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8
제88화
#88. SR플러스
SR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들고 서비스 중인 게임들, ‘더원’과 ‘은하기갑대전’을 즐기는 팬들은 올해 들어 의문에 휩싸였다.
“그래서 애니는 언제 나옴?”
“분명 저번 SR데이에서 올해 초에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SSR이 허풍 떠는 사람은 아닌데…….”
이미 시간은 올해 초를 거의 지나 중순을 향하고 있었음에도 두 게임의 2차 창작물과 관련된 소식은 들리지 않았기 때문.
“SR에서 만든 애니는 어디서 상영할까? 나오면 DVD 종류별로 전부 구매해 줄 의향 있는데…….”
“보나마나 불법으로 보는 사람들 많겠지?”
“DVD에 한정판 아이템 넣어 주면 많이들 사지 않을까?”
“차라리 유튜브에 올려서 광고로 수익 창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진짜 빨리 나와라…….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임들이 나온 것도 모자라 애니까지 나오다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심지어 강원도에 거대 테마파크도 짓는다잖아? 들어 보니까 실제 크기의 기간츠랑 티탄도 세운다던데…….”
“강원도는 레고랜드보다 월드SR이 더 기대된다.”
“아! 그래서 애니화 언제 나오냐고?!”
그렇게 게임 팬들의 기대와 의문, 우려가 쌓이고 쌓일 때.
“SR엔터테인먼트, 이젠 OTT 사업도 한다. SR플러스 출시.”
SR 관련 뉴스가 늦봄과 초여름 사이 바람을 타고 한국과 전 세계에 불었다.
“어? 아직 SR데이 아닌데?! SR엔터테인먼트 월드SR과 똑똑에 이어서 OTT 플랫폼 SR플러스 발표!”
“월드SR은 포문에 불과했다. OTT 사업 SR플러스 출시! 시기는? 지금 바로!”
“SR엔터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은하기갑대전’과 ‘더원’ 애니메이션은 오직 SR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어.”
“루나 시리즈 오너는 무료로 루나 생태계에서 시청 가능.”
“루나 시리즈가 아닌 경우 루나포털 구독자에 한해서 이용 가능하다고 밝혀.”
“작년보다 30퍼센트 인상된 루나포털 구독료. 폭리인가, 권리인가?”
그럼 그렇지! 역시 SSR은 계획이 있었구나?
모두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이른 듯한 SR데이를 즐겼다.
* * *
드라마 제작 회사를 운영하는 오태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차 밖을 보았다.
‘여기가 SR캠퍼스?!’
늘 얘기만 많이 들었던 SR캠퍼스다.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미래라고 불리는 곳. 또 온갖 인터넷발 음모론의 발원지인 곳.
과거에는 개방 행사를 자주 했지만, 요근래엔 거의 하지 않아서 현재는 선택받은 자들만 방문 가능했다.
그리고 오태욱은 선택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1캠퍼스 정문을 통과한 차량은 오태욱이 운전 중인 차량만 있는 게 아니었다.
끼익.
수십 대의 차량이 지정된 주차장에 차곡차곡 주차됐고, 그 안에서 오태욱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와아, 가디언즈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사진 찍어도 되나?”
“여긴 촬영 협조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오태욱처럼 1캠퍼스 주위를 감탄 어린 눈으로 둘러보았다.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저널 등등 각 분야에서 나름 짬바가 있는 제작사 대표거나 감독이었다.
“저희의 안내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는 올빼미, 금일 방문객 인원 체크 완료. 들여보내겠다.”
그들은 가디언즈의 안내에 따라 SR엔터테인먼트 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들어선 SR엔터 건물 안.
“!!”
“허억! 설마?!”
건물 안 미팅 장소에 도착한 오태욱을 비롯한 제작사 사람들은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색과 베이지, 검은색 SR유니폼 사이에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이 보였기 때문.
“SSR이 직접 마중 나왔을 줄이야…….”
“바로 옆에 김세라 비서실장도 있어!”
“으, 나 갑자기 소화 안 되려고 그래.”
“이,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초청받은 모두가 성세류와 김세라를 보곤 전율한다.
“아! 어서 와요. SR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세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최대한 지으며 방문객들을 맞이했고, 그런 성세류를 보는 제작사 대표와 감독은 그저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히끅, 히끅…….”
덜덜덜덜.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통령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 바로 SSR이었으니까.
‘조심하자! 난 오래 살고 싶다고.’
