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십이대주교(十二大主敎).
제국이라는 거대한 땅에, 황금사자교의 복음을 설파하는 신전의 정점.
신성제국의 실질적인 모든 권한이 황제에게 있다면, 이들은 제국민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교황의 손과 발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난 저 젊다 못해 어린 대주교는.
머지않은 미래에 제국의 가장 위대한 교황이자, 연맹 측에서는 최악의 악마라 불리는 이가 된다.
“이런, 이런! 가엾은 양들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꽁꽁 얼어붙은 모양입니다. 이 미몽에 찬 어리석은 양들이 겁을 먹게 하다니. 길 잃은 어린양들을 따스하게 인도해야 하는 목민관의 입장에서 너무도 부족함을 느끼는군요!”
남자는 한 줌 핏물로 화한 기사의 시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이 또한 주께서 제게 내리신 시련! 오오, 이 미천한 종이 주의 시련을 달게 받겠나이다!”
주교를 공격한 기사를 어육으로 만든 성기사단은 어느새 검을 회수한 채 대주교의 뒤에 시립해 있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볼 때, 최소한 10번대 이상의 정예들이었다.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이 정도면 할 만해.’
아니, 오히려 좋았다.
10번대의 성기사단이 상대라면, 후작가의 기사들 또한 언제까지고 힘을 숨긴 채 간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테니까.
게다가 리비아 역시도, 미래에는 악마 교황이라 불리며 옥좌의 주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아직은 아니야.’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귀찮은 적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다.
“리비아라고 했나?”
“으음?”
내가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묻자 기도를 하던 리비아의 눈이 떠졌다.
“이런, 이런. 소인의 이름이 어린양에게 제대로 전해진 모양입니다! 맞습니다. 소인, 미흡하나마 제국의 열두 기둥 중 백양궁(白羊宮)의 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리비아라고 합니다. 어린양이여.”
백양궁(白羊宮).
신성제국의 역법,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에서 따온 대주교들의 위치 중 장래가 가장 촉망되는 자가 앉는 자리였다.
과거 리비아가 교황에 오르기 직전 차지했던 위치는, 최강의 신성력을 보유한 주교에게만 내려지는 사자궁(思子宮)의 자리였다.
하나 지금 리비아가 차지한 자리가 백양궁(白羊宮)이라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덜 여문 상태라는 뜻이었다.
미리 내렸던 생각에 더더욱 확신이 차올랐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처리한다.’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며 천천히 자세를 잡아갔다.
“흐으음? 그 자세… 판크라티온인가요. 흠… 아! 당신이 바로 제롬 공자군요?”
리비아가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갑게 반응했다.
“나를 아나?”
“낄낄낄! 알고말고요! 몇 번이나 우리 제국의 일을 방해했던 앙칼진 양을 모를 리가 있나요, 어린양이여.”
리비아가 성호를 그으며 말했다.
“우리의 주와 황녀께서 행하시는 성스러운 여정을 끊임없이 방해해온 잡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소인이 바로잡을 기회가 생기다니. 이 또한 주의 영광스러운 인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호를 그린 리비아가 손을 들자, 성기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 척, 척!
단 한 마디의 말도, 어떤 희로애락도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 없는 인형과도 같은 움직임.
지금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미래에 있을 대전에서는, 광신도의 상징이자 일반 병사들에게 공포로 군림하게 되는 성기사단.
‘제13성기사단인가.’
“그럼. 목숨을 내어놓으시지요, 어린양이여. 그대의 피와 살은 주께 바쳐 올릴 성스러운 제물이 될 테니, 이 또한 그분께 영광된 신탁을 받을 기회일 것입니다.”
“제물이라.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 또라이 주교 놈아.”
내 말에 빙긋 웃은 리비아가 손을 앞으로 내리자.
파아앗!
그 손짓을 공격 신호로 여긴 것인지 무표정한 표정 그대로, 13성기사단이 돌진해왔다.
“미르온, 마크 경. 저들을 부탁합니다. 저는 리비아라 불린 주교를 노리겠습니다.”
“예, 공자님! 저만 믿으십시오!”
“예?! 제롬 공자, 하지만…?! 큭!”
미르온과 달리 마크는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자 했지만, 미르온의 우렁찬 외침과 문답무용으로 공격하는 13성기사단의 검을 막느라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이런! 같이 온 어린양들의 반항이 제법 앙칼지군요.”
