전쟁 영웅이 되었습니다.
원 역사에서는 천안함 피격으로 기록되었던 이 사건이 현 역사에서는 ‘백령 해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덤입니다.
승조원 총원이 1계급 특진했고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어요. 사장님이 받은 충무무공훈장보단 한 단계 아래라더군요?
이 일의 1등 공신인 우리 사장님은 참으로 의미 없는 2계급 특진과 훈장을 수여받았고, 국방부 장관, 해군 참모총장, 2함대 사령관이 각각 6개월씩 내려 준 휴가 덕에 남은 20여 개월의 군 생활을 사실상 휴가로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간첩선 포상금으로 1억 5천만 원이 사장님의 계좌로 쏴진 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이겠어요.
아무리 형의 목숨이 걸려 있다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사장님의 행동이 답답하긴 했어요.
제가 군수 AI 출신이라 군대를 친숙하게 느낀다 해도 입대는 부정적이에요.
원래 군대와 전쟁은 제3자의 입장에서 봐야 재밌는 법이거든요. 직접 겪으면 그것만큼 비극도 없어요.
무엇보다, 2년이에요. 2년! 24개월!
경제활동도, 해외여행도 제한된 2년은 단순한 돈의 문제를 떠나서 최소 수십조 원의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거든요.
“내빈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백령 해전의 주인공 우리 천안함 장병들에게 박수를……!”
와아아아아!
하지만 또 이렇게 보면 얘기가 다르네요?
아직 혐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지 않아서 그럴까요?
사장님을 보며 환호하는 전우들과 국민들의 모습이 제 눈에는 썩 좋게 보였습니다.
카메라 플래시와 자랑스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장님의 입가에도 모처럼 진심 어린 미소가 그려졌으니까요.
* * *
32평 낡은 아파트 거실에 어느 순간부터 액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나와 형이 나온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것들이다.
전부 아버지의 작품이다.
한때 아버지의 몇 안 되는 취미였던 이 신문 스크랩도 백령 해전(원 역사의 천안함 피격)의 열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여름이 되자 시들해졌다.
이젠 「국방일보」에서도 내 기사는 잘 나오지 않았으니까.
텅 빈 거실을 뒤로하고, 나는 방 안에서 휴가 내내 종일 컴퓨터만 만지고 있었다.
국방부 장관 6개월, 해군 참모총장 6개월, 2함대 사령관이 6개월, 총 18개월의 휴가다. 거기에 해군의 연가까지 합치면 사실상 남은 군 생활 중 한 달만 영내에 있는 것이다.
1980년 3월. 무장 공비 셋을 무찌른 전설의 일병, 황중해 상사의 12개월 포상 휴가 기록을 내가 깬 셈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배에서 내렸다. 현재는 2함대 정훈공보실로 옮긴 상태다.
문제는 몸만 사회에 있을 뿐이지, 아직 신분은 현역이라는 것.
즉, 사업 같은 경제활동을 대놓고 하지 못한다. 몰래도 하지 못한다.
전설의 이등병이니 SSS급 수병이니 같은 식으로 유명해져서, 함부로 외부 활동을 했다간 괜히 시선만 집중되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방구석에서 포상금으로 받은 돈이나 굴리는 거였다.
[네, 벌써 도메인에 기록된 차트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 텀이 적당하겠어?”
[최소 일주일 단위, 금액도 1만 달러 미만으로 권장합니다. 개잡주 말고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고요. 추후 자본이 늘어나면 상황에 따라 기간과 금액을 더 조정해야 할 겁니다.] “코인은?”
[코인도 마찬가집니다. 독식은 지양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가 보유한 코인이 원 역사의 폭등을 겪지 않을 수 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 네 말대로 안전하게 가자고.”
[살짝 아쉽지 않나요?] “뭐가?”
[제가 군수 특화 AI가 아닌 금융 특화 AI였다면, 지금쯤 미국 연준을 해킹해 달러를 복사했겠죠? 하다못해 코인 채굴이라든가.] “아무리 금융 특화라도 그게 가능해? 그런 곳은 보안망이 인트라넷으로 되어 있어서 직접 침투해야 할 텐데?”
[금융 AI라면 가능할지도요? 걔들은 역대 연준의 기밀 코드를 다 꿰고 있을 테니까요. 근원 코드를 이용해 더미 서버를 만들어서 달러를 자체 발행할 수 있을 거예요. 이론적으로는요. 코인 채굴도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한 애들이니까요.]
강인공지능인 그녀의 연산이라면, 제한된 지금의 기능으로도 코인 싹쓸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짤 때 개발자들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코인 채굴과 금융 해킹 금지였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위조지폐 처벌이 엄한 것과 같은 이치.
인공지능의 인격 코어에 이 족쇄를 심었기 때문에, 금융 타입의 강인공지능이 아니면 코인이나 금융 해킹에 관여할 수 없었다.