만약 그가 단순히 신성의 이재영 같은 양반이었으면 웃으면서 아부를 떨었을 것이다.
‘말 하나 잘못해서 우리 회사 망하면…… 내 식구들은…….’
그러나 SSR은 아니다. 숱한 음모론의 주인공.
본래 이쪽 업계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음모론을 잘 믿는 편이다.
애초에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현실은 음모론보다 더 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최근 다섯 개의 여성 단체를 공중분해하고, 자신에게 쌍욕을 박은 페미니스트 3명을 자살시킨 장본인을 어렵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성 회장님을 뵙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김세라 비서실장님은 실물이 더 아름다우시군요! 혹시 배우로 데뷔하실 생각 없으신지?”
그들은 창작자라는 고고한 에고를 싹 굽히고는 마치 임금과 왕비를 대하듯 성세류와 김세라를 대했다.
“어휴, 제가 무슨 북쪽 수령님도 아니고. 괜찮아요. 편하게 갑시다, 편하게.”
“호호호호! 요즘 우리 회사와 관련해서 이상한 소문이 도는데, 전~부 근거 없는 낭설이랍니다? 그러니 너무 얼어 있을 필요는 없어요.”
이에 성세류와 김세라가 부드러운 어조로 방문객들을 달랜다.
“우리 회장님이 진짜 무서운 사람이었으면, 똑똑이나 유튜브에 SSR 로봇 연기 챌린지 같은 게 범람하게 두지 않았을 거예요.”
“…….”
하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절대 긴장을 놓지 않았다.
그들도 최근 똑똑이나 유튜브에 뜬 SSR 로봇 연기 챌린지 같은 영상에 대해 알았다.
덕분에 국내외의 많은 사람이 어느 새부턴가 SSR 관련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지 않았다. 심지어 전보다 더 친근하게 SSR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절대 똑똑이나 유튜브 같은 데 있는 SSR 이미지에 낚이면 안 돼!’
‘그건 SR의 전략경영실에서 기획한 고도의 심리전이야!’
하지만 음모론을 꽤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은 이 또한 SSR이 계획한 고도의 이미지 마케팅이라고 확신했다.
“…….”
“…….”
성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격식 있게 준비한 미팅 장소 내부가 적막에 휩싸였다.
“에휴.”
이 적막을 본 성세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업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오히려 이게 나아요.]옆에 있던 세라가 그런 성세류의 등을 토닥이며 텔레파시로 전했다.
“일 얘기나 합시다.”
성세류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훑었다.
SR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 솔직히 직접 만들어도 된다.
실제로 ‘은하기갑대전’과 ‘더원’ 애니메이션은 SR엔터에서 자체 제작했으니까.
‘하지만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를 그렇게 다뤄선 맛이 안 살아.’
어지간하면 원청 위주로 하는 세류와 SR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쪽은 철저한 외주로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창의적이고 쫄깃한 콘텐츠들이 탄생한다.
문득 세류의 머릿속으로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라가 말한 엄격한 필터는 지나친 PC주의나 작가병 걸린 제작자들을 말한다. 그런 애들 다 쳐 내고 철저한 상업 작가와 감독, 제작사만 초대한 것.
“다들 저희가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OTT 플랫폼 SR플러스에 대해 아실 겁니다.”
세라의 보고에 고개를 작게 끄덕인 세류는 눈앞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성세류 주위에는 베이지색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SR 직원들이 말없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어깨에는 SR엔터테인먼트와 SR플러스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우리 SR엔터의 SR플러스 직원들은 여러분들에게 투자와 법, 행정 쪽 지원만을 전담할 겁니다.”
“……!”
역시나 일과 돈 얘기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처음에는 어색하고 굳어져 있었던 분위기가 세류의 입에서 나오는 파격적인 조건들에 의해 점차 풀렸다.
“작품당 300억, 이게 최소 제작비입니다. 만약 부족하다면 언제든 기획서와 요청서를 저희 직원들에게 제출하십시오”
“허억!”
“3, 300억?! 심지어 최소 비용이?!”
“역시 SR…….”
“세계 초대기업은 다르긴 다르구나!”
그리고 이런 분위기 전환은 세류의 입에서 투자 금액이 나오자 절정에 일었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하긴 돈부터 행정, 법적인 지원까지 해 준다는데 조건이 전혀 없을 리가 없지.
“작가나 배우는 우리에게 컨펌을 받아야 합니다.”
“……!”