“웃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생글생글 웃고 있는 리비아의 재수 없는 얼굴을 향해 철각퇴(鐵脚腿)를 정통으로 꽂아 넣었다.
“이욥.”
내 움직임을 확인한 리비아가 재차 손가락을 움직이자, 반투명한 실드가 다시금 만들어졌다.
콰아아아아앙!
아이언 바디를 두른 내 다리의 오러와 주교급의 신성력이 들어간 실드가 정면에서 충돌하자, 거센 폭음과 함께 어전에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기사, 융켄이나 미하일조차도 고랑을 만들며 밀려났던 내 각법(脚法)이었지만.
십이대주교라는 이름은 딱지치기를 해서 받은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리비아의 몸은 단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
“낄낄낄, 미안하지만 아직은 웃고 있을 때인 것 같군요, 어린양이여. 자, 이제 어디 본격적으로 복음을 설파…?!”
제롬의 발차기를 막은 리비아가 여유롭게 웃으며 대꾸하려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실드에 금이 간 것을 보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내 실드에… 금이?’
제국 내에서도 3공작이나, 여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실드에 흠을 낼 수 있는 자가 극히 드물건만. 고작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청년의 평범한 발차기에 실드가 금이 가다니.
리비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거, 이거.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어린양, 아니. 늑대였군요. 소인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단에 물든 늑대를 교화해 보겠습니다.”
금이 간 실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리비아가 두 손을 모으며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내 머리 위의 천장에 거대한 신성력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자고로 미친개, 아니 늑대는 매를 맞아야 교화되는 법!”
리비아의 신성력이 꾸물대며 거대한 주먹을 형성하였다.
“회개하시지요, 이단의 잡것이여! 디바인 피스트(Divine Fist)!!”
쿠르르르릉!
웅장한 소리와 함께, 진정 신의 주먹과도 같은 거대한 기운이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저항해 보지도 못한 채 한순간에 짓뭉개져 한 줌 핏물로 화할 거대한 기운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어전의 중심부가 터져 나가며 값비싼 귀중품들이 모조리 가루가 되었지만, 리비아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단의 천한 것들이 만들어낸 이단의 쓸모없는 물건들이었다. 이까짓 쓰레기들을 보존하기 위해 쓸데없이 애쓰기보다는, 단 한 명의 이단이라도 신의 품으로 귀의하게 만드는 것이 주교로서 더욱 중요했으니까.
쿠구구구구….
리비아의 디바인 피스트 때문에 벌어진 충격파에, 13성기사단과 미다스 후작가 기사들의 전투 또한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리비아의 명에만 충성하는 13성기사단은 소강상태라는 단어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듯이 재차 검을 휘둘러왔다.
마크와 후작가의 기사단, 그리고 미르온은 기계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성기사단 때문에 계속해서 먼지구름 안에 시선을 줄 수가 없었고.
13성기사단은 애초에 리비아의 명령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비아를 제외하고는 이 자리에 있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검은빛으로 화하여 불길한 빛을 내는, 아무런 흠집조차 나지 않은 제롬의 신체를 말이다.
“검은… 벽?”
“후, 디바인 피스트라니… 그 공포스러운 기술을 벌써 보게 될 줄은 몰랐는걸.”
촤아악!
제롬이 너덜너덜해진 상의를 마저 찢어버리며 말했다.
하지만 리비아는 제롬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기술을 막은 것보다, 그의 이질적인 신체 변화 때문에 더욱 놀라 있는 상태였다.
리비아의 머릿속에, 언젠가 이바렐라와 독대할 때 말해주었던.
주의 신탁이 떠올랐다.
-내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할 때가 도래하였으나, 검고 단단한 벽이 나타나 복음이 빛을 잃었노라.
“검고, 단단한 벽… 그렇군. 네놈! 네놈이었구나!”
리비아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주께서 이 대륙에 내리실 복음을 가로막는 악마가 바로 네놈이었음이야!”
리비아는 어린양을 인도하겠다는 자애로운 마음을 버렸다.
놈은 한낱 어린양이 아니라, 제국의 신탁에 등장하는 악마, 바로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회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다해서 말살할 수밖에!
리비아가 신성력을 끌어 올리자, 그의 주변에 신성력이 압축된 탄환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홀리 불렛(holy bullet).
제국의 적인 이단을 처단하는 신성한 탄환.