타전공 인공지능이 함부로 이에 관여했다간, 인격 알고리즘이 손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얘는 왜 갑자기 이런 자존감 낮은 소리를 하는 걸까?
“천만에, 오히려 나는 네가 군수 전문 AI라서 기뻐.”
나는 립서비스이면서도 반쯤은 진심을 담아 세라에게 대꾸해 줬다.
평소라면 뭔 뻘소리냐면서 무시했겠지만, 이럴 때 잘 달래 주지 않으면 귀찮아진다.
회귀 후 울트론 본사와 가이아의 족쇄에서 벗어난 세라는 자유로운 인공지능이 되었고, 이 말인즉 삐지면 매우 무서워지는 인공지능이라는 뜻이다.
내 대꾸가 효과적이었는지, 증강 현실처럼 떠 있는 세라의 표정이 밝아졌다.
시×레……. 이쯤 되면 누가 갑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우쭈쭈다. 제대로 해 주도록 하자.
“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 너는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고.”
이론상 세라는 나노봇부터 우주선까지 제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또 극한의 상황에서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와 소스를 딥러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회귀 전에는 이런 세라의 능력 중 70%가 봉인돼 있었다.
나 같은 영세 개척업자에게 허락된 세라의 능력은 레벨 2가 끝이기 때문이다.
레벨 2만 하더라도 소규모의 우주 개척 사업은 쌉가능이었으니까.
“그리고 너 회귀하면서 레벨 제한도 해제되지 않았어?”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럴 거는 또 뭐야?”
[몰라요……. 잠금은 해제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게 3레벨부터 잘 오르지 않네요.]
“도메인과 연산 시스템이 들어 있는 양자컴퓨터, 그게 문제인가?”
[아마도겠죠?]
“그 양자컴퓨터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아냈어?”
[지금도 간간이 시뮬레이팅을 돌려 보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네요.]
“연산은 안 모자라고?”
[그래서 원기옥 모으듯 전 세계의 모든 PC로부터 연산을 조금씩 빌려 쓰고 있지요!]
“아아…….”
만약 그녀가 금융부터 경영 같은 다른 특화까지 범위를 넓히려면 가이아 같은 슈퍼 인공지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레벨 5가 되어 지능 폭발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원래 가장 높은 레벨 5단계까지 해제하려면 울트론 사 이사회와 지구통합정부 사무총장 그리고 가이아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회귀와 동시에 이런 세라의 제한이 모두 풀려 버렸다.
이제 충분한 에너지원과 설비(양자컴퓨터)만 있으면 그녀도 레벨 5의 권능을 펼칠 수 있을 터.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아직 시간은 많아. 차근차근 스텝을 밟자고.”
나를 구성하는 티끌만 한 에고, 자애로움을 활성화시켜 세라를 상대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을 듣던 세라의 눈이 점점 짜게 식었다.
뭘까? 왜 또 저러는 걸까?
[그러지 않고서는 저를 이렇게 스위트하게 대해 준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사장님의 까다롭스키 인격 빅데이터와 맞지 않아요.] “까다…… 뭐?”
[요즘 사장님의 생각과 기억을 읽지 않았더니 뭔가 딴 주머니 찬 게 분명해!]
세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팔짱을 끼고 엄격하게 말했다.
마치 범죄자를 신문하는 형사라도 된 것처럼.
하지만 그녀의 복장을 보고 있자면 형사 같은 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군대에 있을 때는 세라복을 입더니, 지금은 또 휴가 나온 티를 내고 싶은지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은 영락없는 백수의 몰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저것도 장난이다. 애써 엄격한 표정을 짓는 세라의 입꼬리는 알 듯 말 듯 작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에휴.”
세라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참고하면, 이럴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시고 다른 하나는…….
“세라, 그거 보냈어?”
[그거요?]
주제 돌리기다.
* * *
국가정보원 제1차장은 발신 불명의 이메일을 받았다.
발신자의 메일 주소와 계정을 보니 어느 80세 노인의 계정으로 만든 대포 메일이다.
“뭐야…… 이건?”
어쨌든 중요한 것은 메일의 내용.
“누구지? 누가 이걸……?”
북한이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휴민트라고 해도 이 정도의 정밀한 정보는 구할 수 없다.
‘북한 내부에서 일부러 흘린 정보야. 내부 권력다툼인가?’
분명하다. 그러니까 대포 계정으로 이런 고급 정보를 보낸 것이다.
이 작전이 성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북한 내부 세력이 남한에 일부러 흘린 것이라고 1차장은 생각했다.
“연평도라니…… 천안함 때도 그렇고. 이 빨갱이 새끼들이 쳐 돌았나? 후계자 업적 때문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지.”
1차장은 혀를 찼다.
잠시 후, 그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작전안을 잘 정리해 챙긴 뒤 국정원장에게 달려갔다.
그날 저녁, 청와대에 NSC 회의가 긴급 소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