“여러분의 표현의 자유나 창작 욕구를 침해하려고 컨펌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장치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성세류는 풀렸던 분위기가 다시 굳어지기 전에 바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작가나 배우에게 특정 이슈가 생기면 답도 없다는 것을.”
“SR에서 그 리스크를 분담해 주겠다는 겁니까?”
“예. 비싼 돈 들여서 투자했는데 몇몇 미꾸라지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면 안 되잖아요?”
실제로 배우들의 과거 학폭이나 범죄 사실로 작품이 엎어진 경험이 있던 제작자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 중에서는 특정 사상이나 이념에 지나치게 매몰되었거나, 작가병 걸려서 엔딩을 이상하게 만드는 타입은 철저히 거를 겁니다.”
성세류의 말은 이어졌고, 제작자들은 멍하니 그의 말을 경청했다.
애초에 걸러지고 걸러져서 온 선택받은 자들이다.
다큐나 저널 쪽을 제외하면 철저한 상업 제작자들로 성세류의 말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 학폭을 비롯한 범죄와 사생활 이슈가 가장 적은 배우 위주로 캐스팅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작가나 배우가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회장님…….”
성세류의 말에 한 제작사 대표가 용기를 내서 문제점을 말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컨펌 받으라는 겁니다. SR의 정보력, 다들 아시잖아요?”
“오오오오!”
“SR에서 투자 외에도 이런 리스크를 분담해 주신다면 저희야 대환영입니다.”
“하하하, 오로지 창작에 전념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니, 성세류를 보는 제작자들의 표정은 아까와 같은 두려움과 경계를 띠지 않았다.
적으로 두면 끔찍할 것 같은 존재가 우리 편이 되면 이 얼마나 든든한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SR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우리의 투자를 받게 되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SR의 협력사가 됩니다.”
“!!”
그리고 실제로 성세류의 입에서 SR의 협력사라는 말이 나오자, 이 자리의 모두가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SR 협력사는 단순한 지위가 아니다. SR 협력사로 지정만 되면 그 회사의 주가가 다음날 상한가를 친다.
또 인더스트리가 있는 국내와 얼라이언스가 진출한 국외에서도 법이나 행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우대를 받는다.
‘그때 그 페미니스트랑 여성 단체는 무슨 정신으로 성 회장님 앞에서 그 ×랄을 한 걸까?’
‘이렇게 아군으로 두면 든든한 사람을 적으로 돌리다니…… 진짜 자살 방법 하난 신박하네.’
‘성 회장이 페미니즘이랑 정치적 올바름 같은 거 싫어하는 듯하니까, 작가랑 배우 섭외할 때 그쪽 계열은 무조건 걸러야겠어.’
이 미팅 장소에는 간단하지만 고급스러운 다과들이 즐비했지만, 굳이 먹지 않아도 다들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우리 SR플러스는 법과 행정, 정보, 예산 등에서 절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직원들이 중간중간 체크는 하겠지만, 매뉴얼만 준수하면 작품 자체에 대한 간섭은 없습니다.”
총 27개의 제작팀. 애니메이션 제작사 4곳, 영화 제작사 8곳, 드라마 제작사 12곳, 기타 다큐나 저널 쪽 3곳.
지금 이 자리에는 거르고 거른 27개의 각 분야의 제작사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그쳤던 거, 돈 문제로 엄두도 못 냈던 것, 전부 해 보십시오. 돈이 모자르다? 말만 하세요. 얼마든 지원해 줄 테니. 그러니 마음껏 날개를 펼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건 국내에서만 진행 중인 게 아니다.
얼라이언스의 이름으로 해외에서도 SR플러스 기준에 알맞은 제작사들이 비슷한 설명을 받고 있었다.
“참고로 저널이나 다큐 쪽은 흥행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예술이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해 봐도 됩니다.”
그 누구도 SR의 돈을 받고 엉뚱한데 쓴다거나 작품을 대충 만들겠다거나 같은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자살에는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입니다. 질문 있으신 분?”
그렇게 성세류의 설명이 끝났다.
세류는 생수로 입을 축이며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저…… 성세류 회장님! 드라마 제작사 스텔라박스의 오태욱 대표입니다.”
“예, 말씀하세요, 오 대표님.”
그때, 어느 드라마 제작사 대표가 용기를 내서 손을 들었다.
“나중에 혹시 저희 작품에도 성 회장님께서 카메오로…….”
“안 합니다.”
오태욱의 질문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칼같이 기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