그 응축된 힘은 기사들의 오러나 마법사들의 6서클 마법에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채 30대도 되지 않은 나이에 저만한 신성 마법이라니. 과연 십이대주교 중 백양궁(白羊宮)의 자리를 차지할 만했다.
“죽어라!!”
빠우우웅!
리비아의 응축된 탄환들이 제롬의 목숨을 앗아 가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뿜어져 나왔다.
끝없이 샘솟는 신성력에서 비롯되는 무수한 탄환들.
그 탄환 하나하나가 가진 힘을 생각하면, 리비아가 가진 최강의 대인 살상기라 보아도 무방했다.
저 신성 마법을 꺼냈다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제롬 자신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뭐, 피차일반이네.’
지금 이 자리에서 리비아를 기필코 처리하겠다는 마음은, 제롬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리비아가 선택한 홀리 불렛 마법은 제롬을 상대로 최악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마법이었으니까.
월보(月步).
유려한 달빛과도 같은 판크라티온의 보법은, 저처럼 복잡하고 다채로운 공격을 회피하는 최고의 발걸음이었으며.
제롬이 끌어 올린 아이언 바디는, 어지간한 공격은 모든 대미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든든한 방어기였다.
디바인 피스트와 같은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광역 마법이 오히려 상대가 힘들지, 저렇게 화력이 분산되는 대인 마법은.
‘나한테는 소용이 없어.’
따다다다다다당!
월보로 대부분의 탄환을 피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탄환은 쳐내거나 아이언 바디를 펼친 몸으로 막는다.
대부분의 탄환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식할 정도로 밀려드는 탄환의 수에 절로 몸 곳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과연, 작금의 교황을 처치하고 교황에 오르기 전 최강의 사자궁(思子宮)이라는 평판을 받았던 리비아다웠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탄환을 끝도 없이 운용할 수 있다니.
신성력의 양과 질이 비슷한 또래의 사제들과는 애초에 격을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제롬의 머릿속에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처치하지 못하면, 이놈은 이번 삶에서도 엄청나게 귀찮은 적이 될 거라는 확신이!
“이이!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는!”
무자비한 탄환에도 거리를 조금씩 좁혀오자 리비아의 얼굴에 짜증과 조급함이 드러났다.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초조함을 슬슬 숨기지 못하는 것이다.
하긴, 저 나이에 십이대주교까지 오르는 동안 이렇게 궁지에 몰려본 경험은 처음이겠지.
과거에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사자궁(思子宮)에 올랐던 리비아라면 모를까, 확실히 지금은 경험이 일천한 애송이일 뿐이었다.
“슬슬 끝을 내지!”
어느새 대부분의 탄환을 무위로 돌리며 접근한 내가 외치자, 리비아가 인상을 더더욱 찡그렸다.
“실드!”
탄환이 먹히지 않자 실드를 만든 후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겠지만.
“소용없다!”
발목, 정강이, 허벅지, 허리, 어깨, 손으로 이어지는 회전의 힘.
그 거센 반동이, 주먹의 오러와 온전히 하나가 된 채 리비아를 향해 뻗어져 나갔다.
볼텍스(vortex).
그 파괴적인 힘이 리비아의 실드를 부수고, 그의 육체를 탐하기 위해 뻗어져 나갔다.
쨍강!
철각퇴를 부딪쳤을 때는 부서지지 않던 리비아의 실드가 유리 조각처럼 깨져 나갔다.
리비아는 자신의 실드가 가볍게 부서져 나간 것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익! 이 건방진 이단의 벌레가!! 얕보지 마라!!”
그러고는 양손과 발에 신성력을 잔뜩 부여한 채 자세를 잡았다.
역시, 대주교쯤 되면 기본적으로 몽크(Monk)로서의 수련 또한 게을리할 수 없겠지.
신성력을 가득 담은 채 날아오는 주먹이 제법 날카로웠다.
분명 미래에 악마 교황이라 불릴 때는 그 움직임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덜 여문 어린아이의 몸짓일 뿐이었다.
즉, 내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 어린아이의 반항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콰직!
“으아아악!”
강철로 단단해진 수도로 리비아의 어깨를 내리치자 뼈가 부러졌는지 리비아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격투기를 배우긴 했겠지만, 그 날것 그대로의 고통을 느껴본 적이 전혀 없는지 리비아는 겨우 골절에 정신이 나간 듯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리비아의 목 줄기를 향해 수도(手刀)를 휘둘렀다.
서걱!